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눔이 짜장면 집을 개업했다.
뭐,평소 정의가 자별해 간담상조 하는 우정이 묵은 친구는 아니지만
그래도 향골 좁은 바닥에서 낯을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인지라 점심
핑계로 놈의 가게를 한번 찾았었다.
만만한 짬뽕 곱배기 하나를 시키면서 해물은 일체 넣지 말라고 했더니
갈바람에 갈갈이 찢긴 밭두렁 허수아비 마냥 살집이라곤 약에 쓰려고
해도 구처가 힘든 비쩍 마른 점소이 눔이 흰자 많은 눈을 아니꼽다는
듯이 희번득거리며 주방에 대고 꽹과리 깨지는 소리를 내지른다.
""홀에  짬곱 하나  추가요,   해물은 빼라카네."
마침 배달 갔다온 친구눔이 음료수를 내어 오면서 한마디 참견을 한다.
"빙신,괴기도 못 묵는기 까불기는,,,"

  

객의 나이가 불혹을 넘겼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가지 병통을 고치지
못하여 여러 사람을 번거롭게 하는데 뭔고 하니 육식을 별로 즐기지 않아
번번히 식단의 이단아로 낙인찍혀 쪼다 취급을 당하는 겄이다.
객의 어리석고 민활치 못한 성품과 게으르고 미욱한 천품으로 보아
전생에 대덕 고명한 스님이였을리는 만무하고 아마도 지지리도 가난했던
흥부네와 호형호제 할만큼 곤궁해 평생 고기라곤 접구도 해본적이 없는
밑이 찢어지는 처지였던 모양이다.
혹자는 인생의 가장 큰 재미를 한가지 잃고 산다며 객을 타박 하기도
하지만 여지껏 고기의 달콤한 맛의 묘미를 모르니 미상불 틀린 지적은
아니다.     입맛이 쓰긴 하지만,,,

  

신혼 여행에서 돌아와 관례대로 처가에 먼저 들렀는데 마지막으로
시누를 결혼 시키는 홀가분함에 통큰 처남댁은 주지육림이 무색 할만큼
의 진수성찬으로 객을 부추기는데 되려 당사자인 객은 뭐 하나 만만히
젖가락 갈곳이 마땅찮아 결국 삼시 세끼를 라면으로 때우는 전대미문의
결례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후 처가에 들를 때면 처남댁은 한숨 부터 쉬며 곁에게 이른다.
"니서방은 니가 챙겨 먹이거라. 난 모리겄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홀애비가 있으면 과부가 넘치는 법.
고기를 즐기지 않는 대신에 밀가루 음식을 무지무지 즐기는데 특히나
국수와 냉면은 일년 열두달 밥상에 오른대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가장 큰 먹거리의 꿈이 춘천에 가서 한 일주일 작정하고
눌러 앉아 그놈의 춘천 막국수를 원없이 먹고 75리터 대형 배낭에 가득
쟁여 내려오는 겄이 평생의 소원이다.
춘천에 계시는 산벗님들의 조감 있을지어다.
짬뽕 한그릇의 사설이 신세 한탄으로 까지 이어져 면목이 없게 되었다.

  

혼자서 떠나는 먼길 행보에 지쳐 향골의 삼산인 악견산, 허굴산, 금성산의
봄빛을 어루만지리라 작정을 하고는 햇살이 똥구녁을 찌를때까지 퍼대져
뒹굴 거린다.
애비의 무사 산행을 빌러 두예삐가 교회로 떠난지 한참이 지났어야
덜렁 거리는 눈꼽에 물칠만 하는 고양이 세수로 겨우 흉내만 내고는 곁을
채근해 청국장 찌게로 형용만의 아침을 든다.
가리온을(난테) 휘몰아 악견산 입구에 세워 두고는 눈에 익은 길을 따라
천천히 오른다.
지리산에서 접절린 오른쪽 발목이 자꾸만 앙탈을 부려 다듬고 어루만지느라
걸음은 더디고 더디다.

