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의 바람은 산꾼들의 기죽이기에 재미가 들렸나봅니다
소백으로 들어가는 날은 늘 바람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다보니
이건 산행을 하는건지 바람과 싸움을 하자는건지 애매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양보할 수가 없어 나도 손톱을 세웁니다
고양이 마음으로 바람을 할퀴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러나
참 우습습니다
자연과 싸우려하다니요
그냥 웃으려고 서툰말 지껄여보는거지요.




흔적 : 어의곡리-파란점선으로-비로봉-연화봉-희방사-희방폭포-수철리주차장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가 팀장으로, 나는 직원으로 그렇게 일하며 지냈던 과거, 시간의 강물이 연어의 꿈을 안고 물살을 따라
거슬러 올라 온건지 하여간 좀처럼 있을 법한 만남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다시 만났습니다
그래서 나는 산을 공통분모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산을 사랑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졌기에 언젠가는 만날 수 있는 필연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대장님께 그녀를 잘 보살펴 달라 부탁을 하고 등을 보이며 달아납니다
통제소를 지나 잠시 오르니 오른쪽으로 철계단을 설치 중인 곳을 만나고
몇걸음 더 오르니 고샅이 나타나 나를 부릅니다 재빨리 숨었습니다
길의 흔적도 잠시 묵은 길은 캄캄한 어둠 속같은 대책 없는  날등을 까마득히 만들어냅니다
네 발입니다. 날등에 코잔등이라도 묻을 심산으로 기어오릅니다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선택한 것이니 불평 따윈 사치일 뿐입니다

한참을 헤매다 오른 지점에서 살펴보니 민백이재가 가늠되는 천동리 능선과 어이곡의 중간쯤을 파고 드는 중입니다
시간요? 제트기류를 탔는지 2시간을 성과도 없이 훌쩍 떠내려 보내고 겨우 정상등로에 진입합니다
다행인지 꼴찌들을 만납니다





 왼쪽엔 아직은 어린 자작나무가 허연 몸매를 드러내고 오른쪽엔 활엽수들이 검은 나신을 드러낸 채
이제 막  상고대로 속옷을 입는 중입니다





국망봉으로 나누어지는 삼거리 지점엔 반갑지 않은 젖빛허공이 버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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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에서 중무장 채비를 마친 떼강도가 산에도 은행이 있는지 애써 시선을 피하며 침입 중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박노인이 대장인지 앞에서 인솔하는 형국으로 비로봉을 향해 진입합니다





가야할 길은 오리가 무중입니다





언제나 한 자리에서 동일한 모습으로 충실히 읍소를 하는 안내목이 있습니다
여전히 겸손입니다





뿌리 없는 나무 처럼 아님 밑둥 잘려나간 나무가 되어 이리저리 흔들리며
아낌없이 흔들리며 오르다보니 이 지점에서는 회오리바람에라도 갇혔는지 뱅글뱅글 촌놈팽이 다 되었습니다





내 흔들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포스로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 그녀가 있었습니다





이제 막 동해바다 어디즈음에서 공수한 산호초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맨몸으로 바람을 맞는 키 작은 철쭉과 여린 풀들은 이미 몸져 누웠습니다
천둥벌거숭이로 벌 받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봉에서도 나는 갈 곳 모르는 한 마리 철새처럼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바람에 취한 낌새를 드러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동안  그들은  
환호작약 [歡呼雀躍]하였습니다


[출처]

2009년 그림을 가져왔습니다
오늘도 이렇기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시계만은 내 편이 되어주기를 바랐지요





주목관리소 쪽으로 내려서는데 '내려가라' 호통치며 한 방에 작살이라도 낼 듯 밀어 젖히는 바람에
눈도 제대로 못뜨고 등 떠밀리다 문득 억울한 생각이 들어 손톱을 세웠습니다
바람의 멱살이라도 잡아볼까 머리채라도 쥐고 흔들어볼까했습니다
아둔한 탓이지요..





불과 몇미터 사이에 과거가 되어 버린 시간들을 돌아보니 아득함이 태산을 이룹니다





바람은 구름을 떠밀어 비로봉 산정에 가득 모아놓습니다
아마도 이런 잔치상을 마련키 위함인지도 모릅니다





혼자 걷는 걸음엔 고독이 있습니다
홀가분한 자유가 있습니다
어쩌면 성서러움까지 내재할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왜?
둘이서 나타남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짐은 무슨 마음이랍니까?





