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팔자(八字) 시간 문제더라!!...(진해 시루봉)

언제 : 2011.04.09(토)

누구랑 : 실사모따라 아내랑

3년전 우연찮게 진해 시루봉에 올라보고 이제 내 평생 언제 시루봉에 오를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드니 오늘에 이르러 시루봉 뿐 아니라 장복산에서부터 시루봉까지 장장 15km 환상의 능선 종주를 하게 될줄 어찌 알었으랴?...

4시 모닝콜이 은근하게 울리고나자 아내는 김밥 준비한다고 주방에서 조심스럽게 딸그락 거리고...아무리 요즘 길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평택에서 진해까지 얼마나 먼 길인가?...아침밥도 거르고 평소보다 1시간 30분이나 일찍 46명의 회원들이 모였는데 날자까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져 역사와 전통의 진해 군항제와 일정이 매치업된다.

어쨋든 사람마다 다 꿍꿍이가 다른 법이니 어떤이들은 대포 "디쎄랄"을 메고 청바지에 티셔츠 간편 복장으로 나섰으니 이네들은 필경 산행은 관심없고 흐드러져 지천이된 벚꽃잔치에 나섰으리라....하긴 나도 심청이 애비 심봉사처럼 죽기 생전에 진해 벚꽃잔치에 참석해 심봉사 개명하듯 인생말년에 대박이나 한번 터트려 보끄나?...하는 흔들림이 없었던건 아니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딸네미한테 물려받은 고물딱지 엠피쓰리를 귀에 꽂고 눈을 감은채 And I love you so, Power of love, I owe you...등 가물가물 잊혀져가는 팝쏭을 즐기는데 난데없이 기분좋은 스킨쉽이 들어온다. 옆에 앉은 막대기같은 마누라는 천만부동 아닐테고 깜짝놀라 눈을 떠보니 안성산꾼님이 내뺨에 지뺨을 비벼대며 진해팔경...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꽃잔치로 빠지면 어떻겠냐고 유혹하면서 눈웃음을 친다.

안성산꾼 : 성님... 경화역, 여좌촌 벚꽃이 쥑이는데 같이 안가실라요?....

빵과버터 : 안그래도 시방 갈등 생겨 죽을 맛이여!...

즈그들이사 대포 같은 "디쎄랄" 매고 폼 쥑일테지만 나는 초라한 똑딱이들고 쫒아댕기는 것이 영 쪽팔리는 일이고...더군다나 사람들의 쯔나미 속에 잡상인들의 거슬리는 호객소리를 들으며 먼지 마셔가며 개떼 몰려다니듯 여기저기 떼뭉쳐 다닐일이 난감하며... 아무리 벚꽃이 흐드러져 좋다기로서니 죽기살기로 용을쓰고 땀흘리며 올라선 정상에서의 호방한 느낌과 아랫도리를 옥죄어드는 뻐끈한 느낌의 성취감과 오밀조밀 키작은 야생화를 드려다보는 즐거움에 어디 비하랴 싶어....

빵과버터 : 암만혀도 안되그써!...아우님이나 댕겨오셔!...

05:30 평택 문화회관 출발

07:06 화서 휴게소 김밥으로 아침식사 때움

09:32 진해 문화회관(조각공원)에서 기념촬영후 산행시작

09:51 진흥사

10:22 샘터

11:01 장복산 정상

11:10 산자고 군락지

12:07 덕주봉

12:30 김밥으로 점심식사

13:14 안민고개

13:42 진달래 능선

14:31 석동 삼거리에서 하산

14:50 편백나무 숲

15:07 동백산장

15:36 자은초교 산행끝(6시간 4분)

07:06 화서 휴게소 저수지에 빠진 산그림자를 반찬삼아 김밥으로 아침을 떼운다.

대발로 꾹꾹 눌러싼 형형색색 울긋불긋한 김밥보다 나는 싸구랴 꼬마김밥이 부드러워 차라리 더 낫다. 멀고먼 산행에 대비하여 억지로 꾸역꾸역 밀어 넣고 있는데 아직은 아침 바람이 서늘한터라 대부분 서둘러 김밥을 먹고 버스로 돌아 갔는데 아내는 김밥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저 아래 저수지쪽으로 내려가 사진 찍는다고 바쁘다. 나는 아내에게 고함친다. 우리 간다이~잉!....

09:32 표정들을 보니 앞에서 뭔가 재미난 쑈가 벌어진 모양이다. 10여명은 벚꽃잔치로 빠지고 나머지 식구들만 진해 문화회관(조각공원)에서 기념촬영후 산행에 나선다.

