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봉 곰절문봉에서~~

~~겨울 소백산 눈길을 헤쳐나가며~~

~~제5봉 덕평문봉에서~~

~~덕평문봉에 앙마시그널 한장 남기고~~

~~제4봉 뒤시랭이문봉에서~~

~~구인사 입구에서~~



"득도하는데 지름길이 있으랴~~~"


"우리 구봉팔문 제대로 한번 걸어보자.~~~*^&^*"


지난번 소백산종주때 잠시 답사를 겸했던 구봉팔문

그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소백산 구봉팔문 종주에 나섭니다.

겨울 눈길도 걱정이 되지만 그것보다 9봉 1봉을 뺀 나머지 봉들을 갔다가

다시 돌아나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밀려오네요.


그래서

구봉은 능선따라 제대로 다 걸어보되 최단거리길을 짚어보니

역시 구익동에서 출발하는게 시간도 절약되고 좋을것 같아서

들머리를 구익동으로 잡습니다.


이른 새벽 비포장 좁은도로를 얼마지나 구익동마을에 들어서 차를 둘곳을 찾다가

작은공터가 보이길래 한쪽구석에 주차를 하고 산행준비를 합니다.



-- 득도(得道)의 문(門) --


새벽 3시 20분 구익동을 들머리로

소백산 구봉팔문

깨달음을 얻기위한 오늘의 산행 시작합니다.


구익동 들머리 입구에 있던 이쁜 빨간우편함이네요.


촌동네라 여기저기서 낮선방문객을 경계하는 개들의 짖는소리가 요란합니다.

우린 서둘러 마을을 벗어나 산길에 들어섭니다.

다행스럽게도 눈길에 희미한 발자욱이 보여 어렵지않게 제9봉 새밭문봉에 오를수 있었습니다.

제9봉 새밭문봉(686m)

몇개의 봉우리엔 마구잡이산악회에서 정상안내판도 걸어두었더군요.


역시 구익동에서 오르니 시간이 많이 단축되네요.

40분 걸려 새밭문봉에 도착했습니다.

소백산 구봉팔문 고도표


고도표를 보듯이 오늘 산행길이 장난이 아닌것 같습니다.

처음 이 고도표를 보았을때 잘못 그려진줄 알았습니다.

봉우리 이름이 윗쪽이 아니고 아래쪽에 적혀있길래.....ㅋ


위쪽 봉우리같이 보이는건 주능선길이고 9봉 약 100~450m의 고도을 낮추며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을 내려와 몇십미터 높이의 바위봉우리 각 봉 정상에 올라섰다가

다시 주능선길로 되돌아가야 한답니다.


고도표가 말해주듯이 평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것 같네요.

능선에 배낭을 두고 다녀오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득도의 길입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제8봉 가는길에 배낭을 내려두고 제8봉 귀기문봉을 향합니다.


저기 뒤에 보이는 나무는 무슨 나무인가요?

이번 산행에 눈길보다도 더 고생스럽게한것이 저기 나뭇가지였습니다.

모자가 가지에 걸리기도하고...

그것보다도 얼굴에 얼마나 부딪치고 찌르고 때리고 하는지.....ㅠ.ㅡ

제8봉 귀기문봉(766m)

제8봉 귀기문봉에 다녀와서 배낭을 메고 다시 길을 나설 준비를 합니다.

밤이기도 하지만 주위엔 눈과 나뭇가지로 특이하게 볼것도 없고해서 빠르게 진행합니다.

여긴 제7봉 배골문봉 갈림길입니다.

보시다시피 각 갈림길마다 눈여겨보면 소백산 지킴이청&뫼님의 시그널이 달려있답니다.

무심코 짐승들의 발자욱을 따라 걷다보니 길을 잘못들고 있습니다.

다행히 일찍 알았기에 계곡을 가로질러 주능선길을 찾아 들어섭니다.

저기 머리위가 제7봉 정상이네요.

정상 아래에 스틱을 두고 오르는것이 더 쉽더군요...^^

나뭇가지를 피해 오르는게 더 힘이드네요.

제7봉 배골문봉(812m)

날이 서서히 밝아오고있네요.


