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한 가을빛속에 머물며.. [소백산]


 

삼가리 매표소 - 비로사 - 비로봉 - 제1연화봉 - 연화봉 - 희방사 (P)


 

2010. 11. 28 (일)

 

가람 30명

 

 

 


 


 

       가을이 더 깊어지는 것인가, 떠나가는 것인가. 심회된 시간만이 온 머릿속을 채운다.

허공에서 맴도는 천기가 시간에 얽매이듯 어쩔 줄을 모른다. 그 찰나, 긴 산맥에

   내려앉는 겨울빛이 빠르게도 시간을 점령하여 붉은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속도의

무게감이 이 산정에 쏠리는 중이다.

 

 


 


 

산정속으로 스며드는 따스한 빛줄기가 떠나는 가을의 온기와 혼합되어 깊어지는

가을색을 이으려 하고 있다. 또 잔잔하게 머물며 조용히 색감을 탐미하는 공기도

제 본능을 발휘하여 떠나가는 가을의 끝의 산정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한 줌 햇볕을 머금고 있는 숲속은 스스로 빛을 제어하며 속내를 감추고 있었다.  

 

 


 

 
 
 
 
 
 
 
 
 
 
 
 
 
 
 
 
 
 
 
 
 
 
 
 

 

가을빛에 한껏 머금은 영화로운 능선이 열리며 죽 펼쳐지는 단아한 갈색의 형색에

       잠시 고단한 발길이 멈춰진다. 하늘과 맞닿아 이어지면서 다채로운 빛깔로 채색중이다.

      저무는 가을의 뒤안길이 서슴없이 펼쳐진 것이다. 물론 가을의 스산함도 이어지지만...

         시간속에 묻힌 산정의 왜소함이 쓸쓸한 여운만 남겨주는 느낌이어서 왠지 모르게 황량한

마음이 든다.

 

 


 

 
 
 
 
 
 
 
 
 
 
 
 
 
 
 
 
 
 
 
 
 
 
 
 
 
 
 
 
 
 
 
 
 
 
 
 
 
 
 
 

 

상상외로 칼바람은 간데없고 비로봉에 이상 기온이 인다. 이때 꽃단장한

여성 두분이 상석을 배경으로 촬영이 끝나고 우리와 인사를 나눈다.

 

 

          「소백산에 몇 번 왔지만 이렇게 따뜻한 줄은 정말 몰랐어요. 청정한 가을빛도

너무 좋아요.」

     「 ‘그러게요’ 어제부터 눈 소식이 있다고는 하였지만 이럴 줄 몰랐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죠, 즐거운 산행 되시고요.」 


 

 

  끝 가을속에 펼쳐지는 광활한 초원의 바다가 숨쉬며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너무나

      야생스럽다. 사방으로 펼쳐진 유장한 풍경이 눈높이와 맞춤해 가을 끝 녘에 생성되는

 육중한 힘을 실려 보낸다. 내 안에 힘이 실린다. 광대한 야생의 바다가 이글거리며

온 산정을 집어삼킬 듯 하다. 이에 첩첩이 뒤로 물러나는 산정의 정경에 그리움만

더해간다. 

 

 


 

 
 
 
 
 
 
 
 
 
 
 
 
 
 
 
 

 

    가을바람이 세차다. 어느새 설원 속에 핀 초원의 향기가 일시에 몰려온다. 그 향 가득한

산등성이에서 가을의 끝자락을 느낀다. 저 멀리 피어나는 가을안개의 영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능선 따라 발길을 옮기면서 가을을 생각한다. 가을은... 가던 발길 돌리며

사위를 바라보자 무심한 바람만 스치고 있다.

 

 

 


 
 
 
 
 
 
 
 
 
 
 
 
 
 
 
 

 

천공 속 흰 구름은 돌돌이 휘돌며 연봉 사이사이로 스며든다. 하늘은 침묵에 싸여있다.

