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대전 식장산

산행일 : 2011.4.16. 토요일

누구랑 : 울 부부 그리고 동네 아줌씨

 

  (식장산 개념도)

 

 

토요일.

마땅히 할일도 없고 갈곳도 없다.

이런날 나서봐야 길바닥에서 아까운 시간만 다 보낼게 뻔하다.

그래도 집에만 있자니 쏘가지 난다.

그런데 마눌이 동네 아줌씨들 하고 식장산 산책이나 간다구 나선다.

 

"그럼 나두 따라갈까 ?"

 

마눌이 말린다.

저질체력 아줌씨 뒤 따라 댕기다간 당신 답답해 미처 죽을거라고...

그래두 집에 가만 있으면 더 미처 죽을게 뻔하니 그냥 따라 나섰다.

 

식장산 들머리....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넘처난 차량들이

2차선 도로의 한 차선을 또 차지해 도로가 협소해 졌다.

 

도대체

우디다 우리 차를 주차해 논다냐~?

증말 미처 죽는다.

괜히 따라 왔나부다.

드런 승질머리가 실실 나온다.

 

식장산 들머리를 한참 지나처

한갓진 농로의 공터에다 겨우 나의 애마를 주차후

도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숲을 향한 조그만 오솔길옆 이정표가 구절사를 가르킨다.

 

올커니...

그래 오늘 이길로 올라가 보자.

 

 

 

 

의외로 솔숲의 오솔길이 참 좋다.

일단 사람들이 없어 좋고.

각종 야생화와 진달래가 반겨주니 더 좋고.

평탄하고 완만한 육산이라 걷기엔 아주 그만이다.

 

 

 

 

 

십년을 넘게

한 아파트에 살아온 아즘씨들이라 어려운게 없다.

"오늘 신랑들은 우떻게 하고 나온겨~?"

물어보나 마나한 질문에

 

"용호 옵빠랑 산에 간다니 좋아라 하믄서 보내주대~"

 

거참~!

희한한 서방들일쎄~

외간 남정네랑 산에 간다믄 도시락 싸들고 쫓아댕기며 말려야 정상 아닌가 ?

 

 

 

 

요 아줌씨가 전라도 여수에서 시집을 왔는디

을매나 맴씨가 좋고 남 퍼주는걸 좋아하는지 모른다.

빈말이라두 울 마눌이

언니가 접때 먹어보라구 준 거시기 참말루 맛이 좋대 한마디만 하믄

당장 그날루 그집의 만난 반찬은 통채루 우리집으로 배달된다.

그래서...

저 아줌씨 한테는 뭔말을 함부로 할 수 없다.

 

 

 

 

숲은 칙칙함을 벗고

여기 저기서 꼬물 꼬물 새싹들이

딱딱한 나뭇껍질을 비집고 나오느랴 힘겨운 산고중이다.

머지않아 숲은 초록의 향연을 벌릴 참이다.

이제 막 여린디 여린 새순이 올라온 모습이 어찌나 이쁜지.

사실 난 저런 초록의 새순이 꽃 보다 더 어여쁘다.

울 마눌 닉네임은 내가 지어 줬다.

초록잎새로 지은 이유도 바로 그래서 인데.....

요즘 툭하면 공주의 거브기님이 놀리느랴 누렁닢새가 됐다는 둥.

떡잎이 어쩌구 저쩌구 그래서 뭐 단풍잎새가 됐다 카더라는 유언비어을 살포하는디.

앞으로도 자꾸 그럼

거브기님 옆지기 자라님을 살살 꼬실려서

자라 자라 자거라 마법의 주문을 걸어 깊은 잠을 들게 하려구 벼르는 중이다.

 

헉~!

정말 그렇게 해달구여~?

거브기 등 껍따구 다 벳겨지게 바가지 긁키게 자라님께 일러야쥐~

ㅋㅋㅋㅋㅋ

 

 

 

 

저질체력의 아짐씨들 뒤를 따라 걷는길은

여유은 물론 갖은 해찰과 공상 망상까지 할 수 있어 좋고

싱그런 숲향을 더 오래 음미 할 수 있으니 좋다.

 

그까이거

을매나 걸었다구 힘들다 털부덕 앉아 버린 도라지 아줌씨.

저 아줌씨 별명이 도라지다.

전라도 고향에서 가저왔는지 도라지를 한웅큼 나눠준 언니의 이름을 몰라

그냥 도라지 언니라구 불렀단다.

그래서 그냥 지금도 울 마눌은 저 아줌씨를 도라지 언니라구 부른다.

입심도 참 좋아 우수개 소리를 아주 잘 해 걷는 내내 우리를 웃긴게 저 아줌씨다.

 

쉴라믄 그냥 쉬지 나를 걸머지고 넘어간다.

털부덕 아무렇게나 주저앉으며 하는말.

 

"용호 옵빠랑 산에 간다구 해서"

"위서부터 아래까장 빨가케 입구 치장하고 나옴 뭐해~"

"다정하게 손 한번 안 잡아주고"

 

 

 

 

평탄하던 등로가

둔덕을 하난 넘겨 가파르게 고도를 높이더니

 

이궁~!

 

힘들게 올라온길 도로 다 까먹는 내림길이 아주 길게 이어진다.

그래서 싫다구여~?

나야 좋지.

댓빵으로...

그런디 저 저질체력 아줌씨들 오늘 죽었당~!

 

 

 

 

내린 만큼 다시 치고 올라가는길.

여그가 일명 깔딱 고개여~?

