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광이와의 산행 - 속리산 (장각동)

언제 : 2007.7.19(목요일)

누구랑 : 아내랑(산악회 따라서)

사람의 인연이란 도대체 가늠할 수가 없다!... 내가 광이를 알게된 것은 전에 다니던 직장 산행을 통해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는 내가 쓴 산행기를 통해서 나를 유심히 드려다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나를 삼촌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니 편하게 그냥 "엉아"라고 부르라고 해도 굳이 삼촌이라고 공대하는 그의 속내가 고맙지만 내몸에 비해 너무 큰 옷을 입혀준거 같아 어색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며칠전 어렵사리 청을 넣는다

광이 : 삼촌?...언제 같이 산행 한 번 하시죠?..

빵과버터 : 그~으랴?...조~오치!....집사람이 목요일날 쉬는데 너는 연가 내고 갈수 있것냐?...

광이 : 당근이죠!...

이렇게 광이와의 산행은 이루어졌는데?....산행날 아침. 김칫국에 밥 한술 말아 먹은 후 아내와 함께 걸망을 걸치고 집을 나서는데 번쩍하면서 우르릉 꽈~당! 뇌성벽력과 함께 장맛비가 창대처럼 꽂히는데 이 비에 걸망을 메고 산에 가는 꼬라지를 동네 사람들이 볼까 무섭게 서둘러 롯데마트까지 걸어 가는데 바짓가랑이는 이미 흥건하게 젖어 버린다.

버스에 올라 이제 제법 안면이 익은 고수님들에게 눈인사를 보내고... 우선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온 K씨와 반갑게 손을 잡는다. K씨....참 대단한 양반이다. 환갑나이에 어학연수라니?...이 양반하고 인연 역시 산하고 맺어진 인연이다. 그러니까 3년전 K씨 형제와 우리 부부 사이에 2박3일 지리종주 인연을 맺었던 것이니 인연의 업은 이렇게 돌탑을 쌓듯 만들어지는가 싶다

이런 날씨에 산행은 결코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산악회의 구조적인 매커니즘은 계엄령이 아니라면 결코 중도 포기를 용납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빈자리가 있을까 염려했는데 오늘 같은 날에 자리 걱정은 기우였으리라....광이와 함께 나란히 앉아 배낭여행 얘기...산행얘기로 침을 튀기다 보니 어언 경상도 상주 땅이다...안성, 평택은 그렇게 비가 쏟아지더니 상주땅은 아스팔트 도로가 말짱하니 뽀송뽀송해 회장님을 포함한 열댓분의 산꾼들이 희희낙락 했지만?...그러나 그때 뿐이었다!...ㅋㅋㅋ

다녀온 길

산행은 상오리 장각동이란 마을에서 시작되었다. 장각동코스는 1991년 자연휴식년제에 묶인 뒤 15년째 입산이 금지되었다가 금년 1월1일부터 개방되었다.

최근 자주 내린 비로 장각계곡은 수량이 풍부하며 맑고 깨끗하니 맨 꽁지인 주제에 아스므리하게 피어 오르는 물안개에 혹해 한방 박고 올라간다.

매표소를 지나 상오리 7층 석탑에 이르자 문화재에 관심 없는 이들을 그냥 짓처 올라가고 몇 명이 나무계단을 올라가 보물을 알현한다.

보물  제683호이다. 탑이 세워진 이 곳은 장각사라는 절이 있었던 곳으로 전하나 확실한 기록은 없다. 탑은 2단의 기단(基壇) 위에 7층의 탑신(塔身)을 세운 일반적인 모습으로, 흙을 다져 만든 단 주위에 돌로 테두리를 잡아 구역을 정한 후 그 위에 탑을 세웠다.

기단은 여러 장의 판돌로 이루어졌고, 탑신은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일정 비율로 줄어들고 있다. 1층 몸돌은 3개의 돌로 구성되어 있으며, 네 모서리에는 기둥 모양이 새겨져 있고 동쪽 면에는 문짝 모양의 조각도 있다. 2층 이상은 지붕돌과 몸돌을 하나의 돌로 구성한 특징이 보인다. 얇아보이는 지붕돌은 느린 경사가 흐르고, 네 귀퉁이에서의 치켜올림이 뚜렷하며, 밑면의 받침은 5층까지는 5단을, 6·7층은 4단을 두었다. 꼭대기에는 머리장식을 받치는 네모난 받침돌만 남아 있다.

