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핀 서리꽃과 함께한 환상의 수도-가야 종주

 

2009. 4. 26. (일)

산사랑방 홀로

백운동-가야산-두리봉-단지봉-수도산-수도암 

총 산행거리 : 약24+2km (알바, 휴식 포함 12시간 30분)

 

 

 

<1시간 정도 알바하고 다시 올라선 길에서.. 운무가 걷힌 가야산 암봉>

 

 

 

 

<가야산을 내려서며.. 가야할 두리봉과 단지봉, 수도산에 이르는 환상의 종주능선>

 

운무가 걷히고 햇살이 비쳐든 산마루..  

하얀 상고대 너머로 가야할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알바를 하지 않았으면 결코 볼 수 없었던 풍경

인생살이도 먹구름이 드리워지다가 말끔히 걷히는날이 있듯이 산도 그와 같다.

이번에는 산이 인생을 닮는 것 같기도 하고..

 

 

수도-가야 종주의 매력

 

수도가야 종주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 그토록 사람을 못살게(?) 하는걸까?

 수도산(1317m)에서 단지봉(1335m)과 두리봉(1133m)을 거쳐

가야산(1433m)에 이르는 능선은 평균고도가 1000m이상으로 능선 거리만 20여km에 달하니

마치 지리산을 종주하는 느낌이 드는것은 사실이다.

 

부드러운 능선을 걸을때는 덕유산을, 키큰 산죽길을 헤쳐나갈 때는

지리산 동부능선을 걷는 기분이 들고, 

옷깃을 잡아끄는 싸리나무 터널과 뺨을 때리는 덩굴나무군락을 지날 때는 성가시기도 한다. 

하지만 천혜의 원시적인 숲길이어서 신선함은 더욱 커진다.

봄이면 활짝 핀 진달래가 생글생글 꽃길을 열어주고, 피나물과 얼레지 군락지에 서면

그 황홀함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으니 매력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좌일곡령에서 가야산에 이르는 비단결같은 종주능선>

 

 시계가 맑은 날은

해인사를 품은 가야산에서 수도산을 바라보는 조망도 빼놓을 수 없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좌일곡령과 용두암봉에 올라 지나온 길과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면

산들이 첩첩히 파도처럼 가슴으로 밀려드는 환각의 감동에 젖는다.

 

그때는 산행의 피로가 말끔히 씻어짐은 물론, 산에 오를 수 있다는 것에 무한한 감사와

행복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한 수도산은 덕유산과 가야산을 마주하여 자연풍광이 아름답고

청암사와 고찰 수도암을 품에 안고 있어 그 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용두암봉에 올라 바라본 좌일곡령과 단지봉>

 

총 종주거리는 24km정도로 10시간 이상의 장거리산행을 각오해야 한다.

차량회수나 대중교통이 여의치않아서 탈출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능선중에는 샘터도 없다.

단지봉-가야산구간은 어느길로 가야할지 이정표 또한 없으므로 모든 것을 혼자서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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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말경이면 바람난 처녀먀양 떠나고 싶은 곳

 

수도가야종주는 이맘때가 되면 꼭 생각나곤 한다.

봄이라 낮이 길어서 좋고

녹음이 우거지기전이라 조망이 트여 진행하기도 좋다.

고도가 높기 때문에 4월말이나 5월초, 그때가 되면 온갖 야생화와 진달래가 꽃길을 열어준다.

산초보시절에 이 코스를 종주하고 부터 종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으니

수도가야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과 같은 곳이다.

 

이번이 네 번째,

2006년 5월초에 다녀온 후 만 3년만에 다시 떠나는 길

그동안 백두대간을 종주중이라 옆눈 팔 수 없었지만, 4월이 되면 마음만은 수도가야에 있었다.

오늘을 위해 3년을 애타게 기다렸으니 어찌 설레고 흥분되지 않을 것인가.

 

매번 수도암에서 시작을 하여 수도산에서 일출을 보고

해인사나 백운동으로 하산했지만, 이번에는 백운동에서 가야산으로 올라 수도암으로 하산로를 잡았다.

그러나 가야산정상에서는 운무때문에 조망은 없었지만 때아닌 서리꽃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차량회수는 꼭지가 수도암으로 픽업 해준다고 하여 마음편히 떠날 수 있게 되었다.

