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도사님과 함께.

 

 

 

 

 

기다림.. 3월의 창.



[설봉산/ 이천]


2013.  3.  3 [일]


평택산울림산악회  90명



설봉공원- 설봉산성- 사직단- 설봉산 상봉- 화두재- 275봉- 임도- 율현2통 마을회관 [3시간] 









 [1 - 山窓에 들어서며]





고요히 흐르는 3월의 산문을 따라 숲속으로 드는 산중 오솔길은 봄을 맞고

있다. 은은한 향이 숲속 곳곳에서 배여 나오며 길어 오는 시간을 수수하고 있다.

조용히 열려지는 순간이적적하다.

 


청명한 기운과 고즈넉한 침묵의 시간은 3월의 아침인 듯 정적에 쌓여있다.

 산정에서 스며나는 순수한 빛이 바삐 움직이며 새로운 시간을 고대하고 있다.

이따금 안개빛에 가려있는 감빛도 그 순간에 맞추어 지난시간을 오고가는 듯

고독한 감회에 젖어있다.

 


무심결에 산자락에 눈을 돌린다. 아직 메말라있는 공간의 원형에 마음을

   배회하며 3월의 시간을 생각한다. 봄바람인 듯한 여울이 마른 가지를 타고

야위어진 나목 곁으로 다가간다. 봄이 오고 있는 듯무원한 감성으로

일관한다. 그리고 연봉 쪽으로 슬며시 고개를 돌린다.

 


山城에서 반사되는 돌빛의 무게가 중후하다. 그 앞에서 부드럽게 펼쳐진

     한 산봉이 눈앞을 가린다. 자신의 몸체와 품격을 내보이며 장성한 큰 空처럼

시간을 잡고 있다. 순간, 산정의 무게가 가벼워지며 3월의 꿈속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바람소리가 거세진다.

 

 


                         다소곳한 회원들의 이야기이다.


                        「3월의 잔영이 시작되며 그 속에 내재되어 왔던 촌극이 내리막길입니다.」

                        「아, 그 시간. 세월 속 내면은 지나친 면도 있습니다. 그 순간 얼마나 깊은

                  마른 침묵이 흘렀겠습니까.」

                        「막을 수 없는 노릇이죠. 자연이 주는 암시만이 이 시간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에게서 증오의 시간도 이어오겠지요.」

                        「바로 영원할 것처럼 존재하였던 겨울이 아니었던가요.」


                                 내일을 기다리듯 그 속에는 되돌리지 못하는 야속함이 은근히 배여 있다.

 

 


 [2 - 은은한 봄빛과 오락가락하는 안개빛 속에서]


빛과 나무를 품어내는 기암의 독특한 모양새가 봄빛을 가른다. 산정을 울리며

뒤따라오는 바람소리가 그 기암을 녹이며 박동새처럼 파르르 떠는 듯 하다.

숨결이 한없이 올라가며, 체온이 극도로 하강한다.

 


 고개처럼 휘어지고 부드럽게 이어진 폭삭한 흙길을 휘적휘적하며 거니는 모습이

봄을 맞는 듯하다. 또 느긋한 걸음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회원님들의 여유가

그지없이 안온하게 보인다. 해사한 별꽃처럼 활짝 웃는 아이의 얼굴이 찰랑찰랑

넘쳐난다.

 


   그 속 길을 걷는 상쾌함과 싱그러움은 눈에 보이는 전경만이 아니다. 새하얀

빛의 천국인 목가적인 도시 풍경이 준 선물인 듯, 평안한 모습으로 조붓한

        길에서 마주치는 이들마다 고요한 적빛의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서로 길을

내어준다. 그리고서 고운 봄을 찾는다.

 



 [시산제를 지내며]


  정숙한 몸과 마음을 바로하며 조용히 시산제를 떠 올린다. 산에 대한 경외함을

스스로 고하고 그 속에 귀의하는 우리의 생각을 한데 모아 놓은 지금, 자연과

인간과의 교감을 깊이 나누며 그 모두의 안녕을 비는 산울림의 시산제에서

소박한 소망을 가져본다.

