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4. 08. 01.    12 : 00 ~ 17 : 30
산행코스 : 구절리 → 자개골 → 상원산(1412m) → 옥삽산(1285m) → 옥갑사 → 아우라지




아침에 눈을뜨니 05시 태풍이 온다는데 비가 올것 같지 않은 날씨다 . 대충 배낭을 챙기고 준비하고 나니 06시 TV를 보다가 06시 20분 산악회에 빈좌석이 있는지 확인 전화 했더니 07시까지 사당역 2번 출구로 오란다. 곧 바로 전철역으로 가서 사당역으로향했다. 2번 출구 그러나 버스가 안보인다. 잠간 이쪽 저쪽을 찾았으나 허탕? 시계를 보니 정각 07시 내가 늦은건 아닌데 산악대장에게 전화를 하니 아아쿠! 내가 실수 했단다.

양재역으로 가고 있으니 택시로 구민회관 앞으로.. 택시비를 주겠단다. 순간적으로 갈까 말까 망설이다. 양재역으로... 영동고속도로는 피서 차량으로 주차장이다. 노련한 기사님 이리 저리 돌아 정선으로 달린다. 구절리 11시 50분 도착 서울은 그렇게 맑아았는데 먹구름에 비를 뿌리고 있다.  판쵸우의를 꺼내 입는다. 다리를 건너 자개골로 접어드는데 대장이 들머리가 헷갈리나보다.

길을 물어 올라가다 자개골 산장민박집을 지나 곧 바로 좌로 밭두렁을 건너 치받이길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희미하게 이어지다 뚜렷하게 나타난다. 40분여 올라치니 임도(여기는 광산지대라 광산도로 인지 모르겠슴)가 가로지른다. 도로를 건너 다시 오름길 경사는 더욱 가파라지고 판쵸우의 속의 옷은 땀으로 범벅이다. 않되겠다. 우의를 벗고 배낭 카바를 씌우고 나니 쳐올라 가기가 훨신 수월하다.

입속으로 땀인지 빗물인지 땀+빗물 칵테일 찝지름한 물이 들어온다.  상의는 진즉 다 젖었고 바지도 모두 젖어간다. 풀숲을 헤치고 나아가니 바지 가랑이는 다 젖었으나 가랑이 안에 양말에서 부터 랩으로 스패츠 모양으로 보호막을 쳤더니 등산화는 멀쩡하다. 아직까진 효과가 기대 이상이다.  14시 상원산 정상도착. 정상석엔 표고가 적혀있지 않고 옆의 나무에 판자에 쓰여 걸려있다.



빗줄기가 강하지는 않지만 계속 바람에 날려 온다.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꺼냈다. 허리를 굽히고 카메라가 비에 젖지 않도록 보호하며 재빨리 한컷 눌렀다. 카메라를 비닐 봉투에 담아 배낭에 넣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온 프랜치버거 한개로 점심을 대신한다. 산악대장이 도착 하기를 기다리려는데 10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는다. 비바람에 체온이 내려가 떨리기 시작한다. 추위를 견디려고 정상 공터 풀밭을 왔다갔다 해보지만 효과가 없다.

판쵸우의를 다시 입었다. 바람을 막아 주니 한결 나아졌지만 춥기는 마찬가지 삼복더위에 이런 추위라니 이러한 피서가 있나?  여름에 얼어 죽었다는 말이 실감난다. 14시 20분 대장이 일행 도착 했다. 추워서 않되겠다고 바로 출발 하란다. 추위를 이기려고 앞에서 속도를 내기 시작 했다. 한참 가다 뒤를보니 여성 한사람만 따라 오는게 보인다. 또 뒤로 쳐졌나 보다. 오겠지 하고 계속 내 달린다. 여자분이 떨어지면 속도를 좀 늦추고 따라오면 또 달리고 추위는 진즉 사라졌다.

또 한 30~40분 가다 돌아보니 아무도 않보인다. 헬기장이 나왔다. 온통 잡풀로 덮혀있다. 10분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 내가 길을 잘못 들어 왔나? 자칫 길을 잘못 들면 첩첩 산골에 미아가 될 수도있는 표지판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곳이다. 바짝 긴장하며 오던 길로 잠시 걸어 가는데 여자분이 나타났다. "아저씨 그렇게 빨리 사라 지시면 어떻게 해요? 길을 잘못 들은 줄 알고 혼 났잖아요" 나를 만나니 안심이 되나 보다. 나도 긴장 했었느데...

