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국립공원

 

 

2009년 3월 15일

에스테반, 늘뫼, 산거북이

 

 

코스 :  시설지구 - 세심정 - 문장대 - 신선대 - 천황봉 - 세심정 - 시설지구 원점회귀

 

 거리 : 17 km / 머문 시간 : 7시간 40분

 

 

 

 

 <속리산 입구에서>

 

  

 

아파트 산책로 따라 매화꽃은 물론이고, 개나리 핀 지도 벌써다. 산수유는 화관같은 꽃송이가 감탄스러워

매번 요모조모로 들여다보게 된다. 눈높이 훨씬 위, 아침 하늘 가운데 목련꽃들이 하얗게 벌어졌다. 그중에

어떤 것들은 다피기고 전에 끝이 갈색으로 타버린다. 오랜 겨울 가뭄 탓일까. 안타깝다.

 


홍매화인가? 매화꽃이 왜 이리 크지? 아하 작년에도 반기던 연분홍 살구꽃이 활짝 피었다. 꽃사과나무의

연두 꽃멍울도 도톰하게 맺히고, 땅바닥에는 요며칠 잦은 비에 싱그러운 초록 풀들이 요란하게 번져간다.

우리동네 봄은 그렇게 한꺼번에 밀려왔다. 삼사일 못가본 동네 뒷산의 봄을 두고, 나는 멀리 중부지방 충

청과 경상을 경계짓는 백두대간 속리산을 향해 새벽을 거두어 구포의 낙동강을 가로지른다. 6시 10분 쯤.

  

 

 

 <오리(五里)숲 끝부분. 좌측 법주사 방향, 우측 세심정 방향>

 

 

월악산은 주능선을 타봤지만, 속리산은 문장대만 오르고 인근에서 노닐다 간 적이 많았다. 언젠가는 능선

을 산행해야겠다는 소망도 있었고, 속리산 문장대 매점이 철거된 소식 이후로 속리산 타령이 이어졌었다.

게다가 아산회 산행을 장차 전국 국립공원에도 한번씩 자취를 남겨야겠다는 신임회장님의 의지도 있어서 

기왕이면 5월쯤 봄의 속리산이 어떨런지 우선으로 꼽게 되었던 것이다.  

 

 

나의 속리산 경험으로 정보를 취합해도 충분하지만, 그래도 지역의 경험많은 산인(山人)의 조언을 얻는다

면 더욱 좋을 터. 일찌감치 영동의 늘뫼님께 연락을 해두고 동행을 하게되었다. 언제나 편안히 대해주시는

님의 배려에 한층 훈훈하다. 팽팽한 얼굴은 아직 산거북이 못지않은 청춘인데 어느듯 내년이 환갑이시다.

 

 

 

 

 <세사람 각자의 상념을 호흡하며 편안한 간격으로......>

 

 

 

 

 <세심정에서 배낭을 풀어 겉옷을 넣으며..... 짧은 꽃샘추위가 풀린다더니.>

 

 

 

 

 <단풍나무 마른 이파리 사이로 스민 봄 햇살. 반짝이는 조릿대와 융단같은 돌이끼의 초록.>

 

 

 

 

 <마른 가지에 부서지는 햇살의 부드러움. 내 벗들을 잊고 하염없이 빛을 바라본다.>

 

 

 

 <소달구지를 탄 사람이 지극한 信心으로 세속을 여의고 입산한 곳. 그래서 속리산(俗離山)>

 

 

도(道)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은 도를 멀리하고,

산은 세상을 멀리하지 않는데 세상이 산을 멀리하는구나.

 

道不遠人 人遠道 山非離俗 俗離山 / 고운 최치원(신라시대)

 

 

 

 

 

 <능선이 보인다. 큼지막한 돌두꺼비가 가파른 오름길을 격려한다.>

 

 

 

 

<몇 해 전, 막내와 아내와 함께 올랐을 적에는 워낙 천천히 올라 힘들지 않았다. 오늘 역시.......>

 

 

 

 

 

 <능선 안부에 매점이 깔끔히 철거되었다.>

 

 

그러니까 작년 11월에 철거된 이곳 매점이 있던 자리. 휑덩하지만 속시원하다. 속리산에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불같이 든 것은 바로 이 뉴스 때문이었다. 그리고 늘뫼님과 연락하고 날씨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연락이란게 복잡한 절차가 아니라 '모일 모시에 저 갑니다!' '알겠소' 주고 받

는 한통씩의 e메일 뿐이다.

 

 

 

 <대형 매점이 없어져 문장대 바라보기가 한결 낫다.>

 

 

 

 <역시 붐빈다.>

 

 

문장대에서

 

매서운 칼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문장대에 오른 사람들은 모자를 눌러 잡거나 비명을 토해낸다. 겨울의

여력은 여전히 건재했다. 빠른 속도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한기가 엄습해왔다. 서둘러 한바퀴 돌면서

경치를 담은 뒤, 간단한 기념촬영을 마치고 서둘러 내려섰다. 으~~ 춥다. 한순간에 꽁꽁 얼어버린 느낌!

