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속에 머문 수도산-가야산  산행 스케치 ]




산행일자 : 2005, 6, 26 (일)
산행구간 : 수도암-수도산-단지봉-두리봉-가야산
산행인원 : 추백팀 17명
날 씨 : 흐림-비 오락가락-하산 후 갬



이번주 산행이 추백팀의 42차 산행이 된다.
백두대간이 끝나도 벌써 끝이 났을텐데 중간 중간에 좋은곳을 다니다 보니
아직도 육십령에 머물러 있다.
7월에도 덕유 근처의 금원,기백과 거망,황석을 다닐 예정이니 정작 대간길은
8월에나 갈수 있을것 같다.

잡목 구간으로 정평이 있는 수도-가야 구간이고 장마비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를
접하니 은근히 걱정도 되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달 주변이 뿌옇게 달무리 까지 보인다.

못보던 버스 기사분으로 바뀌어서 오시더니 기어이 버스로 알바를 시작한다.
수도리 입구를 못찾아 무려 1시간30여분을 길에서 허비하니 4시부터 예정이던
산행 시간이 5시부터 시작되며 수도암 까지 버스가 못올라 갈것 같다 하여
마을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하니 콘크리트 길을 땀을 쭉흘리며 30여분 올라
수도암에 도착한다. (05:30)





새벽의 수도암



수도암 전경


이른 아침의 고요함을 깨지 않도록 조심하며 샘물로 목을 축이고 10여분간
경내를 한바퀴 둘러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는 절의 규모가 꽤 크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비오기 전의 바람이 살살 불더니 수도암을 떠나 능선에
올라 붙는 순간부터 잎사귀에 후두둑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비옷을 상의까지 입으면 후덥지근 할것같아 하의만 착용한다.
능선을 오르며 등로 좌측의 헬기장을 지나고 조금 더 오르면 조그만 공터가
나오며 이곳이 단지봉 갈림길이 된다. 수도산은 여기서 1분 거리에 비껴서 있다.

양각산과 흰대미산이 연결되며 덕유와 금원,기백등, 멀리는 지리산까지 조망되며
마치 연꽃을 연상케 한다는 가야산 상왕봉(우두봉)까지 이어지는 멋진 조망을
잔뜩 기대하며 왔지만 보여주는 것은 온통 뿌연 안개비 뿐이다. (06:55)
수도산을 잠깐 다녀와서 비가 잠깐 그친 틈을 타 단지봉 갈림길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수도산 정상의 돌탑


오랜만에 산행이 부담스러운듯 막내의 컨디션이 안좋다고 하지만 여러분들의
다독거림으로 계속 진행하기로 한다.
비는 오다 말다를 반복하여 나뭇잎은 아예 샤워기처럼 변하여 지나는 일행들의
옷차림은 벌써 축축해져 있다.

바로 코앞의 땅만 보이니 어디를 왔는지 또 얼마만큼 왔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듣던대로 잡목이 무성해 길도 보이지 않지만 가끔 나타나는 표지기들을 바라보며
물먹은 잡목들을 헤치고 나가자니 손끝이 허옇게 불어 마치 목욕탕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 손같이 보인다.

키작은 풀들이 보여 잠깐 쉬느라 앉았는데 발밑에 보이는 꽃이 다른 꽃들과
다르게 보인다. 일행중 한사람이 저거 에델바이스 아녜요? 해서 보니
정말 솜다리이다. 바위틈에서만 자란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런 곳에도 있다며
신기해 하는데 추백팀의 사진 작가인 김선배님이 솜다리가 맞다고 하시며 종류가
많으니 자세히 알아 보신다고 한다.

간식을 겸한 휴식을 10여분 하고 출발해서 몇십미터 앞에 넓은 헬기장이 나오며
바로 이어 단지봉이라 쓴 정상석도 보인다. (09:30)
시야가 좋으면 아까 그곳에서 쉴리도 없었겠지만 덕분에 솜다리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단지봉 못미친 지점의 솜다리1



단지봉 못미친 지점의 솜다리2




꿩의 다리



단지봉은 제법 넓은 초지로 평평하며 등로는 이곳에서 좌측으로 직각으로 꺾인다.
주위는 전혀 보이질 않고 길 조차도 분명치 않게 보이는 희미하게 보이는 상태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마치 꿈속을 헤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좌대곡령(좌일곡령은 잘못된 이름이 와전된 것이라 하여 수정 합니다)은 어디 인지도 모르게 지나치고

어떤 바위봉우리를 우회 하는데 순간적으로 1124.9봉 일것이란 생각이 든다.
주위를 살펴 볼 수 없으니 조금만 더 가면 목통령일 것이라 예감하며 진행한다.

