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일요일)은 두 달 가까이 산행을 하지 않았던 터라 가볍게 몸을 풀기 위해 경기도 안성의 나지막한 서운산을 올라보기로 한다. 7시 20분경 남부터미널에 도착해서 7시 30분발 안성행 버스표를 끊으니 시외버스는 소요예정시간인 1시간 10분보다 10분 빠른 8시 30분경 안성종합버스터미널 앞에 도착한다. 요금은 4400원.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가니 안성시청 홈페이지 교통정보에서는 청룡사행 20번 버스가 9시 정각에 출발한다고 적혀 있었지만 버스 정류장에 부착된 운행시간표에는 8시 55분에 출발한다고 적혀 있고 8시 50분에 도착한 20번 버스는 5분간 손님을 태우고 나서 정확히 8시 55분에 출발하여 30분 만에 버스 종점인 청룡사 입구에 도착한다.

버스 종점에서 청룡사 사적비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오른쪽에 있는, 폭이 좁은 개울의 다리를 건너 청룡사 부도군을 지나서 길을 따라 5분쯤 오르면 작은 개울에 놓인 나무다리를 건너 위치한 언덕 위에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의 사당이 자리잡고 있다. 조선 후기, 안성 남사당패의 본거지였으며 바우덕이라는 여인이 기예를 익힌 청룡리 불당골에 남사당패 바우덕이의 넋을 기리고자 2005년 9월에 건립한 사당이라고 하는데 아쉽게 대문이 굳게 잠겨 있어서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리게 된다.

삼거리로 되돌아와서 노점에서 도토리묵 한 개를 산 뒤에 청룡사에 들러 유서 깊은 고찰을 차근차근히 둘러보고 절을 나와서 잠시 걸으니 산불통제감시소가 있는 서운산 들머리에 이르게 되는데 들머리의 노점에서 오랜만에 칡즙을 한 잔 사 마신다. 
 


안성종합버스터미널 건너편 버스 정류장의 청룡사행 버스 운행시간표.

 


버스 종점인 청룡사 입구의 버스 운행시간표.

 


청룡사 사적비.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사당의 외부 모습. 
 


잠겨진 문틈으로 바라본 바우덕이 사당의 내부 모습. 
 


조선 후기에 만들어졌다는 동종이 있는, 청룡사 범종각. 
 


고려 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고찰인 청룡사의 대웅전. 
 


청룡사의 삼층석탑. 
 


서운산 들머리의 임도. 
 

포장과 비포장의 임도가 번갈아 나타나는 길을 걷다보면 다랭이논이 나타나고 좌성사로 가는 길과 은적암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은적암으로 가는 길이 서운산 정상으로 오르는 지름길이지만 초행의 서운산을 좀 더 상세히 살펴보기 위해 좌성사로 가는 왼쪽 길로 오른다. 이 길로 가야 탕흉대와 석조여래입상도 가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산행객들은 대부분 오른쪽의 지름길로 오른다.

임도를 구불구불 오르니 두 번째 좌성사, 은적암 갈림길이 나타나서 역시 왼쪽 길로 몇 분쯤 걷다가 세 개의 나무 벤치가 설치돼 있는 쉼터에 앉아서 도토리묵을 꺼내 먹는다. 아침을 가볍게 때워서 빈속에 적당히 가벼운 운동을 한 후 양념간장을 찍어 먹는 도토리묵은 꽤 맛있다. 게다가 도시에서 사 먹던, 쓰거나 텁텁한 뒷맛이 남는 도토리묵에 비해 고소한 뒷맛을 남기는 이 도토리묵은 여태까지 먹어본 도토리묵 중에서 가장 뛰어난 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쉼터의 바로 위에는 좌성사로 오르는 길과 바로 능선으로 올라 서운산 정상으로 가는 지름길이 갈라지는 삼거리가 있는데 역시 왼쪽으로 오르면 눈이 녹아 진창이 된 임도를 지나서 왼쪽 위의 능선에 산불감시탑이 설치돼 있는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직진해서 임도로 계속 나아가면 임도는 두 갈래로 갈라지고 왼쪽의 내리막길을 버리고 오른쪽의 완만한 오르막을 잠시 오르면 개 한 마리가 시끄럽게 짖어대는 좌성사에 이르고 여기서부터 지루하고 단조로운 임도는 끝나고 등로에 접어들게 된다.