 

 

 

4월에 피는 서리꽃

 

04:45 백운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관광버스 1대와 승용차가 2대 보인다. 그러나 산꾼은 간곳없고

승용차옆에는 비박용 텐트가 몇 동 쳐져 있다.

따뜻한 집 놔두고 주차장에서 이슬맞으며 비박하는 분들은 왜일까..

기온은 영상5도, 약간은 추운날씨다.

 

 

 

 

서성재를 지나니 안개도 자욱하고 여름이 코 앞인데 흰눈도 보인다.

 

 

 

진달래가 무슨 죄가 있다고 피자마자 된서리(?)를 맞았다.

 

 

성재를 지나 산죽길을 올라서니 안개가 자욱하다. 

덕분에 분위기는 으시시하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지 날씨가 춥다. 

그 공포 분위기에 겁이 나는지 다리가 말을 건다.

"오늘은 종주해봐야 운무속에 조망도 없을테니 힘만 들거야. 그냥 내려가자."

"바보야! 그래도 정상까진 갔다와야지."

마음이 대답했다.

 

산에 오를 때 마다 다리는 힘들다며 불평을 쏟아낸다.

올해 가야산 일출산행때처럼 또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어쨌든 한번도 가야산을 쉽게 올라본 적이 없었다. 늘 힘든구간으로 기억된다.

 

살살 다리를 달래며 고도1,200m 정도 올라서니 산죽잎위로 조금씩 눈도 보이고

새잎이 돋아나는 나뭇가지사이로 하얀 서리꽃이 맺혀있다.

'세상에 이런일이 이게 무슨 징조야' 혼자 중얼거리며 고도를 높일수록

서리꽃이 장관을 이룬다.

 

 

 

으~ 추워.. 철계단 옆의 소나무도 춥다고 하소연을 한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풍경이다.

한 겨울 소백산에서나 볼 수 있는 서리꽃을 진달래 활짝핀 4월에 가야산에서 만나다니..

자연의 경이로움인지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그저 놀라울뿐이다.

 

 

 

 

칠불봉에도 하얀 서리꽃이 피었다.

나무들은 바람을 피해 한쪽으로 누웠고 운무가 산정을 휘감으며 분위기를 돋우어 준다.

이러한 풍경은 생애에 두 번 다시 만나기 힘들 것 같다.

혼자 보기가 아까워 폰으로 찍어 꼭지에게 보내니 그것이 서리꽃인지 알리가 없는 꼭지

도리어 '사진이 왜 이모양이야. 좀 잘 찍어서 보내'하며 투덜댄다.

 

 

 

 

 

<가야산 칠불봉>

 

 

 

 

 

 

 

 

지조깊은 소나무와 주목은 찬서리를 맞고도 더욱 고고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상왕봉 가는길..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진달래가 울음을 터뜨린다.

그 가여운 꽃을 보니 내 마음도 아프다.

'조금만 참어, 곧 햇살이 비칠거야'

 

 

 

상왕봉의 서리꽃 

 

 

 

 

가야 신령님도 질투한 알바와 전화위복

 

운무 가득한 상왕봉을 내려와 두리봉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헬기장에서 조금 내려서니 두 갈래 갈림길, 길은 대체로 뚜렸하지만

직진길은 리본이 하나도 없고, 우측길에는 리본이 세 개 붙어있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리본이 많은 우측길을 선택했다. 그 순간의 선택이 1시간이 넘는 알바..

가야산을 다시 오르는 대형알바의 전주곡이 될 줄 몰랐다.

 

 

 

가야산을 두 번 오르게 한 알바의 시작점.. 저 리본이 유혹을..

 

 길은 두리봉 가는길과 비슷하지만 산죽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드문드문 리본이 보여 안심을 한다. 곧 이어 낯익은 바위 너덜이 이어진다. 길은 맞는 것 같다.

20여분 내려가니 운무가 걷히고 드디어 시야가 트이는데 발아래로 마을이 보인다.

'저기가 어딜까?'

약간 의심이 들었지만 잠시 쉬기도 할겸 너럭바위에 걸터앉아 꼭지에게 전화를 거니

삐리릭! 다행이도 휴대폰이 터진다. 

