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산

 

 

                              *산행일자:2010. 4. 25일(일)

                              *소재지 :경북김천/경남거창

                              *산높이 :수도산1,317m, 양각산1,158m, 흰대미산1,018m

                              *산행코스:심방마을-흰대미산-양각산-수도산-수도암

                              *산행시간:10시25분-15시59분(5시간24분)

                              *동행 :대구참사랑산악회 9명 및 서울5명 총14명

                               (대구:기경환, 임상택, 권재형,박영홍,천정미, 차성섭, 나경숙, 차수근,박금선님

                                서울:하이맛, 범솥말, 조부근, 성봉현님과 우명길)

 

                              

  서울역을 아침6시25분에 출발하는 KTX에 올라 대구로 향했습니다. 대구의 참사랑산악회의 초대로 경북김천과 경남거창을 어우르는 수도산을 오르기로 되어 있어 새벽같이 산본 집을 나섰더니 열차에 오르자마자 마구 눈꺼풀이 내려앉아 대전에 이르러서는 옆자리의 친구와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단잠에서 깨어나 동대구역에서 하차하여 저희들을 기다리는 대구 팀의 기경환 회장 등 9분을 만났습니다. 이번에 처음 합류한 하이맛 친구와 대구 팀 서로 인사를 나눈 후 25인승(?) 버스를 타고 수도산으로 향했습니다. 거창휴게소를 들러 참사랑산악회에서 준비한 국밥을 들고 나자 오도산의 육감적인 미녀봉이 생생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88고속도로를 벗어나 이 길보다 더 시골스런 길로 들어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남거창의 심방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오전10시25분 심방마을 앞 정자에서 수도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동작이 굼 튼 제가 산행채비를 마치고 나자 일행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갔고 임상택 산행대장만이 저를 기다려 보조를 같이 했습니다. 초반부터 경사가 가팔라 산 오름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뒷다리가 당기고 숨이 가빠 앞서가는 일행들을 따라잡을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천천히 걸어 올랐습니다. 이내 등에서 땀이 나고 열이 나기 시작했지만 맨 꼴찌로 올라가면서 윈드자켓을 벗어 넣으려고 쉬어가자는 말을 할 수가 없어 그냥 올라갔습니다. 한낮에 기온은 섭씨20도까지 올라간다지만 아침 공기는 여전히 냉랭해 한 번 걸린 감기를 떨어내지 못하고 몇 주째 달고 다니느라 몸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어서 1시간 가까이 치고 올라가는 초반산행이 힘들었습니다.

 

 

  11시15분 해발1,018m의 흰대미산에 올랐습니다. 심방마을에서 40분 넘게 치고 올라가 흰대미산-양각산-수도산을 이어주는 주능선에 올라섰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왼쪽 위에 자리한 암봉의 흰대미산에 올라 북서쪽 멀리로 흐릿하게 보이는 덕유산과 왼쪽 바로 아래로 보이는 태양저수지를 조망했습니다. 삼거리로 되 내려가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 걸으며 헬기장을 지났습니다.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암릉 길을 걸으면서 책바위(?)와 물고기바위(?)를 지났습니다. 짧은 암릉 길이 끝나고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을 지나 만난 샛노란 양지꽃이 4월의 수도산이 피어 낸 유일한 꽃일 정도로 아직도 이산에 봄이 자리를 잡지 못해 산전체가 칙칙하고 생기가 없어보였습니다.

 

 

  12시26분 해발 1,158m의 양각산을 올랐습니다. 오른 쪽 아래 수직의 암벽이 받쳐주는 암릉 길을 올라 다다른 양각산은 높이 솟은 두 봉우리가 쇠뿔을 닮았다하여 쇠뿔산으로도 불리는데 정상석은 두 번째 암봉에 서 있었습니다. 가야산 정상이 빠끔히 보이고 대덕산을 지나는 백두대간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전망이 빼어난 양각산에서 북쪽으로 내려가 제법 넓은 공터에 자리를 깔고 점심을 들었습니다. 매번 인절미 한 팩만 달랑 사들고 오는 저를 위해 여분의 음식을 준비해온 대구분들과 범솥말님 덕분에 이번에도 포식했습니다. 반시간 가까이 점심을 든 후 13시13분에 산행을 재개한지 2분 후에 왼쪽 아래로 금광마을 길이 갈리는 능선삼거리를 지났는데 이정표에 "수도산2.0Km/양각산0.5Km/금광마을2.4Km"로 나와 있었습니다. 금광마을 분기점에서 36분을 걸어 다다른 봉우리는 수도지맥과 합류하는 1230봉으로 여기 삼거리에 “수도산1.7Km/양각산1.7km/우두령4.1Km"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었습니다. 반시간 넘게 걸었는데 줄어든 거리가 겨우 0.3Km 밖에 안 된다는 것이 이상해 집에 돌아와 지도를 살펴본 즉 앞서 지난 이정표를 "수도산2.9Km/양각산0.5Km/금광마을2.4Km"로 고쳐야 실제 거리와 맞을 것 같았습니다.