좌성사의 대웅전 뒤편에는 철판 뚜껑을 덮어 놓은 약수터가 있는데 뚜껑을 열고 한 바가지 떠서 마셔보니 철분이 많이 함유돼 있는지 쇠의 맛이 많이 나면서도 차가운 게 꽤 시원하다.

다시 산길을 오르면 서운정이라는 이름의 정자가 나타나고 서운산성의 석축이 유구하게 흐른 역사의 흔적을 보여주며 서운정의 오른쪽 위로는 고려 시대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수의 흔적이 많은 석조여래입상이 온화하고 평온한 미소를 보여주며 서 있다.

산길을 좀 더 올라서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능선에 진입하여 탕흉대가 있는 왼쪽 길로 잠시 오르면 탕흉대라는 글자가 한문으로 크게 음각돼 있는 바위가 정상에 누워 있는 작은 봉우리인 탕흉대에 이른다. 그러나 일기가 좋지 않아서 조망은 희뿌옇게 보일 뿐이다. 실상 서운산 정상 부근보다는 송림에 둘러싸인 탕흉대가 더 아늑하고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탕흉대에 잠시 머무르다가 다시 올라온 능선으로 되내려선다. 
 


다랭이논. 
 


좌성사로 가는 길과 은적암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간식으로 먹은 맛있는 도토리묵. 
 


도토리묵을 먹으며 쉰 쉼터. 
 


지루하고 단조롭게 이어지는 임도가 끝나는 지점의 좌성사 대웅전. 
 


좌성사 대웅전 뒤편의 샘터. 
 


석조여래입상. 
 


탕흉대로 오르는 길. 
 


탕흉대 정상의 바위에 음각된 글자. 
 


날씨가 좋지 않아 흐릿한 조망을 보여주는 탕흉대 정상의 모습. 
 

운치 있고 유순한 능선길을 걷다보면 우회로가 나 있는 작은 봉우리가 나오는데 호기심에 올라보니 삼각점이 있는 542.8봉이다. 이 봉우리를 내려서서 걷기 좋은 지릉길을 걷다가 역시 우회로가 나 있는, 정자가 세워져 있는 작은 봉우리에 올라 잠시 쉬며 조망을 하다가 내려와서 다시 나아가면 곧 헬리포트에 이르고 정상 직전에 옥수수막걸리를 파는 노점이 있다. 옥수수의 노란 색깔이 배어 나온 막걸리를 한 잔 마시니 쓰거나 떫은 맛도 없고 달콤한 게 제법 맛이 있다.

옥수수막걸리를 한 잔 마시고 경기도 최남단의 산이라는 해발 547.4 미터의 서운산 정상에 오르니 산 이름이 기재돼 있지 않고 산 높이만 표기돼 있는 이상한 정상표지석이 자리잡고 있고 정상에서 바로 석남사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는데 길이 좋은지 산악자전거를 타고 여러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다. 정상의 바위에 올라서 희뿌연 조망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느긋하게 쉬다가 천천히 하산을 시작한다. 
 


뒤돌아본 탕흉대. 
 


운치 있고 유순한 능선길. 
 


542.8봉의 삼각점. 
 


정자가 있는 봉우리. 
 


정상 직전 노점의 옥수수막걸리. 
 


서운산 정상의 정상표지판 - 해발 547.4 미터. 
 


서운산 정상의 전망바위. 
 


서운산 정상의 전경. 
 


