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5일 대구 참사랑산악회의 9분 산님들(기경환, 임상택, 권재형, 박영홍, 천정미, 차성섭, 나경숙, 차수근, 박금선님)과 수도산을 우정 산행하였습니다. 서울 일원에 거주하는 5인(성봉현, 조부근, 범솥말, 시인마뇽과 저)이 대구팀의 초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합동산행이었습니다.

  

화창한 날씨에 약 5시간 반동안 수려한 산을 셋(흰대미산, 양각산, 수도산)이나 밟으면서 대구와 서울의 우정을 다져 본 마음속에 남는 산행이었습니다.

  

주요 장소에서의 시각표입니다.

장 소

도착시각

고 도(m)

비 고

심방마을

10:21

642

산행시작점(버스로 도착)

흰대미산

11:11

1,018

헬기장

11:29

947

양각산

12:03

1,150

중식장소

12:27

1,116

수도산

14:27

1,317

최고봉

수도암

15:47

961

주차장

15:56

940

산행끝점(버스대기)

  

산행 트랙을 구글어스로 보았습니다.(GPS 트랙에서 구글로)

  

  

  

  
  
  

  

1. 수도산이란?

  

솔직히 말씀드려 결코 예상치 못한 산을 방문하였습니다. 수도지맥이라는 말은 어렴풋이 들었지만 수도산에 가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자 행운이었습니다. 수도산은 산의 동쪽 아래에 있는 수도암이 신라후기부터 유명한 참선도장이었기에 그 이름을 따른 산인데, 경상남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에 자리잡은 비교적 높은 산(해발고도 1,317m)으로 서쪽 약 30km의 가야산(1,432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장쾌하고 황홀한 그런 곳이었습니다.

  

또한 수도지맥으로 말하면 백두대간 대덕산(1290.9m)에서 분기한 뒤 남쪽으로 황강을 끼고 진행하여 황강이 낙동강에 합수하는 지점까지 약 103km의 산줄기로 이곳 수도산을 지나가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오지에 속하는 청정지역으로 문명의 공해가 적은 산으로 보였습니다. 특히 단지봉으로 해서 가야산으로 향하는 능선은 꼭 걸어보고 싶도록 멋지게 보였습니다.

  

2. 대구의 산님들

  

참사랑산악회의 회장을 맡고 계신 기경환님은 앞장 서서 산행을 이끄시는 건각이었고 마침 햇볕이 강해지자 런닝셔츠 바람으로 산행하는 열정을 보여주셨습니다. 적을 향해 앞장서 돌진하는 훌륭한 지휘관의 인상을 풍겼습니다.

  

총무를 맡고 계시고 흰색의 햇빛가림모자를 쓴 권재형님은 사막을 누비던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연상케 하였습니다. 1대간 9정맥을 모두 끝내셨다는 데에서 우리 땅에 대한 사랑과 산행의 지략을 엿보게 하는 풍모였습니다.

  

대오의 맨 뒤에서 후미를 챙기시며 오던 산행대장 임상택님은 멕시코의 민중들을 위해 싸웠던 쾌걸 조로를 생각게 할 정도로 활기차고 속이 깊게 보였습니다. 처음 뵙는 분들에 대한 짧은 단상인지라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르지만 첫 인상을 이렇게 기록해 봅니다.

  

나머지 대구의 산님들도 남성은 한결같이 튼튼하고 마음씨 좋게 생기고, 여성은 예쁘고 걸음이 빠르셔서 대구가 참산악인들이 많은 곳이구나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대구하면 제게 떠오르는 분이 대구출신의 산악인으로 1977년 에베레스트 원정대에서 1차 공격조로 선발되었던 박상열님입니다. 그분이 쓴 책, ‘눈속에 피는 에델바이스’에서 진솔한 여러 가지 산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상 등정에는 실패했지만 사력을 다하여 8,400m의 고소에서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 양각산까지

  

