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수요일), 7시 20분에 집을 나와서 전철을 타고 남부터미널역에서 내리니 8시 20분. 서산으로 가는 버스표를 끊고 막 떠나려는 8시 30분발 서산행 버스를 간신히 탄다. 요금은 6800원. 날씨가 맑은 편이고 12월 초순답지 않게 따뜻한 오늘의 산행지는 서산의 팔봉산. 전부터 가고자 별렀었던 홍천의 팔봉산은 겨울에 가기에는 적당하지 않을 듯하여 좀 더 산행이 쉬울 듯하고 바다 구경도 할 수 있는 서산의 팔봉산을 택한 것이다.

충청남도의 서산이라고는 자신이 20대 때에 한창 인기를 끌었었던 가수 계은숙의 고향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는 낯선 곳이다. 외모나 가창력에서 그 당시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었던 혜은이를 능가하던 계은숙이었지만 길옥윤과 언론이 밀어준 혜은이의 그늘에 가려 음반 세 장을 내고 크게 성공하지는 못하다가 일본에 가서 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 온 불운의 여가수라는 생각이 든다.

버스는 한 시간 50분 만인 10시 20분에 서산 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 안의 버스표 자동판매기에서 서산시내의 기본요금인 930원의 버스표를 끊어서 10시 50분발 구도행 버스를 탄다. 구도행이라도 양길리로 가는 버스와 가지 않는 버스가 있는 듯하다.

10시 50분에 출발한 버스 안에서 승객들에게 양길리의 팔봉산 입구를 물으니 할머니 한 분이 자기를 따라 내리면 된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30분 가까이 달리다가 팔봉산 입구를 가리키는 안내판이 설치된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는데 정류장 안내판에는 정류장의 이름이 표기돼 있지 않고 오른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는 좁은 포장도로가 보인다.

등산화 끈을 조이고 십여분 만에 삼거리가 있는 팔봉산 가든 앞에 닿는데 할머니께 물어보니 삼거리의 왼쪽에서 들어오는 길이 양길리 마을회관에서 들어오는, 잘 알려진 팔봉산 입구이고 자신이 내린 버스 정류장은 마당바위 앞인데 양길리 마을회관 쪽의 길이 생기기 전에는 팔봉산 입구였었던 길이고 마을회관에서 걸어 들어오는 길보다 좀 더 빠르다고 한다.

팔봉산 가든에서 좀 더 들어서면 주차장이 나오고 주차장 앞에서 바라본 팔봉산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주차장에서 포장된 임도를 잠시 걸어 오르면 입산 통제소가 나오고 그 이후로는 소나무숲 사이로 비포장의 임도가 뚫려 있다. 솔냄새를 맡으며 몇 분 걸으면 임도 사거리가 나오고 직진하여 바닥에 갈비들이 떨어져 있는 푹신한 임도를 5분 정도 걸으면 팔봉산 약수터(거북샘)가 나온다. 그러나 서산시의 약수터 안내문에는 먹기에 부적합한 물이라는 경고문이 적혀 있는데, 게다가 물도 감질나게 똑똑 흘러나와서 사진만 찍고 그냥 지나친다.

거북샘에서 잠시 걸으면 임도가 끝나고 등로가 시작되는 부분에 공중화장실이 설치돼 있는, 팔봉산 들머리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돌계단과 너덜겅을 8분 정도 오르면 제 1봉과 제 2봉 사이의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안부 사거리에서 바위지대를 몇 분 오르니 석문이 나타난다.

석문을 비집고 들어가니 한적한 농촌과 서해 바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위험한 릿지 구간이 기다리고 있어서 더 이상 오르기를 포기하고 다시 석문을 나와서 평평한 바위 위에 앉아 잠시 쉬다가 제 2봉을 향해 내려선다. 
 

양길리 주차장에서 바라본 제 1봉(감투봉)과 제 2봉, 제 3봉. 
 

임도 사거리에서 바라본 제 1봉(감투봉). 
 

팔봉산 약수터(거북샘). 
 

임도가 끝나고 등로가 시작되는 팔봉산 들머리. 
 

제 1봉과 제 2봉 사이의 안부로 오르는 길. 
 

