억산 깨진바위에 새긴 경험

 

[석골사-수리봉-문바위-억산-팔풍재-석골사]

 

2006. 09.24. 일요일

아내와 나

 

 

 

 

1. 석골사까지 가는 길

 

 

석골사 기점으로 수리봉을 거쳐 억산 -범봉- 운문산을 휘둘러 한바퀴 할려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같이 산행하기를 넌즈시 청을 하였다. 산행을 안한 지 몇달이 넘은 몸으로  종일토록 걸어

억산이라도 가겠냐만은 오랫만에 부부동반 산행도 좋다며 홀로산행의 긴장을 풀어버렸다.

 

 

석골사는 지역 산님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곳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굳이 들머리를 소개해본다.

신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이용하자면, 밀양TG에서 내려 24번 국도를 따라 4차선을 달려, 표충사와

재약산 쪽을 버려두고 산내면 커브진 곳까지 쾌속이다. 이곳에는 가인계곡의 물을 담은 봉의저수지

의 벽이 거대하게 보이고, 커브를 돌면 도로 왼쪽에 우뚝한 산이 시야에 가득해지는데, 북암산이다.

 

 

아직 공사가 덜된 2차선의 국도를 가다보면 곧장 좌측에 '석골사'라고 새겨진 농로 길이 보인다.

소로는 교행이 어려운 듯 진행되지만, 새로 지은 다리 우측에는 대형버스가 주차 할 수 있을 만큼

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아래 두번째 사진 참고) 다리를 지나면 마을을 흘러내리는 계곡의 따라

담벼락에 바싼 붙어 닦아둔 시멘트 길이 석골사까지 꼬불꼬불 이어지는데, 차량교행은 이따금씩

까다로워진다.

 

 

 

 

빨간 화살표가 4차선이 끝나는 곳

 

A 는 석골사입구 표지석,   B는 동천을 건너는 석곡교

 

 

 

2. 수리봉 가는 들머리

 

 

석골사 부근에서 수리봉 가는 들머리는 두 곳이다. 아래 첫번째 사진에서 보이는 첫 주차장 인근

의 좌측 산길이 우리가 오른 곳이고, 지도상에서는 A 지점이 된다. 두번째 사진은 석골사 입구의

낡은 석교의 왼쪽의 들머리를 표시하고 있다. 리번들이 입구임을 반겨준다. 지도상 B 지점이다.

 

 

  

 

 

 

입구 A

 

 

 

 

 

입구 B

 

 

 

 

 

 

 

 

3 . 수리봉 가는 전망대와 수리봉 -문바위 암릉의 절경

 

 

수리봉까지 가는 길에는 두군데의 조망터가 있다.남쪽으로 열려진 광활한 산 조망이야 문바위

나 억산 정상에서도 가능할 터이지만, 휘돌아가는 동천 줄기와 가을을 익혀가는 황록의 들판,

그리고 듬성듬성 촌락을 이루어 사는 시골집들의 오밀조밀함에 피 속의 원형질을 느끼고만다.

 

 

내 비록 금생을 소도시 근교에서 살았건만, 엄청난 윤회의 삶을 통해 얻어진 유전인자는 저러한

황색 녹색 토양의 삶 속에서 이어져 받은 것이다. 눈시울이 황록으로 번질때 까지 눈을 뗄 수가

없다.

 

 

수리봉 정상을 넘어서고 부터는 가파른 내리막이 이어지고, 짧은 암릉이 연결된다. 암릉의 중간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다시금 영남알프스의 무궁함에 찬탄을 널어 놓는다. 범봉 산행 이후,

문바위 - 억산 코스를 몇 번이나 시도했건만 번번히 어긋진 연유들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수리봉에서 문바위 쪽으로 가면서 밀린 숙제하나 깔끔하게 해결하는 셈이 되었다.

 

 

수리봉 못미친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쪽 경치

 

   

 

 

수리봉을 내려 암릉길을 바라보며

뚜렷한 능선을 따라 A 지점까지 이동한 다음

B 문바위 까지 진행한 다음 되돌아와 C 방향

으로 억산 길로 접어든다.

 

 

 

짧지만 멋진 암릉

 

 

 

 

 

문바위는 품위 있는 전망대.  

 

 

  

 

 

문바위 정상에 선 산거북이

 

 

 

 

 

 

4. 문바위에서 억산 정상까지

 

 

수리봉 - 문바위 구간은 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억산으로 진행하는 방향에서는 잠시 갔다가

되돌아와야 하는( 왕복 20 분 ) 곳이다. 능선 삼거리에서 그냥 억산으로 진행해도 되지만, 하늘

가운데 솟구친 문바위의 위용과 그 끝에 점처럼 보이는 정상석이 앙징하여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부지런히 영알의 소개해 주시는 나의 지인들과 여러 산님들의 산행기를 통해 눈으로 익

숙한 곳이라 마치 매번 다녔던 곳인양 자연스럽다.

