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장장함이 느껴지는 곳


 

천자봉 - 시루봉 - 웅산 (경남 진해)


 


 


 

2009. 6. 13 (토)

삼촌과 함께


 


 


 

대발령 - 천자봉 - 502봉 - 시루봉 - 웅산가교 - 웅산 - 477봉 - 안민고개


 


 


 

1년 여 만에 찾아간다. 이 시간만큼은 최대한의 느림으로 바꿔보려 하는데...

느림에 대한 매력은 여유에 있다. 살면서 때론 느림에 익숙해질수록

마음은 편안해 질 수 있는 세상사의 한 켠이 될 수도 있다.

 

애써 지나쳐 버리려는 오만함과 그냥 스쳐 지나는 무관심의 발로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무기력에 지나지 않는다.

훌훌 털어버리고,

내안의 느림과 여유를 승화시켜 보는 것이 어떨까.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낼 것 같은 한여름의 초록보다

야들야들한 연초록빛을 띤 6월이야말로 초록이 가장 아름다울 때,

진초록의 진수가 확연히 드리울 때,

당당히 고개를 내민 작은 산유화 하나까지도 차분하게 눈과 마음에 담아야 했다.


 

 

 

 
 
 
쉼터에서 바라본 STX
 
 
 
 
 
 
 

6월의 유장한 수림은 憂傷한 마음을 치유해주었다.

그 세속의 아픔은 여기에서 바람결에 홀홀 떨어버리는 한 미세에 불과할 뿐이니

천자봉이 주는 은혜에 감읍할 따름이다.

몇 그루의 관목이 가는 길 앞에 서서 훈풍과 역동의 에너지를 발산하여준다.


 

 

 

 


 
 
 
 
 
 
 
 
 
 

마음의 향을 밝히며 점점 깊숙이 산허리로 숨는다.

휑한 어둠이 빛에 가려 심미안에 익숙해지기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그제야 목 계단이 보이고 마음 소리로만 들리던 천자봉의 흐름이 눈에 들어왔다.

 

정자쉼터에 걸터앉아 온기를 호흡한다.

매캐한 연무로 눈이 조금씩 쓰려오지만 자연의 온기 앞에는 미물에 불과하다.

그냥 스친다, 아무렇치도 않은 듯이.

천자봉 수림 속에 한가히 떠도는 해무는 여름날의 멋진 순수화로 담백한 휴식을 선사한다.

 

 

 


 

 
 
 
 

하늬바람이 골짜기를 후비고 지나가며 풍경소리로 적막을 때린다.

그 바람을 타고 편백나무 수림이 산 그림자속에 하늘거리며 파랗게 신이 났다.

 이웃 골(谷)들의 수림도 덩달아 신이 난 듯이 나풀나풀 거리며 바람을 일으킨다.


 

 

 


 

수목이 울창한 웅산이 가물거리고 옆으로 흐르는 무림의 물결이

너무나 깨끗해 보기만 해도 답답한 속이 확 뚫린다.

소담한 산로를 지나며 살포시 옆을 스치니 포근한 빛이 스며드는 두 갈래의 길이

유정하게 비친다.

내가 가는 길 또한 예외는 아니다.

 


 

 


 

 

훈증의 열기에 땀이 주룩 흘러내렸고, 세속에 적응하느라 생긴 피로도 함께 흘러내렸다.

곱게 자리한 산맥의 무림들이 청정한 숲의 바람되어 몸을 식혀준다.

이 청량함이란, 부드럽고 촉촉이 전해진 몸으로 숲의 향이 수고스럽게 스며든다.

 

 

 

 


 

 
 
 
 
 
 
 

신록에 덮여있는 쪽빛 하늘로 뭉게구름이 자적하게 흘러간다,

더없이 푸르름이 생성된 6월의 기운이다.

만상이 빛깔을 달리하는 여름 길의 소나무가 그 세월을 안는다.

 

 

 


 

 

발바닥에 전해오는 흙길의 부드러움.

온 몸을 구석구석 훑는 숲 바람에 몸은 구름같이 날아가는 기분이다.

허브향이 퍼지듯 피부가 시원해진다. 裸身으로 맘껏 숲길을 달리고 싶다.

자연의 옷을 입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이 기분, 초록이 온 몸을 휘감는다. 

 

아, 위 , 대 , 한 자연이여.

 

 


 

 

한눈에 굽이치는 늠름한 봉우리와 그 옆으로 아스라이 휘어 감겨있는 능선의 아름다운 풍광은

마치 하늘과 바다와 나무가 싱그러운 빛깔을 서로 경쟁하듯 시샘한다.

산과 바다의 열림이 뚜렷이 전해왔다.

 

 

 


 

 
 
 
 

녹음이 짙어가는 웅산, 시루봉 자락, 그 전설을 좇아 굽이굽이 가다보면

몸과 마음이 싱그럽다.

