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무등산의 입석대는 명품이더라(안양산-백마능선-무등산-새인봉)

 

 


 

                                   무등산 입석대


   무등산 개요
 
   무등산(無等山, 1,187m)은 광주광역시의 동쪽 가장자리와 담양·화순에 걸쳐서 우뚝 솟아 있는 광주·전남의 진산(鎭山)으로,  산세가 유순하고 둥그스름한 모습을 하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믿음직스럽고 덕스러운 느낌을 갖게 해주는 명산입니다. 


   1972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정상일대의 천왕봉 부근에는 20∼30m의 기암괴석이 남쪽을 향해 솟은 서석대가 광주시내를 굽어보고 있습니다. 장불재에서 올려다보는 입석대와 서석대는 신비감을 자아냅니다.

 

 


  둔병재∼안양산

 

  2005년 11월 19일 토요일, 36명의 등산객을 태운 산악회버스(M산악회 주관)가 호남고속국도 동광주 인터체인지를 나온 후 곧 바로 순환도로로 접어들어 달리다가 화순에서 지방도로로 빠져 나와 오늘의 산행들머리인 둔병재에 도착합니다(11:10).


  오른쪽으로 안양산 자영휴양림을 알리는 큰 이정표가 있지만 우리들은 왼쪽의 산림문화휴양관 마당을 지나 안양산 이정목을 따라 들어가 임도를 걸어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도를 버리고 왼쪽의 등산로로 접어들었는데 오르막이 장난이 아닙니다. 맨땅으로 된 길은 반들반들하게 윤이 나지만 턱이 길바닥에 닿을 정도의 깔딱 오르막은 한참동안 이어져 산행초입부터 진을 뺍니다. 그런데도 선두조는 한번도 쉼 없이 그대로 정상까지 내달립니다. 


  가파른 길이 부드러운 오르막으로 바뀐 것은 억새능선에 도착하면서부터입니다. 억새는 이미 거의 다 지고 말아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억새밭 너머로 펼쳐지는 조망이 확 트여 거침이 없습니다.


  등산로 좌측인 서쪽으로는 산행들머리로 접근할 때 이용했던 꾸불꾸불한 도로와 그 뒤로 만년산이 솟아있고 동쪽인 오른쪽으로는 동북호의 푸른 물이 늦가을의 태양아래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등산로 바로 옆에는 한 무더기의 바위더미가 서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이런 조망을 즐기면서 발걸음을 옮기니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터지는 안양산정상입니다(11:54).


  제법 넓은 공터인 정상(853m)에는 조그만 표석이 세워져 있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합니다. 북쪽으로는 무등산이 우뚝 솟아 있는데 정상의 군사시설물만 크게 보일 뿐 입석대와 서석대 등 무등산의 명물들은 거리가 멀어 겨우 그 형체를 알아 볼 수 있을 따름입니다. 그리고 10시 방향으로 늘어선 가야할 백마능선이 꼭 거대한 백마가 달리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산행들머리는 반대편에 있음

 


 

                        도로 뒤로 보이는 만년산

 


 

                             안양산을 오르며 뒤돌아본 경관

 


 

                             안양산 가는 억새길
                

                             안양산 표석뒤로 보이는 무등산


 

                         동쪽으로 보이는 동북호의 푸른 물

 


 

                                 가야할 백마능선


  안양산∼백마능선∼장불재

 

  안양산 바로 밑의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 조금 내려갔다가 억새 숲으로 가득 찬 굽이치는 능선을 따라 갑니다. 능선삼거리에 있는 장불재 2.3km 이정표를 지나 가파른 능선을 따라 가니 왼쪽의 절벽바위에 노송 두 그루가 생명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평탄한 우회로가 있지만 산악회의 안내표시를 따라 바위능선으로 붙습니다. 선두 그룹은 벌써 바위능선의 꼭대기를 통과하고 있어 실력차이를 엿보게 합니다. 아기자기한 바위 릿지 구간을 그다지 어렵지 않게 통과하고 한번 더 다리에 힘을 쓰니 높은 바위의 꼭대기(936봉으로 추정)입니다. 이제는 무등산의 정상부가 매우 가깝게 다가서 있는데 왼쪽으로는 방송사의 거대한 중계시설이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바위에서 내려와 억새 군락지를 지나 중계시설이 빤히 보이는 능선을 따라 가노라니 어찌나 센 강풍이 물아 치는지 얼굴이 시릴 정도여서 이곳은 벌써 겨울이 온 것 같습니다. 맞은편에서 오는 상당수 등산객들은 귀마개가 달린 모자를 착용하거나 상의모자를 펼쳐 머리에 쓰고 지나갑니다.


