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맞은 날!!....(소백산에서)

언제 : 2010.12.04(토)

누구랑 : 산마루 산악회 따라 아내랑

내가 청춘사업에 열을 올리는 바람난 총각도 아닌데 바람은 무슨 바람을 맞았다고 허튼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오늘 확실하게 바람을 맞긴 맞었다. 그것도 칼바람을!....바람맞다, 바람나다, 바람잡다, 바람들다, 바람분다등 바람이라는 말에 어떤 수식어가 붙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니 우리나라 말은 정말 오묘하고 감칠맛 있어서 좋다. ㅋㅋㅋ

꼭 1년전...마음 아픈 좌절과 갈등과 우려를 극복하고 산마루가 태어났으니 짧은 1년 동안에 산마루라는 이름처럼 지역에서 가장 우람하고 우뚝한 산악회로 몸집을 불렸고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나도 감회가 남다르니 그동안 산마루를 정성들여 가꾸고 다듬은 회장님, 총무님, 세 대장님의 노고를 마음속으로 고이 간직하고 싶다. 누군가가 어떤일에 마음을 쏟고 정성을 들이는 모습을 보면 나는 "어린 왕자와 여우"와의 대화가 생각난다. 길들여 진다 거...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아름다운거구나!...하고 말이다

어의곡에서 희방사까지 산행시간은 5시간 30분이라 했으니 5년전 어의곡에서 비로봉까지 2시간 47분 걸린 내 실력으로 잘 해낼수 있을까 걱정되어 희방사에서 연화봉까지 빽산행은 어떨까? 생각하니 집단시설지구에서 희방사까지 어프로치 하는 거리에다 희방사 뒤 악명 높은 깔딱고개를 생각하면 죽을 힘을 다해서라도 완주해야할 일이었다. 더군다나 비로봉에서 희방사 코스는 첨이니 내가 또 소백산에 다시 오를수 있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는일 아닌가?...

여느때보다 10여분은 빨리 도착한 버스에 오르니 회장님과 총무님, 이대장님이 시루떡을 비닐 봉지에 나누어 담느라고 정신없이 바쁘고 우리 부부를 위해 비워둔 경로 우대석에 염치없이 앉는다. 뜨끈뜨끈한 찹쌀 시루떡 한봉지, 쪼코파이 2개, 사과주스 1봉을 배급받고 38번 국도롤 신나게 달려 제천 IC로 들어가 북단양인가, 신단양인가에서 나오니 200메터 앞에서 좌회전입니다...300메터 앞에서 좌회전입니다. 좌회전, 좌회전...뱅글뱅글, 도대체 이놈의 버스 네비양(孃)이 아는 것은 좌회전 밖에 없네?...ㅋㅋㅋ

07:10 안성 롯데마트 → 10:02 어의곡 매표소 → 11:20 비로봉 2.1km 전방 이정표 →  12:28 바람의 언덕 → 12:33 국망봉 삼거리 이정표 → 12:44 비로봉 → 12:58 천동리 삼거리 이정표 → 14:01 제1연화봉 → 14:41 연화봉 → 15:22 희방 깔딱고개 → 15:47 희방사 → 15:58 희방폭포 → 16:05 희방사 매표소(부지런히 걸어서 6시간 산행 끝)

10:02  5년전 어의곡 매표소는 승용차 서너대 주차할 공간밖에 없었는데 이제 넓다란 주차장에 산뜻한 화장실과 그럴듯한 관리 사무실까지 생겼구나. 버스 2대에서 내린 남녀 산꾼들이 화장실로 몰려가니 나는 가게집 뒤 으슥한 헛간쪽으로 볼일보러 갔드만 가게집 젊은 아낙이 어느새 눈치를 채고 한다는 말이....

젊은아낙 : 화장실은 쩌~기 우에 있는디유?...우리는 재래식 변소라서....

빵과버터 : (속으로 : 오잉?...젊은 여편네가 인정머리 하고는...나도 알고는 있었지만 시방 1분 1초가 급한디?...)

그렇다. 나는 단 1분 1초라도 아껴야 했다. 좁아터진 화장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워서 염치불고하고 헛간에 실례를 할까 싶었는데?...아닌게 아니라 급한 걸음으로 화장실에 올라가니 줄을 서서 기다려야했고 건너편 유리문뒤 여자 화장실에서는 아내가 어떤 여자와 손을 잡고 한창 얘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서둘러 볼일을 보고 세멘 포장길을 싸게싸게 걸어 올라가야만 했다.