바람이 잠시 숨을 죽이는 사이 쏘느라 애써 보지만 역시 흔들립니다
아직은 어린 주목들이지만 그래서 더 어여쁩니다





잠시 후 내 걸음도 아득히 달아나게될 연화봉 능선입니다





주목









비로봉으로 올라서던 상고대의 행렬은 눈앞에서 사라졌는지 하얗게 바래버렸습니다
온통천지가 허옇게 배경을 만든 탓이지요









나는 그 남자를 찾아서 주목관리소에 들어갔습니다
라면 끓이는 냄새와 수증기로 가득 찬 그곳에서도 그 남자를 만날 수 없어 잠시 머무르다 되돌아 나왔습니다













저어기 저끝에 선 도솔봉을 바라봅니다
영원한 숙제로 남을지 모르겠지만 마음에 담아 놓습니다
어색하지 않게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저어기 눈 앞의 전망대에서 천동리로 내려서는 길과 희방사로 가는 길이 나누어집니다
지척도 아련하기만해서 더 마음이 쓰입니다
괜시리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느낌 말입니다
감동은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내 안을 슬쩍슬쩍 치고 다닙니다





이왕 혼자 된 몸은 오히려 느긋하게 해찰하며 갑니다
바람이 마실 나갔던 날 따뜻한 햇살을 머리에 이고 점심을 먹던 자리도 찾아보며 말입니다
딸아이 또래의 커플이 이 자리에 서더니 감탄사를 연방 토해냅니다
그 감탄사 마저도 신선하게 느껴지는 순간 나는 이 자리에서 더 없는 행복을 꼭 껴안아봅니다





내가 딴짓하는 동안 부지런히 갈길을 채근하여 내 앞에 있던 당신
날이 선 바람을 맞으며 점심도 건너뛰며 달려온 당신입니다
조금의 염려는 있지만 그래도 당신은 잘해내리라 믿습니다





삼가리를 지키는 바위입니다





비로사가 있는 삼가리쪽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 바위에게도 안부를 묻습니다
늘~안녕!!





내려서서 올려다보아도 선자리에서 내려다보아도 늘 푸근한 풍경입니다
칼바람 난무하는 겨울이 아닌 기화요초들이 천지간에 만발할 때 이곳에 머물러 한참의 쉼표를 찍고싶습니다





연화봉을 향하여 눈길이 부지런히 달려갑니다





당겨보면 조금 더 앞으로 다가오는 나무의 춤도 아름답게 여겨집니다





키작은 철쭉들은 마치 희디흰 털을 자진 양들의 무리를 보는 듯해서
갑자기 겨드랑이즈음이 간지러워지는 느낌입니다
고물고물 느리게 가는 모습이 연상되어서 말입니다





오늘은 칼바람에도, 바람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드는 상고대에도, 눈앞을 가로막는 농무에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비로봉 산정을 내려서며 줄곧 바라보던 부드러운 산릉들의 흘러내림에 마음이 녹아듭니다
저기에 하얀 눈이나 상고대로 덮였다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겠지만 말입니다

저 노곤한 듯한 색감과 조금은 과한 듯한 빛의 간섭에 마음이 홀립니다
외경스런 느낌 대신 천천히 흘러가는 강물같은 느낌 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깎지 끼듯 모아져선 골짜기를 이루는 유연함이 가슴에 남습니다





바위가 귀한 소백에서 늘 빠트리지 않는 주인공입니다





격자 사이로 보는 연화능선입니다





뿌리쳤다고 생각했던 바람이 초원을 가로지르며 산정으로 한달음에 치고 올라와
수전증을 유발하며 사물을 흔들어 놓습니다
바람 앞에 등불입니다





2007년 그림입니다
많이 춥고 바람도 날을 세운 날이었습니다
덕분에 카메라를 품에 넣어 다녀야했습니다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참 아름답습니다





천체관측소를 당겼습니다
동화속의 궁전같습니다





연화봉 테라스




연화봉 나무테라스에 기대어 바라보던 비로봉 국망봉 상월봉 신선봉 능선을 잊을 수가 없어
2009년 사진을 가져와 봅니다.
그날은 눈도 깊었고 멀리보기도 참 좋았던 날이었지요





연화봉 마지막 오름길에서 당신을 뒤에 두고 왔으므로
나무테라스에서 이제나,저제나 당신을 기다립니다





오래지 않아 그 길 위에 짜안~하고 나타나 내 이름을 불러주시는 당신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 자리에 서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신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산꾼이십니다





연화봉에서 천체관측소로 이어지는 길은 지척임에도 아득하게 멀어집니다





2009년 그림
위와 같은 위치에서 보던 천체관측소 풍경입니다





연화봉에서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입니다





쉼터
언제나 그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두텁게 입었던 겉옷하나 벗어넣고 뜨거운 물 한잔에 마음은 평온해집니다





장난감같은 천문대 일부입니다





소나무 가지 사이 도솔봉 쪽으로 환해짐이 보입니다





희방깔딱고개는 지형 특성상 가운데 움푹 패어진 곳으로 허리 깊이의 낙엽이 쌓입니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돌비알이 길이므로 낙엽구덩이에 빠져 헤엄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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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방사





희방폭포
아직 얼어붙지 않았지만 낙석 위험이 있으므로 출입금지가 된 것을 모르고 그 선을 넘었으니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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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힘들다.
나도 까매오나 할껄......

천사 외롭다
얌체족들이 득세하는 판국에
 홀로 늘 푸른 소나무가 되어
마지막 밑둥까지 내어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어려워도 힘들어도
그 몸이 그를 버리지 않는한
그는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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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에서 바람과 놀던 그들이 모여 앉아 산행한담과 곁들여 곡주로 마음을 여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