서운산 정상의, 산 이름이 표기돼 있지 않은 정상표지석. 
 

금북정맥상에서 약간 비켜나 있는 서운산 정상에서 내려와 곧 자동방송설비와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금북정맥상의 봉우리에 오른다. 여기서 배티고개 쪽으로 유순한 금북정맥길을 5분쯤 걷다가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석남사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지능선에 설치된 가파른 나무계단길을 20분쯤 천천히 내려서면 계곡을 낀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다시 계곡길을 20분쯤 더 내려가면 석남사를 0.3 킬로미터쯤 남겨둔 지점에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오른쪽으로 꺾어져 오르면 마애석불상이 나온다고 표기돼 있다. 오른쪽으로 꺾어져 몇 분 오르면 커다란 바위에 양각된 마애석불상이 오랜 세월의 마멸을 견뎌내고 내게 유구한 역사의 숨결을 따뜻하게 전해준다. 고려 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석불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다시 방향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되내려와 5분쯤 내려가면 서운산 정상에서 바로 하산하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이르고 이어서 곧 나뭇가지 사이로 석남사가 바라보이는 날머리에 이르게 된다. 
 


삼각점과 자동방송설비가 설치돼 있는, 서운산 정상의 바로 앞에 있는 금북정맥상의 봉우리. 
 


배티고개로 이어지는 금북정맥길. 
 


석남사 갈림길이 있는 지점의 방향표지판. 
 


가파른 나무계단길 1. 
 


가파른 나무계단길 2. 
 


계곡길의 정경. 
 


마애석불. 
 


계곡의 정경. 
 


서운산 날머리인 석남사 입구. 
 

청룡사만큼 유서 깊은 고찰인 석남사에도 들러서 구석구석 차분히 둘러본 뒤에 계곡에서 진창길에 더러워진 바지와 등산화를 씻다가 그만 포켓 속의 카메라를 물속에 떨어뜨리고 만다. 놀라서 바로 꺼냈지만 어느새 물이 꽤 많이 들어가 있다. 한참 카메라를 흔들고 마른 수건으로 닦으며 물기를 제거하느라고 수선을 떨다가 석남사 입구에서 길을 따라 20분쯤 내려오니 금광휴게소 옆의 넓은 공터에 버스 종점이 있는 상중리 상촌이다. 다음 버스 도착시각은 15시 40분인데 30분 이상 시간이 남아 있고 청룡사 부근과는 달리 이곳에는 식사를 할 곳도 마땅치 않고 노점도 없다. 산 위에서 마시던 맛있는 옥수수막걸리가 생각나서 휴게소에서 이 술을 찾았지만 없고 안성얼음막걸리라는 술을 사게 되는데 구운 계란을 안주로 먹어보니 뒷맛이 씁쓸한 게 그리 맛이 없는 편이다.

15시 40분에 도착한 100번 버스를 타고 20분 만에 안성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내려서 터미널 화장실 안에서도 내부에 습기가 가득 차서 작은 물방울이 무수히 맺혀 있는 카메라의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핸드드라이어로 말리는 부산을 떨다가 16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니 17시 40분에 남부터미널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은 5시간 40분이 걸렸고 자주 길게 휴식을 취해서 2시간 30분이나 쉬어 순수한 산행시간은 3시간 10분에 불과했다.

카메라는 다행히 집요한 제습작업으로 원상복구됐고 안성의 산은 처음 가 봤는데 안성은 경기도와 충청남북도가 만나는 요지라서 교통이 무척 편리한 장점이 있었고 높이는 낮지만 고찰을 두 군데나 품고 있는 명산으로서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서운산의 운치를 느긋한 행보와 평온한 사색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석남사의 전경. 
 


특이한 구조의 석남사 출입구.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 
 


바짝 말라있는 석남사의 약수터. 
 


석남사의 석탑 1. 
 


석남사의 석탑 2. 
 


석남사의 자연친화적인 해우소.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