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산행기


1. 일시 : 2006.08.10(목) ∼2006.08.12(토)

2. Who : Me & my wife

3. 일출몰 05:42 - 19:26 / 월출몰 20:12-06:10 / 시민박명: 05:14-19:52

4. 일정개요

춘천터미널(09:30) -> 청주터미널(13:10-15:00 점심) -> 화북도착(16:30)  -> 민박(1박) ->갈령 -> 천황봉-문수봉-법주사 -> 속리산터미널(20:00) -> 대전(1박) -> 계룡산(동학사-갑사) -> 공주 -> 천안(18:30) -> 춘천(21:30)

5. 준비물

햇반6, 라면2, 밑반찬, 사탕, 쵸크렛, 위스키, 50L배낭, 여벌옷, 우의, 코휄, 버너, 연료가스, 스틱, 헤드랜턴, 다목적칼, 샌들, 카메라, 핸드폰, 썬글래스, 기타.


6. 코스 및 예정시간

갈령(05:10) → 갈령3거리(06:30) → 형제봉832m(07:00) → 803.3m(07:20) →  피앗재(07:40) → 639m(07:50) →식사 및 휴식 후 출발(08:40) → 667m(09:20) → 703m(10:20) → 전망바위(10:30) → 대목리 갈림길/위치표시[속리04-05]지점(11:20) → 천왕봉1058m(11:50)→ 천왕봉 출발(12:00) → 1,015m/[속리04-06] (12:10) → 법주사 갈림길(12:20) →석문(12;30)→ [속리04-07]지점(12:40) →  입석대/[속리04-09]지점(13:00) → 경업대 0.4KM(13:20) → 신선대휴게소(13:40) → 문장대 휴게소(14:20) → 문장대(14:30) 점심 → 출발(15:10) → 복천암(16:00) → 법주사(17:00) → 속리산터미널(17:30) → 대전(2박)


7. 참고 산행 거리

  갈령(443m)→ 2.2km →형제봉(832m)→ 1.6km →피앗재(650m)→ 5.8km →천황봉(1,059m)→ 3.4km →문장대(1,003m)→ 6.9km →법주사매표소

*산행 거리 : 19.9km, 05:10 出發, 18:30 着, 13시간 20분 소요


8. 산행기

들머리 글

올 여름에 2주일을 고성 경동대에 가서 연수를 받았으니 바다와 회는 끝냈고, 매년 가던 지리산은 오월에 바래봉으로 해서 다녀왔으니 요번엔 기차여행 말고 버스여행을 계획해 봤다. 그리하여 점찍은 것이 속리산과 근처의 계룡산이다. 매표소 입장료도 그렇구, 색다른 길로 가봤으면 해서 생각해 낸 것이 백두대간길, 갈령에서 천황봉 문장대길이다. 대간을 하는 것은 아니니 문장대에서 늘재로 가지는 않고 법주사로 내려가기로 작정했었다. 농사 핑계와 연수 탓으로 돌리면서 그간 산을 다니지 않았다가 갑자기 무리를 해서 악전고투 고행길이 되어버린 산행이었다. 이번을 기회로 많이 반성하고 평소에 근교산행이라도 자주 해야지 하는 각오를 다지게 한 산행이었다.


8/9 09;30 청주행 출발 - 소요시간 3:45(219.0km) 차비 14300원

처음부터 계획보다 늦어진다.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아침에 짐을 꾸리느라 부산을 떨었다. 13:00 경 청주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간은 좀 남았지만 날이 너무 더워 시장 구경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터미널 2층에서 점심을 먹었다. 세시 출발하는 화북행 완행버스를 탔는데 차가 고속버스보다도 괜챦았다.


16시 40분 화북 도착 - 소요시간 2시간 차비 6100원

화북면에 도착했다. 조그마니 아늑한 시골마을이다. 다니다 보면 강원도에만 산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종점에서 내려서 시장터로 가면서 여관이 있냐고 물으니 여관은 없고 민박만 있다고 한다. 마침 afdj본 아줌마가 옆집을 직접 소개해주어 하루를 묵기로 하는데 새벽에 트럭으로 갈령까지 태워다 줄수 있다고 하니 굳이다.. 세 살던 사람이 이사가고난 빈집이니 너무 널널하다. 짐을 대충 풀고는 저녁거리를 배낭에 넣고 상오리 장각폭포로 한참을 걸어가서 폭포 빝에서 된장 찌개를 끓여서 햇반을 먹고 어둑해져서 숙소로 돌아 와서 맥주 한잔씩을 하고는 잠을 청한다. 아내는 조용한 시골에 가서 살자는 말을 또 한다. 허름한 농가주택을 구입해서 개량해서 쓰자고 하는데...