  KBS와 KT의 중계소 옆에는 사통팔달로 길이 이어지는 장불재입니다(12:54).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중봉과 중머리재, 오른쪽으로는 규봉, 비스듬하게 오르면 입석대로 이어집니다.

 


 

                             백마능선상의 바위 구간

 


 

                                지나온 안양산

 


 

                            백마능선의 릿지구간


 

                             936봉 바위(?)


 

                          936봉에서 바라본 동남쪽 경관

 


 

                              바위능선에서 바라본 서쪽 경관

 


 

                          KBS와 KT의 중계소

 


 

     장불재로 향하면서 바라본 무등산(중앙에 입석대, 왼쪽능선에 서석대가 보임)

 


 

                              장불재 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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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불재 이정표


  신기의 명품인 입석대 

 

  장불재에서 북동쪽의 길을 따라 10분 걸어가면 입석대입니다(13:04). 입석대로 가는 길에 위쪽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야호'라고 지르는 함성이 들립니다. 입석대는 서석대 및 광석대(규봉)와 함께 무등산 3대 명물 중의 하나로서, 입석대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둥 같은 돌이 포개져 하늘로 치솟아 있는 바위군입니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규모가 작아 보이지만 가까이 접근하면 그 웅장함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입석대에는 사각·육각·원주모양의 돌기둥 30여 개가 동서로 줄지어 서 있어 흡사 무너진 신전을 방불케 합니다. 길이가 10m이상, 높은 것은 15m나 되는 이들 돌기둥은 한 덩어리로 혹은 3∼4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반듯 반듯이 고추 세워진 것이 신기할 다름입니다.  


  한 마디로 이는 불가사의한 자연의 조화이며 신이 빚은 명품입니다. 돌이 포개져 있는 서 있는 형상이 위대한 석공이 조각을 한 것처럼 정교하지는 않아 다소 벌어진 틈이 있지만 장구한 세월동안 그토록 모진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무너져 내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서 있는 것을 보며 감탄을 거듭합니다.


  무등산이 겉으로 보기는 흙산인데도 이와 같은 돌산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는 이유는 화산폭발로 분출한 화산암체가 수 천 만년 동안 풍화와 침식을 받아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능선의 입석대와 서석대 등은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을 이겨낸 바위덩어리이며, 너덜겅과 숲에 덮인 산비탈은 이 화산암이 부서진 바위와 흙입니다.


  입석대 표석(1,017m)과 하늘로 치솟은 거대한 입석 그리고 이정표를 카메라에 담고는 발길을 돌립니다. 점점 멀어지는 입석대의 장관에 다시금 넋을 잃고는 위로 향합니다.


 

                            입석대 이정표

 


 

                             입석대 표석

 


 

                             입석대(1)

 


 

                             입석대(2)

 


 

                            입석대(3)

 


 

                           입석대(4)

 


 

                                          입석대(5)


 


  위에서 내려다보는 서석대

 

  입석대를 뒤로하고 오르는 길목에도 규모가 적은 입석이 서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오늘 지나온 백마능선이 정말 한 마리의 백마가 개선장군을 등에 업고 달리는 형상인데 하얀 억새가 바람에 나부낄 때면 그야말로 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무등산 정상은 군사시설물로 인하여 접근로에 울타리가 쳐져있어 출입금지구역입니다(13:22). 정상을 향하여 바라보면 입석대와 마찬가지로 기둥 같은 바위(石柱)가 이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지만 가까이 갈 수 없으니 그림의 떡입니다.
  입석대 북쪽에 있는 서석대는 입석대처럼 정면에서 바라볼 수는 없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볼 뿐이므로 그 진면목을 제대로 감상 할 수가 없어 아쉽습니다. 서석대는 입석대와 마찬가지로 절리(節理)로서, 석양 무렵 광주에서 바라보면 수정처럼 빛난다고 하여 '수정병풍'이라고도 부릅니다. 