10:18 설마 케이블카를 설치할려고 사전작업을 하는 것은 아닐테고?... 새로운 등로를 개척하는 공사중이다.

<소백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논란 확산> [서울신문]

경북 영주시가 소백산국립공원 일대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나서자 환경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30일 영주시에 따르면 풍기읍 삼가리 야영장에서 연화봉과 비로봉 사이 능선을 잇는 4㎞ 구간(능선 노선)과 단산면 좌석리에서 상월봉 4.2㎞ 구간(상월봉 노선)을 잇는 2개 노선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사업 타당성 조사에 이어 케이블카 설치사업 기본 계획안 용역을 발주한 상태이며, 내년 5월 용역이 확정되면 환경성 검토와 실시 설계를 거쳐 환경부에 사업을 신청할 계획이다. 시는 사업이 승인되면 2014년 사업비 300여억원(시비 50%·국비 50%)을 투입하거나 민자유치 사업으로 추진해 2015년 완공할 예정이다.(너구리님의 글중에서)

자연석으로 다듬은 산길을 나는 좋아한다.

어떻게든 꼴찌를 면하고 민폐를 끼지지 않을려고 집에서부터 스패치를 차고 바람막이 자켓도 배낭에 쑤셔넣고 비장한 결심으로 시작한 산행이니... 제발 사진 찍는데 너무 집착하지 말고 대충대충 넘어가라! 점심도 어지간하면 행동식으로 해결해라! 보폭은 짧고 간결하게 떼어라!....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둔다

산은 잡아 땡긴다고 나한테 오는게 아니고 뒷꿈치로 밀어내야 한다더라?...발뒤꿈치에 힘을주고 허리를 펴고 종아리와 허벅다리를 팽팽하게 유지하면서....

11:20 오름길은 끝나고 이제 능선 구간이 시작된다

 

11:30 잣나무 능선길을 지날때부터는 5년전 산행 기억이 살아난다.

오!...서리꽃이 피었구나!..

이제부터 바람맛이 다르구나. 쪼코파이 2개로 얼요기를 한다음 방한 자켓과 장갑, 털모자로 무장하고 올라간다.

내가 좋아하는 산죽길에 서리꽃이 피었으니 서둘러 걸어서는 안되지만....

방앗간에 흩어진 쌀가루처럼 나무에서 떨어진 서리꽃이 길가에 수북하다

12:24 주목 군락지를 지나고

바람의 언덕에 올라서다...

12:28눈꽃은 풍만하고 흐벅져 함부로 건들이기 쉽지만 서리꽃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냉정함이 고결하기까지 하다

12:33 국망봉 삼거리에서 바람에 털모자가 날려가 방책을 넘어 줏어와야 했다

바람도 바람나름이지!...광풍의 언덕에 서면 바람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12:44 2시간 42분만에 비로봉에 서다...5년전의 기록보다 5분 단축됐네?...ㅋㅋㅋ  

 

 

연화봉을 향하여

 

 

당초 계획은 주목 관리소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시간을 아낄려고 그냥 패스한다. 산행 고수들은 겨울 산행에서 주로 행동식으로 해결한다더니?....나도 이제 서서히 고수의 반열에 들어서는 것은 아닌지?...ㅋㅋㅋ

12:58 만만한 천동리 삼거리다. 비로봉에 4번째 올라왔지만 처음으로 여기를 지나친다

 

바람막이가 있는 포근한 지점에서 찹쌀 시루떡으로 점심을 떼우는데 박노인팀이 지나가고 곧 이어 딴짓꺼리하다 올라온 아내와 K형을 만나고 국망봉까지 다녀온 그 유명한 J3 태달사(태극을 닮은 사람들) 멤버를 만난다.

연화봉 가는길에...

연화봉 가는길에...

