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9개월 후 수도산~가야산 종주기



언제: 2007,9,22(토) 수도암~분계령,상개금마을 (03:30~13:30)

      2008,6,14(토) 상개금마을,분계령~백운지구(10:20~15:20)



산행코스: 수도암-수도산(1316m)-단지봉(1326m)-두리봉(1133m)-가야산(1430m)

          도상거리 26km 14시간소요



함께한님들:(2007,9,22) 송황제,느림보,참바람,윗세오름,봄닮음,세향,포청천,아로미 (8명)

           (2008,6,14) 첨단산악회원 48명



이 글은 작년 9월 수도산~가야산 종주를 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날씨에 대처할 준비소홀과

처음 하는 미답지 산행의 정보(지형.지리학습.암기)숙지 미비로

마지막 구간을 눈앞에 두고 탈출을 해 아쉬움속에 보내고

9개월을 지난 후  올 6월 나머지 구간 산행을 첨산과 함께해

미완으로 끝난 수도~가야산 종주를 마무리한 글로써

다시는 이처럼 준비없는 산행을 반성하며 적어봅니다.

  

수도암

천년세월 샘물 마르지 않아 청정한 수도암에

야심한 새벽

도둑괭이 숨어들 듯 몸 낮추어

졸린 듯 희미한 가로등 밑에 발길 멈추네

대웅전 창문사이로 희미한 불빛에 보이는

자비로운 부처님 모습에

지은 죄 많아 가슴 졸이며 발걸음 죽여 지나치고


수도산 초입길에 새벽이슬 맞은 키 작은 산죽은

스치는 살결에 처녀마냥 부르르 떠는구나

처음 걷는 길이건만 걸어본 듯 낯설지 않아

은하수 앞세우고 안개바람 뒷세워 수도산 오르니



어둠속 검은 돌 장승 하나

놀란 눈으로 쳐다보니

잠시 어지러워 현기증이 나는구나



정신차려 둘러보니 새벽하늘에 무수한 별빛만 쏟아지고

스치는 새벽한기에 땀절은 온몸 움츠리게 하네

멀리 동서남북 지리.가야.덕유.팔공산자락 여명 물들 때

헛발질 하며 내려선 구곡령은 안개 자욱하고

송곡령 가는 길에 뒤돌아본 수도산은 검은 등대처럼 우뚝섯네



단지봉 찾아가는 길은

낮게 깔린 안개로 아침이슬 하나 가득 뿌려주니

앞서가는 포청천님 이슬털어 주어도

산죽 길은 바짓가랭이를 적시고

키큰 덩굴나무 회초리는 아침잠을 깨우는 구나



미끄러운 급경사 단지봉을 네발로 오르니 일출은 간곳없고

연꽃처럼 피어난다던 가야산은

운해의 바다에서 아직 피어오르지 않고

이곳은 짙은 안개비 운무속이로구나

신선이된 듯  운무속에서 朝食걱정 덜고 나도

봄닮음님은 꼼짝 앉고 누워있네



좌일곡령 가는길

키 큰 산죽 길 따라 덕유능선 착각하는데

정신차리란 듯이 따가운 싸리나무 손길이 종주길 바로잡아주고

빰을 스치는 회초리 맛에

지은 죄 많아 두 손 치켜들고 벌을 서며 걸어가네



안개 빗물에 바지는 젖어 드는데

축축한 면장갑 손길은 더욱 분주해지고

수도산과 단지봉 정상석을 제외하고 표지석이 없다는 걸 알기에

시간과 눈가림으로 생각하고

축처진 무거운 몸 바위능선 돌아서니 좌일곡령이라

고갠줄 알았더니 봉우리구나

천이백고지 봉우리인데 보이는 건 안개속에 검은 암봉 뿐이네



좌일곡령 내려서는길

빗물에 젖은 바위 너덜길은 미끄럽고

가는 길을 가로막은 쓰러져 누운 고목은

푸른 이끼로 치장을 하고 나그네 발길을 더디게 하네



안개비 내리는 키 큰 산죽 길에 잡목 숲 헤치며 나갈때는

지리산 동부능선을 착각하게하고

물에 빠진 생쥐꼴에 온몸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은

등산화마저 젖어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구나



용두암봉

성난 젖꼭지 같다 해서 용두암봉 인데

밑에서는 볼 수가 없어 안타까움 맘 눈길로 대신하고

목통령 찾아 길을 나서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키 훌쩍 넘긴 갈대밭 속에서 헤매는 구나

아무도 가는이 없는 갈대밭 속에서

서로의 부름으로 길을 대신하니

“윗세,세향이랑 잘 따라오고 있는가”

