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친들과 함께한 삼정산 산행  

 

 

-일시: 2010. 5. 2

-어디: 내령마을-빗기재-삼정산-망바위(와운카페)-천년송-반선옛길-반선

-누구랑: 블친들 13명

 지나온 흔적(상) 함께한 사람들(하)

 

지리산 문이 열리는 날

우리는 어느 누구 보다 더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일 게다

물론 그 전에도 가끔씩 가곤 했지만 그래도 맘놓고 갈 수 있는 그곳

며칠 전에 눈이 내렸다는 4월 마지막 주 예보를 접하고 설렘 반 기대 반으로

 

 

 

돌아가자는 제의를 거절하고 모처럼 지리산 바람도 쐴 겸 천은사 쪽으로 달렸다.

5 1일 새 문이 열리는 날이라서 인지 이들도 새벽 일찍 손님을 맞고 계시네

이제 또 입장료를 두고서 시시비비를 따져야 할 때가 왔나 보다 하면서

모처럼 올 한해 입장료 납부합시다라는 원시인님의 말씀

언제나 그랬듯이 업 됐던 기분은 이곳에 오면……

 

뱀사골의 수달래는 아직도... 

 

만수천 수량은 엄청 불어나 있었다.

내령마을 인공폭포 앞 굿당으로 향하는 철다리가 열려있어 일행모두를 몰아 넣는다.

능선 길 잠시 오른 뒤 오늘산행 개요와 함께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제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과의 모임이 이번이 3번째다.

이번 모임은 덤으로 동부팀 몇 사람도 함께 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인 것이다.

모처럼 동부 팀이 주가 아닌 객인 된 산행이었다 ㅋㅋ

 

 

 

능선으로 향하는 오름 길에 비지땀을 쏟아 낸다.

지리 주능선 북 사면에 엊그제 내린 눈이 그대로 있어 마침 겨울과 여름을 오가는 산행

봄 이란 계절은 오 간데 없고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그늘을 찾는 여름의 한가운데 와 있는 것 같았다.

능선 좌우 소나무 군락이 나타나고 조망은 볼일은 없지만 낙엽길은 푹신한 기분이다.

 

 빗기재에서 잠시휴식

 

이윽고 고도 580근처에 옛날 자주 다녔던 흔적인 고속도로가 나타난다.

이 길을 두고 빗기재라는 이야기도 있다는데 그럴법한 이야기이다.

능선의 오름 길은 상당한 된비알의 연속이 이어지더니 고도 1000 근처에 닿았을 때

이미 능선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다.

지다람 의하면 주변에 습지가 많아 멧돼지 조심해야 한다는 이유가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산행 후 3시간 못 미쳐 삼정산 주능선에 닿았다.

새로 만들어진 함양군 이정표에는 고도 1182로 기록돼 있고 지형도산의 고도는 1220이라

이곳에 전망은 가히 일품이다.

이곳을 3~4번 와 봤지만 묘하게 겨울철에만 왔는데 모처럼 봄바람과 함께하니 시원스럽다.

잠시 후 헬기장을 지나 고도를 떨어뜨린 후에 삼정산의 소나무 조망터에 자리를 잡는다.

시간이 널널하여 한참을 노닐다가 점심상을 펼친 공간을 따라 잡는다.

 

 

 

영원사 가는 사거리에 잠시 머문 후 고도를 올려 적당한 안부에 점심상을 펼친다.

날씨가 한여름을 방불 캐서인지 도대체 끊인 음식은 뒷전이다.

팔도진미의 만찬이 펼쳐졌지만 동부팀만의 모임과는 달랐는지 서북님이 한마디 거든다.

동부팀 점심시간은 원래 2시간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분명 동부팀이 주가 아닌 것 맞는 모양이다.

밥 먹고 한 시간 못돼서 커피타임도 없이 그냥 배낭을 꾸린다 ㅎㅎ

객이 어쩔 수 없지요 그냥 일어 날 수 밖에 ㅋㅋ

 

 

 

잠시 후 우리가 기다리는 와온카페를 향해 비지땀을 쏟으며 오른다.

영원봉에 잠시 머물다가 이내 와운카페로 몸을 숨긴다.

주변 암봉이 병풍으로 둘러쳐져 있고 앞 사면이 주능선을 바라다 볼 수 있는 와운카페

 

 

 

 

미워할 수도 뿌리칠 수도 없는 세월아!

한평생 너 따라 숨 가쁘게 달려왔건만

미운 정 고운 정 뒤섞인 너와 우리

이젠 우리 두고 너만 가거라. 라는

어느 작자 미상의 시구(詩句)가 떠 오른다.

그렇다.

흐르는 세월 야속한 세월이 

이 능선 오르는 것 보다 더 너를 따라 가는 우리네 인생이 고달팠겠지.

잠시 일상에 이탈하여 이곳 와운카페에서 쉬어 갈 테니 오늘만큼은 너 먼저 가려무나.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지만 차가운 와운골의 계곡 찬바람이 이곳으로 불어 온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이 강산 지리산인 것을 어떡하리오.

주 능선 빙 돌아 북 사면에는 하얀 눈이 깔려있다.

눈 덮인 명선북능을 따라 고도를 이내 낮추더니 500이하에서는 초록으로 색칠한다.

머지않아 초록의 색감에 옷을 입히고 붓 칠을 하는 과정에서 이내 또 다른 계절을 맞지요

그 때도 우리는 흐르는 세월아 야속한 세월이라고 말하지 않겠지요 ㅋㅋ

 

 

 

언제까지 영원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있을 수 없듯이

우리는 그 다음 세대를 위하여 그 공간을 내 줘야 한다.

어느 누구도 이곳에 와서 좋다라는 느낌이 있으면 그것으로 자연의 몫은 다하는지 모른다.

떨어지지 않은 발길을 돌려 천년송을 향해 내려 선다.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산길을 보고 정말 인터넷의 위력에 감복을 한다.

 

 

 

천년송에서 잠시 머물면서 계획된 코스대로 하자는 제의에 모두 꼬리를 내민다.

싸래골로 가자던 사람들이 정녕 또 다시 고도를 올려야 하는 부담

어쩔 수 없이 다수의 의견을 물었는데 나 혼자 이외는 아무도 없네

12:1의 의외의 결과였다.

하는 수 없이 북두재를 넘어 반선가는 옛길을 택할 수밖에……

 

 

 

짧지만 그렇다고 길지 않은 산행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청산의 바람흔적을 따라준 불친들과의 산행

오늘도 또 다른 추억거리를 만들었습니다.

나이는 추억을 먹고 산다는 평범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오늘 또 다시 미래를 위한 추억거리를 만들었습니다.

함께하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면서 산행기를 마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2010. 5. 2 청산 전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