 

 

 

 

문바위에서 본 사자바위

사자의 등허리 가운데로 억산 길은 가로 질러간다.

 

 

 

 

 

사자바위와 억산 갈림길

 

 

 

 

문바위 - 억산 능선길은 짧지 않은 거리에 부드럽지만 다양한 등로를 이루고 있다.

 

 

 

 

억산 정상부의 바위덩이가 눈에 들어오는 곳

 

 

 

 

 

억산의 정상

 

 

 

 

기념

 

 

 

 

 

 

억산 정상에서의 남쪽 조망

 

 

 

 

 

억산 정상에서 동쪽 조망

바로 건너 앞 범봉과 운문산을 중심으로

좌, 가지산릉(상운산 문복산까지)..... 우, 천황산릉이 날개를 펼쳤다.

억산의 조망은 동과 남이 이렇게 어우러진다.

 

 

 

 

5. 억산 정상에서 내려 다시 깨진바위로 올라가다.

 

 

억산의 정상부에 관한 논쟁은 이곳에 정상석을 세우고 범봉의 이름이 산님들 사이에 충분히 익

혀지면서 자연스레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낡은 지도를 들고 범봉에 올라 억산에 올랐노라하였

는데 서쪽으로 보이는 엄청난 바위벽(깨진 바위)에 경악했던 초보시절의 황당함이 다시금 미소

로 떠올려진다.

 

 

억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랫만에 아내와 함께하는 산중 식사가 된다. 한숟갈의 밥도 당

신이 먼저 드소, 아니오 당신이 마저드오하는 권하는 싱강이는 결혼 초부터 지금까지 23년 째

이어지고 있다. 이젠 젊은 날에 비해 대화의 내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대화의 속도가 느려

지는 것은 끈끈한 정의 무게에 빠른 말을 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옛날에는 손도

안대던 식사의 뒷처리도 제법 거드는 내 폼에 짐짓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억산 정상부의 동쪽 바위와 엄청난 분리가 되어 "깨진 바위"가 틈을 두고 억산 전체의 외벽을 이

룬다. 그래서 억산 정상부와 별도로 "깨진 바위"라는 지도 표기가 있고, 멀리서 보면 그것이 억산

을 이루는 외벽 처럼 느껴져 전체를 아울러 억산이라고 지칭되기도 한다. 

 

 

억산 정상부의 동쪽 바위끝단에서 급격히 내려서면 파삭한 돌이 밟히면서 제법 미끄럽게 내려간

다. 한참을 내려왔다 싶으면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그대로 계속 하산하는 방향이 팔풍재로 가는

주 등로로 보인다. 왼편으로 오름길이 한참 이어지는데 이것이 깨진 바위로 올라가는 길이다.

 

 

우리는 운명적인 길을 선택했다.

 

 

 

 

억산 정상부에서 팔풍재로 ......

여기서 계속 내려서야했는데 그만 좌측 깨진 바위 사이로 들어섰다.

 

 

 

 

 

다시 깨진바위를 오르니 건너편 억산 정상부의 동쪽 바위가 보이고

깨진 공간 틈으로 떨어지게 된다. 우리는 건너왔는데 여기서 다시

돌아갔어야했다.

 

문제는 이곳에서 바로 내려서기를 시도한 것이다.

 

 

 

 

 

위험한 등로를 지나......

좌측 낭떠러지 조심!!!

 

 

 

 

대비지 향하는 계곡이 바로 발끝 아래!!

 

 

 

 

깨진 바위 끝에 서니

이번에는 대비골이 바로 발끝 아래......

실로 엄청난 고소감에 현기증을 넘어선 마비감이......

<사진 b>

 

 

 

 

6. 깨진 바위에 오르다. 그리고 사고!!! 

 

 

깨진 바위의 정상부에 오르니 건너편 억산의 외벽이 우람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 간격이 바로

깨진 바위를 깨지게 만든 틈인 셈이다. <위 사진a> 그리고 깨진 바위의 동쪽 끝으로 진행하는

데 매우 좁은 절벽길을 잠시 지나야한다. 길이 5미터나 될까. 왼쪽은 대비지가 바라뵈는 아름다

운 곳이지만 천길 만길 낭떠러지 직벽이다. 우측 벽에 붙어가면 안전이야 확보할 수 있겠지만,

아차하면 몇 년간 몸뚱아리도 찾기가 어렵기 십상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깨진 바위 끝에 서니 그야말로 범봉이 발아래다. 운문산도 머리를 쓰다듬

어 줄 수 있으리 만큼 하늘 위에 뜬 느낌이었다. 고소 공포증은 두려움을 넘어서 완전히 환각과도

같은 마취상태로 진입하는 느낌이다. 아이쿠...... 이러다가 하늘을 나는구나^^...... <위 사진 b>

 

 

내려설 일이 걱정이다. 우측으로 비탈진 바위길을 조심스레 내려서니 직벽이다. 매우 굵은 로프

가 하나 뎅겅 달려있다. 높이는 대략 7-8 미터. 그런데 너무 직벽이다. 나야 내려가겠는데 아내

가 걱정이다. 꼴사나운 시범으로 내려서기 시작. 처음에는 그럴싸한 폼으로 내려섰으나 발이 닿

을 때 쯤에는 대롱대롱 매달려 얼굴이 벌게가지고 안착을 한다.