제 1봉(감투봉)의 석문(石門). 
 

제 1봉(감투봉)의 석문 입구에서 바라본 제 2봉과 제 3봉. 
 

제 1봉(감투봉)의 기암. 
 

석문으로 들어가서 바라본 서해 바다와 한적한 농촌의 모습. 
 

제 1봉과 제 2봉 사이의 안부에서 제 2봉을 향해 오르니 가파른 철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철계단을 지나서 철제 난간이 설치된 돌계단길을 오르며 쭈글쭈글하게 주름이 잡힌 기암과 사진으로 본 적이 있는 열대어바위를 본다. 인공이 더해지지 않은 순수한 자연이 빚은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인가, 짐짓 감탄하게 된다.

방향표지판과 나무벤취 한 개가 설치돼 있는 제 2봉 정상에 오른다. 제 2봉 정상의 바위에 올라 사진을 찍다가 내려서서 잠시 걸으니 평상과 벤취 한 개가 설치된 쉼터가 나오고 이어서 사각정과 헬리포트가 설치된 안부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 꺾어져서 내려가면 운암사터다. 
 

제 1봉과 제 2봉 사이의 안부 사거리. 
 

제 2봉 오름길의 철계단. 
 

제 2봉의 기암 1. 
 

제 2봉의 열대어바위. 
 

제 2봉 오름길에 내려다본 제 1봉(감투봉). 
 

나무벤취와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제 2봉 정상. 
 

제 2봉의 기암 2. 
 

사각정과 헬리포트가 설치된, 제 2봉과 제 3봉 사이의 안부 삼거리와 제 3봉. 
 

안부 삼거리에서 능선길을 따라 잠시 오르면 철제 난간이 설치된 돌계단길과 나무계단길을 오르게 되고 철제 난간과 로프가 설치된 너덜겅을 맛보기로 잠시 오르면 용굴 입구가 나타난다.

용굴 위에 구름다리가 설치돼 있어서 꼭 어렵게 용굴로 오르지 않아도 되지만 재미삼아 철사다리를 밟고 올라서 배낭을 벗어서 먼저 위로 올리면서 바위 틈새를 비집고 오르니 잠시 놀이터에서 마냥 철없이 뛰놀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용굴을 빠져 나왔지만 구름다리도 밟아 보고 싶어서 구름다리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서 용굴의 출구를 지나 짧은 구름다리를 건너서 철계단을 오르니 제 3봉의 정상에 가까운 곳이다. 잠시 조망을 하다가 약간 위험한 부분을 조심스럽게 내려와서 철계단을 오르면 팔봉산의 큰 정상인데 남쪽의 작은 정상보다 약간 더 높게 보이는 곳이며 사설 산악단체에서 설치한 정상표지석에는 이 곳이 해발 361.5 미터로 표기돼 있다.

큰 정상과 작은 정상 사이의 안부로 내려와서 작은 정상으로 오르면 역시 사설 산악단체에서 설치한 정상표지석이 있는데 큰 정상보다 오히려 0.5 미터가 더 높은, 해발 362 미터로 표기돼 있다.

이 곳에서 조망을 즐기고 음료수와 과일을 먹으며 십여분간 쉬다가 제 4봉을 향해 내려선다. 
 

용굴과 구름다리가 있는 제 3봉 오름길. 
 

용굴 입구. 
 

용굴 출구. 
 

제 3봉의 기암 1. 
 

제 3봉 오름길에 내려다본 제 1봉과 제 2봉. 
 

제 3봉의 기암 2. 
 

팔봉산의 정상인 제 3봉의 큰 정상 - 해발 361.5 미터. 
 

제 3봉의 큰 정상에서 바라본 작은 정상. 
 

정상표지석에 해발 362 미터로 표기돼 있는, 제 3봉의 작은 정상. 
 

제 3봉의 작은 정상에서 바라본 큰 정상. 
 

제 3봉의 작은 정상에서 바라본 제 8, 7, 6, 5, 4봉. 
 

