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흰 눈이 소복히 쌓여 한겨울 풍경을 연출중인 석병산>


 

제2006096044호        2006-11-18(토)


 

자리한 곳  :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지나온 길  :  백봉령-생계령(치)-922봉-고병이재-석병산-두리봉-866.4봉-삽당령-들미재-석두봉-1,006봉-화란봉-닭목재

거리및시간: 도상거리 : 약30.3km , 산행거리: 약35km(04:33 ~19:42) 15시간 09분 (만보기:56.981보)

날        씨 : 맑음  

함께한 이 : 단독

◇비상시 산불이 더 번지지 못하도록 관리중인 방화선 초지◇


개인사정으로 잠시 중단됐던 대간 마루금 이어가기에 나서려고 준비하는데 아버님생신날이 중간에 들어있어서 17일(금)에 시간을 쪼개서 다녀와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교통편을 고민하다 고속버스를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23시30분에 출발하는 동해심야 버스에 시간을 맞춰 배낭을 꾸려보니 13kg이다.

강남고속터미널에 도착하여 동해시 가는 차표를 매표하고 지정된 출구에 정차중인 버스를 확인하고 화물칸에 배낭을 실으려는데 배낭3개가 먼저 자리하고 있어서 막연한 기대감으로 산행지가 같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탑승하다 등산객 3사람을 맞나 산행지를 물어보니 내 목적지가 나와 같은 백봉령이란 대답에 함께 산행할 동반자를 만나서 반가운 마음으로 동해에 내려서 보자는 인사를 남기고 좌석NO28을 찾아 앉았고 버스가 출발하며 안내방송을 하는사이 잠에 빠져들었고 목적지인 동해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에 잠에서 깨어나 정신을 가다듬자 터미널에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가까이 단축하여 정차했다.(02:37)

버스승객들은 바쁘게 도시 속으로 흡수되고 등산객 4사람만 남아서 백봉령까지 택시요금을 확인하고 시간이 너무 빨라 심야에 영업하는 식당을 찾아 식사를 끝내고 편의점에 들려 물 한통(2L)을 준비했다.

동해에서 백봉령가는 버스가 5시30분에 있으니 장시간 기다리보다는 택시로 이동하기로 묵언으로 합의하고 택시를 잡았으나 터무니없는 요금을 요구하여 다른 택시를 타고 백봉령으로 향하는데 산에는 눈이 쌓여 있었고 하늘은 맑아 수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별이 쏟아지는 백봉령은 언제나 밝아 오려나◇


택시에서 내리니 차갑고 상큼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와  몸이 움츠려지지만 기분은 상쾌했다.(04:27)

랜턴으로 불을 밝히고 등산복장을 갖추고 산행들머리에 접어들었다.(04:33)

등로가 불분명하여 잠시알바를 하다가 큰길로 나가서 등로를 찾아보기로 하고 흩어져 찾았지만 실패하고 지도를 확인하여 철탑으로 방향을 잡아가다 정상등로에 들어섰다.

진행중 임도에 올라서 잠시 방향을 잡지 못하다 임도를 가로질러 공사장으로 이어진 등로에 들어서니 쌓인 눈이 미끄러워 보행에 불편을 주었지만 서서히 몸이 더워져 잠시쉬면서 스틱을 준비하고 겉옷을 벗어 체온을 조절했다.

어둡고 뽀드득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고요함을 깨트리는 마루금을 헤드랜턴의 불빛에 의지해 이어가는 단조로움에 반하여 하늘에서는 별들이 화려한 잔치중이다. 

