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6

지난번 국립공원 산방 통제기간 직전, 대학 동기랑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 수렴계곡을 탐방한 후, 이반 주말엔 서울에서 친한 친구 딸 결혼식도 있고 해서, 예전에 자주 가보던 당진에서 서울에 가는 중간 위치의 천안의 진산 태조산 주변으로 마음을 정합니다.

 

아침 5시 지난주 아들이 구해준 아이폰 자명종의 부드러운 깨움 소리에 눈을 뜹니다. 지남 밤에 대충 준비해둔 베낭을 둘러매고 삽교천에서 7시에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약1시간 전에 당진 집을 나섭니다. 언제나 맡아보아도 상쾌한 새벽공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이땐 저도 모르게 콧노래가 흥을 거려집니다.  이용복의 달맞이꽃…..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달 밝은 밤이 되면 꽃이 피어….. 건데 오늘 아침엔 달도 별도 보이질 않고 초겨울이라 달맞이꽃도 주위에 보이질 않네요그래도 이 노랜 도보로 출근하는 출근길, 이 새벽엔 나에게 콧노래로 꼭 맞습니다. 황규현의 애원과 같이 목이 메여 불러보는하고 큰소리로 부르면 노래 맛이 나질 않아요.

 

삽교천 간이터미널을 7시에 출발한 시외버스는 정확히 1시간 뒤, 천안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예전에 차를 몰고 운전할 땐 불편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던 버스 탐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하고 부터 훨씬 편안하게 본인 앞으로 다가옵니다. 버스가 어디로부터 어디로 가는지 전혀 알지 못하다가 약1년 지난 요즘은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역시 사람은 관심을 가져야 눈이 뜨지는 모양입니다.

 

천안터미널에서 70대 노부부가 운영하는 신촌설렁탕집에서 설렁탕으로 아침을 먹고, 김밥 한줄을 점심으로 준비 합니다. 터미널 앞에서 입장가는 버스 200, (201번도 가능함)을 타고 약20분후 천흥사가 있는 천흥리에서 하차합니다. 9시경 천흥사와 천흥탑을 중심으로 사진을 몇장 찍고, 천흥 저수지의 아침 물안개와 성거산을 배경으로 디카를 눌려댑니다.

 

천흥 저수지에서 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저수지를 발아래 내려다 보면서 성거산 정상 통신탑을 조망하며 시원스런 능선 길을 올라갑니다. 이길은 본인이 좋아하는 코스 중 하나이지요. 오늘 날씨는 며칠 전의 칼추위는 물러가고 포근함이 느껴지는 날씹니다. 길가엔 빗물가 얼음으로 변해 서릿발이 서 있습니다. 윗옷 앞섶을 엽니다. 오늘은 어느 코스로 갈까나….성거산을 거쳐 태조산 주위를 맴돌아 볼까나 하고 생각타가 성거산 정상의 조망도 시원찮고 해서 대신 조망이 좋은 왕자산을 대신하기로 하고, 태조산을 거쳐 취암산 까지, 금북정맥 길을 더듬어 보기로 마음을 정합니다. 오늘 산행을 시간에 쪼들릴 일이 없고, 하산 후 서울 아들 집으로 향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넉넉합니다. 발길 닿는 대로 가 보기로 합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약1.5시간 후 태조산- 성거산 주능선에 오릅니다.  성거산을 뒤로 하고 태조산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이 능선은 서운산 위레산 등을 거치는 금북정맥에 속하는 길로써 능선이 얌전하고 고려 태조 왕건이랑 군사적으로 역사적인 관계가 깊은가 봅니다 상명대로 갈라지는 능선길에서 왕자산 갈림길이 나옵니다. 능선에서 약 800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으로 왕자봉 정상에 서면 성거산으로 부터 저 멀리 흑성산 까지 능선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탓에 조망이 훤 합니다. 태조산, 왕자산, 유왕골등 지명이 이를 말해 줍니다.  이곳에서 금북정맥의 조망을 즐긴후 다시 주능선길로 원위치 합니다.