최근에 설치한 듯한 스테인레스 스틸 난간을 잡고 험한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내리막길을 다 내려서면 헬리포트가 설치된 안부 사거리가 나오는데 제 2봉과 제 3봉의 험로를 우회하는, 운암사터에서 오는 왼쪽길과 하산로인 듯한 오른쪽의 내리막길이 나 있다. 안부 사거리에서 몇 분만 오르면 제 4봉 정상이다.

제 4봉에서 잠시 조망을 하다가 철계단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2분만 오르면 나지막한 제 5봉 정상이다. 팔봉산의 여덟 봉우리 중에서 가장 낮고 가장 볼품없는 봉우리다. 
 

스테인레스 스틸 난간의 내림길을 뒤돌아보며... 
 

제 3봉의 기암 3. 
 

헬리포트와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안부 삼거리에서 뒤돌아본 제 3봉. 
 

제 4봉 정상. 
 

제 4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 3봉. 
 

제 4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 5, 6, 7, 8봉. 
 

뒤돌아본 제 4봉 정상의 모습. 
 

나지막한 제 5봉 정상. 
 

제 5봉 정상에서 뒤돌아본 제 4봉. 
 

제 5봉에서 몇 분 만에 안부로 내려서서 제 6봉으로 오르다가 제 6봉 정상 못미처의 작은 바위전망대에서 지나온 제 3, 4, 5봉을 조망해 본다. 그리고 잠시 오르면 바위들이 울퉁불퉁 튀어 나와 있는 제 6봉 정상이다.

제 6봉을 내려서서 제 6봉과 제 7봉 사이의 안부 근처에서 15분 정도 쉬면서 무릎에 에어파스를 뿌리고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쌍스틱을 펴 짚는다. 다시 일어서서 잠시 오르면 산불감시초소가 설치돼 있는 제 7봉 정상이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제 8봉의 모습이 무척 유순해 보인다.

다시 몇 분을 내려서면 제 7봉과 제 8봉 사이의 안부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어송리 하산길이고 직진하여 몇 분을 더 오르면 헬리포트가 나오고 잠시 더 오르면 무인 산불감시카메라가 설치된 곳이 나온다. 큰 바위가 있는 이 곳을 제 8봉 정상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무벤취 몇 개가 설치된 능선길을 잠시 따라가니 삼각점이 설치된 제 8봉 정상에 이른다. 나지막한 산들과 한적한 농촌의 정경이 조망되는 곳이다. 삼각점 옆의 평평한 바위에 앉아 15분 정도 쉰다.

그런데 정상에서 하산로의 방향표지판은 오른쪽의 내리막길을 가리키고 있고 리본들은 왼쪽의 내리막길을 가리키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오른쪽의 길이 더 좋아 보인다. 산행안내도를 펴 보니 왼쪽길은 서태사를 거쳐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길은 서태사를 거치지 않고 내려가는 길이다. 
 

제 6봉 오름길. 
 

제 6봉 정상 못미처의 작은 바위전망대에서 뒤돌아본 제 5, 4, 3봉. 
 

제 6봉 정상. 
 

제 6봉의 기암. 
 

제 7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 8봉.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제 7봉 정상. 
 

제 7봉의 기암. 
 

삼각점이 설치된 제 8봉 정상. 
 

왼쪽의 내리막길로 내려서니 암릉길이 펼쳐지고 5분 만에 선바위 앞에 서게 된다. 선바위 밑으로 내려서다가 약간 위험해 보여서 짧은 암릉길을 되올라와서 가파른 너덜겅을 내려서니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곳에서 선바위가 올려다보인다. 바위가 서 있다고 해서 선바위라고 이름을 붙였나보다.

다시 능선길을 따라 내려가면 낭떠러지 위에 바위전망대가 있다. 이 곳에 앉아 몇 분간 쉬다가 다시 능선길을 따라 송전탑 부근까지 갔다가 바위전망대 밑의 암벽까지 되돌아오니 암벽의 바로 밑에 평지에 가까운 좁은 등로가 나 있다.

잠시 그 길로 접어드니 무허가주택 같이 초라한 모습의 서태사가 보이고 서태사 입구에는 두 개의 촛불이 켜져 있고 산신령의 인형과 작은 불상들이 놓여져 있는 치성터가 있다. 불교 신앙과 무속 신앙이 어우러진 묘한 광경이다. 
 

