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성제봉
2009년 6월 25일 나무의 날(평택 목요)
날씨 : 맑음 시계도 좋음




 
참을성이 부족한 나를 부른 이는 지리산이었다.
멀리서나마 그 그리움을 조금씩 담으며 지워갈 수 있다는 신념이 고개를 쳐들었다.
산등성이에 올라서서 처음 대면하는 심정으로 두리번거리던 목표물을 집어들었다.
겨우 고개 빼꼼 내민 그리움 덩어리지만...

 

 
 

당겨 본 천왕봉





등촌리-미륵암-원강재-깃대봉(활공장)-형제2봉-성제봉-신선대-718암봉-입석리-하덕마을(4시간 20분)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 평사리와 악양들, 영호남을 가르는 섬진강의 물줄기를 바라보며 오르는 경남 하동 성제봉(형제봉)은 산세도 특출하지만 조망이 멋진 곳이다.
최근에는 소설의 배경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최참판댁이 단장을 하고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고, 최참판댁 뒤로 고소성 군립공원이 있어섬진강의 굽이굽이를 내려다보기에 더없이 좋다.

평사리 일대에는 지리산 능선이 남으로 내달린 끝인 성제봉 아래 넓은 평야지대와 섬진강가의 동정호까지 펼쳐져 있다. 평사리가 있는 악양은 중국의 악양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모래밭 안에 있는 호수를 동정호라 했다. 악양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 중에 소상팔경이 있으며, 평사리 들판에 위치한 동정호와 악양의 소상팔경은 이곳 사람들의 자랑거리다. 지리산 중앙부 세석평전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린 능선의 끄트머리에 자리한 성제봉은 암릉과 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멋거리진 모습'이 찾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여기다 성제봉은 고소산성을 비롯 통천문 신선바위 등 문화유적과 볼거리가 많아 힘들이지 않고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형제봉은 접근하기도 쉽다. 하동과 구례를 오가는 19번 국도상의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외둔마을 `소상낙원'표지석에서 능선을 오르면 바로 산행이 시작된다. 코스는 `소상낙원'- 고소산성- 고소대-통 천문- 봉화대- 신선대(바위)- 성제봉- 샘터-  청학사로 이어지는데 산행시간이 6-7시간은 잡아야 한다.





11:52

등촌리에 내려 시멘트도로 따라 5분을 오르니 삽살개처럼 겨우 눈만 빼꼼 내민 미륵암(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치게 됨)이 보인다.
다시 도로 따라 오르니 한낮의 땡볕이 정수리에 내리 꽂힌다.





사유지인 듯한 철문이 있다. 침입해서 들어가니 수련원인 듯한 건물이 있다.
건물 뒤 바짝 붙어 오르면(계곡을 건너면 안됨) 잠시 후 소리만으로도 시원한 소폭으로 연이어 지는 계곡을 건너게된다.





소폭





소폭 2





무슨꽃인지? 잎이 없어 동정이 더 어렵다.
길은 원강재를 향하여 고개를 치켜들고 계속 오름으로 이어진다.
계곡을 끼고 걷는 길이라 시원한 편이지만 조릿대로 바짝 조여 칼바람도 접근치 못할 것 같아 답답하다.





조릿대가 놀다가라네. 싫다는 사람 물귀신처럼 악착같이 붙들며  늘어진다.
25분 가량을 조릿대의 등쌀에 얼굴을 할퀴고 옷을 물어뜯어대니 뚜껑 열리기 일보직전이다.
바닥이 아예 안보이는 수도있다. 무릎 꿇고 엎드려 박박 기면 모를까?
정상적인 걸음으로 통과할 수 없는 그 길 몸에서 단내가 난다.
이젠 조릿대 꼬락서니를 보면 신물 나겠다.





25분간의 전쟁을 끝내고 어이없는 붙들림에 웃는다.





13:01

원강재에 올라서니 칠성봉, 구제봉, 분지봉이 조릿대에 찌든 마음을 한 방에 달래준다.





노루오줌이 마중 나와있다.



 
 

13:22

임도를 2개 뿌리치고나니 깃대봉(활공장)이라고하는 봉우리에 오르게 되는데 2시 방향으로 천왕봉이 혜성처럼 떠오른다.





깃대봉(활공장)





왕시루봉능선과 성삼재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주능선이 마주 보인다.





원강재와 거사봉,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산릉





악양면이 시원스레 열린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며 달려가는 섬진강이 설핏보인다





그대 무릉객





활공장이 맞긴맞다. 너른 평원이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준다.





바래봉같은 분위기도 있다.



 
 

대숲에 갇혀 공황장애라도 일으킬 것같은 고행길이 끝나니 천국행이다.
좁고 험한 길의 끝은 천국행이니...





까치수염





털중나리





형제2봉으로 가다가 활공장쪽으로 뒤돌아본다.





형제2봉가는 길의 기암이다





형제2봉에서 수리봉 청학사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13:52

형제2봉이라는 표석이있다. 성제봉보다 2m 높으니 형인가보다.



  
 

형제2봉의 모습 올려다본다.





눈 앞에 성제봉이다.





내려서서 올려다 본 형제2봉 암릉이다.





바위사면에 돌양지꽃 외롭다.





형제 2봉 당겨서보다.





13:58

형제2봉에서 6분만에 聖帝峰이다.
형제2봉보다 2m 낮다. 그러면 아우?





표지석을 앞 뒤로 담는다.





길잡이는 언제나  푸른바람





신선 따로 없다.




활공장에서 내려다보던 그림이다.
칠성봉, 구제봉, 분지봉 능선 아래 악양면





푸른바람이 섰던 자리를 내려다본다



성제봉 내려서서 올려다본다



신선이 되고자 그 자리에 섰더니



향기가 참 좋다. 이름을 모른다.