“예 형님 따라가요” 하는 윗세 목소리가

바람에 스치는 갈대 속으로 사라지고



목통령 지나 무명봉 가는 된비알 길은

키보다 더 큰 산죽과 철쭉. 싸리나무 넝쿨들 사이로 이어지니

지나온 잡목 정글 숲 중 가장 치열한 전투 준비를 하고 가도

몇 미터 가기 전에 얼굴을 맞아 온통 붉으스레 하네



지리한 넝쿨속 가운데를 허리 굽혀 걸어가는 아로미는

날씬한 몸으로 잘도 가는데

나와 봄닮음님 은 마치 가슴까지 찬 물속을

헤쳐 나가는 듯 하는구나



가끔씩 보이는 잡목이 낮아지면 환하게 보이지만

구름 속을 걷고 있으니 안개밖에 볼 수 없는 길 돌아

그동안 지은 죄 값 톡톡히 치르고 넓은 공터 무명봉 도착하니

수도산 정상에서 본 새벽하늘은 꿈인 듯

아홉시간 산행에 조망 한번 없이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도 운무에 가려 삼십여 미터 앞도 볼 수가 없구나



안개비에 젖은 몸은 싸늘한 바람에 사시나무 떨 듯 떨리고

이곳이 어디당가 알길 없어 답답해

사방팔방 둘러봐도 보이는 건 운무뿐이네



안개비 맞으며 끓인 찌개에 복분자 술한잔 하니

추위에 떨던몸 나른해 질 때

“아이고” 소리에 정신차려보니

송황제님 손목부여잡고 주저앉는 구나



무슨 일 인가 가보니 큼직한 대추벌에 손바닥을 쏘여

까만 벌침이 선명하게도 박혀있고

순간 부어오르는데



어쩌다 그리 됐나 물어보니

복분자술 먹다 손바닥에 흘렸는데

벌이란 놈 달짝지근한 냄새를 맡고 날아와 앉아

쫓으려는 순간 침을 쏘아 버리니



술을 무지 좋아하는 벌놈 때문에

우리 황제님 그 후로 두 달은 고생 했다더라



무명봉 에서 대추벌 소동을 한바탕 치르고

못생긴 소나무 숲 사이로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리꽂히듯 미끄러져 분계령에 내려서니



이게 웬일인가

분계령이 아니고 불기령 이라는

하얀 표적이 소나무에 딱 걸려있네



아이고

지도에도 산행지도 없는 처음 들어본 불기령이 왠말이당가

그렇다면 목통령에서 잘못되었을까

무명봉에서 잘못되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안개비와 운무에 가려 앞만 보고 왔으니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한숨짓는 구나