비는 잠시 소강상태인 것 같이 잠깐 그친 상태에서 목통령에 내려선다. (11:50)
시야도 안좋은데 잡목속을 헤메다 갑자기 불쑥 나타나는 잡목 없는 몇평 되지 않는
공간이 나타나는 곳은 신기해 보이기 까지 하다.




단지봉과 정상석




목통령


기억에 남는게 없다.
기억에 남는건 오로지 싸리와 이름 모르는 덩굴 또 간간히 나타나는 조릿대 숲으로
이루어진 키를 훌쩍 넘는 잡목숲에 가린 등로를 헤치고 간다는 것 뿐이다.
잠깐씩 잡목이 없어지며 우측이 훤하게 보여지지만 역시 구름속을 거닐고 있으니
뿌연 안개밖에 볼 것이 없다.

선두그룹은 이미 멀리 갔을 터이고 후미와 함께 점심식사를 마친다. (12:30)
고도를 서서히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계령 전의 무명봉을 오르고 있는 것 같다.
우측으로 멋진 나무가 보이지만 뿌연 모습으로 보여 정확히 분간할 수는 없다.
구름속에 멋지게 보이는 나무들이 잠깐씩 스쳐가고 곧이어 봉우리에 올라선다. (13:55)




마치 꿈속의 길을 걷는듯한 구름속의 등로




나리




무명봉의 종희님과 한걸음님



10여분 휴식중에 먹는 참외 반쪽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등로는 다시 이곳 무명봉에서 좌측으로 직각으로 꺾이며 분계령으로 향한다.
밋밋하게 이어지던 능선길 이었지만 지금까지의 산행과 다르게 고도를 제법 낮춘다.

안부인 분계령에 떨어지고 다시 고도를 높혀 봉우리에 올라서니 평평한 봉우리인데 50cm 정도 크기의 돌멩이에

누군가 매직으로 두리봉이라 써놓았다. (14:40)
이곳에서 깃대봉으로도 연결 된다는데 구름속에 있으려니 답답하기만 하다.




두리봉 정상석



이곳에서 조금 더 가면 헬기장을 지나며 정상석이 서 있던 봉우리 보다
조금 높게 느껴지는 봉우리를 통과하여 안부에 내려선다. (15:00)
이곳 안부는 좌,우측 모두 하산길이 뚜렸하며 표지기까지 붙어 있다.

종주를 하신분들 중에 이곳을 부박령이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두리봉에서 내려오는 시간상으로 보아도 그렇고 도면상으로 보아도
이곳 안부는 부박령이 아니고 부박령은 좀 더 가야 할 것 같다.

안부를 지나 진행하다 보면 지금까지의 산세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토록 괴롭히던 잡목구간이 사라지고 서서히 고도를 올리며 바위군들이 나타나고
평평한 지대를 지나며 벽돌과 기와 깨진것도 보인다.

본격적인 오름길이 나오는 것을 보니 어느새 부박령을 지나친 모양이다.
후미를 추스려 다시 잠시 휴식을 갖고 간식을 먹고 했지만 산행 속도는 느리다.
좌측의 바위 군락 쪽으로 급경사길이 있으나 비로 인해 미끄럽고 정확한
등로 상태를 몰라 안전한 우회길을 선택한다.

답답하다.
주위가 전혀 보이질 않으니 얼만큼 남았는지 모르고 그냥 오르기만 한다.
발밑에 보이는 등로가 정상 언저리 같이 보인다. 길도 바위길이 이어진다.
그러면 가야산 정상에 다 올라온 것이다.
흐릿하게 거대한 봉우리가 눈앞에 어렴풋이 나타난다.




어렴풋이 보이는 암봉



철계단을 올라 마침내 가야산 상왕봉에 오른다. (16:45)
바람도 거세고 차가와 오래 머무를 수도 없고 머무를 이유도 없다.
가까스로 정상석과 건너편의 연못(?)만 확인 후 아쉬움을 간직한 채 다시
계단을 내려온다.




가야산 상왕봉(우두봉)




정상위의 못. 개구리가 많이 있었다.




암봉의 모습


상왕봉과 칠불봉의 멋진 바위군들을 볼 수 있는 가야산 정상이지만
오늘은 멋진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으나 나름대로 인상 깊은 산행 이었다고
생각하며 바로 해인사로 하산한다. (18:40)

시작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은 막내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후미를 따라줘
고마운 생각이 든다. 또 막내의 길동무를 해 준 한걸음에게도 역시 고마운
마음이다.

힘든데도 힘든 내색 않고 묵묵히 따라준 후미 그룹과 2시간이나 빨리 내려와
후미를 기다린 선두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불평 없이 기다리고
걱정해주는 마음들이라 더욱 넉넉하게 느껴진다.

비오는 수도산-가야산 종주를 마치며
추백의 깊은 정은 그렇게 더욱 깊어져 가나 보다.




해인사의 부도




에버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