서울역에서 6시 25분발 KTX를 타고 동대구에 도착한 시각이 8시 10분경, 대구의 산우들이 역에 마중 나와 주었습니다. 그분들이 준비해온 중형 버스를 타고 산들머리인 심방마을로 향합니다. 88고속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진행하다가 거창휴게소를 들러 아침식사를 하기 로 합니다. 버스에 싣고 온 따로국밥을 두 번이나 배급받아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를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잘 생긴 산들이 주위에 포진해 있는데 오늘 가려는 수도산에서 흘러온 수도지맥이 이곳 근처의 산들을 통과한다고 하며, 그중 하나의 산 이름이 미인봉이라서 특이했는데, 미인봉은 멀리서 본 프로필이 미인이 누워있는 것처럼 생겨서 그렇게 불리운다고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떠난 버스는 가조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나와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수도산을 향했습니다. 한참을 가다보니 특이하게 생긴 돌산이 나타나는데 이름이 보해산이라고 합니다. 보해산을 지나서 한참을 더 가서 10시 20분쯤 수도산밑의 심방마을이란 곳에 도착하였는데 이곳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였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각자 산행준비를 한 후 맨 처음 목표인 흰대미산을 향해 오름을 시작했습니다. GPS로 확인해 보니 시작점의 고도가 약 640m가 되어 고도가 1,018m인 흰대미산까지는 고도차 500m만 올라가면 되었는데 경사로는 조금 센 편이었습니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더워져서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진행하는데 날씨가 산행하기에 딱 좋을 정도로 느껴졌습니다. 모두 14명이 산행에 나섰는데 산행을 하다보니 각자의 걸음이 달라서 서너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서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중간보다 약간 처져서 힘들게 언덕바지를 올라갔습니다.

  

11시 11분 정상석에 ‘흰덤이산’이라고 적혀있는 흰대미산에 힘들어 하며 도착했습니다. 선두가 먼저 와서 쉬고 있었습니다. 후미를 기다리며 경치를 감상하였습니다. 맑은 날씨이지만 약간의 안개가 끼어 멀리 보여야 할 지리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덕유산과 백두대간상의 대덕산은 뚜렷이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후미가 도착하고 간식이 돌려졌고 기념사진도 촬영하였습니다.

 

 

 

 

 

 

 

 

 

 

 

  
이제 다음 목표인 양각산을 향할 차례입니다. 능선에 올라선 셈인지라 이제부터의 산행은 약간 쉬워진다고 해야겠지요. 11시 29분 헬기장이 마련된 공터를 지났습니다. 봉우리 하나를 더 넘는데 아마 양각산의 또 다른 뿔인 것 같습니다만 산행 중에 알아채긴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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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03분, 드디어 양각산에 도착했습니다. 뒤쪽의 바위에 올라가지 않는 이상 360도 시야가 트인 건 아니지만 내려다보는 경치가 아주 좋았습니다. 흰대미산-양각산-수도산을 잇는 능선은 정말 산중의 산인 듯,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진 느낌을 주었습니다.

  

멀리 지리산, 덕유산, 황매산 등으로 둘러싸이고 가까이론 가야산, 삼봉산, 대덕산, 단지봉, 월매산, 덕유산 등으로 둘러싸이는데 산에 대한 지식이 얕은 제게는 가야산과 덕유산, 그리고 대덕산을 일별해 볼 뿐이었습니다. 그것도 겨우 대구 산님들의 귀띔을 듣고 나서였습니다.

  

산공부를 하려면 여기 다시 와서 실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양각산이나, 더 높은 수도산 정상에 등산의자를 하나 놓고 지긋하게 앉아서 컴퓨터를 켜고(무선인터넷이 될까요?) 인터넷 서핑으로 선답한 분들의 산행기와 산행사진을 읽고 대조하며 실물로 존재하는 주변의 산들을 둘러보며 사진과 스켓치, 그리고 글로 기록한다면 실로 수십개의 산봉우리를 확인하고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산줄기를 홀로 걷다보면 이렇게 와일드한 상상력이 저를 들뜨게 합니다. 상상은 접어두고 우선 양각산 정상에서 여러 컷의 사진을 찍어 봅니다.

  

  

  

  

  

  

  

  

  

  

4. 식사와 산줄기 이어가기

  

식사를 하고 가자는 말씀들이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12시 27분 쯤, 드디어 적당한 장소가 물색되고 맛있는 식사를 하기 위해 후미를 기다리며 자리를 폈습니다. 얼마 후 후미도 도착되고 각자의 도시락이 펼쳐졌습니다.

