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산행 - 두 얼굴의 황금산(서산)

언제 : 2011.04.30.(토)

누구랑 : 아내랑 산마루따라

"어디 저 구름속에 비 들었을리디야 했더니 쏘나기 퍼 붓드라고".... 고작 해발 120메타 밖에 안되는 야트막한 황금산에 두 얼굴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 트랙킹이라는 미국말이 낮설지 않은 요즘, 때묻지 않은 천혜의 비경이니 어쩌구 하면서 황금산에 대한 얘기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어떻게 알었는지 지난 1월에 아내는 k형과 함께 황금산에 다녀온 일이 있었다.

산마루 산악회에서는 가거도 섬산행이 날씨관계로 파토나 버리자 응급 땜빵으로 황금산 번개 산행을 잡었으니 내가 쉬는 날과 겹치게되어 비가 오든 말든, 바람이 불든 말든 나로써는 이런 호재가 없었다. 카페 게시판에 첨부된 지도를 살펴보니 한바퀴 휘돌아도 2~3시간이면 충분하다니 나한테 맞춤한 산행이 아닐수 없었고 아내는 직장일로 산행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스케줄이 바뀌는 바람에 뒤늦게 산행신청을 한다.

빵과버터 : 당신은 황금산 다녀왔으면서도 또 갈라고?....

아내 : 산나물이나 뜯으러 가면 좋겠는데 데려다 주는 사람도 없고...혼자서 뭐하겠우?...

역시 날씨가 관건이었다. 스패츠, 판초우의, 우산등 우장을 꼼꼼히 챙겼어도 중부지방에 최고 80밀리 비가 온다니 아무리 좋은 고어텍스 등산화라도 80밀리에는 감당할 수 없을거 같아 우짜꼬 싶은데 아내는 고무장화를 신고 가겠단다.

빵과버터 : 허어?...장화 신고 등산을 한다고라?...

아내 : 당신은 알어서 하슈!...나는 장화 신고 갈팅게....

아내는 강요는 하지 않았지만 만일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다가 등산화에 비가 스며 들어 찝찔해 죽겠다는둥 어쩌구하면 그건 당신 책임이라는듯 무언의 압력으로 다가오니 맘 약한 나는 기가 죽어 결국 고무 장화를 신고 나서는 유별난 산행을 하게된 것이다. 그것 참!...

황금산 가는길 (서평택IC → 행담도 휴게소 → 송악IC → 38도로(석문방조제) → 장고항 → 왜목항 → 대호방조제 → 29번도로 종점(서산시 대산읍 독곶리 황금산)

가페에서 공지된 산행 계획도

내가 다녀온 길

08:30 평택문화회관 출발

10:50 독곶수산 산행 들머리 주차장

11:01 안부 사거리

11:10 황금산 정상

11:30 헬기장

11:45 끝골 군초소(내려가는 길 없음)

12:09 안부 4거리

12:12 바닷가( ←코끼리바위, →몽돌해변) 이정표

12:19 몽돌해변(창문바위 우측)

12:39 뾰쪽봉

12:44 코끼리 바위

13:13 너덜지대

13:26 능선 등로 찾음

13:30 황금산 정상

13:46 산행끝(뒷풀이위해 삼길포로 이동)

15:12 평택으로 (약 3시간 산행)

10:40 길이 좁아 버스를 돌릴수 없을거 같으니 10여분만 걸어가면 된다고 독곶수산 앞에서 전부 내리란다. 사실 조그만 더 들어가면 공황 활주로 같은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말이다. 내노라하는 산꾼들도 오늘은 산책나온 듯 비무장으로 가벼운 차림이다.

독곶 해안가에서

오늘 새벽에는 번쩍번쩍 천둥 번개가 장난 아니드만 그놈의 80밀리가 언제 쏟아질지 모르니 나는 사악한 악마가 되어 더그덕 더그덕 장화를 끌고 걸으면서 후미조에 선다. 비가 신나게 와줘야 고무장화 신은 폼을 젤텐데?....ㅋㅋㅋ

전기 철조망까지 2중의 방호시설이다.(대산 석유화학단지)

들머리의 산행 안내도를 유심히 살펴 보아야 했는데?....

