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산
2006년 12월 7일 목요일
날씨:흐리고 비조금(완벽한 고장)




2005년 12월 10일에 들었던 오서산    <오서정이 있는 풍경>
이 날도 시계는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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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담-상담-정암사-능선고개-오서정-오서산-시루봉-성연리주차장(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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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그대 하얀 어둠을 아는가?
그대 젖빛 허공의 덫을 아는가?

그대 멀쩡한 시력으로 대낮 길을 더듬어는 보았는가?
아무리 시커먼 어둠이 깊다한들 한치 앞만 밝힐 수 있다면 무엇이 어렵겠는가?

등불도 소용에 닿지 않는 이 탁한 어둠 속에서
우리는 훤히 눈 뜨고도 헤맨다네

길은 나눠짐도 깔끔해서 헤맬 일이 없는 곳에서
참으로 알 수 없는 허전함을 안고서 헤맨다네

너, 나 할 것 없이 이 길에 선 자라면 지독한 弱視(약시)가 되어
디딘 곳이 딱딱하면 바위 딛는 줄 알고
물렁하면서도 미끈등거리면 죽탕 길인 줄 알고
제법 푹신하면 억새밭에 선 줄 알았다네

눈 가는 곳마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든 사물이 허우적대는 혼돈 속에서
오로지 참 다운 건 등대같은 이정목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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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고속국도 행담도 휴게소에서 쉬는 시간에 담은 서해대교도 가물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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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담도 휴게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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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중담마을 들머리에 도착
넓고 편안한 산정을 향하여 흐트러진 대열 말미를 붙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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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의 연주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었다
아차산에서 흘러내린 꼬리를 물고 다시 일어서는 산릉을 눈에 넣으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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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질바위 갈림길에서 돌아보니 등 뒤에 놓인 산릉이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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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사 일주문 오른쪽으로 등로가 이어지니
모든 산님들 약속이라도 한 듯 정암사에 먼지 한 톨 흘릴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달아난다
행여 기차놀이 새끼줄 놓칠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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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각을 뒤로하고 돌무더기 쌓은 곳에 올라 내려다보는 성찰의 도량은 적막하고
산 아래에서 열심히 운해를 자아 올리는 심통의 주인은 누구일까?

적당한 포기가 필요한 날  
보는 것을 놓아 버리고 마음을 채워야겠다

동행들이 간 길 뒤좇으려면 마땅히 되 내려가 일주문을 등 뒤에 두는 길을 택해야 했지만
사찰 위로 난 한적한 길을 따르니 반대편 등로보다 경사도가 얌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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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진 신선의 세계

깨달음의 한조각이라도 내게 덮칠 것 같은...

마음을 비우라
경거망동 잠 재우고
칙칙한 어둠 속에서
이미 쓰러진 풀꽃을 가만히 일으켜 세워
할 수만 있다면 향내까지 돌이키라네
비, 바람 속에 꽃대궁이 가만히 흔들어대던 그 작은 몸짓을 기억하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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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뒤로 바로 연결 되는 길 염려했던 것보다 고개갈림길 이정표 만날 때까지 깔끔하게 잘 나있는 등로였다
그러나 한참을 오르니 역시 예상대로 길은 콧등을 세우며 바닥에 기름칠을 하기 시작한다
부실한 다리 미끄러지면 콧등 깨질라

골라골라 낙엽 깊은 곳을 골라@@@
아킬레스건 건드리는 죽탕길에서 겨우 빠져나오니
내가 버린 길따라 오른 산님들 고개갈림길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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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먹을 것 없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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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정하지 않으면 그냥 하얀 어둠속에 유령 출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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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등짐 멘 유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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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기괴한 어둠 속에서도 정신 바짝 세우고 있는 건 이정목 뿐이었다
행여 길 가닥 놓쳐 낭패 당할지도 모를 사람들을 위한 도우미 언제나 한결같음에 이 또한 감사의 조건이 된다
양팔 벌려 때론 네 팔 벌려 가야할 길 제시하는 몸짓이 때로는 생명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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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뜨거운 暴暑 속의 불덩어리
불잉걸, 잉걸불

그 불덩어리에게
징한 고마움을 느낀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날 궂으면 궂은대로
눈 내리면 눈 내리는대로

땡볕이면 땡볕인대로
날마다 아름다운 날이다

폭우 뒤의 혹은 태풍 후의 맑은 시계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내 사는 동안 이 아름다운 날들을 얼마만큼 보듬어 낼 것인가
두 팔 찢어지게
크게 벌려 아름다운 날 보듬어야지

동해물과 백두산을 마르고 닳도록 사랑해야지
미운 것, 이쁜 것, 싫은 것, 좋은 것
편 가르지 않고 사랑해야지
두 팔 찢어지도록
보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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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내가 이만큼 가면
너도 이만큼 따라와서
어깨를 맞대고 가자

내가 저 어둔 산길 걷다 허기져 주저 앉으면
너는 내 곁에
저문 날 강이 되어 따라 앉으라

등짐에 묻어 온 피와 살을 나누고
마음마저 나누면
우리 사랑도 곧 저 산처럼 풍성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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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미터 앞의 오서정은 꿈속의 푯대인가?




오서정에 걸렸던 현판

눈길을 걸을 때 흐트러지게 걷지 말라
내가  간  발자국은 뒤에 오는 이 이정표가 되나니...

눈길을 걷는 이들에게 던지는 화두
마음판에 깊히 새겨 둘 말이기에 다시 한 번 (200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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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토끼 모양새같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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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산 정상석도 어둠에 묻혀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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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부족에서 오는 노이즈 현상
물론 제거하는 방법도 있지만
날씨의 진실을 말하기 위해 되도록 사진 보정도 자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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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정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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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리로 내려서는 길도 제법 운치가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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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른(돌무덤)이 있는 시루봉을 쏟아질 듯 내려서면 수렛길 왼쪽을 따르다가
오른쪽 발아래로 밤나무 동산이 펼쳐진다

이 지점에서 미아가 되어 사서 고생하신 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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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아@@@ 노틀담의곱추 아니 오서산의 찍사 크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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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여!
해 받아 일어선 날
이 산문 다시 열기를 소원합니다

두 번의 만남에도
정성을 아낀 탓인지 님의 진가를 바라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그대 사랑은 끝간데 없이 넓으니
저 산문 열어 놓으시리라 믿어요
그날이 오면 이마에 해 받으며 다시 들렵니다

까치발 하지 않아도
홀로 일어서서 의젓한 용봉산 자락도 훑어보고
제법 깨끗한 서해바다 자락 천수만과  찰랑이는 대천 바다 물결도 보고싶어요

청소면 용의 연못은
풍성히 일어선 억새풀 사이로 보고싶어요

느릿느릿 걸어보고 싶어요
시간의 줄을 놓아두고
모처럼 게으름 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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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리에 내려서서 눈 가는데마다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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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질게 살아가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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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길 머무는 곳은 늘 가암~~나무
까치가 내 밥이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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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 천북면에 석화굴구이가 유명한가보다
산행후 천북으로 이동 무지 짠 석화굴 구이 먹으며 하얀재티 뒤집어 쓰고 불 앞에서 땀 삐질삐질 흘렸다
먹는 재미를 제대로 알면 좋을텐데...
난 늘 먼저 젓가락 놓고 일어서는 입 짧은 재미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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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만나는 서해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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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행담도 휴게소에 들렀다

회장님이 쏘신 김치국수에 또 한 번 행복해 하며
길을 돌리고 돌리고 자꾸 돌리고

모처럼 늦은 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