하늘을 가린 주먹뎅이 만한 벚꽂들이 떨어지면 발등 깨질라!...

아내와 k형은 오늘도 뒷모습만 보여주고 자기네 방식대로 악셀레다를 밟는다. 참고로 나의 시속은 2km/h...ㅋㅋㅋ

영양가치도 없는 벚꽃을 접사 촬영한다고 씨름하고 있는데 아내와 k형은 그까이거 올라가면 지천으로 있는데?...콧방귀를 뀌면서 올라가 버린다.

진흥사 화장실에서 조그만 볼일을 보고 나니 일행들은 다들 편백나무 숲으로 사라지고 없다.

어떤 산꾼(사탄) 하나가 진흥사 야불떼기 오솔길로 들어 오라고 손을 까불르고 있었지만 나는 일행들의 뒤를 따라 편백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알고보니 그 사탄을 따라가면 장복산 정상을 지나친 정자쉼터에 이르는 지름길 이였더라

가팔랐지만 편백나무 숲을 오르는 길은 너무 좋았다.

들어가 보지 못해 아쉬운 삼밀사다. (삼밀사의 절경은 대웅전 뒤에 있는데 바로 5백 나한 석물조각이다. 1m 남짓한 높이의 전신 조각 500여 기가 계단식 돌무더기에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얼마나 많은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백나한 하나하나마다 얼굴이나 옷, 표정 등이 모두 다르다. 석가모니를 닮은 나한부터 예수, 단군 등 여러 인간 군상의 표정을 담아냈다.)

10:22 아빠따라 오빠와 함께 산행에 나선 이쁜 꼬맹이한테... 애기야? 나좀봐라! 했더니 먹고 있던 떡꼬치가 민망했던지 저렇게 요염한 표정을 짓는다. 흠!...절마 크면 인물값 좀 하겠는걸?...ㅋㅋㅋ

도대체 알피니즘이 뭐길래?...

알피니즘이란 말은 1786년 스위스의 학자 H.B. 소쉬르가 몽블랑을 등정한 무렵부터 사용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일반화된 것은 19세기 후반경부터이며 한국에서는 1920년경에 비로소 이와 같은 풍조가 일어났다.

이 무렵부터 학자와 학생들 사이에 학술조사를 겸한 스포츠로서의 등산이 보급되기 시작하였으며, 8·15해방 후에는 새로 들어온 등산 기술과 현대장비의 보급으로 국내뿐만 아닌 해외의 고봉·명산에까지 도전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기도 하였다.

즉, 기술적으로 단순한 산등성이 타기에서 골짜기 오르기, 록 클라이밍, 빙설등반은 물론 장비의 개량과 함께 불가능하다고 했던 수직 이상의 암벽마저도 오르게 되었다. 이렇게 등산이 발전해가는 동안에 하켄이나 볼트를 박고 등반하는 일은 산을 상하게 하므로 알피니즘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전개되었다. 자연을 보호한다는 것은 알피니스트의 윤리이기도 하다. 

즉 알피니즘은 단순히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에 도전해 나가면서 미지의 곳, 높은 산으로 끊임없이 향해가는 산악운동이며 등산을 위한 등산, 등산이 주는 기쁨 외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는, 산에 오르는 그 자체에 목적을 두는, 어떠한 의도를 갖지 않는 육체적, 정신적 sports이다. 하이커나 일반 유산객과의 구별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자세로 산을 대해야 한다

후미로 올라온 걸그룹과 로드(road) 매니저를 만나게 된다... ㅋㅋㅋ

11:01  나의 산행 시속이 2km/h 인줄 알었는데 이제부터 1.5km/h로 수정해야 할터!...

걸그룹과 어울려 장복산 정상에 이르니 그들의 밥타령이 나온다. 나는 불안한 예감이 들어 한발 먼저 나선다. 갈 길이 만만치 않은데 벌써부터 밥타령을 부르면 나는 어쩌까잉?...

11:10 걸그룹과 떨어져 몇십미터 앞서 걸어가고 있는데 산자고 군락이 눈에 띈다. 행여 그들이 못보고 지나칠까봐 엉덩이를 깔고 퍼질러 앉아 기다리면서 접사촬영을 하는데 걸그룹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밥타령이다...우짜문 좋노?...그네들과 짝짜꿍이 되면 오늘 종주 산행은 어림도 없고 중간에서 탈출할께 뻔하니 나는 독한 마음을 먹는다. 미안혀유!...시루봉이 기달리고 있응게!...