배낭을 능선에 벗어두고 물만 한병 목에 걸고오니 몸이 가볍긴 한데

경사가 심한 눈길 오르는것이 무척 힘이듭니다.

소백산은 부드러운 산이라고 하는데 유일하게 험한곳이 이곳 구봉팔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바위 타는곳이 한두군데가 아니고 사방이 낭떠러지랍니다.

제7봉에서 돌아오는길에 소백산 연화봉이 살짝이 보이는군요.

점점 고도가 올라갈수록 눈은 발목을 덮어 헤쳐나가기가 힘이드네요.

경사가 심하다보니 한걸음 앞으로 가면 반걸음은 뒤로 밀립니다....ㅡ,.ㅡ

그래도 끈기있게 가다보니....

배가 고픕니다....ㅋ

제6봉 곰절문봉 갈림길인 바위전망대에서

아침을 먹으며 눈덮인 소백산 능선길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저기 가운데가 소백산 최고봉비로봉이군요.

왼쪽에 비로봉과 오른쪽에 연화봉이....

곰절문봉 갈림봉(1133m)


아침도 먹고 한참을 쉬며 다시....곰절문봉으로....

제6봉 곰절문봉(883m)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구봉팔문 각 봉우리들이 살짝이 보이네요.

하지만 온전히 들어나지않아 많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다시 곰절문봉 갈림봉에 돌아와서....

오늘 걸어가야할 최고봉인 표대봉을 향합니다.

고도가 높이 올라갈수록 눈은 점점 더 많이 쌓여있어서....

몸은 더욱 쉽게 지쳐갑니다.

하지만 이 눈도 아직 많은건 아니랍니다.

표대봉(1313m)을 넘어서니 능선길엔 눈이 무릅까지 푹 잠깁니다.

다행스러운건 소백산 방향에서 구인사로 누군가 걸어간 흔적이 있어서

발자욱을 따라 걸어가지만.....

나뭇가지를 헤치며 스틱으로 중심잡으며 걸어도 넘어질듯 비틀거리기 일수입니다.

제5봉 덕평문봉 갈림길에 배낭을 벗어두고 제5봉을 향해 빠르게 내려갑니다.

구봉팔문 중에 가장 긴 코스인 덕평문봉.


1.4km의 거리을 다녀와야 한답니다.

저기 제5봉 덕평문봉이....

내려오면 올라가는게 걱정이네요....ㅠ.ㅜ

제5봉 덕평문봉(960.5m)

악마시그널도 한장 걸어두고 .....*^&^*


다시 주능선길로 올라갑니다.

눈길을 헤치며 걸었더니 체력이 너무나 쉽게 떨어집니다.


마지막 남은것들을 먹으며 한참을 쉬었다가 제4봉 뒤시랭이문봉으로.....

구인사 갈림봉(1247.6m)

뒤시랭이문봉까지는 지난번에 걸어본적이 있습니다.

죽령에서 구인사까지 갔던 지난 가을에.....

구인사로 향하는 방향이라 누군가의 발자욱을 따라 걸어가고 있습니다.

제4봉 뒤시랭이문봉(964m)

뒤시랭이문봉에서 올라오던길에 마주한 재미난 모양의 나무입니다...^^

다시 도착한 구인사 갈림봉에서 양말을 갈아신고 있습니다.

스패츠 안으로 땀인지 눈이 들어갔는지 모르게 양말이 푹 젖어있네요.

제3봉 갈림길 청&뫼님 시그널을 따라 제3봉 여의생문봉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가야할길쪽에 멧돼지 어린새끼 두마리가 먹이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네요.

혹시하는 마음에 배낭을 벗어 나무가지에 걸어두고....


"아가야~~너 엄니한테 우리가 왔단걸 비밀로 해주라~~~알았지...*^^*"


제3봉 가는길이 경사가 심해 눈길을 미끄러지며 내려가는데.....

걱정입니다.

저 길을 어떻게 다시 올라가야할지....ㅠ.ㅜ


갔다가 오는것이 힘들것 같아서 내려갈땐 뛰다시피 내려갑니다.

올땐 엉금엉금 기어서 올라올지라도.....

제3봉 여의생문봉(839m)


다시 올라오는 길에 제4봉 뒤시랭이문봉 넘어로 빠알간 석양이 시작되는군요.