                                              <화북면 상오리의 장각폭포>


8/10 05:10 갈령 출발

핸펀 알람보다 먼저 잠이 깬다. 짐을 챙기고 1층으로 내려와서 신발끈을 매는데 주인 아저씨가 나온다. 트럭뒤에 배낭을 올리고 출발해서 십오분 정도 오르니 안개가 자욱한 갈령고개에서 출발한다. 산행기에는 갈령삼거리 30‘ 형제봉 30’ 피앗재 30‘ 정도로 계산하지만 무더위와 컨디션이 난조라 걱정이다.


05:50 백두대간 갈령삼거리

초반 오르막이 힘들었다. 날은 이미 훤하게 밝아 헤드랜턴을 패킹하고 오르는데 몇 번의 봉우리를 넘어도 삼거리 표식이 없다.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서 삼거리 표식이 나타난다. 초반부터 페이스가 너무 늦어지지만 벌써 온몸이 흠씬 젖어서 옷이 거추장 대니 도리가 없다.

06:40 형제봉

보통들 한시간이면 온다는 길을 30‘이나 오버했다. 그래도 하산 길을 여유 있게 잡았으니 이때까지만 해도 걱정은 없다. 웬만하면 오미터 정도의 암봉에 오를 만도 하건만 오늘은 그냥 통과! 카메라도 꺼내기 싫어 핸폰으로 시간기록용으로 한 컷 찰칵으로  땡친다. 아니 잠깐 쉬어가고도 싶었는데, 웬 파리들이 웅웅거려 보니, 민망하게도 봉우리 좁은 공터에 누가 그만 큰 것을 실례해 놓았다. 아내가 질색하면서 빨리 가자고 한다. 분명 백두대간 길을 간다는 사람들이었을 텐데 너무 하다 싶었다. 형제봉이니 비슷한 봉이 하나 더 있다. 거기서 쉬자고 출발했는데 그 거리도 만만치 않다.


                         <형제봉 지나 쉴참에 - 원추리꽃>

07시 46분 피앗재 - 아침식사

충전지도 바닥이 나기 전에 재충전을 해주어야 한다던데 사람도 매한가지인데 아침이 너무 늦었다. 산행시에는 허기가 지기 전에 미리 식사를 해야 하는 것을... 마땅한 장소도 없었고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 입맛도 별로 없었다. 바로 위 667봉에서 먹을 예정이었는데 조금 오르다 빽 해서 고개안부에 상을 차렸다. 집에서 가져온 불고기와 김치 마늘짱아치가 반찬이다. 산엘 갈 때 마다 아내는 마늘 짱아치를 꼭 가지고 오는데 입맛도 돋우고 적당히 짭조롬 하면서 부피도 적으니 권할만한 밑반찬중 하나이다.

만수계곡에서 출발하면 예서 합류하게 된다. 형제봉이 1.6km, 천황봉이 5.8km 현재나의 걸음 속도는 1.5km/h 그렇다면 천황봉까지 앞으로 네 시간, 그럭저럭 늦지만 갈수 있겠지 싶었다.

                                          <피앗재 이정표 - 아침식사>

13시 20분 천황봉

세시간여 걸린다는 코스를 무려 다섯시간이나 걸린 끔찍한 구간이었다. 예까지 오면서 한사람도 많나지 못했다. 아내가 근교 산에라도 워밍업으로 갔다 오자고 몇 번이나 한것을 날씨가 워낙에 무더워 가지 않았었다. 오월 지리산행 후에 산엘 가지 않았으니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 이다. 전망처 바위(10:30)까지 가는데도 힘이 들었다. 계속이어 지는 연봉들을 지나다 왼쪽 다리의 느낌이 이상하다. 대퇴근이 혼자서 부르르르 떠는 느낌이더니 뻐근해지면서 다리를 굴신하는데 점점 뻑뻑해진다. 급기야 통증까지... 말로만 듣던 근육경련, 쥐가 난게다.  주저 앉아서 마사지를 하고, 아내가 케팬택을 붙여준다. 십여분 휴식을 취하니까 괜챦아 진다. 이제부터는 무척 조심스럽게 운행을 한다. 쉬다가 걷다가를 짧게 반복한다. 그러다 중간쯤 묘지있는 곳에 왔을떼 조금 무리를 했다. 한 번 쉬워야 될 것을 올라서 쉬어야지 하고 힘을 주고 올랐더니 이번에 두 다리가 모두 뻣뻣해진다. 경련이 시작되면 완전 오토메이션이다. 마음대로 조절이 안된다. 스틱에 의지한 채  앉지도 다리를 떼어 놓지도 못하고 얼어 붙는다. 쓰러지듯 자빠져서도 꼼짝달싹을 못하겠다. 옷핀을 꺼내 다리를 찔러보는데 바늘이 들어가지를 않을 정도로 딱딱하다. 이십여분을  휴식하면서 고생을 하였다. 근육진통제를 바르고 쉬었다가 출발한다