 

 

아내 차례. 반쯤은 그런대로 벌벌 떨면서 내려오다 몸이 바위에 달라 붙는다. 중간에 돌출된 바위

에 배가 닿으니 애래쪽 발끝이 바위쪽으로 닿지 않는다 싶더니...... 바둥거리던 발이 안쪽으로 들

어가면서 상체가 뒤로 넘어지고 순식간에 로프를 놓아버린다. 비명소리와 함께 아내의 몸이 하늘

에 떴다.

 

 

옷가지가  든 배낭이 나무에 부딪히고 그대로 꽝하고 엉덩방아를 찧는다.  

 

 

 

아내의 한계를 보였던 직벽구간

 

 

 

 

 

엉금엉금 내려서니 억산 정상에서 삼거리에서 내려오는 안전한 등로와 만난다.

 

 

 

 

그래도 아직은 깨진 바위의 반도 내려 오지 않았다.

 

 

 

 

 

7. 깨진 바위 아래 쪽 로프구간은 그나마 완경사 

 

 

분기점에서 바로 내린 길이 만나는 곳은 직벽 구간과 얼마 떨어지지 않았다. 직벽구간에서 한번

더 바위경사면을 지나니 널럴한 등로와 만난다. 아내를 진정 시키고 다시금 상태를 확인하였다.

건너뛰기와 팔의 근력에 유난한 취약함을 가진 아내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인도였다.

자책과 후회, 미안함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이어지는 두군데의 로프구간은 그나마 직벽이 아니라 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올 수 있는 코

스라 긴장감을 덜하였으나 마음이 아직 진정되지 않는 아내는 땀을 흘리며 한걸음 한걸음 옮긴다.

 

 

 

 

A 는 깨진 바위 하단부에서 올려 찍은 장면(두장 합성)

  B 는 지인 산모듬님의 사진.....

겨울 사진으로 깨진바위의 면목을 잘보여준다. 범봉에서 본 장면이다.

C 는 연이어지는 두 개의 로프구간, 비교적 무난

 

 

 

 

 

 

연이어지는 로프 구간

오를 때 보다, 내릴 때 미끄럼 주의

 

 

 

 

 

8. 팔풍재-대비골은 너무나 유순한 등로

 

 

범봉까지는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절룩거리는 아내의 다리로 탈출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대비골

도 상단부에는 한번도 다녀보지 않았지만 내려서는 산님이 매우 편한 길이라 추천하였다. 길은 의

외로 부드러웠다.

 

 

따지고 보면  대비골로 올라 억산으로 오를라치면 두개의 로프구간을 지나 "깨진 바위" 삼거리까지

직진하고 억산 정상부 동쪽 외벽으로 올라 억산으로 오르면 위험 구간은 한 군데도 없는 셈인 것 같

다. 억산-->팔풍재로 진행할 때 억산에서 내려서 다시 깨진 바위로 올라설 때는 조심해야하고 어지

간하면 그대로 깨진바위 아래 코스로 그대로 내려서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곳도 비나 눈에 의한 미

끄름은 극히 조심을 해야할 듯하다.

 

 

 

 

팔풍재

 

 

 

 

 

대비골-석골사 등산로

 

 

 

 

아내의 눈과 발에 익숙한 지점

 

 

 

 

9. 대비골에서 억산 초입로

 

 

우리로서는 날머리인 셈이지만 대비골로 팔풍재 거쳐 억산으로 오를라치면 바로 이곳이 그 들머리

가 된다. 석골사에서 운문산 가는 길에 늘 보게 되는 곳이다. 초행자들은 이곳에 대비골 거쳐 팔풍재

그리고 억산 산행을 하면 무난할 것이다.

 

 

 

 

좌측 산길로 오르는 대비골-억산 방향

 

 

 

 

그리고  사람 몸에 그렇게 짙은 보랏빛으로 넓은 범위의 멍이 든 것은 이번 처음 보았습니다.^^

그래도 지금 저의 아내는 용감무쌍히 가사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깨진 바위에 새긴 경험은 흑보랏빛 피멍입니다. ㅠㅠ.....

 

 

 

산행 시작 전에 찍은 석골폭포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