  

우선 향긋한 복분자주가 돌려지고 모자라는 분은 소주를 더 마셨습니다. 대구분들이 준비한 반찬이 역시 압권이었고 그중 인기는 향토색이 물씬 나는 것들이었습니다. 산나물(머위?) 삶은 것이 된장과 함께 나오고, 갓김치와 고들빼기 김치도 다른 화려한 반찬들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우정과 음식을 나누는 맛있는 식사도 끝나고 다시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선두를 이끄는 기경환 회장님을 따라 선두조에 끼려고 앞장 서 출발했습니다. 이 넘은 몇 잔의 술로 얼굴이 불콰해졌는데 정신도 약간은 얼얼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산행속도도 나지 않아 곧 회장님을 놓치고 숨가쁘게 그 자취를 따라 허겁지겁 몸을 채근할 뿐이었습니다.

  

능선을 걸으며 보는 경치는 계속 멋이 있습니다. 암릉도 나와서 약간은 귀찮게 하지만 암릉위에 서면 시야는 확대되고 정신은 더욱 고조됩니다. 그런데 1,000m 넘는 고지대인지라 이곳은 아직 겨울 풍경입니다. 나무들이 다 옷을 벗고 있습니다. 멀리 낮게 패인 골짜기를 내려다 보아도 아직 봄의 그림자는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진달래꽃을 감상하기엔 아직 일렀습니다. 그러나 봄이 없는 대신 겨울 산의 고집이랄까 단정한 질서를 걸으면서 느낄 수 있었기에 충분히 산을 즐길 수는 있었습니다. 금강산의 겨울 이름이 개골산이라 하였다는데 겨울 산의 엄정한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식사 후에도 고도가 차차 높아지는데 봉우리를 몇 개 지나서 이제 서봉(신선봉)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수도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우측으로 꺾입니다. 경치를 몇 장 찍어 봅니다.

  

  

  

  

  

  

5. 수도산에서의 조망

  

14시 27분, 힘이 많이 소진된 채 오늘의 최고봉인 수도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산객 몇분이 바위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비교적 큰 돌탑이 서 있고 그 앞에 고착되지 못한 정상석의 조각이 세워져 있습니다.(산행 후 다른 분들의 산행기를 일그며 정상의 사진을 보니 돌탑이 둘이었는데 하나만 서 있습니다.).

  

높고 낮은 산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어 우리들은 산의 정중앙에 위치하는 듯 합니다. 후미를 기다리며 마음껏 경치를 감상합니다. 이때 배낭속에서 비장의 무기처럼 숨겨 놓았던 큰 카메라(캐논 30D)를 꺼내었습니다. 360도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 볼 생각으로 정상에 서서 빙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 두었습니다. 첩첩산중의 중앙에 선 기분인지라 사진촬영을 잘 해두면 산줄기 공부를 많이 하게 될 듯 했습니다.

  

내려와서는 수도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들을 이어붙여 보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포토샵으로 붙여서 360도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 산줄기를 이해해 보려고 애쓰며, 현장에서 왜 더 열심히 확인 안 했는지 후회가 되었습니다. 찍어 놓은 사진은 많은데 매끄럽게 연결이 잘 안되어 고생했으나 겨우 맞추어 놓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서 여러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현장에서 좀 더 정신 차려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통감했습니다. 우선 사진촬영 순서에서 우에서 좌라든지, 좌에서 우라든지 일정한 법칙을 세워두어야 하고, 찍는 중에 산님들이 막을 수 있으므로 주위 산님들에게 양해를 구하더라도 일관성 있게 연속해서 찍어 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카메라의 메타데이터를 확인하는 중에 시간기록도 1시간 45분이나 늦게 기록되었던 것을 알았습니다.

산행을 후에 반추하기 위해서는 사진촬영과 GPS 데이터수집, 그리고 펜에 의한 기록이 필수일 것 같습니다. 기록을 하지 않는 저의 습관이 반성되었습니다.

