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릉과 조망을 즐기며 산행한 속리산 동릉

 

언제 : 2005. 10. 23(일) 날씨 : 청명 기온 : 6~15℃

산행 거리 : 14km 산행 시간 : 6시간 50분 동행 : 귀연산꾼 26명


 

<산행 경로> 

08 : 50

화북면사무소 출발

13 : 29

바위틈새(트래버스)

09 : 10

멍석바위

13 : 43

입석대

10 : 00

바위 전망대

13 : 55

신선대 휴게소

10 : 08

사모봉(736m)

14 : 11

하산로

10 : 45

바위터

15 : 10

성불사

11 : 40

881m봉

15 : 29

오송폭포

12 : 04

아기코끼리 바위

15 : 40

시어동 주차장

 

'산이란 인간의 의지만으로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인간을 받아들여야 오를 수 있다.

정상이 한 발 한 발 가까워질 때 오르는 자는

그만큼 더 겸손해져야 비로소 이라는 대자연과 하나가 되면서

무언의 깨달음을 호흡할 수 있는 것이다.'

 

- 엄홍길의 '8000미터의 희망과 고독'에서 -

 

<화북면사무소 앞에서 단체로 찰칵!>

 

<자연과 하나 되는 길>


 

세월의 흐름은 정말 무상한지 모른다. 정초에 지낸 시산제의 간절한 기원이 어느새 가을의 뒤 곁에 와 있는 계절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란다.

볏짚이 듬성듬성 쌓인 들판의 풍성한 모습과 은행나무 가로수의 기다란 이어짐이 차창으로 가득하고 대청호 물안개의 모락모락 피어나는 정취가 아름답다.

쪽빛 가을 하늘은 세속을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 군상의 들뜬 마음을 흥분하게 한다. 모처럼 만난 산 벗들의 대화는 지난 산행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화기애애하다.

화령재를 저만치 바라보며 백두대간 종주 때의 역정을 더듬고, 갈령을 넘으며 그 더웠던 2003년의 여름을 떠올린다.

 

너무도 긴 충북 알프스의 지루했던 종주와 화령재에서 따끈한 돼지 찌개의 추억이 아련하다.

36회에 걸친 종주의 기록들은 귀연이라는 뿌리를 잉태하고 많은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촉매제로 역사적 흐름을 지속한다.

화북을 지나는 골짜기에는 골안개와 무서리의 짙은 가을 냄새가 창밖으로 다가서는데 왼편에 길게 뻗은 속리산의 멋진 능선이 산행의 기대감으로 가슴 벅차게 한다.

 

<곶감의 대향연>

 

<어항 마을 산행 들머리>
 

<동릉의 시작은 쉽지만 암릉은 험하다>    


 

화북 면사무소 앞에는 바르게살기운동 캠페인이 적힌 표석이 서 있다. 국립공원을 품고 있는 화북은 경북 상주 시에 속해 있지만 수려한 경관과 속리산의 절경으로 관광객이 홍수를 이룬다.

주민들의 요청에 의하여 장각마을과 비로봉 사이의 계곡이 휴식 년제로 묶여 있다는 소식은 그들의 애환을 보는 듯 하여 민망하다. 얼마나 사람들의 분주함에 속이 상했으면 그랬을까 생각해 본다.

 

구시장을 지나 면사무소 옆길에는 느티나무가 서 있는 곳을 배경으로 전체는 단체 사진을 찍는다. 모두의 표정이 재미있고 산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기됨을 본다.

마을을 들어 서기 전 오늘 산행에 대한 간단한 경로와 주의 사항을 전달하며 들머리로 향한다.

온통 노란 곶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시골 풍경이 우리를 맞는다. 아마도 이 곳 특산물인지 엄청난 곶감 수량에 놀란다. 시간이 있으면 그 곶감 만드는 과정을 두루 보고, 카메라 앵글을 요리조리 맞춰서 작품 사진하나 찍고 싶은 충동이 인다.

 

 

텃밭 같은 산자락을 지나 능선에 붙으니 이내 동릉 종주 길이 훤하다. 선두에 서서 표시기를 부착하고 이내 달려 나가니 솟구친 사모봉의 날카로움이 가슴을 향해 다가온다.

몇 년 전 홀로 미끄러운 이 길을 걷던 기억이 생생하다. 겨우 상주시청에서 표시한 화살표만으로 산길을 오르던 힘들었던 그날이 문득 미소 짓게 한다. 두려움을 모르고 다가섰던 산행이 이제는 무거운 책임과 산악대장이라는 타이틀로 앞장서니 조금은 변한 나 자신을 본다.

 

<첫 번째 조망 바위에서 본 청화산>

<견훤산성>

<속리산 백두대간 주능선>

 

첫 번째 조망터를 향하여 어렵게 오르니 멍석처럼 생긴 넓은 바위가 시야를 확 트이게 하며 반긴다. 어려운 코스인데도 모두 따라오는 일행을 위하여 보다 좋은 자리를 안내하고 주변 산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한다.