산과 바다, 오묘한 이합의 이치며 원시의 절대미를 보여주는

계곡과 웅천바다의 목가적 풍경,

너무나... 여름날의 가당찮게 보여 질 수도 있는 그림이다.

뗄 수 없도록 발길과 눈길을 흩날리게 한다.

 

 

 


 

 
 
 
 
 
 
 

초록의 시트 속에 묻혀 살며시 눈을 감는다.

떡갈나무, 굴참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가 자장가로 들린다.

시루봉의 숲은 그렇게 그렇게 내 몸으로 들어왔다.

 

 

 


 

 

숲 터널 도처에 바다로 툭 트인 암릉지대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가히 일품이다.

안개장막에 가리운 하늘과 황금햇살에 빛나는 바다의 선유 같은 풍경은

청회색의 컬러 물감으로 곱게 분단장을 한 듯 하다.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시가지의 전원적인 풍경, 그 너머 올망졸망 내비치는 섬들,

병풍처럼 산과 바다를 두루두루 살피고 있는 장대한 능선의 寶庫는

세월이 그려낸 비범한 풍경화이다.

 

 

 



 

 
 
 
 

눈이 부실 정도로 광채가 나는 환한 은백색이다. 곱고 아름다운 美麗水에 빠져들고 말았다.

적잖은 핑계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사실이니까.

한곳에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이곳저곳 살피고 싶은 욕심이 스멀스멀 흘러나온다.

최고조에 달하기 직전이다.

억제하지 못하고 무엇이든 퍼 담는 ‘놀부 심보’를 닮아가고 싶을 뿐인 시간이다.


 

 

 

 


 

쌀가루 뒤덮힌 하늘과 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이곳이 마냥 아름답다.

정자를 에워싼 떡갈나무가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을 아름다운 산수화를 만들어낸다.

 

 

 


 

 
 
 
 
 
 
시루봉을 배경으로
 
 
 
 
 
시루봉  상봉
 
 
 

그만큼 이야기가 많고, 그림이 괜찮은 곳.

초여름이지만 바닷바람과 나무들이 빚어내는 푸름 덕택에 온몸은 시원한 전율로 가득 차 전해 온다.

 

 

 


 

 

전망능선에서 바라보는 웅천의 전경은 황홀하다. 안개바다의 몽환적 분위기는

묘연한 연출을 일어내는 주연으로 탁월한 연기가 주는 감흥에 여기가 마냥 사랑스럽다.


 

 

 


 

녹음이 짙어가는 불모봉 자락, 화려한 변술에 능하고 휘황찬 녹계가 빛 속에 묻혀 

深穩하게 탈바꿈한 모습은 정정한 풍도이다.

그 자락에 스스럼없이 온몸을 맡기고 있는 것이 너무나 행복스럽다.

 

 

 


 

 
 
 
 
 
 
 

이 현란한 경치에 발목 잡혀 자리를 깔고 폐부의 숨소리를 서서히 토해낸다.

하늘에 닿아있는 산봉들의 정취가 초여름에 빛나는 조연이 되어준다.


 

 

 


 
 
 
 
 
 
웅산가교에서
 
 
 

 

구름속에 잠긴 무림의 그림자가 조용하다.

중천의 햇발은 나올 줄 모르니 한나절을 넘겨야 비출 것이다.

노을에 드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숲속의 오후는 짧고도 길었던 그들만의 행복한 이야기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불모산의 잔영이 빛에 물들어 좀더 가까이 다가온다.

그 위용은 하늘을 찌를 듯 하늘금과 맞닿아 있다.

무림 또한 황금빛에 수놓은 수채화속의 방점이다.

수려함 속에 비춰지는 여름날의 잊지 못할 풍경은 이토록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능선 따라 걸어온 길이 幽靜하게 느껴진다.

햇발의 속도는 점점 더 빠르게 시간의 흐름을 종속시킨다.

안개속의 그림자도 서서히 변화되어 온 산야에 유려한 수를 놓는다.


 

 

 


 
 
 
 
 
 
 
 
 
 

느릿느릿한 덕주봉, 장복산의 정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노을빛 하늘 위로 그려진 하얀 뭉게구름도 아름다운 석양에 몸을 맡긴 채

여름날의 환희에 마침표를 찍는다.

 

 

 


 

 
 
 
 
 
 
 
 
 
 
 
 
 
 
 
 
 
 
 

전망봉에 이르자 석양의 초입으로 들어선 듯 바람결은 사뭇 유유하게 불어오고,

 쉼터 언저리에 비추는 햇빛은 한없이 늘어지니

춘풍의 계절은 퇴색되어 멀어진지 오래다.

 

 

 

 


 
 
 
 
 
 
 
 
 
 

햇살 좋은 여름날을 만끽하는 이즈음 과감히 고철을 버리고

발품이란 훌륭한 페달로 유적하게 걸어보았다.

그것도 과감하게...

다음에는 좀더 여유있게 너를 찾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