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상당산성 둘레길

산행일 : 2011.8.24. 수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연이틀 산행에 나선다.

계획은 오랫만에 설악에 가려 했는데

예약했던 산악회에서 모객 인원미달로 취소되는 바람에 가까운 근교로....

 

갑자기 가려니 준비가 허술하다.

학창시절외엔 청주를 다녀본적 없으니 지리도 어둡다.

네비양에 의존해 산행들머리 설악산 묵집앞 주차장에 도착한다.

오늘 설악산은 못갔어도 우야튼 설악산 묵집앞엔 왔다.

ㅋㅋㅋ

상당산성 둘레길이 60리 길이라니 부지런히 걸으면 완주할 수 있을것 같다.

 

 

설악산 묵집...

익살스런 장승이 서있다.

그 옆으로 몇십미터만 더 올라가다 보면 좌측으로 등로가 열렸다.

 

 

초반 가파른 오름길...

올라서자 마자 웬 철대문이 ?

 

 

다행히 열려있는 철대문을 통과해 능선에 올라섰는데..

이런~!!!!

이어지는 능선을 철조망이 가로 막는다.

저걸 넘어서야 하는데 우쩌나 ?

나야 어떻하든 넘어설 수  있는데 초록잎새가 걱정이다.

뒤돌아 내려갈 수도 없구...

주위를 둘러보니 목책이 보이다.

그걸 받처놓고 겨우 통과.

그런데 왜 이런 철조망을 처 놓았는지 ?

아마도 뭔 약초라도 재배를 하나 보다.

그래두 그렇치.

통로까지 막아두면 우쩌라구...

 

 

등로는 아주 좋다.

사람이 다니지 않아 잡목이 거추장 스럽긴 하나

그래도 이만함 아주 좋은 산책길이다.

다만 가는 내내 거미줄이 성가실 뿐....

 

 

 

오늘 만난 첫 이정표.

우리가 올러온 방향은 표시가 없고

진행방향 좌측으로 내림길을 표시하고 있다.

그럼..

우리가 올라온길은 댕기지 말란 길인가 ?

오늘 떠나오며 급하게 찾아본 자료엔 상당산성 둘레길의 시종착이

분명 처음 우리가 시작한곳이 맞는데.....

 

 

이정표를 지나자 마자 올라선 둔덕...

태봉산 정상이다.

물론 정상비도 있다.

검은 싸인펜으로 고목에 세겨넣은 볼품없는 정상비이긴 하나

처음 발걸음을 하는 산객에겐 아주 고마운 정상비이며 또한 길잡이가 돼 준다.

 

 

청정의 숲길이다.

사람의 발길이 드믄 탓이리라.

좀 이름이 있다 싶은산엔 으례 지저분하게 걸려있는 시그널들....

오늘은 그 시그널들이 종적을 감췄다.

다만...

오늘 우리가 제대로 걷고 있슴을 확인시켜 주는

단 하나의 시그널이 아주 드믄 드믄 반갑게 가는길을 안내한다.

 

 

60리길을 가려면

좀 서둘러야 하기에 냅따 내질러 버렸더니

초록잎새가 따라오기 힘든가 보다.

좀 걷다 뒤돌아 보면 안 보인다.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가 보다.

인정사정 안 봐주고 평소 내 걷는대로 걸어도 잘 따라주던 아내였는데...

하긴....

춘천 마라톤 대비 훈련을 한다고

일요일엔 홀로 계족산 임도 2회전 26키로를 달리고 다음날 갑천 13키로

그리고 어제 함께 산행을 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울울창창 숲길만 걷다

주위가 훤해저 처다보니 그림같은 산너울이 춤을 추는 선경이 눈에 들어온다.

햐~!

요런 얕으막한 야산에 이런 조망이라니...

 

 

속리산 월악산권 일대의 산군들이 죄다 선을 보인다.

날만 좋으면 소백산도 뚜렷하게 보일것 같다.

 

 

 

평일 산행이라 그런지

숲속엔 우리 둘 뿐...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좀 늦더라도 상당산성에 가서 먹기로 하고 허기진 뱃속을 속이기로...

 

풀어놓은 빵...

그냥 먹으려니 목이 멘다.

초록잎새가 피티병 맥주를 딴다.

함께 먹으니 맛이 좋다.

 

적당히 먹고 일어서는데...

맥주 따 놓은건 다 먹어야지 나중엔 김 샌거라 맛 없다며

다 먹고 가자는 초록잎새말에 그냥 도로 주저 앉았다.

 

그럼 니나 드세요 했더니...

오늘 서방님 컨디션이 너무 좋아 안되것다며

이거라두 억지루 멕여놔야 신상에 이로울것 같다며 내처 술잔을 권한다.

 

시원한 맛에 원 샷~!

큰병 하나를 다 비운 뒤 일어서니.....

 

얼러려~!!!

내가 왜 이래~?

갑자기 마눌의 얼굴이 아른아른 해지고 딛고 선 땅들이 돌고 돈다.

ㅋㅋㅋㅋ

 

 

그러다 만난 능선 갈림길..

어디로 갈까 ?

가저온 5만분의1 지도를 건성으로 처다 본다.

흠~!

가야할 산성쪽은 좌측...

뚜렷한 우측길은 분명 좌구산으로 이어지는 한남금북 정맥길이다.

거기에다 더 확실한 증표.

지금껏 우리의 길 안내 이정표 구실을 충실히 이행해 준

레저토피아 시그널이 좌측의 등로앞에 아주 촘촘히 걸려 있다.

그런데 뭘 망설여~?

 

 

그래서 들어선 등로....

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그런데.....

저만치에 민가가 내려 보인다

????

그럼 안되는디..

다시 들여다 본 지도.

