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산-가야산종주.. 옛 애인을 만난들 이보다 더 행복하랴. 
 
 

산행지 : 수도산→가야산종주

일   시 : 2005. 05. 15(일) 26도의 무더운 날씨

산행자 : 장일효님과 김성원님, 그리고 산사랑방 셋이서

교   통 : 자가운전

차량회수 : 백운동에서 장일효님의 차를 타고 수도암으로 이동 
 

03:20 대구출발

05:00 수도암주차장

차량운행거리 : 80km(대구→수도암)

수도암의 고도 : 해발 약 850m 
 

05:10 수도암 -산행시작-

05:30-05:40 헬기장(일출)스트레칭

06:10 수도산

07:50-08:10 단지봉(아침식사)

09:00-09:10 좌일(대)곡령(1257봉)

09:45-09:50 두번째암봉

10:05 1124봉(용두암봉) 등로주의구간

10:20 목통령

10:45 헬기장

11:50 조망이 탁트인 무명봉

12:10 분계령

12:30-13:00 두리봉(점심식사)

14:00 부박령

15:00 상왕봉

15:30 칠불봉

17:00 백운동매표소-하산완료- 
 

총 산행시간 : 12시간(26km) 수도암→1.8km←수도산→20km←가야산→4.2km←백운동 
 

각 고도차 : 수도산1,316m, 단지봉1,326m, 좌일곡령1,257m, 용두암봉 1,124m

                 두리봉1,113m, 가야산 상왕봉1,430m 
 

후기 : 능선에는 벌써 덩굴나무와 잡목이 우거지기 시작하여 긴 팔티와 긴 바지를 입어야 하겠고

         7~8월의 한여름에는 수풀이 우거져 진행하기가 힘이 드므로 종주를 자제하심이 좋을듯 합니다.      

         주능선에는 여전히 식수를 구할 수 없으므로 물은 배낭이 무겁도록 충분히 준비하시고

         뱀이 벌써 활동하고 있으니 뱀도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능선내내 휴대폰도 거의 터지지 않습니다.
 


▲수도-가야 종주산행지도

 


 

끝없이 쌓이는 그리움을 찾아 
 

그러고 보니 꼭 한 달 만에 맞이하는 산행이다.

산에 가야 할 사람이 산에 가지 못하는 그 마음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어디로 갈까?

일단 계획된 수도가야종주를 하기로 하고

꼭지(아내)와 해병대부부는 철쭉이 절정인 황매산으로 떠밀어 보내기로 했지만

잠시 갈등이 생긴다.

한 달 동안 산행을 못했는데 과연 끝까지 종주를 할 수 있을까?

나도 꼭지 따라 꽃구경이나 갈까?

잠깐이나마 생각이 게으름을 피운다. 
 

아니지

그냥 수도암으로 가는 거다

70년대의 산길같이 고요하고 때 묻지 않은 곳

홀로 산행의 호젓함이 있는 곳

안개속에서 피어나는 고고한 연꽃처럼

가야산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

수도산

그렇다, 그동안 그리움에 목매달았던 바로 수도가야종주를 하자

하루 종일 가야와 눈길을 마주하며 종아리 얼얼하도록 함 걸어보자

선무당 알아듣지도 못하는 주문 외듯이

혼자 중얼거린다.

..........@@


 

채 2시간도 눈을 붙이지 못했는데 요란한 알람소리가 잠을 깨운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밀어 올리며 부스스 일어나니 꼭지(아내)도 따라 일어나 점심 때 먹으라며

도시락을 챙겨주니 고마운 마음 표현할 길이 없다. 
 

가는 길에 24시김밥집에 들러 단지봉에서

아침에 먹을 김밥을 사고는 수도암을 향해 휑하니 어둠속을 가른다.

자동차는 해병대가 황매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백운동에서 만나 회수하기로 했으니 걱정 없고 
 

작년처럼 꼭지가 태워주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어서 고맙기도 하다.

산행지를 향해 질주하는 이 시간의 사색만큼은 천금과도 바꿀 수 없이 귀중하다.

성주댐 상류를 지나면서 예전에 애들과 피서를 하던 때가 생각나 잠간 상념에 젖는다. 
 

이 계곡은 물이 깨끗하고 산세도 좋아 휴가 때나 휴일마다 자주 오곤 했었다.

그때는 애들이 어려서 산행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냇가에서 피라미를 잡으며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그 꼬맹이들이 커서 벌써 큰놈은 군대에 갔다.