 서리꽃이 피었다는 얘기를 나누면서 한참동안 수다를 떨고 난 후 조금더 내려서니

전에 본적도 없는 이정표가 '너 어디가?'하며 걸음을 잡는다.

 

 

 

 

이정표에는 <정상1km, 마수리 3.7km>라고 적혀있다.

"헉! 뭐야 이길은 마을로 가는길? 설마?? 1km나 내려왔는데.."

 

예감이 이상하더니 결국 알바를 하게된 것이다.

1km나 내려왔는데 어떻게 올라가냐고 다리는 계속 고~~ 하며 내려가자고 하지만

종주를 포기하지 않을 바에야 그럴 수는 없는 일.. 

현재고도가 1,040m

무려 400m를 다시 치고 올라가야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 진다.

 

 

 

알바중에 뒤돌아본 서리꽃에 취한 가야산 암봉

 

 

 

<몸을 비틀며 약을 바싹 올리는 노각나무>

  

금방내려온 곳이지만 너덜에서는 길이 희미하여 되짚어 오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바위위로 그려진 화살 표시따라 40여분 힘들게 올라서니

운무가 걷히고 파란 하늘사이로 가야산이 환하게 드러난다. 하얀 눈을 이고선 그 모습이 선경이라

상왕봉까지 또 오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때 노각나무가 몸을 비비꼬며 약을 올린다.

'어때?  알바하니 재밌어?' '재미있긴 죽을 맛이구먼.'

 

 

 

 

<알바중 내려다본 풍경.. 도대체 저동네가 어디인지?>

 

 

 

 

운무가 걷히고 가야산 암봉이 드러나니

그때서야 산마루가 가늠되기 시작한다. 파란 하늘아래로 서리꽃이 참으로 아름답다.

금방 새순이 돋아난 나무에 핀 서리꽃.. 눈송이 같은 매화가 지기전에

빨간 새순이 돋은것처럼 경이롭고 신기하다.

 

불과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세상이 다시 바뀐 것 같다.

아침에 서리꽃을 본 죄로 알바를 하긴 했지만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어쩌면 그것은 이미 예견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인생살이에 주어진 운명처럼..

 

 

 

 

 

가야산 아래쪽 암봉이 시야에 들어오고 조금 더 올라서니

조금 전 알바를 시작했던 갈림길이다. 우측으로 암봉이 보인다.

그제야 길이 제대로 맞는 것 같다. 얼음서리가 따스한 햇살에 후둑후둑 소리내어 떨어진다.

슬픔이 몰려오지만 그 또한 자연의 순리인 것을 거스릴 수가 없다.

가야산은 곧 4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서리꽃 너머로 낯익은 산마루가 시야에 들어온다.

'아~! 저 능선이다' 나도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3년이나 기다려온 수도가야 종주.. 이제 그 대망의 종주가 시작된 것이다.

 

두리봉과 용두암봉, 좌일곡령, 단지봉, 운무에 덮힌 수도산까지

거대한 용이 기어가는 듯한 산마루가 장관이다.

서서히 온몸에서 흥분이 일었다. 알바가 아니었으면 과연 맑은 하늘사이로

펼쳐지는 이 아름다운풍경을 볼 수 있었을까..

 

 

 

<뒤돌아본 가야산 암봉>

 

 

 

성가시는 산길이 매력인 두리봉 구간

 

갈림길에서 조금 내려서니 왜 이제 오냐며 산죽이 쪼르르 마중을 나왔다.

산죽과 너덜길이 반복되더니 길은 점차 유순해진다. 그제야 가야산을 벗어나는 느낌이다.

큰 산죽이 터널을 이루어 머리를 숙이며 진행하니 다음에는 싸리나무가

'빨리 가~~' 하며 채찍질을 하고, 덩굴나무까지 나타나 '너 잘 만났다'며 얼굴을 때린다.

그러나 싫지가 않았다. 얼마만에 만난 그들이었던가.

 

 

 

 

09:36 두리봉 가기전 헬기장에서 뒤돌아본 가야산

여전히 서리꽃이 하얗게 덮혀있다.