멀리 조항산을 끼고 청화산이 지척이다. 바로 옆에 도장산이 시루봉을 따라 연결되고 견훤산성이 바로 앞산 중턱에 걸려 있다.

눈을 들어 늘재를 보니 백악산이 폼을 내며 서 있고 저 멀리 대야산 옆 중대봉이 뾰족함을 자랑한다.

화북면의 아기자기한 마을 정경이 아름답고 아침 햇살에 빛나는 가을의 연한 빛깔 들이 너무도 선명하고 깔끔하다.

 

 

조금은 힘든 암릉 코스지만 모두들 즐거움을 느끼는지 활기가 넘친다. 살과의 전쟁을 실감하는 바위 틈새 지남과 암릉 위에 서서 조망을 느껴보는 스릴은 오늘 산행의 특징이다.

너무도 경사가 심한 절벽이지만 모두들 즐겁게 사모봉에 오른다. 736m의 사모봉은 동릉에서 속리산의 조망을 맘껏 감상하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백두대간의 긴 능선이 남북으로 위용을 보이고 속리산 주릉의 멋진 파노라마가 산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문장대에서 문수봉과 신선대, 입석대, 비로봉, 천황봉을 끼고 형제봉으로 연결되는 대간 길은 갈령을 지나 봉황산과 화령재로 이어지며 아름다운 굴곡은 막힌 가슴을 확 뚫어주는 청량제이다.

우리가 가야할 입석대의 모습이 한 눈에 다가서고 건너편 834봉의 높은 경사가 결코 힘듦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남쪽으로 갈령과 형제봉 그리고 대궐터산의 미려한 굴곡이 뚜렷하다. 천황봉을 따라 백두대간의 긴 능선이 봉황산에 연결되고 정남으로 구병산의 멋진 자태가 아름답다.

어쩌면 사모봉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경관은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속리산 어떤 지점에서도 이처럼 확 트인 조망과 주변을 감상하기 힘들다.

가야할 동릉의 뚜렷함과 남에서 북으로 뻗은 주릉의 힘찬 줄기가 한껏 느껴진다.

먼저 간 일행의 모습이 아련히 보이고 서두르지 않는 조망의 즐거움에서 카메라 앵글의 셔터는 계속 터진다.

 

문득 막연히 지나친 대간 길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처럼 아름다운 그 길을 쉼 없이 걸었던 기억이 새롭다. 동에서 서로 뻗은 동릉의 전부를 보며 속리산 전체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멋진 장관에 모두들 큰 탄식으로 절경을 즐긴다.

 

<첫 번째 바위 전망대>

<암벽 코스>

<사모봉에서 바라본 속리산 동릉>

<바위터에서 본 속리산 동릉-사모봉>

 

<인생의 흐름도 능선의 오르내림과 비슷하다>


 

사모봉에서 잘못 들어선 루트를 수정하고 밧줄로 이어진 절벽을 내려선다. 급경사로 이어진 바위터 가는 길은 오늘 산행의 난코스이다. 한없는 오르내림이 동릉의 특징이라면 산꾼들은 이런 호젓한 코스를 즐겨한다.

 

가끔씩 나타나는 조망바위가 힘든 노정을 쉬게 하고 동료와의 대화를 나누게 함도 기쁨이다.

일행을 기다리며 주변과 속리산 전경을 촬영한다. 포커스의 초점이 주변 어디를 향해도 멋진 앵글로 다가오니 온갖 상념에 젖었던 뇌리의 흐릿함과 가슴의 아픔들이 녹아나는 듯 하다.

결코 어설프게 노를 저어서는 안 되는 인생의 항해를 절실하게 느끼며 어딘가 자신을 의탁하는 신앙의 터전을 알게 한다.

 

인생의 긴 항로를 순간의 감성에 던진다는 것이 모순임도 깨닫게 한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언제나 자신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그릇된 삶의 가치관도 무시할 수 없음을 알게 한다.

봉우리 산정의 잘 가꾸어진 묘지에서 휴식을 취하며 산을 바라보며 지나온 삶을 생각해 본다.

인생! 그건 결코 아무렇게나 던져지거나 다루어서도 아니 되며 신중하고 올바르게 처신해야하는 종교와 같은 명제라는 것을 느껴 본다. 
 

<지나온 동릉의 수려함>


<속리산 천황봉과 비로봉을 배경으로>

 

<조망과 암릉이 조화를 이루는 능선의 피날레>

 

아기 코끼리 바위를 바라보는 최상의 조망터에서 속리산의 모두를 본다. 길게 뻗은 주릉의 연결이 파노라마처럼 장관이다.

결코 다른 코스에서는 볼 수 없는 이 장관을 함께 느끼며 감상함이 너무 즐겁다. 많은 인파가 없음도 오늘 코스의 큰 장점이고 즐거움이다.

아울러 힘들고 부족하지만 일행들이 함께 능선을 타고 조망을 즐길 수 있음도 기쁨이다.

처음 산행에 참가한 사람들이 느끼는 뿌듯함과 새로운 속리산 산행 코스의 넉넉함에 미소 짓는 모습도 보기 좋다.