목이 타서 잠깐 물을 먹는 사이에 내가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단다.  비가와서 도시락을 차에 두고 와서 배가 고프다고 한다. 나도 산악회에서 점심을 준다기에 준비 한게 없어 연양갱 한개를 건냈다. 사양 하지않고 받아 먹는다. 배가 고프기도 하겠지! 고맙다는 말도없이 먹어 치운다. 조금있으니 우산을 든 연세 지긋해 보이시는 분이 도착했다. 우산은 나뭇가지에 걸려 이미 걸레가 다 됐는데도 받쳐 들고 있다. 복장은 꼭 골프장 패션이다. 하기야 요즈음 다 기능성 이니까.

바로 뒤에 대장 일행이 오고 있단다. 걸음이 빠른 사람들인데 늦게 온다고 투덜댄다.  대장 일행 도착하고 다시 출발 다시 내가 앞장 서 간다. 대장 일행이 또 뒤쳐진다. 한참가니 앞서 갔던 부부팀이 돌아온다. 왜! 오느냐니까. 같이 앞서 가던 시커먼 아저씨가 옥갑산이 나오지 않는걸 보니 길을 잘 못들었다 해서 돌아 오는 길이라며 그 아저씨 못 봤느냐 묻는다. 못봤는데 귀신인가?  조금전 삼각점을 하나 지나쳣는데 그곳이 옥갑산인듯하다

앞에 나가 표지기를 달아야 할 사람들이 자꾸 뒤 쳐진다.  두 갈래길이 나왔다.  한쪽은 선답자들 표지가 달려 있고 한쪽은 없다. 대장이 오길 기다린다. 대장 도착. 표지기가 없는 우측으로 가란다. 다시 앞으로 전진 길은 희미하게 귾어 진듯 하다 다시 뚜렷해지기를 반복하고 간간히 나타나는 능선의 바위는 비에 젖어 죽죽 미끌린다. 한참을 가다보니 왼쪽 아래편에서 분명 사람소리가 들리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우산 쓴 분은 절이 있는 것 같단다. 부부팀과 우산쓴분 여자분 그리고 나 5명. 내가 앞장 서서 가고 있다. 3갈래길 무심코 리본이 달린 길로 들어 서는데 우산 쓴분이 부른다. 확실히 모르니 기다렸다 가잔다. 그런데 부부팀은 과감하게 리본 달린 길로 내려가 버린다. 대장일행 도착. 예전에는 갈림길이 없었던것 같은데 오늘은 왜? 이렇게 많지 하며 지도와 나침판을 꺼낸다. 그때는 아마 안내하는 입장이 아니었으니 느끼는게 달랐으리라.

먹구름과 나무 숲에 가려 있는데 어떻게 방위각을 보는지 모르겠다. 베테랑 이니깐... 리본 달린 길이 맞다고 하며 뒷 사람을 위해 우리 리본을 매단다. 이번엔 우산 쓴분이 앞서간다. 급경사의 내리막이다. 거의 내리박힌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물먹은 흙 길은 죽죽 미끌리고 브레이크 걸기가 어렵다. 옥갑산이 1285m 우리가 내려 설 42번 국도가 해발 200m 정도이니 대단한 내리막이다. 한손에 우산을 들고도 잘 내려 가시네! 간간히 나타나는 너덜은 미끄럽기도 하고 경사때문에 내려 가는데 애를 먹는다.

오금이 땡긴다. 등산하고 2일 후까지 근육이 풀리지 않아 아픈 적이 거의 없었는데 산행기 쓰는 지금까지도 아프다. 내리막 너덜을 통과 하는데 저 앞에 먼저 갔던 부부가 어렵사리 내려가고있다. 돌길이 끝나 가는데 문득 풍경 소리가 들린다. 곧 바로 사당 같은게 나타났다. 민가  같기도 하고 절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 위치가 기가 막히게 좋다 위를 바라보니 산 봉우리를 운무가 휘감고 돌아가는데 까마득하고 밑은 게곡으로 떨어지는 낭떨어지 인데 역시 아찔하다. 멀리로는 조양강과 도로가 보인다. 여기가 상옥갑사 인듯하다.

여기서 부터는 산 허리를 타고 도로가 나있다. 임도인가? 광산도로인가? 도로 시작하는 곳에 골동품 찦차가 한대 서있다. 길은 차가 다니는 곳이니 아주 좋은 편이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우산 쓴분이 앞에서 내달리고 부부가 뒤쫒는다. 나도 덩달아 달린다. 평탄한 길이니 거리를 두고 따라가도 괞찮을듯해 300m 정도 떨어져 따랐다. 잠깐 등상화 끈을 다시 매고 일어서는데 길이 좌로 구부러 지는 곳에서 언뜻 우측으로 사라지는 부부의 뒷 모습이 보였다.