숨어있던 달님이 샘이 낫던지 가느다란 하현달이 잠시 얼굴을 내밀다 사라지며 가까운 산봉우리가 검은색으로 형태가 잡혀가기 시작하자 생계령에 닿았다.(06:45)

◇널널하고 여유롭게 생계령에 도착했으나 아직도 어둠이 깔려있다 ◇


일출이 시작될 시간 이였지만 구름이 끼어 떠오르는 태양을 눈으로는 볼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슴에 담고 서행으로 922봉에 이르러 배낭을 내려놓고 준비해온 간식과 휴식으로 대화시간이 이어진다.(08:17) 

◇922봉에서 조망된 산야는 흰 눈이 쌓여있다◇

여러 시간을 함께 땀을 흘리다보니 스스럼없이 자신에 대하여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하며 그들의 나이와 ROTC 24기동기생이란 소개를 하며 삽당령까지가 목적지여서 버스시간에 맞추려면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는데 배낭크기로만 본다면 1박이상의 장거리 산행을 준비했을 법한 창고에서 수없이 많은 먹거리가 쏟아져 난 준비한 것도 없었지만 식수이외는 가방을 열어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여 계속하여 배낭무게가 줄어들 틈이 오지 않았다.
고맙게도 따끈한 찌게에 점심식사를 함께하고 가라는 배려에 따뜻한 인정을 느끼며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고병이재를 지나서 헬기장에서 지도로 지형을 확인하고 급한 된비알에서 잠시호흡을 고르니 어느덧 석병산에 닿았다.(11:06)


 

◇고병이재에서 석병산 가는 길은 눈이 소복하다◇

 


 




 

◇석병산 정상석과  일월문 주변의 풍경들◇
 
◇두리봉에서 대관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 내일까지 가야할 길이 멀리기만 하다◇
 
◇동쪽은 눈이 거의 없고 멀리 동해바다가 보인다◇


일월문과 석병산 정상석을 둘러보고 전망이 훌륭한 바위에 자리 잡고 앉아 따끈한 찌게와 더운밥을 준비하여 배부르게 먹고 가야할 길이 아득하여 이쯤에서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함께한 시간이 유익하고 즐거웠다는 작별인사를 나누고 길을 재촉했다.(11:49)

쌓인 눈이 녹아내려 미끄러웠고 오른쪽 발이 젖은 기분이고 시려서 신발을 벗어 확인해보니 등산화가 낡아서 신발 안으로 눈 녹은 물이 스며들어와 양말이 젖어있었다 아직 갈 길이먼데 걱정스럽다.

◇두리봉 쉼터에서 잠시 휴식◇


야외식탁과 의자 편의시설이 설치되 있는 두리봉을 뒤로하고 서둘러 866.4봉에 이르러 잠시 간식과 식수 그리고 휴식을 즐기고 마루금을 내려서니 삽당령이 300m가 남아있다는 안내판에 이르니 급한 내리막에는 나무계단이 설치되 있고 응달이라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임도에 내려서 삽당령에 닿았다.(14:03)


 

◇삽당령까지 이어진 나무계단과 표지석◇


삽당령 산불감시 초소의 근무자는 원칙에 입각하여 충실하게 근무중으로 입산을 불허하여 임도를 따라 우회하니 대간 마루금으로 이어지는 샛길과 연결됐다. 

송신탑을 지나니 임도 바리케이드에서  왼쪽으로 마루금이 이어졌다.

◇송신탑과 임도에 설치된 바리케이드◇
 



◇화재시 산불이 더 번지지 못하도록 관리중인 방화선 초지◇


강릉시가 등산객을 위해 설치한 두 번째 닭목령 푯말을 지나자 넓은 초원 처럼 가지런하게 벌초된 방화선 초지가 펼쳐지고 귀공자처럼 서있는 잘생긴 소나무와 흰 눈이 조화롭고 평화로운 들미재를 지나 거친호흡으로 석두봉에 이르니 서쪽으로 달음질치는 태양이 노루꼬리 만큼 남아 있어 마음이 바빠진다.(16:36)

◇석두봉에서 바라본 첩첩이 이어지는 산군◇
 
◇갈길은 멀었는데 해가 저물어 마음이 바빠진다◇


무성한 잡목사이로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신발로 새들어온 물에 부푼 오른발이 고통스럽지만 부지런히 걸으며 랜턴에 불을 밝히고 1,006봉에 안착했다(18:08)

