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


     보문산 : 대전 중구 대사동, 문화동  457.3m 

       만인산 : 대전 동구 소하동, 충남 금산   537.1m

        식장산 : 대전 동구, 충북 옥천 군서면  597.5m

             계족산 : 대전 대덕구 연축동, 동비래동, 구장동 423m  

 

     산행일시: 2006년 2월  2일-3일  날씨: 눈 맑음

  

 박용우님 그리운산님 늘빈자리님 장태관님 산러브짱님 오재규님 mt주왕님 백오동 요물과 함께
 
 산행구간 : 보문5거리 2월2일(20:09)-보문산(21:00)-오도산(21:47)-만인산 3일(04:09)

-머들령-곤룡재-식장산 (16:08)-갈고개-절고개-계족산 (19:03)-17번국도(20:01) 

 총 23시간 52분


 수평 거리 : 54.913   km

 


 

 

지난 가을 지도 두장을 붙혀 긴 유턴 그림을 그렸다
곱게 물든 낙엽을 책갈피에 꽂아 두는 것처럼 가지런히 두었다.
살다 살다 힘들 때 그 긴 유턴을 내 발자욱으로 콕콕 찍어 보고 싶었다.
날이 어둡고 추울 때, 봄소식 기지개를 피울 때 찾아 가리다.

   

나무도 숲도 몰랐다.
요물도 몰랐다.
"나무야 넌 어디에다 이번에 나이테를 그었니?,나도 긋긴 그었는데 어데다 그렸는지

알 수가 없구나"
"이번엔 내 나이테를 대전 보문산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에 그어주면 안될까? 부탁이다"

  

요물은 가심에 빙이 들어 잠이 오지 않았다.
아침과 한낮에 바라보는 것이 달랐고
어두움속의 칼바람과 추위에 산자락을 누볐던 대간 길만을 고집했던 1월이 그리웠다.
여름날 뒤덮었던 꿩의다리 하늘말나리 패랭이꽃들이 무성한 섶에 걸맞는 아름다운

그 위용에 압도 당했다.

  

요물은 좋은 친구 사랑받는 친구를 만났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소중한 친구를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그 그렸던 유턴을 꺼내여 요물 가심을 여는거야, 그리고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거야, 의사 선생님. 보만식계에 빙이들어 잠이 오질 않는데 처방전을 주시옵소서"
 "2월 2일 18시 30분 대전역에서 만나 청심환을 먹으면서 우리함께 보만식계 할 사람
모여"

늘빈자리 의사선생님의 처방전은 3일만에 특진이었다.

  

요물은 빙든 가심 치료되기도 전에 또 떨렸다.
이 세상에서 제일보고 싶고 궁그했던 분들 그리고 내게 꿈이 되었던 희망 내가 그토록

열망하던 지리산 태극의 길을 걸었던 왕복 종주자 분들이 손잡고 같이 가자 했다.
고집은 타고날까? 우린 사람들과 어울려산다. 제각자의 고집과 생각이 독특한 그분들과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영원한 언니 백오동이와 같이 가면될 껄. 이 못난 요물 어떻하나?

   

날이 시샘을 했다.
겨울이 지나가는 걸 아쉬워 불러보는 걸까,
아님 얼마남지 않은 入春이 오는 걸 손짓하는 걸까?


도시에서의 나를 감추고 배낭을 등에 지고 떠나는 이 마음은 날아 갈듯한데
추워진다니 이 어두움속의 추위가 겁났다. 차라리 눈이었으면 좋겠다.
아주 비라도 많이 내려 주었으면 좋겠다.

  

보문산을 오르는 이미 날은 어두움속에 있었다.
겨울이야 계절이 바뀌고 해가 지면서 다시 오는 거지만
산길을 걷는 마음이 내가 느끼고  겹쳐져 있던 산등성이들의 하늘금들은
늘 설레게 하는 것은 여느때보다 달랐다.


