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4월 22일

어디로 : 앵자봉으로

왜? : 나물을 뜯어 볼까하고~

누구랑 : 옆사무실 사장님과

 

1. 꿈에 부풀다.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로 시작되는 "봄날은 간다." 라는 노랫말이 생각나고

    한영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듣고 싶은 특별할 것도 없는 나른한 봄날

    옆집사장님과 의기투합하여 앵자봉으로 두릅따러 가기로 하였다.

 

    두사내의 나물채취산행을 축하라도 하듯이 하늘에는 미세하고도 누런친구들이

    축하비행을 펼친다.

 

     미사리를 단숨에 지나고 새로 개통된 도로를 달리니 차창밖으로 그야말로

     봄날은 가고 있었다.

     수줍은 연두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검단산과 예빈산은 연분홍치마를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봄처녀처럼 앳되고 귀여워 보인다.

 

 ----    오늘은 작년의 우를 범하지 않고 튼실한 두릅을 따서 반은 부모님 갖다 드리고

           반은 집사람과 소주한잔 하면서 생색 좀 내봐야지~

 

-----    두릅은 소금물에 데쳐야 색깔도 곱고 독성도 제거 된다고 했지?

          다른 나물은 가능하면 기름과 마늘을 쓰지 않는 편이 나물향을 느낄 수 있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  그래 까짓거 한번 팍팍무쳐 보는거야(오랜만에 도토리를 모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 ㅎㅎㅎㅎ)

 

2. 꽃잎은 바람에 날리고

    

     팔당댐을 지나 퇴촌에 들어서니 벚꽃잎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일본의 국화이고 가미가제의 상징처럼 느껴져서 싫어하는 분도 계시지만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잎은 서글프게 아름답다.

 

     일본소설에 등장하는 히노끼(편백나무)로 만든 나무욕조에 벚꽃잎을 띄워놓고

     목욕시중을 드는 늙은 게이샤의 모습처럼 세월은 그렇게 날리고 있었다.

 

---- 초당에서 봄꿈을 꾸다 깨어보니 오동잎이 떨어지는 가을이라더니....

        봄이 온지 얼마되지도 않았건만 벌써 떠나려 하네....

 

---- 두릅따러 가다 웬 호랑이 풀 뜯어 먹는 생각?

     

     천진암쪽으로 차는 들어서고 결혼전 아내를 태우고 사찰인 줄 알고 찿았던 지난날이 되살아 난다.

 

3. 정신무장

 

      아무래도 천주교성지인 곳을 앞두고 나니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 천주교 신자도 아닌데 왜 이러지....

     그래서 두사내는 마음을 다 잡기 위해 차를 주차시키고 두부전골에 동동주를 시켰다.

     전골이 나오기전에 먼저 나온 산나물은 직접주인이 채취 한 거라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 힘들게 올라가서 채취하느니 여기 편안히 앉아서 동동주를 더 마셔?

 

     정신무장은 커녕 내 안에 나쁜놈과 사투를 벌이다 기어이 승리를 쟁취하고 온전히 앵자봉으로 향했다.

 

     길 옆에 차를 세워두고 천진암 입구를 보니 대형 십자가가와 함께 태극기가 펄럭이고,

     나는 그 순간 그분께서 온전히 대한민국에 강림하신것을 알아챘다.

     1979년 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2079년까지 100년에 걸쳐 성전을 짓는다는데 그 기간과 너른터에 압도 당 했다.

     언뜻보기에도 대단한 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천주교 300주년을 맞는 2079년에 완공 된다는데 앞으로 74년 후 내가 살아 있을까?

         그 때면 내가 124살....   산에 열심히 다니면 혹 살아 있을 수도...ㅎㅎㅎㅎㅎ

 

4. 두릅을 찿아서

 

      얼마전 두릅을 확인하고 온 그 분을 따라 길도 아닌곳을 따라 나섰는데 두릅나무는 보이는데

      두릅은 아니 보인다.

      계면적어 하시는 그분을 위로 할 겸 "있겠지요 뭐~" 라는 멘트를 연신 날리며 올랐으나

      괜시리 다리에 힘이 풀린다.

- 저게 고추잎나물인데 먹을 만 해요.   따세요.

- 예...(과연 독성은 없는 나물일까?    설마 죽기야 하겠어?...)

       일단의 산객들이 내려오며 큰 비닐봉지를 보며 궁금해서 무얼 따러 왔냐고 물어 본다.

        나는 호기롭게 이렇게 대답했다.

 

- 산삼이나 영지 찿으로 왔는데 안 보이네요~

 

      산은 깊어지고 두릅나무는 어디에 있는 지 오리무중이다.

      성지를 지나 양지바른 곳에 두릅나무 밭이 있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찿았으나

      이미 부지런한 분들이 매정하게도 나무를 잘라 간 지 오래....

 

- 날씨도 좋고 봄소풍 온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좋은 곳에 오게 해 주셔서.....

 ( 순간 부모님 두릅 드시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 저기 있네요.

 

      과연 두릅이 있었다.    남들이 버리고 간 듯한 가냘픈 두릅.....

      그래도 땄다.    산을 오르며 작은 두릅이라도 모으니 한 접시는 될 듯했다.

 

- 그만 가시죠?

- 올라가면 더 있을텐데....

-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나물 뜯으러 왔나요 뭐~   산에 온 것만 해도 너무 좋아요.(흑흑)

 

       내려오는 길에 까투리가 뒤뚱뒤뚱 잰걸음으로 지나가고, 이름모를 야생화들은 제모습을 내게 뽐내려

       위세가 대단하다.

 

5.  나물요리

 

         그래도 집에 와서 보니 다른 나물이 있어 제법 양이 된다.

         일단 불순물을 가려내고

         소금물을 끓인 다음 살짝 데쳤다.

 

         씻어 낸 물이 녹차색깔이다.(마시고 싶은 충동~)

 

         향을 음미하기위해 소금으로만 간을 했더니 왠지 허전한 느낌.

 

         그래서 들기름으로 추정되는 기름을 조금 부으니 맛이 더 있다.

 

          칼라 코디네이트를 위해 통깨를 넣으니 금상첨화.

 

          맛있게 먹을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 해 먹고 또 먹어 보았다.

 

          접시는 바닥을 드러냈다.

 

          조금남은 나물 주기도 부끄러워 내가 다 먹었다.

 

          그렇게 나물도 가고 봄날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