접사촬영 3장을 했는데 모두 노출과다로 꽝이 되고 말었다. 이 사진은 집에 돌아와 기술자(아내)가 버린 기리빠시 사진을 줏어와 시간 기록겸 그나마 올려본다. 니미럴!..똑딱이로 접사 촬영은 증말 어려워!...

노란 제비꽃은 좀 낫다.

 

 

바위손(불사초)

 

 

진해만

창원쪽

덕주봉 방향...불모산의 송신탑과 시루봉의 젖꼭지가 희미하게 보인다

부산 금정산의 금샘과 닮았어라

 

이제 덕주봉이 가깝다

12:07 덕주봉 정상

안민도로의 벚꽃길이 눈에 훤하다

덕주봉을 돌아보며

 

 

  제법 부지런히 걸어 왔는지 소나무 가지사이로 신사님의 모습이 보인다

12:30 신사님을 뒤쫓아 이쯤에 이르니 권회장님과 7~8명의 일행들이 점심을 끝내고 자리를 걷는 중이다. 이들과의 시간차이는 길어야 10여분...굵은 오이 고추 1개, 오이 소백이 김치, 총각김치, 상추쌈, 고추장등 그네들이 먹다 남은 음식에 전부 아도를 때린후 먼저 가시라고 하면서 허겁지겁 김밥을 먹는다. 권회장님이 시루봉까지 3시간 걸릴테니 안민고개에서 내려간다고 하자 나는 내 처지는 생각도 못하고 서운한 마음에 깜짝놀라 브레이크를 건다.

신사님 : 성님... 언치것우...천천히 드슈!...

빵과버터 : 아니?...회장님.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는데 그냥 시루봉까지 갑시다.

조대장님 : 회장님...좀 늦으면 어떻습니까?...시루봉까지 가시지요...

권회장님 : 그럼 그럴까...

조대장님까지 거들고 나서자 마음 약해진 회장님은 후미 걸그룹 매니저(독일 병정)한테 현재 위치가 어디쯤이나교 무전을 때린다.

권회장님 : 그러면 6명 책임지고 안민고개에서 내려가슈...오버!

권회장님과 일행들이 방을 빼고 떠난 자리에 언제부터인가 젊은 여자 둘이 등을 돌리고 점심상을 펼친다. 복장을 보니 산깨나 타본 짠밥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한손에 파란 푸라스틱 병을 들고 흔들고 있는데 생탁이라는 글씨가 훤하게 보인다.

너무 여자다워 조신한거냐?...속 멋은 황량하고 겉 멋만 화려한 것이냐?...내 생긴 꼬라지가 맘에 안들은 것이냐?...노인네 혼자 처량맞게 김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 불쌍하지도 않은지 빈말이라도 한잔 드시라는 말도 없이 지그들끼리 쭉 들이키고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다...허~~ 저런 인정머리 없는 것들 같으니라구!....ㅋㅋㅋ

 

 

13:14 안민고개 생태교를 건너면서 나는 딜레마에 빠지게된다... 여기서 산행을 접어야 하는지?...더 가야 하는지?...최대장님은 뒷풀이 장소로 이동해야하니 6시간 산행시간(3시 30분까지)을 꼭 지켜달라고 곡진하게 말했는데 시루봉을 거쳐 자은초교까지 내려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니 갈때까지 가다가 안민고개로 되돌아 오거나 아니면 중간에서 탈출한후 택시로 자은초교까지 가자고 뱃장을 정한다.

안민고개 생태교에서

 

헬기장을 지나면 임도와 함께 나란히 핀 진달래 능선이 시작된다.

젠장!...접사는 어려워! ...

 

안민고개에서 산행을 끝내고 도로를 터덜터덜 내려가고 있을 걸그룹에게 진달래 능선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나를 쫒아 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핸폰번호를 모르고 있으니 아쉬울 뿐이다.

진달래 능선에서

 

 

양지꽃

 

암봉 앞에 이르자 일단의 산꾼들이 어떻게 해야할지 우왕좌왕 갈팔질팡하고 있다. 나는 지도를 펴놓고 석동에서 내려가면 시간이 충분하다 싶어 널널하게 불모산의 송신탑과 시루봉을 조망하고 있는데 어떤남자가 나에게 길을 묻는다.

어떤남자 : 시루봉까지 가야하는데 시간은 없고... 진해구청으로 갈려면 어디로 가야 한데유?...

이미 탈출 지점을 확인한 나는 지도를 쫙 펴보이며 의젓하고 점잖하고 노숙하게...