◇오후 6시가 조금 넘었는데 칠흙같은 어둠이 세상을 지배한다◇


사방이 어둡고 고요해 내 발자국 소리와 스틱이 얼어있는 땅과 마찰하는 파열음의 리듬을 따라 화란봉에 올라서니 허기져 과일과 빵으로 영양을 공급하며 잠시 호흡을 고른다.(18:58)

◇하늘에 별빛과 헤드랜턴 빛이 전부인 화란봉◇


급경사 내리막의 험로를 30여분 내려서 평범한 등로를 20여분 내려서니 닭목재 불빛이 시야에 들어왔고 삽당령과 능경봉, 노추산입구를 알리는 표지목에 닿았으니 15시간 09분간의 긴 산행과 등산화의 누수로 고통이 심했던 산행을 마감했다.(19:42)

인적이 끊기고 이따금 자동차가 지나간 후 가로등만 깜빡이는 고개 마루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멀리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는 주변은 평화롭지만 물속에 떠있는 등산화속에서 신음하는 발은 시리고 감각을 잃은 지가 오래다.

민박집이 보이질 않아 조언을 주신 강릉의 “해당화”님께 전화를 걸어 민박집을 알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니 닭목재에는 민박집이 없으니 지나가는 차를 히치 하여 강릉으로 나오라고 당부하며 지나가는 차가 없으면 본인이 차를 가지고 나오겠다는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며 한동안 기다리는데 멀리서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가까워지며 트럭이 다가왔다.

손을 들어 차를 세워 강릉가시면 태워줄 것을 부탁하니 타라고 허락해 고마운 마음으로 편승하여 이야기하다 보니 자신은 강릉 못가서 고속도로를 주행해 동해시로 가는데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을 그냥 두고 갈수 없어서 조금 돌아가면 된다며 고집스럽게 강릉터미널에 내려주고 가신 아름다운 친절을  받으며 터미널에 하차했다.

추위를 쫒으려고 식당에 들려 황태해장국과 이슬이를 깔끔하게 비우고 택시를 이용하여 사우나탕에 들어가 찌든 땀과 흙을 털어내고 편안하게 수면실에 누워서 하루를 정리해본다.

◇저녁 8시경인데 산중의 밤은 인적이 완전히 끊긴 것일까?◇


이번산행은 완전히 호화판 이였다

새벽부터 고기반찬에 식사를 했고, 택시로 산행들머리까지 이동했으며, 점심을 따뜻한 밥과 찌개로 포식하고, 비록 화물차였지만 자가용에 편승하여 강릉시내에 입성, 해장국에 약주, 그리고 고급 사우나탕에서 피로를 풀고 있으니 나라님(부동산 정책실패로 집값이 폭등하여 민란이 우려되는 현 정권)인들 나 보다 호화판(마음)이 이겠는가?

아니면 민심에서 ROTC 24기들처럼 마음을 열고 준비해온 간식들과 따뜻한 점심을 대접하는 신뢰가 있겠는가?

어두운 밤에 손을 드니 아무의심 없이 차를 태워주는 믿음이 있겠는가?

난 오늘 나라님도 못 믿는 혼란한 세상에서 이토록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니 어찌 아니 행복하겠는가?

도움주신 ROTC 24기 강암산악회 백두대간 종주팀원, 전화통화로 숙박지를 알려주시고 여의치 않으면 직접차를 몰고 달려오겠다는 강릉의 “해당화”님, 어두운 닭목재에서 힘든 상황에서 훈훈한 인심으로 원거리를 돌아가는 수고로 도와주신 동해시에 거주하신 트럭기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변변하게 고맙다는 인사도 못한 송구한 마음으로 행복가득한  꿈나라 여행을 떠났다.   -끝-.


 

아련한 꿈과 희망을 염원하며 백두대간 석병산에서 눈 쌓인 일월문을 바라보며~

 

2006-11-22

 

계백(올림)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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