시야에서 놓지지 않으려고 달려 가보니 주 도로는 좌로80도 정도꺽여 내려가고 우측으로 140~150도 정도 꺽여 평탄한 갈림길이 나있다. 분명 우측으로 사라졌는데 않보인다. 방향으로 보아 우측 길은 아닌것 같은데 내가 잘못 봤나 싶어 좌측 길로 뛰어 내려 가본다. 엉! 이길이 아닌것 같은데. 다시 원위치로 뜀박질. 원위치해서 길 바닦을 보니 화살표를 우측으로 2개 표시해 놓고 나뭇가지를 꺽어 역시 우측으로 놓은게 보인다.

서두르다 보니 표시를 못 봤었나 보다. 빠른 걸음으로 우측 길로 5분 그런데 이게 뭐야 길이 끝나고 돌무더기로 막혀있다. 돌무더기를 넘어 풀밭을 아무리 봐도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없다. 허공에 대고 사람을 몇번 불러 보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올뿐. 다시 원위치로 뜀박질.완전히 귀신에 홀렸다.  그런데 대장 일행은 왜? 나타나질 않지? 30분 이상 지났는데 다른 길이 있었나? 여기서 길을 잃고 조난 당하지는 않겠지. 여차하면 아까 지나온 절까지 돌아가면 되니까. 혼자 돌(머리)을 열심히 굴려본다.

원위치에서 판쵸우의를 벗어 땀을 식히며 숨을 돌리고 난후 주위를 살펴보니 우측 길로 접어들어 곧 바로 좌측의 풀숲에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있다. 나뭇가지에 선답자들의 리본이 걸려있다. 풀숲을 헤치고 들어가 보니 훤한 등산로가 보이질 않는가. 좀더 차분히 찾아 봤으면 쉽게 발견 할 수도 있었는데 도로만 염두에 두다보니 다른 것이 보이질 않을 수밖에... 그 길로 내려 가려고 판쵸우의를 다시 걸치고 있는데 말소리가 들린다.

대장 일행 아까 그 여자분까지 4명이 내려온다 그 중 한사람. 한손엔 호미 다른 한손엔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왜? 이리 나타나질 않나 했더니 이런 나물 캐러왔나 약초를 캐러왔나. 이제 자기가 앞서 가겠단다. 어렵지 않은길 15분 정도 지나 하옥갑사에 도착했다. 인기척도 없고 쥐 죽은듯 조용하다. 마당에서 보면 좌측 넘어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는데 그 길이 아니고 마당 좌측 끝에 우측으로 돌아 내려가는 길이 있다.

조금 내려가다 보면 삼척 평창을 잇는 42번 국도와 굽이쳐 돌아가는 조양강이 보이고 계곡 물을 만나 씻을 수도 있다. 다 내려가 씻으려고 발길을 제촉하다. 미끄러운 돌을 잘못 디뎌 기우뚱 손을 짚었는데 피가 흐른다. 다 와가지고 이게 무슨꼴이람. 도로에 내려섰다. 버스가 보이질 않는다. 다시 계곡으로 내려가 땀을 씻어내고 있는데 대장이 좌측으로 오라고 손짓하고 가버린다. 물이 시원하다.

판쵸우의를 씻어 챙기고 올라와 버스가 있는 아우라지 쪽으로 걸어 가는데 조양강에 무지개가 떠오르는게 아닌가! 오늘 산행을 축복 하는건가 정선에 온걸 환영하는걸까 재빨리 디카를 꺼내 몇컷 담았는데 흡족한 사진은 아니다. 빗줄기는 거의 멈췄다. 버스는 아우라지 1km라는 이정표가 있는 길가 빈터에 있다. 버스에 배낭을 놓고 등산화를 벗는다. 옷은 다 젖었는데 신발 양말은 멀쩡하다. 웹사이트를 통해 터득한 방법인데 기막힌 노하우다.

슬리퍼를 신고 여벌옷을 가지고 모래밭 자갈밭을 지나 조양강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실망. 멀리서 깨끗해 보이던 물이 이끼와 같은 부유물이 많고 혼탁하며 시원하지도 않다. 대충 땀을 훔쳐내고 옷을 갈아 입으니 날아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