10:49 산행시작

2중 철조망은 산길따라 이어지는데 알고보니 수년전에 이곳으로 무장간첩이 침투했단다.

11:01 안부 사거리에서 좌측은 황금산이고 오른쪽은 감시초소(끝골)가 있는 곳인데 대부분 이곳에서 코끼리 바위 바닷가로 내려가지만 끝골까지 600메타 밖에 안된다니 황금산 정상을 다녀와서 나를 포함한 대여섯명이 끝골로 나아간다.

개별꽃이다

11:10 황금산 정상

임경업 장군을 모시는 사당앞에서 음약곽주 1잔을 얻어먹고 혼자 끝골로 내려간다.

 

 

끝골 가는길

 

101봉

101봉의 군대 흔적

11:30 헬기장

헬기장을 잠시 전에 지나왔는데 항상 선두로 달리는 기린같은 사내 재형씨가 빠꾸하면서 길이 없단다. 황대장님과 나는 지도를 펼쳐보면서 분명히 빨간 선이 이어져 있는데 산행이라면 한가락 하는 재형씨가 빠꾸하니 당장 돌아서야 했지만 그래도 긴가민가 하는 심정으로 그냥 앞으로 걸어간다.

빵과버터 : 이런날 선두 서면 덤태기 쓰기 십상잉게 나는 선두 양보 할라요!....

에브리바디 : 푸하하하!!...

11:45 길이 끝어진 페쇄된 해안초소에 이르다

역시 황대장님은 절벽이라 내려갈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올라온다

길이 끈어진 해안 감시초소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초병들에게 무료함을 달래주었을 이름 모를 꽃...

폐쇄된 해안초소

남산 제비꽃인가?...

 

안부 사거리로 빠꾸하는 동안 해안가로 내려가는 길이 2군데나 빤질빤질하게 있었지만 군인들이 경게근무할 때 초소로 가던 길이었더라

12:09 주 등산로 헬기장을 지나 결국 안부 사거리까지 빠꾸한다.

12:12 좌측은 코끼리 바위 바닷가로, 우측은 몽돌 바닷가(굴금)로 연결된다

현호색이 지쳔으로 널려 있었지만 바닷바람이 심하게 불어 제대로 촬영할 수 없었다

12:19 몽돌해안에 이르니 우측은 굴금이다.

좌측은 코끼리 바위쪽 해안이다.

더그르르르륵....쏴악.....단조로운듯 파도에 몽돌 구르는 소리도 유심히 들어보면 파도의 세기가 다를때 마다 제각각 다른 소리가 난다.

 

 

 

 

해안쪽으로 길이 연결되지 않아 산으로 올라 붙지만 여기까지는 그래도 안전한 구간이다.

 

날카로운 암벽을 올랐다가 내려가고 하는 위험구간의 연속이다. 파도는 암벽을 때려치지요...물방울은 옷에 틩기지요...장화 신은 발바닥은 칼끝으로 쑤셔대듯 아프지요...자칫 미끌어지거나 발을 헛디디면 누구 하나 도와줄 사람 없는 혼자지요...가슴은 콩닥콩닥...아랫도리는 후덜덜....겁대가리 없는 노인네는 빼고 여자나 어린이는 절대 올라오지 마시기를!....

황대장님이 잠깐 보였는데 바위 사이로 사라져 버렸고 위태위태하게 앞으로 한발씩 옮기는 로디우스님이 보인다. 내 뒤에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 오직 나 혼자서 위험한 구간을 지나야 한다는 현실에 공포감이 엄습한다. 사실 말이사 바른 말이지 극한 상황에서는 내 코가 석자니 남 돌볼 여유가 없는건 니나 네나 마찬가지더라!...