  초원의 향기와 어우러지는 메마른 바람소리만 산정에 메아리 칠 뿐이다. 허공 속에 묻힌

   가을의 존재가 미약한 기운을 쏟으며 능선쪽으로 이동한다. 그동안 단아하게 치장하였던

화려한 수림이 빠르게 가다듬기 시작한다. 그 매무새로 보아 가을을 접고 있는

중이었다. 멀어져가는 가을은 머무는 바 없는 듯.        

 

 

 


 
 
 
 
 
 
 
 
 
 
 
 
 
 
 
 
 
 

    산상의 고요에 마음이 정온해진다. 쉬~ 쉬 ~ , 획~ 획~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무디찬

가을바람 소리가 어딘가 슬픔을 머금은 듯한 산정의 소리같이 들린다. 가을의 깊은

  침묵을 느낀다. 세월의 흐름 앞에 선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렸나. 침묵에 쌓인 산중을

말없이 바라보고 서서 침울한 적요가 내리누르고 있음을 알았다.


 

눈으로 뒤덮인 산길을 마주하면서 비로봉으로 향하던 산객이 무심코 말을 걸어온다.


 

「 조금 더 가면 무릎까지 차오릅니다. 조심하십시오.」

                              「 아, 그래요. 눈 속을 거닐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즐거운 산행 되십시오.」 


 

소백을 사랑하지만은 조심스레 걱정하시는 산객의 포용감에 가슴이 따스해진다.

 

 

 

 
 
 
 
 
 
 
 
 
 
 
 
 
 
 
 
 
 
 
 
 
 
 
 
 
 
 
 

 

    비로봉에서 제1연화봉재를 향하는 길목에 안주하고 있는 가을운무의 사위가 고적하게

느껴진다. 황량한 나신으로 고개를 떨군 황토빛 초원이 바람 길 아래로 가득 펼쳐져

    있다. 그 와중에 능선을 감싸 도는 겨울의 향연이 소리 없이 펼쳐지며 초원위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열흘 붉은 꽃 없는 듯 하다. 마지막으로 베푸는 영화로다. 눈 속을 헤집고

뒤돌아서서 지나온 대 초원의 온기를 가슴으로 품는다.     

 

 

 


 
 
 
 
 
 
 
 
 
 
 
 
 
 
 
 
 
 
 
 
 
 
 
 
 
 
 
 

 

      좌, 우로 펼쳐지는 겨울의 색깔에 상념이 인다. 그리움으로 가득 찬 눈망울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소백의 운기를 한 아름 그득 모아 한낮의 햇살에 비쳐 반짝거리는 금빛의

초원위로 날려 보낸다. 조금은 외롭고 황량한 겨울 소백의 느낌은 들지만 서정적인

운치로 받아들인다.


 

 

 

 

 

 

 

  

  희미한 안개가 낮게 깔려 물을 따라 흘러가듯 유유히 흐르는 겨울 계곡은 고요했다.

산마루 또한 고요한 잠속에 묻혀 있었다. 모든 것이 신비에 싸여있던 세상 같았다.

머릿속 상념이 멈춘다. 그저 그 위를 바라보며 무연에 찬 침묵으로 시간을 넘긴다.

겨울천지는 움츠린 산야위에 적적히 맴돌곤 하였다.


 

                            ◈◈◈


 

  언제라고 약속할 수는 없었지만 약속이 되면 무조건 동행하였다. 지금 이 시간 이후에도

 재회를 위해 같이한 모든 이의 회중을 속 깊이 채우고 있고,  따스했던 그 소백의 바람과

  숨소리도 마음 한 켠에 쌓아놓고 있다. 자연스레 마음과 정을 이어가며 나눈 가람님들의

따뜻함도 새기고 있다. 그리고 소백을 닮은 청정함도 새기고 있다.


 

                             모든 님들과의 같이한 시간 즐거웠습니다.


 

                             2010. 11. 29   점심을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