올해는 막내가 대학에 들어갔으니 참으로 세월은 유수와 같다는 생각이 들고

아이들이 커서 이제는 부모의 테두리를 벗어나 자기들만의 세상을 가꾸어가고 있다. 
 

그 후 꼭지와 둘이서 산을 찾게 되었고

지금도 “종주”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좋아하게 되었다.

조금씩 산에 미쳐가고 있다는 증조일 게다.

그래도 좀 곱게 미치면 좋으련만 하필 그 힘든 종주에 미치다니.. 
 


 

천년고찰 수도암과 광전석불의 전설 
 

성주군과 김천시 경계를 지나 잠시 상념에서 벗어나니

드디어 청암사,수도암 표지판(대덕 7km전쯤)이 보인다.

좌회전하면 수도암과 청암사로 갈라지는 두 갈래의 시멘트길이 나온다. 
 

작년에 수해복구공사가 한창이던 도로는 이미 완공되어 있고

원시림같이 수림이 울창하고 경관이 뛰어난 수도계곡은

올 여름 피서객을 맞을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 
 

눈에 익은 수도리 작은 마을, 민가를 몇 채 지나 시멘트 길을 오른다.

성삼재 오르듯이 꼬불꼬불한 급경사 길을 자동차도 힘겨워 낑낑되며 한참을 오르니

수도암의 가로등 불빛이 인적을 알려준다. 
 

오늘이 석가탄신일

부처님의 자비가 넓은 이 땅 구석구석 빛이 되어

골고루 비쳐지길 소망하면서 대적광전을 오른다. 
 

전설에 의하면 보물인 수도암 광전석불은 거창땅 부처골에서 다듬어 한 노승이 들고

이곳 수도암으로 운반하다 대적광전앞에서 칡덩굴에 걸려 넘어지게 되었는데 화가 난 노승이

수도산 산신을 불러 꾸중하기를 “감히 하찮은 칡덩굴이 부처님의 봉안을 방해하다니

앞으로 이곳 주위에는 절대로 칡덩굴이 살지 못하게 하라”고 호령하고는 사라졌다한다. 
 

뒤따라오던 사람들이 멍하니 바라보다 누군가 “부처님화신이다”라고 말하니

모두들 노승이 떠난 곳을 향해 절을 하고 이곳(대적광전)에 사찰을 지었다하는데

사실 현재까지도 칡은 절 주위 300m반경 내에는 일절 없어졌다고 한다. 
 


▲수도암의 거대한 선방

 


▲대적광전과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 
 

고색이 찬란하게 빛나는 대적광전 앞에는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이 있고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는 연등, 부처님을 향한 바램들이 가득 차 있으련만

부처님은 묵묵부답 어디에 계시는지.. 
 

그 하나하나 소원들이 부처님의 자비로 다 이루어지길 염원하며 지나는 산객이라

조용히 대적광전을 내려서 초입에 이르니 어둠이 걷히고 선방지붕너머로

단지봉과 좌일곡령이 마루금으로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온몸이 달아오르는 듯한 희열을 느끼며 키 작은 산죽 길

물기 머금은 좁은 돌길을 치고 오르니 연분홍의 철쭉이 여기저기 곱게 피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도산 가는 길 
 


 

헬기장에서의 일출과 스트레칭 
 

헬기장에 도착하니 엷은 운무사이로 솟아오른 우아한 연꽃인가

하늘로 솟아 양 어깨로 쭉 뻗어 내린 가야산의 장쾌한 스카이라인은 분명히 선경이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암봉이 뾰족이 줄로 늘어서서 불꽃이 공중에 솟은듯하다”고 칭송했다.

 


좌측의 운무속으로 우뚝솟은 가야산과 우측 볼록한 좌일곡령
 

가야산은 연꽃모양의 불꽃처럼 하늘에 솟아있고

그 아래 두리봉을 기점으로 선명한 좌일곡령과 단지봉까지의 장쾌한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옛 애인을 만난 듯 너무나 반가워 눈이 시릴 정도이다.

 


▲헬기장에서의 산사랑방과 일출(리모콘으로 한 컷) 
 

오늘의 긴 여정을 위해 해님을 마주보며 자동으로 한 컷 찍고 맨손체조도 하고 스트레칭을 한다.

함지산에서 하는 달밤의 체조(?)도 좋지만 오늘처럼 멋진 일출을 맞이하며

우아한 가야산 암봉을 바라보니 가슴으로 벅찬 감동이 복받친다.