 

 

 

 

 <관음봉 방향>

 

 

 

 

 <밤재 방향 능선>

 

 

 

 <바위로 이뤄진 속리의 능선이지만 등로는 그 틈새로 기묘하게 뚫려있다 능선 실금처럼 등로가 보인다.>

 

 

 

 <신선대, 비로봉, 천황봉까지 한눈에 보인다.>

 

 

 

 

< 이틀 전, 전국에 뿌렸던 비는 이곳에서는 당연히 눈이었다. 무척 미끄럽다.>

 

 

 

 

 <문장대에서 금새 멀어졌다. 이제부터는 초행길이다. 그리고 백두대간 남진 능선길이기도 하다.>

 

 

 

 

 <신선대가 있는 봉우리가 멋지다. 완곡한 능선을 타고 한차례 힘껏 오르면 신선대렷다.>

 

 

 

 

< 산죽과 빙판 돌길 그리고 눈부신 햇살, 그 끄트머리에 매점 >

 

 

 

 

 <느긋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경업대 분기점에서 하산로에 눈길 한번 주고 계속 직진>

 

 

아산회 산행코스를 답사할 요량이라면 이곳에서 아쉬움 없이 하산하여 절경 경업대를 확인해야할 필요

가 있었다. 빠른 계산과 결단이 필요했다. 부산서 이른 아침에 출발하여 왕복 7시간의 차량이동, 산행시

간은 5시간 내(그렇다면 문장대 편도 왕복이라도 빠듯하다), 부산 도착시간은 10시를 쉽게 넘길 수 있다.

선택하기 쉽지 않은 강행군이 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오름길 내림길이 죄다 팍팍하기 그지없는 돌계

단 투성이다. 노선배님들의 무릎이 아우성을 칠 것이다.

 

 

답사의 목적을 일단 포기하고 나를 위한 산행으로 방향을 바꾸어 천황봉까지 둘러보기로 했다. 늘뫼님

도 속리산의 등로는 노선배님들에게는 적절치 않은 코스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도 접근시간과 거리가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쩝~~!

 

 

 

 

 

 <아~! 나무가지에 가리워도 놓칠 수 없는 아름다움.>

 

 

 

 

 <은밀한 산죽등로>

 

 

 

 <지나온 입석대(좌측의 대형 선돌이지 싶다는 늘뫼님 소개)>

 

 

 

 <질펀한 등로로 인해 걸음이 사뿐하지 않는 산거북이의 바지 스타일은 진작에 말이 아니다.>

 

 

 

 

 <지점 표시가 없어 확실하지 않지만 비로봉을 막 지난 것 같다.>

 

 

 

 <속리산 최고봉 천황봉이 가까워졌다. 바로 앞 암봉만 너머서면......>

 

 

 

 <형언할 수 없는 평온함에 감싸여 나는 그만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바위가 살아 숨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천황석문>

 

 

 

 <상고암/상환암 - 천황봉 갈림길, 아래 지도상 현위치에 해당>

 

 

 

 

미끄러운 능선길을 신경 써서 그런지 다리가 벌써 무거워져왔다. 두시 반. 산행한 지 벌써 5시간이 넘었

으니 1차 피로가 밀려올 때가 되었다. 이 지점에서 천황봉까지 갔다가 되돌아와야한다. 말인즉 다음에 와

도 된다고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지척에 둔 명색 [속리산 최고봉]을 두고갈 수는 없는 일.

 

 

에스테반은 16분만에, 장각동 분기점 헬기장에서 조망을 하고 오른 나도 20분이 채 안되어 천황봉에 도착. 

 

 

 

 

 

< 오호라! 이곳이 출입제한된 장각동 하산로 입구.>

 

 

 

 <이미 정상에 오른 에스테반>

 

 

 

 <형제봉, 그리고 좌측으로 이어지는 대간길, 우측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구병산>

 

 

 

 <산행을 거의 마무리한 여유>

 

 

 

 <멀리 보이는 문장대와 관음봉> 

 

 

하산

 

다시 지도상의 '현위치'로 돌아와 상환암으로 하산하였다. 미끄럽고 질척이는 길이 여간 신경쓰이지 않

는다. 이미 천황봉 하산길에서 첫 엉덩방아를 찧었기에 더욱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흙바지가 황토빛

백바지가 되는 것은 한순간일 것이다.^^

 

 

고도를 낮추니 눈얼음 녹은 물기가 없어서인지 더이상 길은 미끄럽지 않다. 거대한 석문을 지나자 경사

도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상환암은 울력하는 텃밭에 들인 정성이 세심하고 정갈하여 수행암자의 면모가

여실하게 드러난다. 등산객의 터벅걸음이 행여 잡소리가 될까 조심하여 어귀를 돌아 내리게 된다.  

 

 

 

 

<세심정 뒤편 계곡>

 

 

드디어 세심정 원점회귀...... 마음을 가다듬고 내려섰으니 새삼스레 [씻을 마음]도 없다. 어지간해서 계

곡에서 신발을 씻지 않는 에스테반의 성품이 기특하다. 이곳이 세신정이 아닌 바에야 등산화에 묻은 흙

은 내려가는 걸음으로 말려 툴툴 털어 낼 일이다.

 

 

 

<속리산 상환암계곡의 이른 봄>

 

 

 

 <아침에 본 지점에서 다시 담는다. 늦은 오후, 두터운 구름에 가려 햇빛이 없다.

아침 저녁으로 이토록 달라지는 것이 풍경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