 

또다시 능선길에서 각원사로 갈라지는 길이 나옵니다. 동양 최대의 좌불상이 있다는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그동안 수차례 이곳을 지나면서도 시간에 쫒겨 방문을 뒤로 미루어 오다가 오늘 시간이 넉넉한 관계로 한번 둘러보기로 합니다. 급경사 길을 한창 내려가니 각원사와 거대한 좌불상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각원사 경내는 겨울 탓에 인적은 뜸하고 조용합니다. 지난번 단양의 상원사에서 벽화에 관심을 가져 경내를 둘러보며 벽화를 유심히 살펴봅니다. 별 뜻 깊은 그림은 보이질 않는 것 같군요.  거대한 좌불상 앞에 섰습니다. 연인인 듯한 남녀가 뭔가를 소원하는가 봅니다. 과연 크긴 크군요. 뒷산 배경과 어울려 좌불상이 앙상한 겨울 맛을 풍깁니다. 디카의 손 놀림이 바빠집니다. 옆 사람에게 부탁하여 본인의 잔영도 좌불상과 함께 남겨봅니다.

 

각원사를 뒤로 하고 태조산 주능선으로 다시 오릅니다. 거리는 약 700m 정도 되나 봅니다 그러나 급경사네요. 건데 중간에 굴이 여기저기 뚫려 있습니다. 모양으로 봐선 인위적으로 판 느낌입니다. 아마 예전에 이곳에 뭔가 탄광이었나 봅니다. 들어가 보니 수평으로 깊이는 약 20m 정도 되나 봅니다. 산신도 모셔져 있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따뜻한 곳을 골라 사온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합니다. 그런데 설렁탕 집에서 사온 김밥이 참 맛있네요. 그집은 특이하게도 연세가 지긋한 약70 가까운 나이를 먹은 듯한 부부 두분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종종 이용해도 좋을 듯 합니다.

 

이제부터 오늘의 산행 코스 취암산 끝까지 금북정맥 주능선에 해당합니다. 지난 가을 겨울에 이 능선을 겨울 낙엽 길, 그리고 눈 내린 날 무던히도 밟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오후 2시경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태조산에 오릅니다. 정상엔 그 동안 보이지 않던 팔각정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천안 시민이 자주 찾는 이곳을 시에서 꾸몄는가 봅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누가 밀어 놓은 듯 45도로 기울어 정상석이 삐딱합니다. 이곳 천안 주변산, 위례산 성거산 태조산 정상석은 전부 이와 동일한 모양입니다.  누구의 발상인지, 무슨 뜻을 지니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짧은 본인의 머리로는 떠오르질 않습니다. 뭔가는 있는 듯ㅎㅎ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취암산 동우아파트 능선에 접어듭니다. 이곳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곳으로 주로 대간꾼들이 정맥을 탈려고 자주 접근하는 곳입니다.. 이 능선의 중간쯤 금북 정맥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독립기념관이 있는 흑성산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행글라이드를 띄우는 동호인들로 북적이는 곳이지요. 아마 맞바람을 타기가 좋은 곳인가 봅니다.

 

오늘의 마지막 귀향지 취암산이 가까워 옵니다. 시간은 저녁 4시가 지나 5시가가까워 오는군요. 목적지 동우아파트 까지는 출발로 부터 약 8시간 정도 소요될 듯 합니다. 천흥사에서 출발하여 약 20km 정도 되는 곳입니다. 취암산은 그 정상 약간 볏어난 곳에 바위로 이루어진 조망이 좋고 또한 암벽 타는 재미가 쏠쏠한 자그마한 암산이 있습니다. 동료 아들녀석과 오르던 기억이 납니다. 취암산에 오르니 주위는 별써 어둑어둑해 지고 겨울이라 낮 길이가 엄청 짧음을 실감합니다.  사진도 몇장 찍지도 못하고 어둠에 쫓겨 서둘러 동우아파트 길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동우아파트에서 각원사 가는 시내버스 24번을 (20분 간격) 타고 천안역에서 하차 오늘의 느긋한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즐겁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