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흰대미산~양각산]







 


 





회남령~흰대미산~전망봉~양각산~시코봉~심방마을 - 11km [5시간]












2013. 2. 24 [일]







평택 JJ 46명

 

 

 

 

 

 

 

 

 

 

 







          [1]



서서히 흐르는 안온한 기온 차에 빛의 도드라짐이 점점 더 커지며, 봄의 시간이

멀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점차 흔적 없이 사라질 겨울의 잔영에 눈길이 한번

더 가는 것이다. 순간적 변함없는 시간의 정숙성에 마음이 잔잔하다.

 

 

 

 

 



    설산 속에 깊이 흡입되어 있는 나목의 형상이 봄기운에 녹아드는 것 같기도

하다. 정후한 온기가 산정을 이며 하늘위로 솟는 듯 하다. 쓸쓸히 한기에

       서려있던 초목들도 탁 트이는 생생한 생기에 몸을 기대며 마지막 드센 겨울을

잊고 있다.

 

 

 

 

 

 

 

 

 



머리에 이고 있는 적빛의 고요에 말없이 기다리는 건 시간속의 침묵뿐. 세월을

  비벼대며 그 시간을 유유히 보낸 흔적들이 차곡차곡 쌓아지는 듯 장엄한 기운이

 휘감는다. 그 속의 어두움은 사라지련만 밝게 비쳐내는 산영의 그림자만 홀로

이 산정을 감싸 돈다.

 

 

 

 

 



굽이치는 산 물결이 장대한 빛을 타고 한없이 넘어온다. 함께 구름 따라

흘러드는 산기운이 창창하게 드넓어지며 깊어가는 겨울색을 어루만진다.

   그 기운에 덥혀지는 연봉들도 얼굴에 화색이 돌며 능선을 밟아오는 바람을

실어 상봉으로 보낸다.

 

 

 

 

 

 

 

 

 

 

 

 

 



천길 단애의 직벽에 마음이 흔들린다. 빛이 변색되어 한없이 타들어 가는데

산중은 흔들림 없이 바람에 기대며 늦게 잦아드는 빛의 색감을 기다리는

듯하다. 이때 높은 골바람이 산상을 들쑤신다.



살랑대는 바람을 가르며 뻗어나가는 산줄기의 명랑함을 마음 속 깊이 심은 채

회원님들의 대화가 이 순간을 생각하게 한다.


                           「첩첩산중 그 속에 빛이 없는데 골바람이 아우성이네요.」

                           「봄이 올라나요? 몰아오는 기운이 퍽 푸근합니다.」

                           「산길 따라 연봉 따라 촉촉이 젖어드는 봄기운 같네요.」

                           「시기의 예민한 조화이겠지요.」


산중 속 겨울의 생채기가 아직 덜 가시었지만 서서히 몰려오는 봄기운을

기다리는 마음은 그 누구에게나 설렘의 존재감이 되어버린다.

 

 

 

 

 

 

 

 

 

 

 

 

 

 

 

 

 

 

 

 

 

 

 

 

 

 

 

 

 

 

 

 

   정적만 감도는 빛의 시간에 묻혀 덕유산줄기의 명료함이 보다 구체적으로 3D

영상처럼 다가온다. 눈동자가 멈춰진다. 웅장하며 장엄한 산군들이 포효하는

 소리처럼, 또는 동토의 무림 속 고원처럼 2월 끝자락의 유혹이 우리네 마음을

 뒤흔든다. 이런 풍광이 없었으면세월 속 비치는깊은 산정의 비경이

더없이 찬란하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2]

홀연히 맞고 있는 양각산정의 흐름이 수수하게 펼쳐있는 산길 속으로 이어진다.

길게 휘늘어진 산세의 형세가 겨울을 멀리하고 따스한 빛에 몸을 녹이며 제

시간을 찾는 듯하다. 야위어진 군목들도 서서히 물이 오르며 제 모습을

찾아간다.

