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한국의 산하가족 만남의 날(속리산)

옛날 우리나라 속담에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로 '머리카락으로 신을 삼아 바친다'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말일 뿐이지 실제로는 아니라고 생각해 왔었다는데, 몇 년 전엔가 안동지방에서 젊은 아내가 남편에게 삼아 준 걸로 보이는 짚신 한 켤레가 발견되었는데, 거기서 짚신 새끼줄에 머리카락이 섞여 있었다고 합니다.

짚신이 신고 걷는 것이어서 옛날부터 선조들은 이 짚신이라고 하는 것을 매우 관념적으로 중요하게 여겼답니다. 사람이 가는 길을 동행하기 때문에, 짚신 자체가 사람이 걸어가는 길, 그 여정을 뜻하기도 하고, 인생의 길을 뜻하기도 한답니다.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렀더란 말인가?...어느핸가 관악산 모임에 "빵과버터"라는 닉네임으로 처음 모임에 참가했더니만누군지는 모르지만 "빵과버터"라고 해서 젊은 사람인줄 알었드만 낫살깨나 자셨구먼!...했던 소리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ㅋㅋㅋ

그래도 그때 본 사람들을 아직도 쌩쌩하게 볼 수 있으니 피차간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때 본 신경수님의 쫄바지는 아직도 잘 건사하고 계시는지?....ㅋㅋㅋ 그러나 6년 이란 세월이 그다지 긴 세월은 아닌가 싶다. 악풀에 마음 아파하고 써버 이전의 어려움에도 의연하고 뚝심있게 "산하"를 지켜온 운영자님, 관리자님, 권총님, 현호님, 주왕님....을 산하의 원로(?)들은 다 기억하고 있을테지?...버스를 3번 갈아타고 속리산 초입에 들어오니 서정길님의 전화가 온다

서정길님 : 어디쯤 오고 있수?...

빵과버터 : 긍께 여기가 어디냐면....그래!...정이품송 앞을 지나고 있땅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반가운 사람들을 어서 보고 싶어 서둘러 걷고 있으니 산에 갈때는 맨날 앞에서 내 빼던 아내가 느려터지게 따라 오고 있길래 뒤를 돌아보니 아내가 한다는 말이...

아내 : 뭐가 급하다고 그렇게 싸게싸게 간대요?....그렇게 급하면 당신 먼저가슈?...

빵과버터 : ??....ㅋㅋㅋ

덕림 식당 후원은 그 옛날 추석 전날 서울역 광장처럼 산하 가족들로 북새통이다. 그 와중에 제일 먼저 일만 선생님의 깨끗한 얼굴에 눈이 마주친다. 아직도 정정하신 모습에 반갑고 청파 선배님 등단 소식에 축하드리고 운영자님, 관리자님 권총님을 찾아 다닌다. 노만우 선배님께 인사 드리고 신경수님, 서정길님, 이상일님,산초스님, 운해님, 정중채님, 김정목님등등...사실 집에서 나올때는 잊지 말고 인사 드려야할 사람들의 이름을 메모해 왔건만 황망중에 스쳐지나가고 손만잡고 눈인사만 건네는 얼치기 인사로 대신했으니 미안한 생각이 앞선다.

잠시후 경남 부산팀이 도착하니 이두영 선배님께 인사드리고 문종수님...그리고 "나으 사부님"을 만난다. 의상봉 이후 껴안은 사부님의 알통은 그때보다 더 단단하고 더 굵어졌다. 대간 종주를 마친 사부님에게 늦게나마 감축드리옵니다...

그동안 먹고 싶은거 하고 싶은거 참어가며 투병중인 사람 같지 않게 활발하고 환한 미소로 사람들 틈을 비집고 다니면서 인사하는 모스님은 여전히 여두목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 소중한 사람들이지만 나는 오늘 문장대는 쳐다보지도 않고 사부님과 여두목의 그늘에서 하루를 보내자고 스스로 철 이른 낙엽이 되어 딩굴어 다녔다...

따지고 보면 2년전 정년퇴직하고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된것도 산이 맺어준 인연이었고 좋은 분들을 만나 찐득한 인연을 맺게 된것도 "한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는데 나는 "한산"을 위해 한일이 없으니 미안한 마음 뿐이다.

 

권총은 양반집 후예답게 참 무던한 사람이다

좋은 일이다. "국공단"도 이제 체질 개선에 들어간 모양이다. 먹고 살자면 무슨 짓인들 못하랴?...ㅋㅋㅋ

속리산을 두어차례 올랐건만 법주사에 들어와 보기는 첨이다.

팔상전에서

일만 선생님은 문화재에 조예가 깊으시니 허투로 지나치지 않는다.

오늘 처음 만난 요물님도 참 센서블한 사람이었다

사부님과 부처님

포퓰리즘이 아니다. 한때 나도 그분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분이 통이 되었을 때 어떤 사람은 내 얼굴이 그분과 좀 닮았다고해서 좋아라 했었는데?...

편하고 좋은 사람들끼리라면 무슨 장난인들 못치랴?...

무슨 일이 생기기는 생겼나 본데?....ㅋㅋㅋ

수정암 입구다

정과 망치 하나로 세상에 이럴수가?...

내비게이터를 자부하던 아내가 수정봉 오르는 길을 찾아볼려고 수정암 근처를 탐색해보지만 수정암 입구에는 느그들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눈치가 9단인 여스님 한분이 우리를 경계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산나물 비빔밥과 더덕주를 마시는 일만 남었다.

전혀 요물스럽지 않은 요물님

니가 정말 요물 맞나?...

그저 하루쯤 모스님 옆에 있고 싶었을 뿐이다. 모스님 옆에 있으면 편안하다. 그런데 그녀 옆에는 항상 남자들이 꼬인다는 것이다. 그것도 젊고 잘생긴 남자들이...오늘은 북극성까지?...집안의 밥그릇 숫자도 훤히 아는 사람들이라 별로 궁금한 일도 없을테니 오늘은 알통 자랑이나 해보끄나?...ㅋㅋㅋ

철녀에게는 발이 제일 중요한 무기인데?...

여두목은 두타행도 왔고 정상철이도 왔다니까 퍼떡 일어나라고 챙긴다. 짧고 아쉬운 시간이다.

속리산에서 청주가는 막차는 16:30분이다. 이 빈자리에 산하가족이 전부 모였을 때 작별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아무말도 없이 훌쩍 떠나니 죄송하기 짝이 없다

계백님, 배병만님, 신경수님...산꾼이 아니라 산신령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영희씨, 사부님, 엠티님...따뜻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담아온다

속리산→청주→평택→안성으로 4시간후 집에 돌아와 게게하게 풀린 눈으로 내려다 보다 깜짝 놀랐다. 거기에는 "한산" 가족들의 얼굴이 올올이 백혀 있었기 때문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