아내는 돌아 내려가자고 하지만 예까지 와서 돌아 갈수은 없다. 돌아간다 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차라리 천황봉에서 상환암으로 내려가는게 쉽겠다는 판단을 한다. 이러다가 구조요청 날리는건 아닐까? 싶었다. 조심스레 걷다 쉬다하니 시간은 한없이 지체 될 수밖에... 더위에 카메라도 꺼내기 귀챦고 그냥 쉴참에 눈에 보이는 걸어온 속리산 연봉들과 가야할 암봉들을 눈으로 감상할 뿐이다. 갈령에서 여기까지는 흙산이었다면 여기서 문장대까지는 돌산이다.

                                             <천황봉 전망판>

15시 40분 신선대

천황봉을 출발해서도 심하지는 않지만 암봉들을 우회하기도 하고 석문을 통과하기도 하면서 내림과 오름을 반복한다. 많이 낳아 졌지만 다리가 걱정이다. 중간에 그늘 하나 없는 산죽길을 지나 갈 때 돌아 보이는 천황봉의 모습이 카메라 포인트이다. 지나친 다음에 능선 어데서도 그만한 조망이 없는듯 한데 몸과 맘이 지쳐서 카메라 꺼내기도 귀챦아 생략한다. 멀리서 노래 소리가 들린다. 신선대 매점이다. 탁자에 앉아서 막걸리와 감자전을 먹었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물이 부족할까 아껴 먹었는데 이젠 안심이다. 안주로 감자전을 시키기는 했지만 막걸리가 시원하다. 누렁이 진돗개도 사람이 반가운 듯 꼬리를 친다. 막 새끼를 낳았다고 아주머니가 눈도 뜨지 않은 새끼를 가지고 나온다. 누렁이가 안절부절한다. 나중에 땅에 내려놓으니 이빨로 살며시 물어서 집으로 데리고 가는 모정이 갸륵하다.


16시 50분 문장대

예 와서야 안심이 된다. 소문난 열무국수가 시원하다. 여긴 전기가 들어오니 이젠 문명세계, 얼음이 동동 뜨는 시원한 국물을 들이 마신다. 여기에도 백구가 한 마리 있다. 풍산개라고 한다.


                                            <문장대와 이정표>

19시 20분 속리산버스터미널

법주사에 들려서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는 경내를 구경했다. 마침 저녁 공양시간인지 예불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스님들이 법고를 치고, 목어도 두드리고 하는 의식을 하는 것을 한참 구경하고는 매표소로 나온다. 매표소에서 터미널을 물으니 20여분은 가야할게라고 한다. 속리산 상가들을 한참을 지나서 내려오니 맨 끝에 터미널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꽤 불편스러운 위치에 있다. 20:00 출발하는 막차 승차권을 끊는데 자동발매기이다. 초반에 주머니에 있던 지갑속의 돈들이 젖어 있어서 자판기가 인식을 못한다. 한 아주머니가 돈은 바꾸어 표를 끊어 준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여 달려서 대전에 도착. 방을 잡고 102번 시내버스 정류장을 확인하고는 저녁으로 생고기와 닭발 그리고 소주와 맥주를 먹고 마시고 들어와 잠을 청한다.

                                                       <법주사 경내>

20km의 13시간을 걸은 최악의 속리산 종주.  끝


날머리글

최악의 날이었다. 쥐가 났던 기억이 없다. 대학시절 경포 해수욕장에서 발가락으로 한참을 조개 잡다가 장딴지에 쥐났었던 기억 외에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릎위 대퇴근이 뻣뻣하게 경직되면서 꼼짝 하지도 못하면서 경련통증에 고통스러웠었다. 새삼 평소 운동부족을 절감하면서 그 이후 산행이 너무 조심스러웠고 힘든 산행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산골마을에서 하루를 편히 자고 출발해서 대간 길을 밟고 천황봉에 올라 속리산을 종주를 했다는게 뿌듯했다. 갈령에서 천황봉까지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고, 문장대까지도 세 팀정도 밖에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다리가 아픈 가운데서도 무사히 하산할 수 있어서 천만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