 

내가 미쳤지 미쳤어!...이렇게 위험한 바위절벽을 고무장화 신고 오르고 내렸으니!....ㅉㅉㅉ

 

 

 

12:39 그렇게 위험구간을 지나고 뾰쭉바위를 뒤돌아 보다

위험하고 어려웠던 구간을 지나고 저멀리 왼쪽에 코끼리 바위가 보이니 고생끝, 행복 시작인가?...

더 가까이...

 

12:44 코끼리 바위

소나무에 로프가 걸려 있었지만 오르기에는 위험한 장난이고...보아줄 사람도 없고...

 

다시 또 산으로 올라 붙는다

지나온 코끼리 바위를 뒤돌아보며...

80밀리가 터지지 않아 고생만 시킨 고무장화한테 미안해서 일부러 바닷물에 들어가 본다...ㅋㅋㅋ

멀이지는 코끼리 바위

 

로프를 잡고 내려와 암벽을 오르니 고기배 하나 널부러져 있다

 

12:58 다시 또 산으로 올라붙고...

이름을 모르지만 꽃이 피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이들 부부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 가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아내 : 지금 어디쯤 게시우?....

빵과버터 : 코끼리 바위 지나서 한참 왔는데 지금 해안쪽으로 가고 있오

아내 : 다들 왔는데...뭐 하슈...빨리 오슈...

빵과버터 : 아렀슈!...

금새 또 휴대폰이 울린다.

아내 : 바닷가 쪽으로 가지 말고 산으로 붙으면 더 빨리 올수 있을텐데?...

빵과버터 : 아럿슈!...

잠시 통화를 하는 사이 이들 부부가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고 얼마나 더 위험한 바닷가 바위 곡예를 해야 하는지 또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한 나는 산으로 붙으면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적어도 부상을 당하는 위험은 없으리라 판단되어 길도 없는 길을 만들어 가파른 산을 미끌어지며 기어 오른다.

3:13 아무 생각없이 나무를 붙잡으면 삭정이가 되어 뚝 부러지고...미끌어지고...발바닥은 불이나고...천신만고 끝에 한숨 돌리니 이제 거대한 너널지역이 나온다. 흐미!...저기를 또 어떻게 기어 올라간다냐?...

그 와중에 새끼 손가락 만한 통통한 고사리밭을 만나 한줌 꺽어 왼손에 들고 오르다가 미끌어지는 바람에 두동강, 세동강이나서 버리고 만다. 으이구! 귀한거를...

13:26능선길에 이르다. 무턱대고 아래로 내갈게 아니라 현재 나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정상쪽으로 올라가니 출입금지 표지판과 황금산성 기와지붕이 보인다. 부러진 나뭇가지를 산길에 가로질러 놓은 것은 해안길로 내려가지 말라는 금줄이었더라!...

여기도 해안 초소로 내려가는 길을 막어 놓은 거다.

13:30 상체는 온통 땀으로 칠갑이 되었지만 황대장님을 만나니 이제 한시름 내려 놓는다. 황대장님은 해안초소에서 올라왔다며 만만치 않게 식껍한 모습이다. 널널한 해안 트레킹이라고?...아나 트레킹 좋아하네!...극한 체험이였당께!....ㅋㅋㅋ

다시 돌아온 안부 사거리...여기를 4번이나 지나친다

다시 들머리에 이르다

들머리 소류지에 이르니 물을 먹으러 내려왔던지 송아지만한 통통한 산짐승이 놀래서 길을 가로질러 산으로 내뺀다.

황대장님 : 고라니닷!...

빵과버터 : 옴마나!...

운전기사님은 급하게 걸어오는 둘의 모습이 눈에 띄었는지 버스 시동거는 엔진 소리가 들린다....

독곶리 표정

삼길포 표정

삼길포 항

쓸데없이 발바닥만 쌩고생 시키고 썩을 놈의 80밀리는 석문 휴게소에 이르러 디립다 터지기 시작한다. 제기럴!..ㅋㅋㅋ(산행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