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30. 화.

  

바쁠 땐 부지런히 더 다녔던 것 같은 데

시간이 넉넉한 최근엔 이런저런 연유로 산 찾기가

많이 게을렀다.

  

그러다가 지난 주엔 모처럼 아내와 장수대를 거쳐

한계령, 오색으로.

약간 실망스런 단풍을 보고,

양양을 거쳐 동해바다를 보며 속초로,

미시령으로 해서 돌아왔고.

  

오늘은 서해로 서산 팔봉산으로.

이번이 3번째로 들리는 360여m의 정겨운 산이지만

주목적은 산 아래 주차장에서

할머니들이 파는 호박, 고구마 등에 두고 출발.

  

10시 반 경 출발.

네비게이션이 있어 예전보다 갈림길 길 찾기가 한결 부드럽다.

  

들판이 잘 익어가고 있고.

알맞고 편안한 구릉들을 지나

두어 시간 만에 도착.

  

등산로 입구 산행도 하기 전에

할머니들이 벌여 놓은 호박, 고구마 등을 거래.

한 할머니의 것을 여러 개 사자 저쪽 할머니도 들고  와

이것도 사라 해 그것도.

차 뒷좌석이 온통 호박판.

  

천천히 팔봉산을 오르다.

오랜만에 오르는 길이라 몸이 무겁다.

거북 모양에서 흘러나오는 샘물로 목을 축이고.

  

좌측 1봉은 제쳐 두고 가파른 2봉, 3봉을 거쳐 4봉으로.

정상석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구워 온 고구마와 배로 배를 채우다.

  

주변에는 보기 힘든 바위 산.

사방이 툭 트인 조망.

서해의 개펄과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저 끝 8봉까지는 가본 길이라

4봉에서 아랫길로 돌아 하산하다.

 

두어 시간 반이나 걸렸을래나?

오늘의 내 수준에 딱 알맞다 싶다.

  

팔봉산은 주차장 입구에서 능선 초입까지

양편으로 늘어 선 소나무 숲이 참 좋다.

  

거의 다 내려 와 다시 할머니들과 양파며 생강이며를 거래하고

당신 호박은 왜 안사느냐는 할머니의 호박까지 마져 안고

구도항으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는데 당첨되었다며 쌀을 한 봉지 준다.

암말 않고 넘어가도 모를 일인데

고마운 충청도 인심.

  

구도 포구 횟집에  늦은 점심 겸 저녁을 해결하러 들어갔다가

여의치 않아 간월도로.

  

가는 길에 생강밭이 넓고

생강 한과 파는 곳이 많다.

편강을 한 봉지 사다.

생강값은 내렸는데 인건비는 내리지 않았다는 주인의 말도.

  

간월도를 빙 둘러보고

젓갈 파는 아주머니의 권유로 영번지 배 위 횟집에서

우럭회로 소주 한 잔.

값에 비해 조개, 개불 등 덤이 넉넉하다.

매운탕은 오랜만에 감동적인 별미.

  

나는 젓갈에 대해 별무관심이나

젓갈에 대해서는 매니아 수준인 아내는

여러 집을 돌아

어리굴젓(얼큰하다고 '어리'라 한다는 말을 여기서 처음 듣다)과

새우젓을 조금 사고.

  

어둑한 방조제를 따라 서해안 고속도로로.

서산휴게소에서 좋아하는 배호의 테입을 구해 큼직하게 틀어 놓고

'능금빛 순정'은 몇 차례 따라 부르기도 하며 귀가하다.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가볍게 산을 오르고

바다 정취도 흠씬 맛볼 수 있는

정겨운 갯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