  무등산(無等山)은 높이를 헤아리기 어렵고 견줄 만한 상대가 없어 등급조차 매길 수 없다는 산입니다. 멀리서 보면 어머니 젖무덤처럼 두루뭉실하고 순한 산세이지만 안에 들면 암석미가 일품인 명산이라는 찬사가 거짓이 아님을 입석대와 서석대만을 보고도 금방 깨닫게 됩니다.   

 


 

                              뒤돌아본 입석대

 


 

                              서석대로 오르며 뒤돌아본 경관

 


 

                            서석대에서 바라본 무등산정상
 


 

                           서석대에서 내려다본 경관


 

                             서석대


  서석대∼중봉∼중머리재              
                   
  바람막이가 되는 돌 틈에 배낭을 내려놓고 요기를 합니다. 맨손으로 물병을 만지고 나니 나중에는 손이 시려옵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장갑을 끼고도 손이 시려 고생을 할 날이 올 것입니다. 왼쪽에 서석대를 두고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와 도로를 두 번 건너 중봉에 도착합니다(14:00). 중봉 지역은 한때는 군부대가 위치하였으나 지금은 부대를 이전하고 생태를 복원해 옛 모습을 거의 되찾은 곳입니다.


  중봉의 오른쪽에는 MBC 통신소가 서 있는데 이를 따라 가면 바람재와 원효사로 연결됩니다. 중봉에서 중머리재 방면으로 하산하는 중간에 기암이 서 있습니다. 뾰족하게 생긴 돌의 모습이 참으로 희한합니다. 무등산은 정말 이해하지 못할 불가사의한 산의 비밀을 감추고 있습니다. 무등산은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부드러운 육산입니다. 그러나 이미 독자들도 알아차렸겠지만 백마능선, 입석대 및 서석대, 그리고 이곳의 기암처럼 곳곳에 기암괴석이 산재해 사람들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자연에 대해 신비감을 품게 만듭니다.


  기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카메라를 들고 있는 등산객들은 바위만 나타나면 즐겁습니다. 기암 밑에는 바위에 뿌리를 내린 노송이 자라고 있는데 여기서 급경사를 내려가는 중간에도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어 감탄을 하게 됩니다. 이곳을 지나니 헬기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중머리재입니다(14:28).

 


 

                중봉에서 뒤돌아본 정상(오른쪽 바위는 서석대)


 

                           중봉 오른쪽의 MBC 통신소


 

                    중봉에서 남쪽으로 바라본 기암 군락

 


 

                          중봉 하단의 기암

 


 

                           헬기장인 중머리재와 새인봉 가는 길


 

                              바위위의 노송(1)


                              바위위의 노송(2)

 


 

                           중머리재 이정표


  중머리재∼새인봉∼증심사지구 주차장

 

  중머리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증심사계곡으로 이어지는 하산로이므로 우리는 직진하여 새인봉으로 향합니다. 새인봉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봉우리이지만 광주시민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듯 생각한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이 등산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산불감시초소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노송군락이 잘 조성되어 있어 소나무에서 뿜어내는 상쾌한 솔잎향기를 마음껏 마십니다. 등산로 중앙을 차지한 노송도 여러 차례 만나지만 싫지가 않습니다.


  새인봉 삼거리에서 직진하여 올라가는데 급경사에는 나무계단이 잘 조성되어 있어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 나무계단을 치고 오르니 무덤 하나가 조용히 잠자고 있는 새인봉(490m)입니다(15:03).


  긴 의자에 앉아 땀을 식힌 후 일어서서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나서자 눈앞에 아름다운 바위절벽이 나타납니다. 이 때 어디선가 구성지고 은은한 음악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여옵니다. 필경 신선이 인간세계에 내려와 고달픈 중생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라고 착각한 순간 등산복을 입은 한 남성이 가로피리처럼 생긴 악기를 연주하면서 지나갑니다. 악기의 이름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연주자는 배낭도 없이 악기만 들고 가는 것으로 보아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인 듯 합니다.


  필자와 비켜간 후 뒤돌아보니 그 순간 한 곡의 음악이 끝난 듯 악기를 입에서 때고 유유히 사라지는 뒷모습이 세상사를 초월한 신선 같습니다. 인간세계에는 참으로 다양한 재주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군요.


  이제부터 등산로는 부드럽게 변하여 내리막으로 이어집니다.  사람의 키보다도 더 큰 대나무 숲을 지나 증심사집단시설지구 주차장으로 하산합니다(15:50). 오늘 산행에 4시간 4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지나온 코스는 둔병재/안양산/백마능선/장불재/입석대/서석대/중봉/중머리재/새인봉/증심사주차장입니다.