 

▲또 하나의 일출 
 

 

▲헬기장을 지나 전망좋은 암봉에서 바라본 단지봉까지의 초록융단의 능선

 

 


수도산에서의 만남의 인연 
 

수도암을 출발한지 1시간, 조망이 좋은 수도산이다.

동쪽으로 가야산은 운해위에 연꽃모양으로 뾰족하게 피어있고

서쪽으로는 덕유산의 주능선이 마루금으로 하늘에 닿아있다.

 


▲서쪽으로 덕유산은 마루금으로 하늘에 닿아있다.

 


▲수도산에서 바라본 가야산의 장엄함

 


▲수도산에서 바라본 북쪽의 산군들
 

그 좋은 전망들을 사진으로 담고 있는데 산님 두 분이 올라오신다.

너무나 반가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반갑습니다.” 인사를 주고받는다.

작년에 종주할 때는 능선 내내 종주꾼은 한사람도 만나지 못해 외로웠는데 
 

여기서 사람을 만나다니 더구나 종주길의 시작점인 수도산에서..

참으로 반갑고 묘한 인연이다. 오늘은 수도 신령님이 외롭지 말라며 두 분을 보내주셨나 보다.

“종주 하십니까?”라고 물으니 이분들은 오늘 처녀종주라 하시니 더욱 반갑다. 
 

더구나"한국의 산하"산행기를 복사하고 오셨다 하니 가족처럼 더 친근감이 간다.

두 분은 서로 친구사이로 한분은 왜관에 사신다는 장일효님이고 또 한분은

대구에 계시는 김성원님인데 오늘 끝까지 종주를 함께하게 된다. 
 

차량은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차량 2대중 1대는 하산지점인 백운동에 세워두고 수도암에서 출발했다 하니

그 열정에 감동하고 우애가 좋아 부럽기까지 하다. 
 

고고한 자태의 아름다운 가야산을 바라보며 단지봉을 향해 암봉(동봉)을 내려서니

초록의 빗살무늬같은 단지봉까지의 능선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 1시간 40여분 쉬지 않고도 갈 수 있을 정도로 등로는 양호하고

오름과 내림의 굴곡이 심하지 않아 참으로 편한(?) 길이다.

 


▲동봉에서 뒤돌아본 수도산

 


▲가야할 단지봉까지 짙은 녹음으로 빗살같이 뻗어 내린 주능선의 조망

 

계속되는 약간의 오름과 내림의 곡선은 오히려 단조로움을 없애주어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또한 여기저기 연분홍의 철쭉이 반겨주고 돌 하나 없는 오솔길을 나무꾼이 되어

망태기 하나 둘러메고 널널하게 걷고 있는 느낌이다.

 


▲단지봉이 가까워질수록 덩굴나무과 잡목이 우거지기 시작한다.

 


▲드디어 단지봉이 20여분 거리로 다가온다.

 


 

단지봉의 넉넉함 만큼이나 넓게 퍼진 조망 
 

단지봉은 단지를 엎어놓은 듯 하다하여 단지봉이라 하고 밋밋한 봉우리라 민봉이라

하는지는 모르지만 여객기도 착륙할 수 있는 넓은 헬기장이 있고 동남쪽 가야산에서 깃대봉,

매화산,의상봉,기백산,금원산 멀리 하늘아래 첫 봉우리 천왕이 가물가물 시야에 들어온다.

 


▲단지봉 정상석

 


▲단지봉에서 뒤돌아본 수도산

 


▲당지봉에서 바라본 남쪽 방향의 조망

 


▲남쪽으로 거창 가북면 방향의 조망 


여기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배낭을 풀어헤치니

이미 서로가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가 김밥을 준비해 왔다.

장일효님이 카메라 가방과 함께 무겁게 짊어지고 온 과일들을 보니 
 

작년여름에 꼭지와 수박을 짊어지고 설악산 공룡능선을 탈 때가 생각 나 피식 웃음이 나온다.

무거운 먹거리는 배 속에 넣고 다녀야 걷기 편하다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참외,바나나,사과.. 등등.. 단지봉에서 오랜만에 포식을 하며 쉬어간다.

 


▲가야할 좌측의 뾰족한 좌일곡령봉우리와 멀리 가야산의 위용

 


▲단지봉에서 좌일곡령방향의 녹음 짙게 깔린 주능선

 

좌일곡령을 향해 단지봉을 내려서니

성가시도록 온몸을 낚아채는 덩굴나무가 귀찮게 하지만 별로 싫지는 않다.