선바위 1. 
 

선바위 2. 
 

제 8봉을 뒤돌아보며... 
 

낭떠러지인 암벽 위의 바위전망대와 송전탑. 
 

바위전망대 바로 밑의 삼거리에서 서태사로 가는 오른쪽길. 
 

서태사. 
 

서태사 입구의 치성터. 
 

서태사 입구에서 등로는 끝나고 서태사 밑으로는 임도길이다.

그런데 서태사 입구에서부터 다리에 통증이 더 심하게 와서 편안한 임도지만 내리막길을 내려서기가 상당히 고통스럽다.

갈비들이 무수히 떨어져 있는, 거칠게 포장된 임도를 내려서다가 무릎의 통증을 참기 어려워서 뒷걸음질을 쳐서 내려가니 훨씬 걷기가 쉽다.

서태사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 10분 쯤 내려가니 오른쪽에 등로로 내려오는 길이 보이는 삼거리가 나온다. 제 8봉에서 하산로 방향표지판이 가리키는 오른쪽길로 내려갔으면 이 길로 내려오게 됐으리라.

작고 흰 자갈들이 깔려 있는 임도를 지루하게 내려가니 서태사 입구에서 30분 만에 팔봉산 날머리에 도착한다. 등산로 입구라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곳이다.

밖에 나와 있는 동네 주민들에게 서산 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을 물으니 농로를 따라가다가 갈림길에서 양배추밭으로 오르는 왼쪽길로 올라가면 된다고 한다.

농로를 다 올라서 나오는 포장도로를 내려가니 팔봉산 날머리에서 20분 만에 대문마트 앞의 어송리 버스 정류장에 닿는다.

이 곳에 온 김에 서산의 명물인 박속밀국낙지탕을 먹어 보고 싶고 바다 구경도 하고 싶어서 큰 길의 버스 정류장이 아닌 대문정육점 앞에서 17시 25분에 구도로 가는 버스를 타니 일방통행의 소로를 한참 달리던 버스는 20여분 만에 종점인 구도에 도착한다.

잠시 어둠이 밀려 오는 구도 선착장을 구경하다가 횟집에서 가시오가피술을 곁들여 국물맛이 얼큰하고 시원한 박속밀국낙지탕을 먹는다. 감자, 팽이버섯, 양파, 파 등과 함께 넝쿨박의 속을 국물에 넣고 끓이다가 낙지를 넣고 데쳐서 꺼내 고추냉이간장을 찍어 먹고 나서 남은 국물에 칼국수나 수제비를 넣어서 익혀 먹는 것인데 칼국수나 수제비를 이 지방에서는 밀국이라고 하기 때문에 박속밀국낙지탕이라고 이름을 붙였나보다.

가시오가피술을 곁들여 밑반찬과 함께 큰 낙지 두 마리를 데쳐 먹으니 은근히 배가 부르는데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에 칼국수를 끓여 먹으니 포만상태에 이른다.

서산 버스터미널로 가는 막차가 20시 20분에 있다고 하지만 안심하고 귀가하기 위해 19시 정각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19시 5분 전에 횟집을 나선다.

버스 정류장 앞에서 몇 분을 기다리니 어송리에서 들어오는 버스가 이 곳에서 차를 돌리자마자 바로 출발한다. 인적이 없는 어두컴컴한 길을 한참 달리던 버스는 19시 45분에 서산 버스터미널 앞에 도착한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20시발 표를 끊어서 버스를 타니 막힘 없이 질주하던 고속버스는 1시간 30분 만에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지하철로 갈아타고 귀가하면서 오늘 다녀온, 나지막하면서도 오밀조밀하고 아름다운 산에의 경이감을 유쾌한 마음으로 되새김질해 본다. 
 

소나무숲길의 임도. 
 

서태사로 가는 길과 등로가 갈라지는 삼거리. 
 

임도가 끝나는 지점의 팔봉산 날머리. 
 

평화로운 농촌의 석양. 
 

어송리에서 뒤돌아본 팔봉산. 
 

낙토서산(樂土瑞山). 
 

구도 선착장. 
 

가시오가피술을 곁들인 서산의 명물, 박속밀국낙지탕.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