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 1

 

가을걷이를 마친 들녘이 휑하다.

남쪽하늘에 먹구름이 북쪽하늘의 파랑과 어색하게 함께했다.

그동안 활엽수의 푸름에 묻혀있던 바늘잎 나무들이 무리를 이뤄 자태를 드러낸다.

바늘잎임에도 퇴색한 이파리를 떨구어 내는 무리도 보였다.

마지막 가을을 보러 가는 것 보다 겨울을 마중하러 간다고 생각하니

화려하지 않은 단풍도 시리게 다가 왔다.

 

속세를 벗어 나 볼까?.....

 

 

SCENE # 2

 

- 보은에서 출발하면 문화재관람료가 부담되는데 상주로 가면 관람료 없지요?

- 잠깐만요   전화로 확인 좀 해 보구요......

운영자님께 전화를 드려 다시 확인을 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상주는 관람료 없답니다."라고 했다.

속리산등산을 목적으로 한 사람들은 법주사근처를 통과만하는데...ㅠㅠㅠ

 

화양동계곡은 가을 가뭄으로 계곡이라는 명맥만 겨우 유지한 채 힘없이 흐르고 있어

나부끼는 이파리들과 하얀 억새와 어울려 스산함이 느껴졌다.

계곡의 물이야 비가오면 다시 힘있게 흐를테고,이파리들도 내년 봄이면 다시 푸르를 텐데...

 

나는?......ㅠㅠㅠㅠ

속세를 떠나려고 가는 놈이 무슨 푸념?....ㅋㅋㅋㅋㅋ

 

 

SCENE # 3

 

법주사의 재정을 기어이 축내고 도를 넘어 경상도 상주에 도착했다.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감빛이 곱다.

원래 운장대로 불리웠던 문장대이어서인지 구름이 바위를 감싸 안았다.

 

- 비 올 것 같은 데...

- 안 올 거 같은 데요.

- 비 오면 큰 일인데...

- 걱정마세요.  비옷 두개 준비해 왔어요.

후배는 비옷 하나를 건넸다.

드뎌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더니 우박으로 변해 급습을 했다.

 

- 내 말이 맞지?

- ...............

 

비옷을 입고 허둥대는 인파를 뚫고 여유있게 올랐다.

비는 이내 그쳤지만 다시 올 것 같아 비옷을 벗지 않았다.

후배가 벗어 버리니 나만 홀로 비옷차림

백색이어서 의사선생님 같은 옷차림이었다.

 

군계일학? ㅋㅋㅋㅋㅋㅋ

 

비는 야속하게도 더는 오지않아 비옷을 준비한 사람, 특히 비옷입은 나만

돋보이게(?) 만들었다.

 

 

SCENE # 4

 

불황이라 난리지만 인파는 대단해서 줄지어 올라가는 상황

단풍보다 더 형형색색인 옷차림이 섞이고, 전국의 사투리가 섞이었다.

초반에 유난히 힘들어 하는 내겐 안성마춤

왜?

내 초라한 주력을 숨길 수 있으니....ㅋㅋㅋㅋㅋㅋ

다시 도를 넘어 충청도 땅 보은에 닿았다.

 

경상도에서 충청도로 왔는데도

시차적응이 잘 됐고, 기후도 차이가 없어 적응이 순조로웠다.

역쉬~ 산행경력이 쌓이니.......

 

문장대에 오르려면 대기표를 받아야 할 것 같고

꽤 여러번 오른 곳이니 과감히 생략했다.

 

 

SCENE # 5

 

점심먹을 곳도 마땅치 않아 하산을 서둘렀다.

고도가 낮아지니  단풍은 더 고왔고 복천암부근 " 이뭣고" 다리를 건넜다.

이 흔한 화두를 붙잡고 용맹정진한 세월이 얼마이고, 끝내 풀지 못하고 뜬눈으로

입적한 분이 얼마나 많았는가?

 

이. 뭣. 고?.......

 

앳된 여학생 셋이 운동화차림으로 재잘대며 올라왔다.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니 문장대까지 간단다.

 

요사이는 해가 빨리지니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하니 순순히 발길을 돌렸다.

이렇게 말 잘 듣는 아이들의 뒷 모습이 귀여웠다.

 

법주사가 보여 들어가고 싶었지만 상주에서 올라 온 처지라

일주문 전에 있는 약수만 한 잔 들이켰다.

 

참나무시들음병을 치료받는라 붕대를 감고 링거를 꽂은 노거수들이 애처로운 길을 지나

다시 환속했다.

 

5시간동안  속세보다 더 번잡하였으나

내 맘의 평정이 언뜻언뜻 찾아 온 속리산행이었다.

 

** 산정에서 구름이 부분적으로 걷히고, 빛내림으로 드러난 풍광이 압권이었으나

    카메라의 ON 스위치를 눌렀으나 영영 대답이 없었음을 밝힙니다.  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