요즘은 어느 산으로 가나 등산객들로 만원인 것에 비하면 이곳은 인적이 드문

자연그대로의 신선함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정표도 없고 가파른 오름길에도 전혀 계단하나 없으며 안전시설도 없다.

사실은 안전시설을 할 만큼 위험한 구간도 없지만..

단지봉에서 두리봉구간은 혼자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등산로는 좁다. 
 

등로 양쪽엔 상수리나무와 철쭉나무 그리고 키 큰 산죽이 에워싸고 있다.

그래서 햇빛을 차단하고 그늘을 지어주고 있으니 오늘 무더운 날씨임에도 시원해서 좋고

등로는 낙엽이 소복히 쌓여 푹신푹신해 양탄자 위를 걷는 기분이다.

 


▲좌일곡령봉우리에서의 장일효님과 김성원님

 


▲뒤 돌아본 단지봉까지의 주 능선

 


▲가야할 가야산까지의 조망

 


▲좌일곡령에서 파라본 단지봉과 우측 수도산 그 아래의 흰점의 수도암

 


▲오랜만이라며 또 성가시게 치근대는 산죽
 

에구~ 아무리 산죽을 좋아하는 사랑방이지만 오늘은 산죽이 귀찮기만 하다.

이래서 인간은 간사한가보다. 그 벌로 두 손을 들고 그것도 모자라

스틱까지 들고서 벌을 서며 지나간다. 
 

좌일곡령부터는 돌길과 푹신한 낙엽 깔린 등로가 번갈아 이어지며

능선에서 좌우로 감아 돌며 진행하게 되는데 오름과 내림을 반복한다.

억새와 키 큰 산죽길을 헤치며 두 번째 암봉에 오르니 여기 또한 조망이 아주 좋다. 
 


▲두번째 암봉에서 맞은편 깃대봉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달랜다. 
 


 

성난 젖꼭지같이 생겼다는 용두암봉 (1124봉) -등로 주의구간- 
 

1124봉(용두암봉)은 암벽으로 되어있어 자일이 없으면 오를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우회하여 암봉을 내려서면 능선이 좌측으로 비켜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하산길이 아닌가 할 정도의 내림 길을 좌측으로 10여분 신나게 내려가야 한다.

 


▲뒤돌아본 1124봉(용두암봉)인데 오를 수 없어 아쉬움이 따른다. 
 

가야산까지 능선이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지 않고 지그재그로 되어 있다.

헷갈리는 쪽(직진)으로 전에는 리본표시기가 몇 개 붙어있었는데 다행이도 지금은 없다.

이곳에서 아무생각없이 능선 따라 직진하면 거창 가북면 하산 길로 빠진다. 
 

미심쩍은 구간은 표시기가 많이 달린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좌측사면으로 내리막 하산길 같은 오솔길을 20여분 지나면 묘지가 나온다.

그리고는 목통령까지 밋밋한 길을 따라 진행하며 소나무와 잡목사이를 지난다. 
 

이제부터는 산죽은 보이지 않고 대신 덩굴나무, 싸리, 억새숲을 지나 급경사길을

5분여 치고 오르니 조망이 좋은 무명봉이고 좌측능선따라 커다란 헬기장이다.

이제부터 성가신 잡목 때문에 진행하기가 더욱 힘이 든다.

 


▲지나온 1124봉  능선이 우측으로 약간 비켜나 지그재그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죽에게 배신(?)때렸다며 두 팔과 스틱까지 들고 벌을 서며 지나가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삐리릭 한다. 부처님 탄신일을 맞아 코리아마운틴(이상인)님으로부터

안부인사 메시지.. 아.~ 참으로 보고 싶은 분이다. 
 

감사하다는 인사말씀 올려드리고 잠시 옛 생각에 잠겨본다.

늘 부족한 사랑방을 위해 많은 격려와 사랑을 주시던 분이 아니던가.

지금은 중기업을 새로 시작해 바빠서 산행도 제대로 못 하신다 던데 
 

이렇게 잊지 않고 또 격려주시니 감사하고 황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진주가면 언제 한번 꼭 찾아뵙고 인사드리리라 했는데 아직 실천을 못했으니

언제쯤 좋아하시는 탁배기 한 잔 올려 드릴 수 있는 날을 고대해 본다.