뭐가 깔딱거리는지는 모르것다.

저질 체력의 아줌씨는 좀 깔딱대는거 같기는 하다.

숨소리가 아주 거칠어진거 보니...

 

 

 

드뎌....

식장산의 봉오리중 국사봉 등정에 성공.

의기양양...

두 아줌씨들 기세등등하다.

마치 히말라야의 거봉을 등정한 기쁨보다 더한 표정들이고

다만 그옆의 초록잎새는 그 모습에 파안대소의 웃음을 짓는데...

우째 살짝 거만함이 흐른다. 

 

 

 

정상 등극의 기쁨을 알리려 하나 보다.

누구한티 ?

집에 있는 서방님한테 하것지 뭐~!

 

 

 

"앗따~!"

"근디 이양반이 뭐 하느랴구 즌하를 안 받아~?"

 

도라지 아줌씨의 얼굴에 짜증이 흐른다.

성격 좋다더니 헛말였나 ?

살짝 성격 나오네 그랴~

아자씨 즌화 받지 말아라.

도라지 언니 성격 본색 한번 보자구여~

ㅋㅋㅋㅋ

 

 

 

옵~빠야~!

나 이뽀~?

 

그려유~

이쁘기는 한디....

음주 산행 한거 같이 왜케 얼굴 빨간겨~?

 

무쟈게 부끄러워 그렇다구라~?

그러믄

초록잎새 없는디서 살짝 들이 대야쥐~

정희 아줌씨 잘못하믄 초록잎새한티 삐도 못추려

 

 

 

 

 

많이 쉬었으니 또 길을 나선다.

빨간 팻션의 도라지 언니 가방에 들어있던 간식도 동이 났으니

이제 쉬어봣자 먹을것두 없다.

 

서방님만 주려구 애지중지 아끼던 복분자 원액에

두유를 석었다는 도라지표 힘불끈 음료수를 나혼자  벌컥 벌컥 다 마셧더니

그넘의 삼형제(?)가 다같이 발광을 해댄다.

아웅~!

복분자 그게 딥따 좋다잉~ 

 

고생 끝 행복시작.

힘든길은 없고 이제부턴 룰~루랄라

아주 좋은 육산의 오솔길이 구절사까지 이어진다.

 

 

 

 

 

드뎌...

구절사가 내려보인다.

엥~?

예전의 구절사 아니네 그려~

 

그러구 봉께

여기를 와 본지 10년은 넘은것 같다.

함석지붕의 초라한 암자수준의 사찰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규모도 더 커진것 같다.

 

 

 

 

사찰이 들어선곳은

그냥 척~ 봐도 명당자리다.

내 눈엔 그저 조망만 시원 시원하면 다 명당이지만...

 

 

 

 

 

대웅전 앞뜰...

순백의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 목련꽃 아래 평상에 누워 한참을 올려다 봤다.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

그리고 새하얀 순백의 목련꽃.

봄바람이 살랑댈때면 대웅전 처마끝에 메달린 풍경의

청아한 울림이 내가슴을 파고든다.

이건 천상의 소리다.

풍경소리가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지는건 처음이다.

 

마눌 초록잎새가

이젠 그만 가자고 보챌때까지 난

평상에 누워 명상에 잠겼고 마음은 아주 평안 했었다.

 

 

 

 

 

 

 

 

 

구절사를 되돌아 나와

우리가 거처서 올랐던 쇠정골로 향한 길을 버리고

내림길이 유순하고 편안한 세천 유원지로 향한다.

 

 

 

이길로 들어서자 마자

아주 많은 사람들과 부대낀다.

한동안 우리들만의 산책에서 벗어나니

비로소 사람사는곳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팍~!

 

 

 

세천유원지...

아직도 사람들이 참 많다.

유원지의 벚꽃은 지금이 절정이다.

따사로운 봄볕 아래 나부끼는 벚꽃의 화사함으로 봄날은 화려하다.

 

 

 

 

때가 많이 지났다.

대청호반 드라이브를 하다 멋진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배가 고파 도저히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세천유원지의 음식점으로 바로 직행.

 

 

 

보리밥 2인분.

수제비 2인분.

파전 1개.

더덕주 한병.

 

시장이 반찬이라고

아주 달고 맛나게 먹어 치웠다.

 

 

 

 

 

 

더덕주가 달착지근 맛이 좋아 마셨더니

헤롱~!

헤롱~!

그래두...

헤롱거리는 눈꺼플에도 벚꽃 이쁜건 알아서 다 보인다.

어부동으로 향한 드리이브길.

환상의 꽃길이다.

이래 좋은디 뭐라 섬진강변 그 먼곳을 간댜 ?

 

 

 

 

어부동에서 되돌아 나와 이번엔 추동길을 달렸다.

특급 베스트 드라이버 운전기사 초록잎새가 조신하게 운전을 잘 한다.

덕분에 추동길에선 주독에 시달리던 산찾사 그만 깜박 잠이 들었다.

푹 한숨 잘 자고 일어나 보니....

차들이 옴쭉달싹을 않한다.

?????

워디여~

신탄진이다.

신탄진 벚꽃을 보려는 행락객들이 몰고온 차들로

도로는 말 그대로 주차장이다.

 

에잉~!

이럴줄 알았다믄 더덕주 한잔 더 들이키고

집에 도착할때까정 잠이나 더 자는 건데.

 

그래도 우야튼 좌우지당간에

오늘도 이만함 보~람찬 하루인건 분명한거 같다.

 

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