 


헬리포트에 서니 광양 백운산이 앞을 가로 막아 선다.



아, 섬진강!!

섬진강 -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억불봉, 백운산, 또아리봉이 병풍처럼 펼쳐져있다.



발 아래에선 신선대가 부른다.



생각을 많이해서인지 머리만 커져버린 돌아이





 




 


내림길은 언제나 넉넉하다.
멱살 잡아 끄는 숨가쁨이 없기 때문이다.


 


간간 길섶의 고사리가 종주먹을 들이대는 길
겁없이 붉게 타오르는 털중나리의 입에서 나팔소리가 터져나올 듯하다.

 

 


한창 고로쇠물을 생산할 때 저곳에 들었다가 구박덩어리 신세가 되었었는데
백운산 언젠가 다시 들어가보아야할 산이다. 억불봉까지 내달리다 시간이 부족해 마지막 토막을 삼키지 못했던 길.



토닥토닥 내 마음을 내 손으로 다둑거리며 걷는다.
오름에 얼음물로 빈 속을 달래고 오이 한 개 씹어 삼키고 여적 걷는 길에 큰 불평 없이 걸어주는 몸이 고맙다.



맑은 밤하늘 빛나는 별처럼 다가오는 신선대를 만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청승맞게 환한 붉고 고운나리가 서두르는 발길을 잡는다.


 


신선대에다 모자라 섬진강까지 내 설레임을 부추긴다.
접시꽃 당신같은 소름 돋는 애잔함이 덮쳐온다.
코끝에 매운 기운이 감돌아, 흔한 눈물이 핑돌아,



묘한 감정 처리가 어려워 시선을 여기저기 흐트린다.



마침 입 벌린 아귀에 푸른바람 들어섰으니. 겨냥! 사냥감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사냥꾼처럼...


 


당겨보는데...
조준에 실패를 했나??? 안주것네 ^*^~


 




 


그곳 신선대에서 신선이 되고 싶었다.

 

 


노닐던 곳은 결코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빌미가 없기에...
발 밑에 밟히는 고사리를 핑계 삼아 그 곳을 등졌다.


 




 


여기서 저 지점을 가기 전에 하산하는 길이 있었다.
강선암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가 애초에 목표로 했었던 길인데 산악회에서 나누어준 지도와는 조금의 차이가 있어
결국은 보상 없는 약간의 알바와 봉수대를 못미친 안부 구조번호 12번에서 하산을 하게된다.
덕분에 718 암봉까지 섭렵했으니...


 


사진은 아무렇게나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덜컥 이 그림만 그려놓고 중요한 한 가지를 빼 먹었다.
집중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체력은 바닥났는데 선경에 팔린 마음이 중간급유를 미룬 즉 발생한 사태다.




어리석은 나를 쳐다보는 듯하다.


 


철쭉이


 




 


현수교

 

 

718암봉을 내려서는 협곡이다.



협곡의 머리 위를 보다.
목젓 한껏 젖히니 하늘에 암릉이 떠있다.



좀 전에 막무가내로 내려가려 시도했던 산릉이 보였다.
아무리 바빠도 돌아서 가야할 길은 돌아가야함이니...


 


알바의 댓가는 훌륭했다.


 


꿈꾸던 섬진강


 


마을에 내려서니백운산릉이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다.




덩달아 억불봉도 따라오고.



마을에서 성제봉 능선을 올려다본다.

 

 

 

 

4시까지 하산하라했는데...
마을에 내려서니 20분이 지나있다.
총무님께 전화하니 아직도 후미는 내려오지 않았나보다.
인심 좋은 마을 수퍼에서 캔에 담긴 식혜를 사주시는 산님의 고마움으로 갈한 목을 달래고
대강의 땀을 씻어내고 옷 갈아입고 느긋하게 버스를 기다리다보니 1시간을 넘게 기다린다.
에고 억울허네이~ 최참판댁까지 갈 것인디... 약속 지키느라 못가 쪼까 섭하네이~



여름의 징한 햇살은 징한 색깔을 부르는가?
나리 종류나, 동자꽃이나, 터질 듯 타오르는 꽃 불
뜨거운 햇살을 트집 잡으며 석류꽃도 붉디 붉은 하품이다.



잉태
그리고
침이 고이고, 귀 밑 침샘이 간지러운 듯하더니 발작을 일으키네. 질질~~~


* 최참판댁에도 들르고 

 


토지의 무대 최참판댁이 있는 풍경


 




 




 





  




여보게 막걸리 한 사발 들고 가시게나!
영원한 대장님 한대장님!





 




 




 




 

 

장터


 




 


이리 오너라~


 


사립문 열면 섬진강이 달려오고
뒷짐지고  바라보면 성제봉 능선 뒤로 숨는 해
고개를 갸웃뚱하면 백운산 억불봉이 넉넉한 품세를 열어준다.

너그러운 자연의 품에서 어찌 째째할 수 있겠는가?
잠시 머물다가는 자리였지만 그 어떤 곳에서보다 깊이 가라앉는 남음이 있는 곳이다.

 

 

 

 




 


아흔아홉칸을 가진 사람과
한칸을 가진 사람
가난한 이의 굴뚝과 배부른이의 굴뚝을 새삼 비교해본다.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 돌고, 내 마음은 산을 따라 돌고,
물을 따라 돌고, 자잔한 풀꽃 따라 돌고, 청아한 새소리 따라 돌고.
뭉툭한 지리산자락을 돌고돌아 흐르는 섬진강 따라 돌고.
아무리 돌아도 그리움의 끝은 잡히지 않아 그리움을 따라 돌고 또 돌고. 산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