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산행일자:2011. 5. 22일(일)

                                      *소재지   :경북영주/충북단양

                                      *산높이   :소백산1, 440m, 국망봉1,421m

                                      *산행코스:어의곡리주차장-소백산비로봉-국망봉-석륜암-초암사

                                      *산행시간:9시45분-18시13분(8시간30분)

                                      *동행      :경동고24회 동문 9명)

                                       (서중원, 김남진부부, 김종화, 김주홍, 이달헌부부,  정준식, 우명길)

 

 

  고교동창 몇몇이서 산림청에서 선정한 명산100산을 오른 것은 2006년 가을부터입니다. 재작년까지 매 분기 한 산씩 오르다가 작년 한해 이런 저런 사정으로 산행을 쉬고 나자 대다수의 친구들이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며 다시 산행을 이어갈 것을 강력히 희망해 또다시 산행대장을 맡았습니다. 저는 작년 10월 홍도의 깃대봉을 마지막으로 명산100산 탐방을 모두 마친 터라 명산100산의 길안내를 맡는 데 특별히 어려운 일은 없습니다. 다섯 해 전 50대의 나이로 명산100산 등정을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어느새 60대 중반으로 접어들어 그새 체력들이 많이 떨어진 듯합니다. 옛날처럼 긴 시간 산행은 삼가야 하기에, 정상 등정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저희들에는 해발고도가 천m를 훨씬 넘는 고산을 어느 코스로 오르내리느냐가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누구든 해가 갈수록 체력이 저하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힘든 산부터 먼저 다녀오는 것이 맞을 것 같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고산부터 오르기로 뜻을 모으고 첫 산행지로 충북단양과 경북영주를 어우르는 해발1,440m의 소백산으로 정했습니다. 어의곡리를 출발하여 비로봉을 오른 후 국망봉을 거쳐 초암사로 하산하는 비교적 긴 코스를 택한 것은 요즈음이 낮 시간도 길고 날씨도 덥지 않아 장시간 산행하기에 알맞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해가 짧은 한 겨울이나 폭염의 한 여름에는 산행코스를 짧게 잡을 수밖에 없지만 이번에는 조금 길게 잡았습니다. 이번의 긴 산행으로 얼마간 산행을 쉰 친구들의 체력이 어느 수준인지 파악될 것이고 그리되면 다음부터 산행코스 잡기가 한결 수월할 것입니다.

 

 

 

  오전 9시45분 어의곡리 주차장을 출발했습니다. 아침6시55분에 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한 구인사행 첫 버스가 9시 조금 넘어 단양에 도착해,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어의곡리로 옮겼습니다. 주차장에서 10분을 채 못 걸어 탐방소에 다다라 기념사진을 찍은 후 계곡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랐습니다. 지난 2월 산행 시 영하 13도를 가리킨 탐방소의 온도계를 이번에는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친 것은 전날 내린 비로 숲속의 공기가 선선하고 상큼해 모처럼 기온이 산행하기에 딱 알맞다 싶어서였습니다. 다만 그 때보다 출발이 2시간가량 늦어 해 떨어지기 전에 산행을 마치려면 조금 서둘러야 할 것 같았습니다. 탐방소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계곡을 몇 번 건너며 남동쪽으로 바뀌어 고도를 높여갔습니다.

 

 

 

  11시25분 비로봉을 2.1Km 남겨놓은 능선 쉼터에서 십 수분 간 쉬었습니다. 벌써 5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어 산 아래는 여름이 다가온다 했는데 해발고도가 800m를 넘어서자 얼마 쉬지 않았는데도 등 뒤가 써늘했습니다. 탐방소 출발 1시간이 조금 지나 길가에서 십분 가량 쉬며 대오를 가다듬은 후 계곡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 능선으로 올랐습니다. 경사가 제법 가파른 나무계단을 지나 올라선 능선은 “어의곡리3.1Km/비로봉2.1Km" 지점으로 쉼터에 설치된 평상에다 짐을 벗어놓고 얼마간 쉬었습니다. 지난 2월보다 산행인원이 많이 늘어났는데도 탐방소에서 여기 쉼터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이 거의 같아 이 속도만 유지된다면 해떨어지기 전에 초암사에 도착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오른 쪽 위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오르다가 12시20분 경 산행을 멈추고 점심을 들었습니다.