얼싸한 밤공기의 느낌, 장작불꽃처름 타오르는 대전시내의 야경들이 저승에서 아무런

미련없이 이승을 내려다 보는 하늘도 눈썹달옆에 별들은 그렇게 거대하게 사리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참나무길을 오르면서
소나무길에 정겨움에 애틋한 마음이 더 가는 것은 어릴 적 걸어 보았던 흑성산 아래
야트막한 산이 그리움일 것이다.


속은 알 수 없는 어두움속의 야외음악당.
처음으로 대전시내의 얼굴을 내민 테뫼식 석축산성으로 정상에 있는 將臺樓에 올라 
나무꾼이 죽어가는 물고기를 살려줘서 얻는 "은혜를 갚은 보물주머니"에서 유래해
얻어졌다고 하는 보문산의 향기에 먼저 취한다.

  

바람에 맞비벼대는 눈이 내얼굴에 묻혀 땅에 떨어진다.

흩날리는 눈속에 걷는 자연이 주는 오르가슴,
추위속에 사알짝 얼었던 빙판 길
그위에 펼쳐져 있는 갈잎들속을 하이얀눈이 또 덮어 주었다.
사알짝 덮어 주었다.


오르는 오르막도 내리는 내리막도 미끄러움이 주는 선물은
내 엉덩이 땅에 떨어지는 것, 아님 내 가슴팍 길에 키스하는 것
요물 어떻게 될까 뒤에서 조심조심 조바심 가슴 쓸어내리시는 그리운산님
지금까지 보다 더 잘살 것 같지 않아서,
그저 때묻지 않고 부끄럽고 욕되게 살다가 갈 것만 같아서 찾아 왔는데...

  

봄을 재촉하는 날개짓 소리다.
고도를 숨가쁘게 높이기도 낮추기도 하는 봉우리들이 많다.
간혹 어두움속에 간질이는 금빛색깔로 다가오는 억새들
속으로만 좋아하던 사람의 손을 처음 잡았을 때 쏘옥 들어오는 밤공기


운이 좋아 만났다고 생각만 해도 좋을듯한 흩뿌려지는 눈 길
먼저 지나간 이정표 발자욱따라 아무 생각없이 걸을 수 있는 행복
이쯤에서 시간이 멈추어 버리면 어떨까?

  

어두운 하늘아래 떨고 있는 만인산
대전과 금산을 잇는 나지막한 산, 대전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태봉고개 남쪽에 조선 태조 이성계의 태실이 있다는데 보고 싶다.
우뚝솟은 정기봉이 하늘로 솟아 오른다.


예쁘게 정돈되어 있는 만인산 자연휴양림 화장실에
내가 밟고 지나가는 파아란 카펫트길이 간이 식탁이 됐다.
이것저것 먹을꺼리가 많다.

북에서 남으로 고집하며 걸었던 길을
남에서 북으로 만인산에서  20키로가 넘는 식장산은 어떻게 생겼을까?

  
동쪽에서 여명이 트여 오르니 아침이다.
육기통엔진에 기름을 잘못부어 울언니 엔진 고장났다,
이상스런 언니 얼굴을 보면서 내 마음은 천근이 되었고
움크려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따뜻한 물과 온기로 살리는 동안
우린 얼어서 먹지 못할 것 같은 김밥과 통닭을
불구이 해 먹는 맛은 이 순간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았다.


유별날 것 같아서 날이 새길 기다렸고,
고즈넉함 속에서 마주친 숲속들이 그리웠고,
지금처럼 그대로를 말하고  자연이 주는 온기를 기다렸는데
천연한 햇살은 걷고 걷는 어느새 내 머리 위로 날고 있었다.

 

  

언니와 손잡고 걸을 수 있길 기대했던 푼수기 예상은 빗나간지 벌써 오래 전
통영 대전간 고속국도 달리는 차들이 부럽다.
머들터널 곤룡터널를 뚫어 오가는 이들이 고속화가 되었다.