 

 

  14시54분 해발1,317m의 수도산에 올라섰습니다. 우두령 분기점인 봉우리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7-8분가량 내려가 오른 쪽으로 심방마을 길이 갈리는 삼거리를 지났습니다. 바람조차 숨을 죽인 능선 길에 햇볕이 내리쬐어 기온은 올라갔지만 아직은 지열이 없어 그리 덥지 않았습니다. 암릉 길을 지나고 가야산의 상반신이 거의 다 보이는 신선봉을 오른 쪽으로 우회하자 수도산을 먼저 올라 후미를 기다리는 일행들이 보였습니다. 돌탑이 세워진 수도산 정상에는 일요일인데도 저희 팀 외에 서 너 명밖에 더 보이지 않아 고산의 정상치고는 너무 조용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수도산을 오르기까지 4시간 반 동안 다른 사람들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사람은 물론이고 바람조차 미동도 않는 이 산은 시간 또한 멈춰 겨울이 물러났는데도 봄이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친절한 한 분에 부탁해 여러 커트의 합동사진을 찍은 후 수도암으로 하산했습니다.

 

 

  16시4분 수도암 주차장에서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수도산 정상에서 몇 분 내려가 단지봉 4.5Km 전방의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오른 쪽 단지봉으로 가는 길이 수도지맥이자 가야산으로 가는 길이고 저희들은 왼쪽으로 꺾어 내려갔습니다. 수도지맥을 벗어나자 숨죽였던 바람이 미풍이 되어 살랑거렸습니다. 넓은 헬기장에서 바라다 본 가야산은 상반신이 다 드러나 한껏 의젓해 보였습니다. 편안한 길을 걸어 안부로 내려섰다가 1070봉을 오른 쪽으로 우회해 수도암으로 내려갔습니다. 회색의 나뭇가지와 황갈색의 낙엽 그리고 회백색의 암반이 수도산을 채색하고 있는 불모의 색깔이었다면 수도암 가까이의 산죽들이 내는 푸른색은 이 산에 활기를 되찾아주는 생명의 색깔이었습니다. 산 기슭에 자리한 수도암은 청암사의 암자일터인데 그 규모가 꽤 컸고 역사 또한 깊었습니다. 대웅전 대신 들어앉은 대적광전의 본존불은 석가여래가 아니고 비로자나불로 지덕의 빛으로 온 세상을 두루 비추시는 부처님이십니다. 이가 시리도록 찬 약수로 폐부를 씻어낸 후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라 수도리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대구팀이 대창민박고로쇠식당에다 차린 뒤풀이는 잔치수준이었습니다. 토종 닭 몇 마리가 희생양으로 바쳐진 뒤풀이에 더욱 고마워한 것은 대구팀 여성회원들이 빚은 쑥떡을 받아서입니다. 수도산에서 직접 채취한 고로쇠를 페트 병 한 병씩 받고나자 이 정도면 우정산행을 넘어 민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 가 싶었습니다. 권재형님의 재치어린 사회로 대구로 이동하는 시간도 더할 수 없이 즐거웠습니다.

 

  상경길은 쏜살같이 내달리는 동대구역 20시55분발 서울행 KTX에 맡기고, 저는 대구팀과의 흐뭇했던 하루를 반추하면서 꿈의 세계로 빠져들었습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우정이자 인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대구 팀과의 합동산행을 처음으로 같이한 하이맛 친구는 대구 팀 몇 분에 이끌려 간단하게 맥주를 더했다는 후문입니다. 서울에서의 가을잔치가 기다려지는 소이연입니다.

 

 

  초대해준 대구분들 모두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