 


자연 속에서 구르며 나누는 깊은 정감이야말로 누구나 바라고 소원하는

 기본적인 생각이다. 시간 속에 묻혀 헤아리는 우리들의 고운마음을 모아

    그 속을 깊이 채우려한다. 아울러 눅진한 세상의 틀을 버리고 선선한 3월의

창을 느끼며 산정을 존외한다는 그 뜻은 영원히 변함이 없으리라.

그 모두와 함께.

 


 [3 - 바람결 타고 상봉으로]


반듯한 나목들 사이로 하얀 殘雪이 지도를 그리며 낙화되어 있다.

  삼방고개사이로 무색취향인 바람의 숨결이 모여든다. 몸을 움츠리며 맞이하는

노송들의 번거스러움이 해맑다. 꼬리를 길게 드리우며 떠나가는 빛의 몸체가

육중하다.

 


빛이 낙화하며 스러진다. 잔잔히 스며드는 산정의 고요 속에 눈 아래 비쳐든

   묵직한 광경이 아무 걸림 없이 확 트여진다. 그 순식간에 여린 여인들의 입김이

뜨거워지며 고요한 감탄만이 숨소리를 누른다. 경건한 침묵이 가슴에

잠겨진다.

 


 [상봉에서]


만물이 찾아든 빛과 그 시간을 이어가는 마음은 산정에 꼭 붙어있다. 그 빛에

     얽히어 한 몸이 되려는 산정과의 약속, 원이 없어진다. 어디서부터 흘러들어오는

바람에 기대며 조용히 몸을 뺀다. 그래도 한 몸이 되려는 강한 욕망이 삭지

않는 이유는?

 


                         「봄기운은 저만치 아롱져 있습니다.」

                         「무슨 개시가 이렇게도 느리답니까. 그저 알기가 겁나네요.」

                         「그러게도 말입니다. 닦달하는 시간만 흥에 차 있습니다.」

                         「하늘한번 쳐다보며 마음의 슬픈 그림자를 실어 보냅시다. 누가 압니까, 빨리

                       올런지… 그 봄이.」

                         「하. 하. 하.」


                             여성 회원님들의 대화엔 슬픈 시간이 넘쳐나는 듯몸짓을 세로로 움직인다.

 


 [4 - 떠나가는 시간]


바람이 몰려들며 하얀 빛이 반사되어 산상이 열려진다. 새파랗게 변해가는

  솔나무의 곁가지에는 봄의 뚜껑이 열려져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솔나무의

봄 비린내가 기암 암봉들을 훑고 지나간다. 기대고픈 욕망이 커지며 그 시간에

대한 기다림으로 안달이 난다.

 


어느새 삭아버린 마른 잎들에 끝없이 오름 치는 시간을 야속해 한다. 살포시

 찾아오는 봄기운을 그리는 눈을 감으며 향기를 모은다. 사르르 구르는 낙엽의

무리들에게 세월의 원통함을 느낀다.

 


        창창히 뚫린 봄의 알맹이 속을 사알짝 들여다본다. 겁 없이 내달리는 철 차와

빛의 움직임은 그 속을 내 구역인양 거칠게 드리운다. 구름은 바람결을

      어깨삼아 굽이굽이 누비며 점점 낮아지는 내 눈을 호사롭게 한다. 아름다운

   시간이 끝나려 한다. 아쉽다. 그래 또 다시 오겠지향기로운 시간을

넘나들자.

 


 [그 후]


              그윽한 이른 봄빛처럼 느슨한 시간 속에 호젓한 마음을 갖고 회원님들과 동행한 그 뜻은,

              어느 하나까지 받아들이는 산울림의 깊은 성심이 있어서였다.

              같이한 그 호흡, 진정 사랑하고 싶다.


               2013. 3. 3    333차 평택 산울림산악회의 산행을 축하하면서. 늦은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