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16. 수. / 2명

도로 양 옆 들녘의 벼들이
제법 누렇게 변했다.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12시 경 농다치고개 도착.
이름 모를 꽃들이 잔뜩 핀 산길을
천천히 올랐다.

길 위 도토리가
지천으로 떨어져 있다.
적지 않은 산행 길에
이렇게 많은 도토리는 처음.

한참을 걸어 오르다가 그냥 가긴 아쉬워
하나씩 주워 주머니에 넣다가  
비닐 봉지를 꺼내 본격적으로 주웠다.
금새 채워진다.

봄처녀가 산나물이 지천으로 널린 데를 발견하고
나물 바구니를 채우는 기분이 이러리라는 생각도 하며.

대모산, 구룡산을 오를 때
길 위에 도토리가 떨어져 있으면
다람쥐를 생각해
사람들이 주워갈까봐 숲으로 던지던 유여사도
여기는 너무 많다며 열심이다.

언젠가는 이 산에서 취나물을
찾은 경험도 있다.

잘라온 배로, 모시떡을 나눠 먹고
그냥 도로 내려올까 하다가 정상(800m)까지만 가다.
유명산은 저만치 두고.

정상엔 '3000산 오르기'란 이현우씨든가
개인 리본에 120 몇 번째 산이란
표지가 써 있다.
3000산, 대단한 목표다.
부디 성공하기를 빈다.

날씨도 좋고
고요한 산 속,
산내음도 참 좋다.

묵직한 배낭을 메고 하산.
산 속에서 3시간 반 가량 머물렀다.

개군면으로 가 해장국으로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사장님(정연학님)이 써 놓은
효도 권장 글을 공감으로 읽다.
그 일부를 옮기면

제 자식이 장난치면 싱글벙글 웃으면서
부모님이 훈계하면 듣기 싫어 외면하고

시끄러운 아이소리 듣기좋아 즐겨하며
부모님이 두말하면 잔소리라 관심없다.

자녀들의 오줌똥은 손으로도 주무르나
부모님의 흘린 침은 더럽다고 밥못주고


열자식 키운부모 한결같이 키웠것만
열자식은 한부모를 귀찮다고 싫어하네

 
더위 탓인지
텅 빈 온천으로 가 
멋쟁이 구공에게 이발을 하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다.

어두워진 밤길을
개운한 기분으로 귀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