  

수도산 꼭대기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며 산줄기를 확인하겠다는 생각은 사실은 산 위에서 한 것이 아니고 내려와서 사진을 정리하며 한 생각이었습니다.

  

  

가장 긴 경치

  

  

  

  

  

  

  

  

  

  

6. 대구의 성찬

  

수도암으로 내려오는 길은 힘든 길은 아니었습니다. 산행의 클라이막스가 수도산 정상이라면 그 밑의 수도암 감상은 보너스일 듯 했습니다.

  

수도암은 신라말기의 탑과 돌부처 둘이 보물로 지정되어 보물이 셋이나 존재하는 중요한 절이었고 그 역사도 깊어 주목 받을 만한 절이었습니다만 산행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에는 그저 기계적으로 사진을 몇장 찍어둘 뿐이었습니다.

  

  

  

  

  

  

  

  

  

  

  

  

  

  

오후 3시 47분 수도암에 도착하고, 약 10여분 절을 돌아본 후 3시 56분에 수도암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침의 버스가 기사분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기사분도 털털한 성격에 유모러스한 분으로 대구 사람의 질박함과 여유를 느끼게 해주셨습니다.)

  

이제 먹고 마시는 일만 남은 듯 했습니다. 임상택대장께서 자주 들르신다는 토속음식점에서 토종닭 도리탕에 소주와 맥주, 막걸리가 춤을 추고 백숙으로 마감을 하였습니다. 중간에 음식점 주인께서 직접 받으신 고로쇠액과 참사랑산악회 여성회원님들이 직접 제조해서 가져오신 쑥떡도 뱃속으로 밀어넣어야 했습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행복하고 질펀한 잔치였습니다.(대구 산님들 감사합니다.)

  

잔치가 끝나고 동대구역으로 오는 길은 멀기도 멀어 보였지만 차내에서 벌어진 즉흥 노래와 인사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특히 권재형 총무님의 재치있는 사회에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디테일을 쓰려면 또 한참을 써야 하지만 산행기인지라 못 쓰니, 더 자세히 못 쓰는 점 이해해 주십시오.)

  

동대구역에서 서울에서 오신 네분(성봉현, 조부근, 범솥말, 시인마뇽)은 떠나고 저는 울산을 향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버스 시간이 1시간 20분이나 남게 되었는데 그 시간 동안 기경환, 권재형 두분께서 터미널 앞에서 맥주를 사주시며 환송회(?)를 베풀어 주셨습니다.(감사합니다.)

  

이렇게 하여 아주 긴 하루가 끝났습니다. 얻은 것은 수도산의 경치와 우정이었고, 잃은 것은 절제하지 못하고 독한 액체로 뱃속을 채운 것이었습니다.

  

후기 1 (삽질 편)

  

수도산 꼭대기에 서 찍은 사진을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이어 붙여서 어쨌든 360도의 파노라마사진을 만드느라 많은 시간을 삽질하며 보냈습니다.(파노라마 팩토리라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시간이 없어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구 님들을 위해서라도 이번의 귀중한 경험을 산행기로 기록해 보려고 마음 먹었지만 시간의 부족을 절감했고 결과적으로 꽤 늦어졌습니다. 산행시간보다 정리하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에 더욱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같이 갔던 시인마뇽이 이미 산행기를 써 놓았습니다. 같이 보시면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http://www.koreasanha.net/bbs/view.php?id=4611&page=1&sn1=&divpage=6&sn=on&ss=off&sc=off&keyword=시인마뇽&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4819

  

후기 2 (어메이징 그레이스 편)

  

산행 후에는 그분과의 대화가 빠질 수 없었습니다.

  

‘저는 보았기에 믿게 되었습니다.’

  

‘무얼 보았느냐?’

  

‘대구 친구들의 우정과 수도산의 경치를 보았습니다.’

  

‘보지 않고 믿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까칠한 그분)

  

‘보지 않고 믿을 능력이 제겐 없사옵니다.’

(저도 까칠하게.....)

  

‘살이나 빼라. 산에 다니다면서 부끄럽지도 않으냐?.’

  

'우정의 살이옵니다.'

  

'내가 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