굽이굽이 겹쳐져 하늘금을 긋고 있는 능선들이 뽐낸다.
머얼리서 들어오는 서대산을 보면서 또 밟아보고 싶다.
옥천군 사람들이 사는 예쁜 마을들이 한가로워 보인다.

  

 

금산까지 내려갔던 길

오른쪽으로 들어오는 정삼각형 저수지 너무도 예뻐 보이고
다시 북으로 올라와 보니 또 대전시가 보이는 것을 보니 어느때보다 힘겹게 걸었던

길 오르고 보니 식장산!
백제시대 성을 쌓고 군량을 많이 저장하고 신라침공을 방어하던 요새지였다는 기록에

연유하여 식장산이라 불렀다는 유래가 떠오르고
먹을 것이 쏟아지는 밥 그릇이 뭍혀 있다 하여  하나의 이름으로 부족해 또 다른 이름

식기산!


산기슭아래 유서깊은 고산사가 궁금해진다.
대청호 푸른물결 평화롭다.
하늘로 솟아오를듯한 산업시설물들이 아쉽다.

  

 

갑자기 추워진 날
가장 즐거웠던 계절이 언제였나 하는 생각을
바다가 좋은 여름도 청명한 가을도 아니었고
신나는 썰매타기 자치기 구슬치기 사방치기 삔치기 겨울날
춥고 어둡고 손이 터져라 놀았던 희뿌윰이 밝아 온다.
어렸을 적  행복했던 날갯짓들이 펼쳐지는 겨울이 아름답고
귀한 이유가 이곳으로 옮겨와  있다.

  


갈고개 비룡임도 길치고개 절고개 이름들이 왜 그리 처량할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파아란 물결 고요히 잠든 대청호가 위안이 된다.
걸으면서 보았던 유별히 만났던 돌탑들의 아기자기한 모습들
눈으로는 보지 않고 귀로 듣지 않고는 믿기지 않을 같이 걸어가는 식구들이

보여 주는 애뜻함을 보면서 눈에 갇혔던 요물마음 싸아해져 온다.

  
못난 요물 님과 님 사이에 끼워넣기를 잘해 잘 간다 하면서
은근해 빨리 가기를 원했던 산러브짱님의 사랑과 재치
저 오늘 진통제 세 번을 입에 넣고 계족산까지 가는 줄 몰랐지요?

  

산 모양새가 닭다리 모양으로 생겼다 하여 계족산이라고 부른다.
봉황정을 앞에두고 나무계단을 그리운산님 손에 매달리며 힘겨웁게 올라
어두움속에 같이한 님들의 박수소리에 마지막 봉우리 오른다.


계룡산의 암봉들, 유성 시가지, 대전시와 경부고속도로가 훤히 보인다는데
지락산 국사봉 꾀꼬리봉 백골산들이 대청호가 있어 더욱 아름답다는데
반짝이는 대전시내가 휘영찬란할 뿐 세찬 바람만이 버티고 있었다.


우뚝솟아 있는 봉황정의 아름다움에 비해
계족산 정상석 옆에 자리잡고 있는 커다란 무덤이 외초롭다.
정이 있어 더욱 훈훈했던 마음이 더 좋았다.
우리들의 어우러짐이 더 행복했다.

  

  

나무야!
넌 아니,  이번에 그어진 나이테가 어디에 그었는지?
처방전을 내려 주신 늘빈자리님 오늘  너무도 좋았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고난의 길 21산 종주 부디 완주하세요"


백오동 언니 이번에 너무 고마운 분들이 많아서 우리 어떻해야 하나요?


나이테 하나 그어지는 것 아쉽고 무서워
요물 가심에 빙이들어 치료해주신 분들
고왔던 마음과 함께했던 즐거움만 가지고 대전을 떠날께요.
헤어지기 아쉬워 발길이 기차에 올라서기가 힘들었답니다.

  

  

태극의 길을 걸으며 인내했던 시간이 오늘은 더욱
헛되지 않음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