  P산악회장은 오늘 산행코스가 무등산 동편에 자리잡고 있는 규봉(광석대)을 제외하고는 무등산의 진수를 체험한 코스였다고 소개합니다. 필자는 2년 전 원효사에서 바람재를 지나 중봉에서 서석대·입석대를 거쳐 장불재를 통과한 후 중머리재에서 증심사계곡으로 하산한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원효사∼바람재구간과 장머리재∼증심사계곡구간은 무미건조하였는데, 오늘 지나온 안양산∼백마능선 구간은 광활한 억새능선과 아기자기한 암릉구간이 있고, 새인봉 구간은 솔잎냄새 향긋하게 풍기는 기분 좋은 노송군락이 있어 산행 내내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왜 광주시민들이 무등산을 친숙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이 이유를 알아차리게 된 것입니다.


 

             새인봉으로 가면서 뒤돌아본 억새와 무등산정상


 

                             새인봉가는 송림 숲길

 


 

                           새인봉 정상부의 기암

 


 

                           새인봉 이정표


                            새인봉의 바위절벽

 



  상경길의 조그마한 소동

 

  당초 산악회에서는 오후 5시까지 하산을 완료하라고 예고하였지만 4시 반이 지나자 대부분의 등산객이 내려와 인원점검을 해 보니 4-5명 정도가 부족합니다.


  산악회장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확인한 바, 한 명은 하산 중이고 몇 명은 하산하여 약주를 들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도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재촉은 하지 못하고 천천히 들고 오라고 했는데 거의 시간이 다 되어서야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 때 한 남성이 버스에 올라 뒤로 들어가자 뒷좌석에 앉은 한 남자가 목소리를 높입니다. 왜 미리 내려오지 않고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데 늦게 내려오느냐고 못마땅해하자 이 남자는 예정된 시간 내에 하산했는데 무슨 말이냐고 언성이 높아집니다. 이를 목격한 산악회장이 시간 내에 도착한 사람을 나무랄 수 없다는 말로 분위기를 가라앉힙니다.


  선두조(8명)는 오후 3시 15분에 하산하였다고 하니 필자보다도 35분을 먼저 내려왔습니다. 필자도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렸기에 이 사람들은 더 많이 기다려 지루할 법도 하지만 하산시간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도가 지나칩니다. 그러나 단체생활을 하는 이상 가능하면 시간 전에 하산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특히 휴게소에서도 꼭 한 두 사람은 5분 내지 10분씩 늦게 나타나곤 하여 짜증이 나는 경우를 흔히 경험했을 것입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호남고속국도와 경부고속국도의 소통이 잘 됩니다. 버스는 전용차로를 달리지만 일반 차로의 차량도 소통이 잘 됩니다. 그러나 경기도 안성에 이르자 버스전용차로는 속도가 나는 반면 일반 차로의 차량은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합니다. 실컷 졸다가 잠이 깬 앞좌석의 두 여성이 바깥을 내다보며 한마디합니다.
  "이거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잘 만들었다."


  그렇습니다. 버스전용차로는 전세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등산객들에게는 구세주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나 동일한 상황 속에서 일반 차로의 승용차 안에서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고 있을 승객들은 버스전용차로를 보며 당국자를 원망할 것입니다.
  "어떤 돌대가리가 저런 것을 만들어 가지고 사람을 고생시키는지 모르겠네."  

 

  버스가 서울을 진입하자 P산행대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습니다. 의례적인 인사말을 끝낸 후 작심한 듯 이야기합니다.


  "누구든지 산악회에서 예고한 시간 내에 하산하면 됩니다. 그런데 설사 예고한 시간이 지났더라도 내려오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경우 기다렸다가 함께 떠나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차가 출발해 버리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산행을 하게 되면 누구나 컨디션이 나쁠 수도 있고 또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늦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산행을 할 때 조금 모자란 듯한 사람이 있을 경우 자신의 능력으로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완벽한 세상은 재미가 없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남을 배려하며 기다려 줄줄 아는 아량을 베풀어야 할 것입니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씨가 점점 메말라 가는 각박한 요즈음 산악회장과 같은 마음 씀씀이를 가진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무등산의 명품도 구경하고 산악회의 인정이 넘치는 이야기도 들어 기분이 매우 좋은 하루였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