 

 

 

두리봉 가는 길..

반갑다며 뺨을 때리며 달려드는 덩굴(?)나무

 

 

 

3년만에 다시 만난 얼레지.. 

 

 

 

가야할 두리봉

 

 

 

성가시게 하는 싸리나무 터널

 

 

 

 

10:25 두리봉

가야산에서 알바가 아니었으면 1시간 20분정도 걸릴 거리지만 거의 3시간이 걸렸다.

'준.희'님이 걸어놓은 정상표지판아래로 진달래가 환하게 웃는다.

예전에는 매직으로 쓴 '두리봉'이라는 작은 돌이 있었는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분계령을 지나 무명봉을 오르는 길이 무척 힘든다.

 

 

 

 

조금전까지도 환상적인 서리꽃으로 덮혀있었던 가야산 

뒤를 돌아보니 두리봉너머로 서리꽃은 녹아내려 이제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일장춘몽'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다.

 

 

 

거창 가북면 시골마을이 지척이다.

 

 

 

 

용두암봉이 시야에 들어오고 그 뒤로 단지봉이 어서오라며 손짓한다.

능선이 부드러워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 기분이다.

수도산에서 출발하면 저 용두암봉에서 조심해야 한다. 능선에서 직진하면

가북리 마을로 빠지기 때문에 좌측길을 선택해야한다.

다행이도 지금은 그곳으로 넘어가지못하게 누군가 나뭇가지로 막아놓았다.

 

 

 

피나물 군락지

 

 

 

용두암봉 가기전의 목통령

 

 

 

<마을에서 올려다보면 여인의 젖꼭지를 닮았다 하여 이름붙여진 용두암봉>

 

 

부드럽고 아늑한 산길.. (용두암봉-단지봉) 

 

12:55 용두암봉

예전에는 로프없이 올라갈 수가 없는 봉우리인줄 알았는데 등로 옆에서

좌측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수도가야 종주를 하면서 처음으로 용두암봉에 오른다.

역시 조망이 좋다. 가야할 단지봉은 어서오라하고 걸어온 길은 아늑하여

다시 되돌아 걷고 싶어진다.

 

 

 

가야할 좌일곡령(우측 봉우리)과 단지봉

 

 

 

가야산에서 두리봉을 지나 걸어온 능선이 황홀하기만 하다.

 

 

 

수도지맥 깃대봉과 오도산, 비계산 방향의 능선들도 첩첩이 이어진다.

 

 

 

 

좌일곡령으로 가는 길은 순하고 걷기가 좋다.

키가 작은 산죽과 아담한 바위들이 조화를 이룰뿐만 아니라

낙엽이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곳도 있다.

이 구간 만큼은 소매를 잡아끄는 싸리나무나 얼굴을 때리는 덩굴나무가 없으니

수도가야 매력중의 하나인 가장 부드럽고 포근한 길이다.

 

 

 

 

능선에는 암봉으로 된 크고작은 봉우리가 있어서 계속 조망이 트이고

 

 

 

마치 덕유산의 정겨운 산죽길을 걷는 기분이다.

 

 

 

 

 보해산과 미녀봉 방향의 능선들..

탁 트인 바위 틈새로 진달래가 몇 송이 곱게 피었는데 잎이 먼저 나온 것 같다.

세상이 많이도 보고싶었나 보다.

 

 

 

 

 

 

<좌일곡령에서 바라본 평촌리 방향>

 

 

13:55 좌일곡령

용두암봉에서 1시간이 걸렸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봉우리인데도

봉우리 대신 령으로 불리는 곳이다. 정상에는 대여섯명의 남녀 산꾼이 조망을 즐기며

망중한을 달래고 있었다. 암봉에 올라서니 사방으로 시야가 트이고

첩첩한 산들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감동적이다.

 

  

 

좌일곡령 암봉에서 뒤돌아본 가야산 

 

 

 

<가야할 단지봉>

 

 가야산에서 이어져온 산마루가 특히나 환상적이다.

가야할 단지봉과 수도산 능선은 겨울처럼 여전히 갈색빛으로 물들어있지만

분홍빛의 진달래가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5시쯤에 수도암에서 만나자고 꼭지와 통화를 하고 났더니 

갑자기 걸음이 빨라진다. 마음이 급해서일 것이다. 하늘은 흐려지고 먹구름이 몰려온다.