선두에 선 참바람, 포청천 무슨 죄라도 지은 듯 미안해하고

모두들 빗물에 지친 몸과 마음이 한순간 무너지니

아무래도 무명봉 대추벌에 혼들이 나간 모양이구나



이 일을 어쩌랴 날씨마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고

다들 비에 젖은 몸은 추위에 무거워

더욱 마음을 조급하게 하니

지친 심신은 약해 질 수 밖에

에헤라 두리봉이 어디가리 가야산이 어디가리

우측 계곡 내리막길이 있어 탈출을 시도하니



여기까지 와서 탈출을 하는

아쉬운 발걸음에 아무도 말이없고

계곡 길 내려가는 발자국 소리만 정적을 깨는 구나



삼십여분 내려서니 이제야 시야가 트이고

신기루처럼 마을이 보이네

오늘 처음 보는 맑은 하늘과 햇빛에 눈이 시리고

마치 한바탕 꿈속에서 거닐다 온 듯 멍하니 서서 둘러보니

꿈인가 생시인가 꼭 도깨비에 홀린 기분이더라



뒤돌아 본 산 능선은

아직도 안개구름에 싸여 보이지 않고

산등성이 흘러가는 구름만 길게 흐르네



마을에 도착하니 여기가 상개금 이라네

그렇다면 불기령이 분계령이란 말인가



달려가 물어보니

여기서는 분계령을 불기령이라 부른다하니

모두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준비없는 산행의 무지를 반성하고

다음에 이곳에서 시작해

종주를 마무리 하자는 약속으로 숙제를 남기는구나



미완성은 실패가아니라 앞으로의 희망이리라~~~



2007,9,22  상개금마을앞 팔각정에서~~





2008, 6, 14,

상개금마을

9개월 지나 찾아온 마을은 예전처럼 조용하고

마을앞 팔각정은 깨끗한데

못 보았던 새로 만든 돌 연못은 운치를 더하는구나



어허라! 이 무슨 우연일까

마을에서 쳐다보는 분계령 아니 불기령, 두리봉은

짙은 안개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으니

타임머신을 타고 작년 9월로 돌아가는 느낌이구나



이곳 지형자체가 그런가보다 위안을 삼으며

마을 옆 계곡 따라 분계령 찾아드니

계절이 계절인지라 녹음이 우거지고 찾는 이 없어

잡목 긴 가지 얼굴 때리고

계곡 돌부리에 발걸음이 덜컹 거리는구나



작년 종주하며 힘들었던 일

탈출하며 아쉬움으로 걸어내려 오던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데

그 때의 창피함을 일깨우듯 불기령이 앞에서

피시식 웃으며 어서 오라 하는구나

그래 너 반갑다 불기령 네가 분계령이었구나



소나무 밑에서 송황제님과 둘이서 어색한 웃음 한번 웃고

된비알 두리봉 치고 오르니

야생화 보랏빛 붓꽃은 수줍은 듯 고개숙이고

두리봉 정상의 운무 때문에

오늘도 수도, 가야산은 조망이 되지 않는구나



나무에 목매달려있는 매직으로 써 코팅해 걸어놓은

두리봉 정상 표식만이 안개바람에

을씨년스레 흔들거리네



곧 만나는 헬기장을 지나쳐 미끄러지며 급경사 내려서니

키보다 더 큰 산죽길이 반갑다며 얼굴을 비비주고

솔향 은은한 소나무 숲 사이로 희미한 햇빛 스며드니

살며시 짙은 안개가 자리 비우며

운무어린 상왕봉을 보여주네



부박령 가는길에 운무로 단장한  

수도산,단지봉의 산그리메 쳐다보니

작년 종주생각에 가슴 뭉클 해 지는구나



이렇게 쉽고 가까운 길을 눈앞에 두고 포기했다니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기억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으리라



헬기장이 있어 부박령이라 생각하고  

그 뒤로 병풍처럼 가야산 세 봉우리가 늘어서있는

전망 좋은 이곳에서 정다운 님들과

흐느끼는 목마님 회갑 날이라 준비 해 오신

음식으로 산상만찬 즐기고

가야산 상왕봉을 오르기 위해 휴식을 취하는구나



깨진 벽돌잔해 있는 산막터 지나부터

돌너덜길 된비알이 시작되는데

위에서 들려오는 송원님의 적벽가 한 대목이

구성지게 온 산을 울리는구나

얼씨구좋~다



난테님의 표현대로 변강쇠 새벽 좆처럼 발딱 일어서

가야산으로 치닫는 길은

창 소리에 힘을 얻고 발걸음을 가볍게 해

상왕봉아래 올라서는데



갑자기 불심검문이라

공단직원들 서너 명 줄지어 서서

이곳은 비지정 등산로라 얼른 나오라하네

오늘은 모르고 왔으니 한번 봐 준 다는구나



지은 죄도 없이 용서받고

상왕봉 올라서니 만감이 교차 하는구나



시원한 바람과 함께 멋진 조망이 펼쳐져

제작년 겨울에 와서 멋진 설경을 구경하고

한폭의 동양화처럼 마음속에 간직해둔 그림을 꺼내

녹음우거진 산하에 겹쳐보니

선명한 흑과 백으로 두장의 그림이 되는구나



칠불봉 인사드리고 철다리 돌고 돌아

부드러운 흙 있는 서성제 도착하니

따뜻한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해 지는구나



나무계단 지나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는

백운동 계곡길 내려서니

작년 못다 했던 종주의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오는 건

오늘 마무리한 길이 너무 짧아서 일까

내 욕심일까

백운동 계곡물타고 오르는 찬바람이

이놈아 정신 차려라 하네.







"가마귀 검다하고 백노야 웃지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 소냐

겉희고 속 검은손

너뿐인가 하노라"



백운지구 주차장 이직 선생의 글 아래서



2년에 걸친 수도,가야 종주를 마치며~~~느림보





사진: 윗세,느림보 제공


수도암에서 종주팀


은은한 불빛의 대웅전


수도산정상  돌장승


안개낀 단지봉에서 윗세님


목통령지나 갈대밭길 지나가는 세향님


무명봉 오르면서 안개비 훔뻑 젖은 정글속 사나이 느림보


키가넘는 잡목숲 지나면서 웃음짓는 봄닮음님


정글의 여인 세향님 (정상적인 등로입니다)


무명봉에서 전망


닥처올 탈출은 생각도 못하고 분계령위 무명봉에서 건배을 (저 복분자술에 황제님 벌침을 맞다)


탈출후 코스모스핀 상개금마을은 날씨가좋은데 ㅋㅋㅋ


2008,6,14일 상개금에서 본 분계령 모습입니다


분계령이 불기령으로 (작년의기억이 아픔으로)


송황제님과 추억을 생각하며~~


두리봉 오름길에 핀 야생화 붓꽃


뒤돌아 본 두리봉은 안개에 싸여 있네요


조금씩 조망이 열립니다. (의상봉쪽인듯)


부박령에서 쳐다본 운무낀 상황봉


상왕봉 아래서 본 수도 종주능선


칠불봉에서 본 가야산 상왕봉


백운교와 돌탑


백운지구에서 본 백운계곡과 가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