탑신의 경쾌함이 돋보이는 탑으로, 크기가 장중하고 전체적인 균형의 정제미가 뛰어나서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양식을 이어받은 고려 전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의 자료에서)

산행대장님은 비로봉 알현하고 빽해서 천황봉 경배하여 원점회귀 한다고 했으나 오늘은 기상이 않좋으니 그냥 천황봉만 다녀온다고 크게 인심을 썻다. 나야 언제든지 빽할 준비가 되어있으니 어디로 가든 상관없다 싶으니 그냥 편한 기분이다. 그런데 콘크리트 도로에 철망 펜스를 길게친 대저택이 눈에 거슬린다. 대리석으로 치장한 두 개의 석주가 눈에 확 띄는데 하나의 석주에 등산로아님 이란 붉은 문패(?)가 이채롭다.

빵과버터 : (속으로 - 어라?....등소평의 자손이 살고있나?....ㅋㅋㅋ)

물론 현재는 사유지 일테지만 얼마나 돈이 많고 얼마나 끗빨이 세면 국립공원내에 저런 집을 짓고 살수 있을까 싶으니 부러운 마음과 두려운 마음이 왔다 갔다 하더라. 초입의 이정표를 보고 천황봉까지 고작 4.3km니 이건 누워서 콩떡먹기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첫 번째 계류를 건너며 다리위에서 장각계곡을 담는다

개망초 밭을 지나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인 빗줄기가 쏟아진다. 일찌감치 노산객 두분은 산행을 포기하고 하산했지만...썩을!...장맛비가 올려면 초장부터 퍼붓던가 하지!....ㅋㅋㅋ

멋진 아치형 다리다 싶어 잽싸게 내려가 한껀 줏어 올리는데?...

아내에게 그만 걸리고 말았다....ㅋㅋㅋ

산행중 마지막으로 본 아내의 뒷모습이다. 우중의 여인은 속세를 버리고 그렇게 산속으로 들어가 버렸다...ㅋㅋㅋ 아내는 진즉 나를 포기하고 3개월만에 돌아온 K씨와 발을 맞췄지만 내옆에는 범강장달같은 광이가 있으니 널널한 마음이라 개의치 않는다. 우중 산행은 얼마나 힘이 들고 산길 오르막은 얼마나 경사가 심하던지 무릎팍이 팍팍하기가 이를데 없었고 첫 번째 헬기장에서 100여메타나 올라 왔을까?... 산위에서 뭐라고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 후미 대장인 회장님이 어서 올라 오라고 격려하는 줄 알고 맞고함을 질러 댔는데... 웬걸?... 부총무님(여성)이 선배님 한분과 함께 빽을 하는 것이다. 그~랴!...드디어 꼴찌가 선두가 되는 순간이다 싶어 헤헤거리면서...

빵과버터 : 전부 빽을 하는 겁니까?...

부총무님 : 썩을!...허구헌날 산 타는 주제에 오늘 천황봉 못찍었다고 무슨 일 일어나것슈?...올라 갈테면 올라가슈?...

빵과버터 : ??!!....광이야?....우짜꼬?...

광    이 : 삼촌 알어서 하슈!...

빵과버터 : 봤지??....이럴때는 빠꾸하는거야!....ㅋㅋㅋ

올라갈때 눈여겨 보았던 폭포를 여유롭게 여러 가지 모드로 잡아본다.

하산길 버섯

천황봉에서 길게 뻗어 내려온 산과 물이 한 용소로 깊숙이 떨어지니 이것이 바로 장각폭포다. 폭포의 높이는 6m가 넘으며 수량이 많아 산천을 진동하고 수십 장 애안아래 검푸른 용소는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으며 낙수의 여파로 빙글빙글 돌고있는 수면을 보고 있으면 금방 용이라도 치솟아 오를 것 같은 느낌을 준다.폭포 위에는 금란정과 노송이 고색 창연하게 서 있다.

아내의 귀환! (고어텍스 등산화?....물에 불은 발가락은 하얗게 기가 죽어있고... 금란정 아래 맑은 물에 젖은 몸을 헹구고 점심도 거른채 막걸리 특주 2대포를 마시고 나니 입이 헤퍼진다. 여보?...힘들었쟈?...)

머루밭이 아닐까? (상오리 마을에서)

광이야?...오늘은 비록 "꽝"을 뽑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대박을 터트리자!...응?...ㅋㅋㅋ

(산행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