 

 

 

 

 

 

 

 



     겨울 빛에 녹아있는 힘찬 연봉들의 움직임이 겨울을 멀리하는 듯하다. 그동안

애써 참아온 비관의 우울함이 지배적이다. 봄이 파고든 것이다. 뒤늦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이 산정과 소통했던 그간의 흔적은 아예 지워버리려는 듯

새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단순적 새날의 반가움

 

 

 

 

 

 

 

 

 



푸른 솔 사이로 비쳐드는 산맥들의 고독한 영상이 지난 시간에 대한 그리움으로

변해간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시간의 격차가 산정을 내면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새날에 대한 기다림이 큰 것인가 자연스레 변해가는 자연의 삶이

우리가 밟아가는 우연한 과정인 듯….

 

 

 

 

 

 

 

 

 



산중 속에 잠든 잔설의 잉여스러움이 농익은 사과처럼 풋풋하지가 않다.

 겪어가는 시간속의 익숙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싶다. 꽤 오랜 시간 건강한

에너지를 쏟으며 질펀하게 산정을 쥐락펴락 하였을 날도 많이 있었을 텐데



                           굵직한 음성으로 봄을 기다리는 듯 온후한 이야기로 운을 떼는 고문님과 선배님,


                          「그사이 한 계절이 지나갑니다. 아직 설익은 시간이 다가오는 듯

                          「사위어가는 나무들에겐 풍각된 시간이 되겠지요.」

                          「아직도 겨울 기운에 묻혀 아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연봉들은 새 하늘 속 주인이 되고

                     싶어 멀리 날아오르려 하는 듯 준비 중인 것 같습니다.」

                          「그 무엇이든 새 시간과 순간이 필요하겠지요.」


                           환한 얼굴로 산중 속 맑은 이야기를 나누시는 두 분의 모습엔 차분한 나눔이 스며있다.

 

 

 

 

 

          [3]

돌아온 길 멋모르게 쳐다본 것이 방싯하다. 두툼한 외투를 걸친 산 바위의

 형상이 흐뭇하다. 신비한 마술처럼 변해가는 산정의 색깔은 요동치는 빛에

갇혀있다. 눈이 침침해진다. 덕유산정의 깔머리에 눈이 무색할 정도로

삼신할머니의 머리처럼 눈(雪)모양이 튼실하다.

 

 

 

 



꼿꼿이 섥혀 있는 능선을 따라 조용한 기척이 되어 산중을 일렁이는 바람은

큰 동그라미를 그리며 빛을 끌어안는다. 떨어지는 그 빛의 무게가 굉장한

눈덩이처럼 불어나 쩌렁쩌렁 펴져간다. 원대한 기운이다.

 

 

 

 


잿빛과 검은 빛이 양존하는 사이 산정엔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산둘레의 깊이가 차츰 낮아지더니 그 곁에서 멀어지려한다. 그때 산정의 기운도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더 잦아드는 붉은 기운이 자세를 거두고 옅은 어둠을 퍼

 나르고 있다.

 

 

 

 

 

 

 

 

 


기계처럼 움직이는 시간의 초침이 점점 더 빨라진다. 낯빛을 보는 순간 순정 속

캐릭터가 스러진다. 결코 산중의 봄소식은 다음으로 미루리라는 짐작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는지 초연한 태세다. 머뭇거리며 산정을 훑듯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를 감아버린다.

 

 

 

 

 

 

 

 

 


 

 

 

 

 

긴 침묵의 시간이 얼핏 아른거리는 산중의 정심이다. 가깝게 다가올 시간이

   먼 뒤안길이 되려는지 천천히 떠오르는 그 감정에 몸이 떨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서 입가에 마른침을 바른다.



                    ◈◈◈


    골짜기를 지나 졸졸 흐르는 맑은 여울물소리를 들으며 자적하게 걸어 나오는

님들의 모습엔 화사함이 스며 있다. 지난 시간의 궤적이 익잖은 추억 같이

     피었으리라. 2월은 기다림이련가. 그 끝에서는 그리움이 지는 것인가, 아니면

추억이 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