 

 

  13시44분 소백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일 년 만에 다시 나선 100산 산행이라 나눌 이야기들이 많았던지 식사시간이 한 시간으로 마냥 늘어졌습니다. 해발고도가 1,100m대를 넘어서자 나뭇가지에 잎이 돋아나지 않아 해를 가릴 수 없었지만 공기의 써늘함이 3월말경과 비슷해 더운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13시 20분에 자리에서 일어나 비로봉으로 향했습니다. 먼발치로 비로봉에서 민배기재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걷는 산객들이 자그맣게 보였는데 그 질서정연한 모습이 군사훈련 중인 장병들이 이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상을 에워싼 소백평원이 참으로 넉넉해 보였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이동하는 데 거칠 것이 없어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최고조로 삽상했습니다. 정상 터를 꽉 메운 산객들로 비로봉이 시끌벅적했지만 이 산을 처음 오른 몇 몇 친구들에는 감격의 순간이기에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일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비로봉에서 올라온 길로 7-8분가량 되돌아가 다다른 “어의곡리/국망봉” 갈림길에서 후미를 기다렸다가 다 함께 북동쪽의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15시25분 해발1,421m의 국망봉에 올랐습니다. 철이 조금 일렀던지 비로봉에서 국망봉에 이르는 군락지의 철쭉들이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해 기대했던 철쭉꽃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대신에 다른 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야생화들을 만나 카메라셔터를 눌러대느라 손가락이 바빴습니다. 열두 번을 오르내리면서도 처음 본 연령초는 김종화동문이 그 이름을 알려주어 인사를 나누었는데 탐스러움과 고고함이 빼어나 주저하지 않고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국망봉을 산상의 화원으로 꾸며놓은 것은 늦게야 만발한 진달래꽃이었습니다. 철쭉처럼 군락지가 넓지 않았지만 듬성듬성 떼 지어 꽃을 피운 진달래는 이산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입니다. 영변의 약산은 그리 높지 않을 것입니다. 그 산의 진달래를 보고 소월선생은 “진달래꽃”이라는 명시를 남겼습니다. 선생의 시 “진달래꽃”이 세기를 달리하며 애송될 수 있는 것은 이 시가 연을 바꿔가며 좌절과 미련, 그리고 원망과 자책을 담은 우리 민족 고유의 한(恨)을 노래했기 때문입니다. 소월선생이 이 산에 올라 여기 국망봉의 진달래꽃을 보았다면 마냥 한만 읊조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집에서는 드라마를 보며 찔끔거리기도 하는 저도 이런 고산에 올라 장대하게 뻗어나가는 산줄기를 보노라면 호연지기가 느껴지는데 국민시인이신 소월선생이라면 당연 호연지기를 넘어 우리 국토에의 외경심을 느끼실 것입니다. 선생께서 척박한 이 높은 곳에다 꽃을 피우는 진달래를 보고 생명에의 외경을 노래하실 것이라 믿는 것은 벅찬 가슴을 안고 한을 노래할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16시27분 석륜암에 내려섰습니다. 국망봉에서 5-6분가량 되돌아가 다다른 삼거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계단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번 산행의 끝점인 초암사까지 남은 거리가 4.1Km로 넉넉잡고 두 시간이면 충분히 하산할 수 있어 해지기 전에 초암사에 닿는 것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비알 길을 내려가 돼지바위를 사진 찍고 나서 몇 분더 걷지 않아 석륜암에 도착했습니다. 1970년대 초반 암굴(?)안에 낸 방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기를 세 번이나 해 나름대로 정이 들었다 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석륜암은 없어지고 봉바위만 그 자리를 지켜 썰렁했습니다. 지난 2월에는 눈이 많이 쌓여 찾지 못한 암굴을 보자 34년 전 이 굴 안의 골방에서 11년 전에 세상을 떠난 집사람과 함께 자고 간 일이 생생하게 기억나 한을 상징하는 진달래꽃을 보고도 말똥말똥했던 두 눈의 눈시울이 저도 모르게 뜨거워졌습니다. 죽음은 생각을 이끌고 생각은 슬픔에서 머물기 때문일 것입니다.

 

 

  18시13분 초암사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석륜암에서 초암사로 내려가는 길은 멀었습니다. 모처럼 해보는 장시간 산행이어서 더욱 그러했습니다. 지난 2월 내려간 길이기에 길이 눈에 많이 익고 주변 풍경이 반가웠습니다. 이번 산행코스가 비록 힘은 들어도 참으로 좋았다는 평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석륜암에서 초암사로 내려가는 아기자기한 계곡 길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잠시 짬을 내어 탁족을 즐기느라 저녁 6시를 조금 넘어 초암사에 도착했습니다. 풍기가 낳은 고려 말 유학자 안축선생이 “죽계별곡”이라는 경기체가를 남긴 죽계계곡은 택시를 타고 지나 이번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선생께서 당시는 산이 너무 깊어 선생께서 초암사 위 계곡을 둘러보지는 못하셨기에 죽계별곡의 구담이 초암사에서 끝난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은 그 위 계곡에도 그 아래 구담에 못지않은 담이나 소가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풍기읍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뒤 열차편으로 상경했습니다. 이번에 산행한 거리가 12Km는 족히 될 것입니다. 6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저희들이 걷기에는 결코 짧은 코스가 아닌데 한 사람도 낙오하지 않고 무탈하게 산행을 마치고 나자 다른 고산들도 산행계획만 잘 세운다면 크게 무리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아무려면 80대 초반까지 산행해야 명산100산 탐방등정을 모두 마칠 수 있는데 벌써부터 체력을 바닥보여서야 되겠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쪼록 몸관리를 잘해 이번 소백산을 오른 친구들이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100산 완등을 기록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빌고 또 빌 것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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