나무가지 사이로 너무나 이쁘게 보이네요.


갑자기 남편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043-***-****"

이번호는 충청도 지역번호인데....?


전화를 받았지만 연결은 되지않고.....


이제 물도 작은병에 약 절반밖에 남지않아서

마음껏 마시지도 못하고 입술만 적시며 조심조심 걸어갑니다.

하지만 갈증이 시작되니 5분이 멀다하고 물을 찾게되네요.

3봉 갈림길을 얼마앞두고 물은 서서히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고.....

그래도 배낭에 배지밀 2팩이 있으니 그걸 물병에 넣어서 마시면 될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되네요.


앞엔 무릅까지 빠지는 눈언덕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100m남은 거리를 갈지(之)자로 힘겹게 올라갑니다.


야간 산행 준비를 해서 제2봉을 향해가는데 전화가 계속 옵니다.

7~8통의 전화번호중엔...


"043.010....오잉~! 뒷자리가 112번도 있네....ㅠ.ㅠ"


이게 뭔일이여~~~!


다시 043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끊김을 반복하며 들리는 소리를 정리해보니......


외지 차량이 거의 없는 시골 골짜기 마을에 꼭두새벽부터 못보던 차량이 주차가 되어있는데

날이 어두워져도 차가 그대로 있다.

뭔일이 생긴것 같다.

가곡면 지구대에 신고하고....

경찰도 찾아다니고......미쵸....ㅠ.ㅜ


어쨌거나 여기선 해결은 안되겠고....

빨리 내려가야 전화를 걸던지 수습을 하던지 .....

날은 어두워지고 계곡으로 빠지는듯한 낭떠러지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조금만 이상하면 스마트폰을 꺼내 위치를 확인하기를 몇번..

마주치는 시그날에 눈물이 날것 같습니다.


오후 8시

몇번의 미끄러짐을 뒤로하고 제2봉 갈림봉 915m봉에 올라 섰습니다.


여기서 2봉 다녀와 1봉으로 내려가면 빨라도 2~3시간은 넘게 걸릴텐데.....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할것 같습니다.


"어떻하지....?"


"내려가자...

가장 빠른길로.....!"


밤실문안골 계곡으로 눈길을 미끄럼 삼아 빠르게 내려옵니다.

30분을 내려왔을까..?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고...

작은물병을 꺼내 물을 가득담아 단숨에 반병을 마셔버립니다.

빈속에 찬것이 가득 들어가니 속이 짜릿한것이 갈증은 해소되었으나 오싹한 한기가 느껴지네요.


계곡물을 피해 바위위을 조심조심 걷다보니 눈앞에 작은 다리가 보이고

그 위로 구인사 뒤를 가로지르는 임도가 나타납니다.


휴대폰을 꺼내보니 다행히 안테나가 몇개 뜨길래 서둘러 남편은 이 사태를 수습합니다.


"눈길에 길 잘못들어 구인사 뒤로 내려왔다고....

무사히 내려왔으니 지금 곧 차를 가지러 가겠다고....

지구대에도 전화를 해서 안심시키고.....ㅠ.ㅜ


임도따라 빠르게 걸어 구인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소백산 구인사



득도의 길은 이리도 멀고도 험하다 말인가...ㅠ.ㅡ.?


2013년 2월 25일 새벽 3시 20분

소백산 구봉팔문

약 18시간 20분 걸린

25일밤 9시 40분에

구인사 입구를 날머리로 오늘의 산행 다 마치지 못하고 마무리합니다.


계획했던 산행 다 마치지 못하면 항상 아쉽고 꼭 다음을 기약하곤 하는데....

소백산 구봉팔문은 꼭 한번은 와야할것 같은 산행지였지만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않는군요.


마음속에서 구봉팔문은 이제 비워도 될것 같습니다.



"자갸~~!

이만큼이라도 했으면 득도는 아닐지라도

시장통 사거리에 돗자리깔고 용돈벌이는 할수있는 능력 정도는 줘도 되는거 아녀....

우쉬...ㅠ.ㅜ~~~!


법천당 오성스님의 작품인 소백산 구봉팔문


소백산 구봉팔문 지도(1)


소백산 구봉팔문 지도(2)


소백산 구봉팔문 네이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