이런 딘장~!

주능선에서 가지친 능선자락으로 내려선게 분명하다.

 

힘들지만

시간도 있고 하니 뒤돌아 가자 말하니

초록잎새 죽어도 못간다 만세를 불렀다.

 

이궁~!

우쩔거나~

마눌을 버리고 나 혼자 갈 수 도 없으니 걍~ 내려 선다.

 

마을을 코앞에 둔 무덤 하나....

뼉다귀 대단한 가문의 조상묘인가 보다.

제법 세월이 흐른듯한 석상이 제대로 갖춘 묘다.

 

 

내려서고 보니 기암서원이다.

그런데...

왜 시그널이 이쪽으로 계속 붙어 있었을까 ?

집에 와 자료를 찾아보니 상당산성 둘레길을 개척한

산악회의 시그널이 안내한 내림길은 구간별로 구분해 놓은 제3코스 였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상당산성은 한바퀴 돌아 보기로 했다.

터덜 터덜 애마가 주차된 무성리의 설악산 묵집으로 걸어 내려가다 보니

영조대왕 태실로 향한 마을입구에 정자가 눈에 띈다.

 

아직 점심식사도 못 햇는데 잘 됐다.

정자에 들어서니 아주 깔끔하게 청소도 돼 있어 쉬어가기 딱이다.

도시락을 풀어 둘이 앉아  점심을 먹고나자 식곤증이 몰려 든다.

 

에라이~!

모르것다.

베낭을 베개삼아 누웠더니 금새 잠이 들고...

얼마나 잠을 잤는지 ?

정자가 시원하여 걸판지게 한숨 잘 자고 나니 개운하다.

 

 

 

한참을 걸어 내려가

나의 애마를 깨워 상당산성으로 이동.

상당 산성을 한바퀴 돌아 나오는 산책길에 나선다.

 

 

이곳은

26년전 아내와 연애시절 걸어본 이후 첨이다.

군 제대후 첫 직장에서 내가 받았던 공무원 3호봉 월급이 14만 4000원 였는데

그시절 누구나 다 그랬겠지만 그중 14만원을 재형저축에 들고 난 나머지가 내 용돈.

당연 항상 난 빈털털였다.

그래서 지금의 아내와 철도공무원의 특혜를 이용하여

열차가 닿는곳을 찾게 되다 보니 대구 갓바위,금오산,황악산,내장산,입암산,무등산,

멀리 부산과 여수 오동도 등등이 우리의 데이트 장소가 됐다.

그시절 조치원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청주 가는길 휴암고개는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로 알아주던 명소였다.

 

26년전 어느 가을날...

아내와 시내버스를 타고 단풍이 짙게 물든

그 유명한 휴암고개를 넘어와 찾아들었던 상당산성...

그때의 기억이 뚜렷하다.

그길을 오늘 우린 또 추억에 젖어 걷는다.

 

 

 

상당산성길은 단순하다.

성곽을 따라 쭈~~~욱 걷다 보면 다시 그자리에 도착.

상당산성 남문에서 내려다 보는 풍광은 온 세상이 초록빛 세상...

예전 기억엔 코스모스가 군락을 이루어 하늘하늘 댔는데..

 

 

 

 

 

하늘이 찌푸러 들었다.

당연 따거운 햇쌀에서 해방...

덕분에 숲그늘을 벗어난 성곽을 따라 걷는다.

상당 산성은 걷는 내내 조망이 아주 좋다.

코스도 짧아 그런지 가족단위로 산책을 나선 사람들이 눈에 자주 뛴다.

 

 

 

 

 

 

 

 

걷다가...

앙증맞은 원목의자에 앉아 셀카로

오늘 우리부부의 사진을 처음으로 담아도 보고...

 

 

서문을 지난다.

이쯤이면 벌써 반절은 걸은거다.

 

 

 

 

 

저멀리 보이는 증평시내...

그 뒤로 두타산.

저길 언제 갔었더라 ?

 

 

갈림길...

등로 이탈만 없었다면 여기로 올라 섰을텐데.

순간

아쉬움 왈칵...

 

 

 

 

 

발걸음은 벌써 동문을 스처지나...

 

 

 

동장대를 지난다.

 

 

그리고..

성내 마을을 스처 지나고.

 

 

잠깐의 오르막을 오르면.

 

 

 

돌아 왔다.

처음 시작한 그 자리로...

 

 

 

산성을 한바퀴 돌고 내려와 집으로 향한길...

소낙비가 내린다.

그러고 보니 오늘 산행 일찍 잘 끝낸것 같다.

 

대전에 가까이 올 쯤

마눌한테 걸려온 손폰.

옷 다 됐으니 찾아 가랜다.

내 고교 후배인 바위솔님 부인이 구경순 한복연구소 소장님이다.

솜씨가 아주 좋아 올 추석 선물로 아내가 장모님과 장인옷을 맞췄단다.

오랫만에 만난 다정한 벗....

때도 됐으니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세월의 빠름은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 느낄 수 있다.

바위솔님의 막내아들이 훌쩍 키가 자라 내가 한참을 올려봐야 할 정도로 컷다.

거기다 인물도 아주 미끈한 꽃미남....

코흘리개 어린넘이 언제 저래 컷는지 ?

그저 훌쩍 커버린 아이가 왜 그리 신기하고 한편 이쁜지 모르겠다.

 

"야~ 임마."

"너 나 알아~?"

 

빙그레 미소만 짖는 아이.

참 잘 자란것 같다.

 

 

다정한 두 남매.

부럽다.

나도 저런 딸 하나 있슴....

 

 

상당산성 둘레길...

그리다만 둘레길이 됐지만 그래도

잠시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던 상당산성길에 의미를 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