 


▲내려다 본 거창 가북면 개금마을의 풍경

 


▲지나온 좌측의 용두암봉과 좌일곡령 그 너머 단지봉과 우측 끝의 수도산 조망

 


▲전망이 좋은 무명봉에서 바로 앞의 두리봉을 오르기 위해 잠시 전열을 가다듬는다.

 


▲두리봉이 지척이건만 아직 30여분 거리에 있다. 
 

지지리도 못생긴 소나무 숲 사이로 분계령을 향해 내리막길을 20여분 내려서니

발바닥은 불이 나는 것 같이 화끈거리고 발가락 끝도 너무나 아파서 고통스럽다.

장일효님은 발가락이 아프다며 아예 등산화를 벗어들고 맨발로 내려간다. 
 


 

날 다람쥐도 기어오를 급경사의 두리봉 
 

분계령까지 20여분 고도를 낮추었다가 다시 또 20여분 고도를 올려야하니

이제 체력도 한계점에 다다른지라 무척 힘이 든다.

작년에도 두리봉구간이 무척 힘들었다고 기억이 된다. 
 

더위에 헉헉되며 분계령에서 20여분 급경사 길을 엉금엉금 기다시피 오르니

예의 그 앙증맞은 두리봉정상석이 반겨준다. 매직으로 써놓은 두리봉정상석..

못 생긴 정상석이지만 옛님을 만난 듯 반갑기만 하다.

 


▲두리봉 정상석(올 여름 시원하게 보내라며 모자를 쉬워준다)

 


▲김성원님이 아직도 두 시간여 거리에 있는 가야산을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고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치고 오를 가야산이 지척이지만 아직도 2시간여 거리에 있다.

두리봉 정상부 시원한 나무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고는 잠간 휴식을 취한 후

키큰산죽길을 10여분 내려서니 부박령이다.

 


▲부박령을 지나며 바라본 가야산, 코앞인데도 앞으로 1시간을 더 땀 흘리며 올라야 한다. 
 

종주길 중 가장 힘든 구간으로 기억되는 가야산을 향한 마지막 1시간

쉬어가며 느린 걸음으로 오르는데도 체력이 거의 바닥이라 힘이 든다.

하지만 장일효님은 무거운 카메라가방을 둘러메고 스틱 없이도 앞서서 잘도 올라간다.

 


 

수도가야종주의 대미 가야산에서의 일망무제 
 

이제 배낭속에 마지막으로 한병 남은 시원한 물을 꺼낸다.

이 한병을 거의 비워고 땀도 한바가지 흘려야야만 정상에 도착하리라.

나를 잊고 시간도 잊고, 마음을 비우고 물도 비워야만 할 때이다.

 

서서히 돌길이 시작되는 것을 보니 아마도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음을 느낀다.

무너져 내리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종아리는 감각이 둔해 쥐가 날 듯 하다.

퍼질고 앉았다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이때만큼은 자신에게 반문한다.

 

“내가 지금 이게 무슨 생고생이고?”

투덜거릴 여유도 잠시 뿐 이제는 험악한 돌들까지 앞을 가로막는다.

자꾸만 커져가는 돌들을 타넘으며 시간을 죽이니 드디어 헬기장만한 넓은 공터에 도착한다.

 

고개를 드니 드디어 바로 가야산 상왕봉이다.

이곳까지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반면에 정상에서의 시원한 조망을 대하니

지친 몸이 내 언제 그랬냐는 둥 다시 짜릿한 쾌감에 휩싸인다.

 

가야국의 제왕답게 그 많은 산군들을 거느리고 하늘로 불꽃처럼 우뚝 솟은 가야산

언제 올라보아도 그 확 트인 조망은 참으로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발아래 두리봉을 기점으로

1124봉과 좌일곡령 그리고 단지봉과 수도산으로 이어지는 빗살같은 황홀한 능선길

 

수도산 중턱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앉아 언제나 연꽃 같은 가야산을 바라보며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는 수도암의 전경까지 이 모두가 시리도록 눈속으로 파고든다.

상왕봉을 내려와 다시 칠불봉에 올라 오늘의 종주를 자축하며 셋이서 한 컷씩 찍고는

백운동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가야산 상왕봉

 


▲가야산에서 바라본 부박령과 두리봉 그 너머 수도산까지의 주 능선의 조망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칠불봉정상석

 


▲수도가야종주 그 대미를 자축하며.. 
 

끝으로 그 힘든 걸음걸음 비움의 시간으로

수도-가야 처녀종주를 무사히 완주하신 두 분에게 축하를 드리면서

오늘의 종주산행을 마무리 한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