 

건강을 찾아 떠나고 사람을 만나고 자신이 살아 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음도 산행의 묘미이다. 산행이 즐겁고 아름다운 만남이 기득하다면 그 또한 함께하는 인연의 보배로움이다.

선두에서 치고 나가던 일행들이 후미를 기다리며 반긴다. 중간에 영양을 보충하고 피로한 육체를 쉬게 하는 점심시간이다. 이것저것 싸온 음식과 과일이 지친 육신에 활력을 준다.

언제나 산행은 같이 할 수 있음에 즐거움이 더한다. 혼자 내달리는 홀로 산꾼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너와 내가 동행한다는 의미도 산행의 중요한 테마이다.

 

<아기 코끼리 바위>

<입석대로 향하는 동릉의 끝자락>

<속리산 백두대간 주능선>

 

점심의 달콤함을 한 잔의 커피로 만끽하고 일행은 이내 트래버스 구간에 붙는다. 좁은 틈새를 지나고 밧줄에 매달려 넘는 스릴이 아찔하다. 연세가 많으신 두 고문님의 날렵한 통과가 멋있다.

산행은 결코 젊음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연륜과 경험이 묻어 날 때 더욱 더 원숙한 아름다움이 존재함을 인식하게 한다.

언제나 건강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이 늘 있기를 기대하며 뒤를 따른다.

 

<입석대와 주변>

<입석대 근처 암릉>

<바위 틈새 구간-조금 지나면 트래버스 구간>

 

입석대를 바라보며 장각마을 계곡을 바라본다. 길다. 그리고 계곡의 부드러운 이어짐이 대단한 안락함을 느끼게 한다.

언젠가는 저 계곡을 코스에 넣어 속리산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즐기는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주릉에 올라서니 인파가 장난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호젓한 산행은 저만치 던져 버리고 밀려드는 사람과의 부딪힘과 소란스러움 그리고 자연의 조화가 무너지는 복잡함을 본다.

후미를 전화로 확인하려 하나 소통이 어렵다. 아마도 많은 애로를 겪으며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트래버스 구간을 지나고 있음을 연상하게 한다.

 

무사히 능선에 오르기를 기원하며 신선대로 향한다. 신선대에는 일행들이 모두 모여 있다. 아마도 후미를 위한 아름다운 배려가 거기에 가득하다.

휴게소 뒤 루트를 따라 하산 방향을 잡고 인원을 점검한다. 모두들 무사하게 동릉 종주를 마친 환희를 얘기하며 긴 행렬을 이룬다.

후미와도 통화가 이루어져 신선대 코스를 알려주고 하산을 재촉한다.

 
<지나온 속리산 동릉>

<장각마을과 비로봉을 잇는 계곡-휴식년제 구간>

<어렵지않은 개구멍 코스>


<입석대 옆의 망부석 바위>
 

<입석대>

 

 

<종주의 말미인 성불사와 오송폭포에서 가을을 느낀다.>


 

산수유 릿지를 옆으로 바라보며 내려가는 하산 길은 모두들 즐거움과 동행의 맛깔스런 웃음이 가득하여 좋다.

바위와 단풍이 가득하고 너덜과 긴장의 연속이 하산 길을 즐겁게 한다. 뒤늦게 풀어 제킨 배낭에서 쏟아져 나오는 과일 파티는 또 다른 동행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개성과 동료를 배려하는 산사나이 마음이 어우러져 함께하는 동료애가 즐겁다.

산행은 언제나 남을 배려하고 나 자신을 적당히 추스르는 절제의 미덕이 있어 좋다.

 

<하산 길의 산수유 릿지>

 

성불사는 동쪽을 바라보며 위용을 갖춘 큰 절이다. 단풍과 암벽 그리고 여유를 품고 있어 좋다.

문장대 코스에서 비켜 있어 한적하고 확 트인 동쪽으로의 바라봄이 특이하다.

산행 코스에서 왼쪽으로 들어서야 갈 수 있는 오송폭포의 앙증스러움도 산행 말미의 기쁨이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절경을 품고 있는 오송폭포는 몇 단계의 물 쏟음을 거쳐 시원함을 더한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폭포의 감상도 가을 속에서 건진 보배로움이다.


<성불사>

<산수유 릿지>

 

<오송폭포>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산행을 돌아보며 결코 쉽지 않은 코스를 무사히 진행함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매우 흡족해 하며 산행을 마친 모두가 고맙고 행복함이 느껴진다.

소나무 식당에서의 근사한 뒤풀이도 산행 피로를 푸는 느긋함이다. 가야곡 왕주와 숫골 동동주의 끈끈한 술잔 오고감은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여는 아름다움이다.

 

귀향길.

마음껏 대화하고 무용담을 건네는 그들이 아름답다.

저무는 하루가 결코 멀지 않은 세속이지만 벗어났다 다시 돌아오는 속세의 삶으로 가치를 갖는다면 행복이 아닐까?

오늘 하루!

다정한 식구들과의 만남으로 행복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산에서 함께 했다는 뿌듯함이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