따닥따닥 무엇인가 땅위에 떨어지는 소리, 싸락눈이 내린다.

산악 날씨는 변덕이 심해 가늠하기가 힘들다.

  

  

 

단지봉사면의 처녀치마 

 

 

 

<단지봉에서 뒤돌아본 좌일곡령>

 

 

15:50 단지봉(1,335m)

예전에 '단지봉 無心'이라 새겨져 있던 작은 정상석이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크고 예쁜 정상석이 아주 멋진자리에 세워져 있고, 처음본 이정목이 반갑다며 인사를 건넨다.

국립공원에 세워진 이정목보다 예쁘고 더 잘생긴 것 같다.

단지봉에서의 조망은 일품이다. 가야산은 물론, 가조방향의 산들과

잡목너머로는 수도산과 양각산능선도 시야에 들어온다.

 

 

 

두리봉의 이정목 '수도산 4.6km, 두리봉 9.2km'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그림같다.

5월중순이 되어 능선이 연초록으로 물들어 파도처럼 너울거리면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단지봉은 늘 바람이 강하게 불고, 5월초순까지도 겨울같은 날씨로 땅에는 서릿발이 돋는 곳..

3년전에는 운무속에 지나왔기에 탁트인 조망속의 단지봉은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계속 머물수가 없어 수도산으로 걸음을 옮긴다.

 

 

 

지리산 방향

 

 

  

수도산 가는 능선도 융단처럼 부드러워 보인다.

 

 

 

<전위봉에 올라 바라본 수도산>

 

 

 

<16:35 수도산>

 

오늘은 가야산에서 9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 긴 시간을 선경에 머물렀으니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양각산과 흰대미산 방향의 능선도 환상적이다.

덕유산은 운무에 가려 모습을 감추었다. 아마 덕유산에도 아침에 서리꽃이 피었지 싶다.

 

 

 

 

가야산에서 부터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반야봉에 올라 천왕봉을 바라보는 느낌이 이러할까..

밋밋한 단지봉을 지나 뾰족 솟아오른 좌일곡령이 시야를 끈다. 

 

 

 

 

수도산 하산길..

5월중순이 되어야 산마루가 조금씩 연녹으로 물들 것이다.

그때 이곳에서 바라보면, 단지봉까지 단숨에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게 보이는 곳이다.

단지봉에서 부터 계속 꼭지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터지지 않는다.

수도산은 그만큼 오지중의 오지랄까..

 

 

 

 

 

<수도암 대적광전과 등산로 표지판> 

 

수도암에 내려서니 5시가 조금 넘은시간

여전히 휴대폰은 터지지 않는다. 옥녀가 베를 짜는 모습의 명당터라 일컬어지는 삼층석탑앞에 섰다.

예전에 종주할 때, 늘 새벽에 이곳을 출발했으니 여기서 가야산을 본 적이 없었다.

석탑너머로 희미하지만 가야산이 보인다. 연꽃같기도 하고 타오르는 불꽃같기도 한 가야산..

 

 

 

 

우측으로는 좌일곡령이 오똑하다. 참으로 명당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의상대사가 수도암을 창건하고는 좋아서 7일동안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는 얘기가 실감이 난다.

주차장에 내려서니 꼭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반가움에 종주의 피로는 아침의 서리꽃처럼 사라지고..

3년만에 다시 떠난 종주길.. 이번에도 축복받은 산행이었다고 자찬하고 싶다.

그리움에 몸서리쳤던 수도가야종주..

또 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산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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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가야 종주 산행지도>

 

 

구간별 산행기록 정리 

 

04:45 ...백운동 -산행시작-

07:20 ...........가야산 칠불봉

07:35 ......................상왕봉

07:45 ~ 09:10 ............알바

10:25 .......................두리봉

10:44 ..........분계령(불기령)

12:35 .......................목통령

12:55 ....................용두암봉

13:55 ..............좌일곡령(봉)

14:50 .......................단지봉

16:35 .......................수도산

17:15 ....수도암 -산행종료

 

 

 

ㅡ 끝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