14:01 제1연화봉

연화봉과 천문 관측대

 

 

 

연화봉 오름길의 마지막 구간에서 힘을내다

14:41 연화봉에서

단양군과 영주시와의 상생 표지석을 보다

연화봉에서

천문관측대

K형과 아내가 나를 기다리는 것을 먼빛으로 보며 바위에 왼발을 딛고 오른발을 올리는 순간 오른쪽 허벅다리를 쥐가 물어 버런다....썩을 놈의 쥐!...나는 쥐쟁이다. 내가 쥐띠라 그런지 그놈의 쥐새끼도 나를 참 좋아하나보다. 오른쪽 허벅다리 안쪽이 먹을만한지 항상 거기부터 물어대기 시작하니 나도 처방을 준비하고 다닐밖에...

15:18 이렇게 재미난 나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15:26 곱상한 부인을 대동하고 이 시간에 깔딱고개를 넘으면 언제 내려 온다냐?....

한무리의 남녀 학생들이 가파른 깔딱고개를 올라가고 저 아래 내려가는 남자의 걸음걸이는 무척 부자연스럽고 위태위태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니 처음보는 남자인데 산마루 표지기를 달고 있어 모른체 할 수도 없고 아내가 그 남자에게 지팡이를 빌려주며 천천히 같이 모시고 내려오라며 자기는 후다닥 내려가 버린다. 그 남자는 언제나 선두를 달리는 고수였는데 2달전에 월악산에서 길을 잃어 버리고 탈출하느라고 무릎을 다쳤단다...산마루가 너무 좋아서...다 낳았으려니 생각하고 따라 나섰다가 변(?)을 당했단다.

15:47 희방사다. 어린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려 사진 한 장 찍은 다음 잠시 절에 들려 사진 몇장 찍고 금방 따라 갈테니 먼저 내려가시라고 양해를 구하고...

급한 마음에 서둘러 찍다보니 앵글도 제대로 잡지 못했네?...

대웅보전을 돌아 계단을 내려가는데 휴대폰이 울어댄다.

아내 : 희방사 입구하고 희방폭포에 출입금지 가로막대가 걸쳐져 있지만 주차장까지만 내려오면 택시가 있으니 잘 모시고 오슈?...

빵과버터: 근디 그 남자를 잃어 버렸당께!...이를 어쩐다냐?...

15:58 희방폭포에서

16:05 희방폭포에 이르는 길은 낙석 위험으로 막어놓고 희방사 아래 화장실쪽으로 경내를 우회하는 길이 있었던 모양이다...언제나 그놈의 꼴같지 않은 사진이 문제를 일으키는구나... 도와주겠다고 자청해서 나섰는데 사람을 잃어 버렸으니 전화번호는 고사하고 이름도 모르고 이런 답답할데가 없다. 혹시 어디 산길에 주저앉아 오도가도 못하는 지경이 아닌가 싶어 불안한 마음에 주차장에서 산쪽을 바라보며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또 휴대폰이 울어댄다.

아내 : 택시 타셨수?...

빵과버터 : 아니...4시 반까지 그 양반 기다리다 안오면 혼자라도 택시 타고 내려가꾸마!...

20여분을 찬바람 맞으며 기다리다가 문득 그사람이 무슨 문제가 생겼다면 필경 회장님에게 연락을 했을거라는 생각이 미치자 회장님한테 급하게 휴대폰을 때리니 한참만에 회장님 목소리가 들린다.

김회장님 : 예..성님!..그런데 뭐하고 여태 안내려 온대유?...

빵과버터 : 그게 아니고...회장님?...혹시 다리 아파서 문제 생긴 사람한테 무슨 연락온거 없우?..

김회장님 : 다리 아픈 사람을 모르겠고... 무릎 아픈 사람을 인자 들어와서 먹고 있응게 성님도 싸게싸게 오슈...찌게가 다 식어 버렸땅게!...

빵과버터 : 지금 찌게가 문제여?...

김회장님 : 앗따!...그건 성님이 신경쓰들 말고 운영진이 다 알어서 헐팅게 후딱 내려오시기나 하셔잉!...

빵과버터 : (속으로 : 이거 내가 바람맞았나보네잉?....ㅋㅋㅋ)

원래 대중앞에서 한손을 들고 연설하는 것은 히틀러나 뭇소리니같은 1인 독재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포즈다. 혹시 황대장님도 그쪽에 관심있는건 아닐런지?...오른손 손가락 3개를 편것은 앞으로 산행대장 30년은 더 해먹겠다는 뜻인지 뭐신지따져봐야할 일이다!...ㅋㅋㅋ(산마루 생일 세리모니 중에서) - 산행기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