빵과버터 : 요기가 방금 지나온 철탑이고... 요기가 여기쯤이니 조금만 내려가면 오른쪽 석동으로 빠지는 길이 있을껄요...

암봉에 올라 산길이 이어지는 불모산 삼거리와 웅산을 바라보다

그리고 오른편으로 아쉬운 시루봉

 

 

 

 

14:31 기다리게해서 미안해!...시루봉...나는 더 이상 갈 수 없어...나는 약속을 지켜야해!...사람 팔자 시간 문제라는 것을 너는 알고 있지?...ㅋㅋㅋ. 시루봉에 아쉬운 눈길을 주며 가볍게 내려선다

편백나무 숲에 들어서자 과연 서늘하고 뭔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공기맛이 달라진다. 편백나무에서 방향되는 피톤치드라는 물질이 인간의 질병 및 생태계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말기 대장암 환자가 장성의 편백나무 숲에서 치료하는 모습이 TV에 나왔던 일이 있었다.

대숲 우거진 나무다리를 건너...

세멘트 도로에 이르니 구수한 토종닭 삶는 냄새가 나고...

거기에 동백산장이 있었다

 

 

혼자 터덜터덜 내려오는 나와 눈이 마주친 마을 아낙네가 먼저 알은체를 한다.

마을아낙 : 자은초교로 가실꺼지예?...

빵과버터 : (속으로 : 옴마!...귀신같네!...어떠케 아러쓰까이!...) 예!...그런대요....

마을아낙 : 요 알로 쭉 내려가 아파트 단지를 건너서 쭉 가면 자은초교로 갈끼라에...

빵과버터 : 고맙습니다...그런데 얼마나 걸릴까요?....

마을아낙 : 한 10분이나 걸릴라나 어찔라나....

빵과버터 : 고마워서 그러는데 기념으로 아줌씨 사진 한 장 박어가도 되겠지요?...

마을 아낙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돌려 버린다. ㅋㅋㅋ...

 

 

부처님 오신날이 가까워 졌는지....

석동은 샘이 날 지경으로 쾌적하고 깨끗한 주택단지다. 공인중개사 사무실 유리창에 34평 - 2억 9천이라는 표지가 눈에 들어오고...요즘 애들은 주눅이나 수줍음을 모르고 자란다. 먹고 살 만해서 자식을 오냐오냐하며 기르니 밝고 활발해서 좋긴한데...어떤 놈들은 너무 까져 같구선?...

오!...역시 사진은 빛의 예술이여!...ㅋㅋㅋ

15:36 나는 말을 너무 잘듣는 6학년 4반 학생이여!...ㅋㅋㅋ

자은초교 실내 체육관에 딸린 화장실겸 샤워장 시설은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호텔 수준으로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다. 설핏 체육관 안을 드려다보니 젊은 아줌마들이 반질반질 윤이 나는 노란 마루바닥에 배구네트를 쳐놓고... 구령소리 호각소리가 힘차게 들리고...

께끗한 신식 세면대도 황감한 판에 샤워까지는 감당하기 어렵고... 웃통을 벗어부치고 머리를 감고 있는 사내 옆에 조용히 서는데 복도에서 운동복 차림의 젊은 여자가 기웃하고 드려다 보더니 웃통을 벗은 사내를 보고 옴마!...하면서 돌아선다. 재수 옴붙었다는 뜻일게다...

가만히 머리셈을 굴려보니 학교에다 돈을 주고 체육관을 임대한 동네 아줌마들의 주말 배구 동호회원들이 운동 끝내고 씻을려고 세수 비누까지 얌전히 준비해 두었는데 무슨 산적같은 사네 두놈이 허연 비겟살을 드러내놓고 머리를 감고 있으니 원님 행차에 바당쓸어 놓았더니 똥개가 먼저 지나가듯 똥탕을 튀긴 꼴이 아닌가?..ㅋㅋㅋ

말갛게 세수하고 머리 감은후 아내와 K형을 마중하러 나섰으니 흔치 않은 일이 생긴 것이다...ㅋㅋㅋ

신세진 자은 초교를 바라보며...

내눈으로 확인된 대형버스가 5대, 봉고차가 4대...저렇게 신도수가 많고 돈 많은 교회를 난 처음본다. 그러나 정작 이 그림을 올리게 된 이유는 교회 때문이 아니었다. 전국에서 꽃잔치에 나선 사람들이 얼마나 많었는지 길이 막혀 고속도로애 들어서기까지 1시간 50분이나 결렸으니 어떤 사람들은 무슨 수로 오줌을 참을수 있었겠는가?......ㅋㅋㅋ (산행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