  

입구에서 얼마 오르지 않은 곳에 눙군가 무슨 억하심정으로 저질렀는지는
모르겠으나 등로와 나무에 두루마리 휴지를 온통 풀어 놓아 꼴사납기가
이를데 없다.
줏어 담기에는 너무 많아 별수 없이 그냥 지나친다.
아마도 산꾼들이 그런 몰상식한 짓을 할리는 없을테고  아마도 선계의
선녀들이 화장실이 급하여 다녀 갔으리라 여겨진다.
합천호의 번뜩이는 아름다운 물결을 그림자 삼아 노송과 괴석 사이를
이리주춤 저리 주춤 뛰어 건너니 천강 홍의장군  망우당 곽재우의 전설이
서린  성터가 나온다.

  

천강 홍의 장군 곽재우,,
왜적들이 가장 두려워 했다는 최고의 의병장.
장군은 이웃 의령의 명산 자굴산 자락에서 세속의 부귀와 명리를 뜬구름
같이 여기며 음풍농월로 한가로이 지내다가 왜란이 일어나자 분연히
일어서 가산을 모두 털어 의병을 일으킨다.
당시 그의 부인이  자식들도 많은데 재산을 모두 소진 시키면 어쩌냐고
걱정을 하자 장군은  다시 그런말을 하면 부인이래두 용서하지 않겠다며
비장한 결의를 내보인다.
장군의 일화중에는 재미나는 겄이 많은데 기중 하나를 소개한다.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장군이  큰 상자를 두고 물러가니 왜놈들은 그게
무슨 보물 상자로 착각을 하고는 몇개 없는 이빨을 드러내고 껄껄 거리며
상자를 열어제끼니 조선의 벌중에서도 가장 흉악하고 악독하다는 땡삐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와 맹렬하게 왜놈들을 공격하니 그만 혼비백산하여 다리가
둘뿐임을 한하며 도망가기에 절박 하더라.
주지 하다시피 왜놈들은 팬티 만드는 기술이 없어 당시에는 속옷을 입지
못했는데  이땡삐가 보통 독물인가  구석구석 품을 파고들어 특히나
씻지 않아 냄새가 등천을 하는 불알을 사정없이 물고늘어지며 독침을
남발하니 그때부터 왜놈들의 아랫도리는 기운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고
야사에 전해온다.

  

작년 이던가 어느 잡지에 보니 세계 남성들의 성적 매력의 순위를 발표한바
있었는데 일본  남자들이 자랑스럽게도 꼴찌의 영광을 수상해 위의 야사가
통 근거없는 백지무근이 아님을 증명한바 있다.
이후 또 한번의 치열한 전투가 있은후 장군이 또 큰 상자를 떨궈 두고
물러가니 아무리 본데 없는 무식한 왜놈들 이라고는하나 두번은 속지를
않고  우리 의병들에게  곤죽이 되도록 맞은 면상을 번들거리며 상자 주위에
심산궁곡에서 벌채한 질 좋은 황장목을 뭉특뭉특 쪼개어 쌓아 놓고는 불을
질러 땡삐를 태워 죽이려 한다.

  

근데 또 이무신 괴변이란 말인가,,
불길이 너울 너울 춤추며 시뻘겋게 달아 오르는데도 상자 안의 벌들은
조용하기만 하니 조선엔 미물인 벌조차도 도를 통해 차가움과 뜨거움을
초월했단 말인가 싶어 왜놈들은 더욱 상자 주위로 바짝 바짝 조여 앉는데
갑자기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과 함께 주위의 산들이 무너져 평지가 되고
평지는 노도같이 허공을 차올라 훑어 내리니 삽시간에 왜놈 일개 부대가
풍비박살이 나 평토제를 지내는 꼬락서니로 전락해 버렸다.

  

500년후,,
왜놈들이 또한번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조선을 침략해 갖은 만행과
악행을 자행하며 하늘 높은줄 모르고 날뛰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불벼락을 맞게 되는데  피어 오르는 버섯 구름 모양이 장군의 불벼락
형용과 같다하니 우리는 아마도 500년 전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전쟁이  끝나고 하사한 모든 벼슬을 사양하고 송홧가루로 연명하다
우화등선 하였다 하는데 실제는 향골 인근에 비슬산 가는 길의 현풍읍에
고이 잠들어 계신다.

  

장군의 위명이 워낙 쟁쟁하다 보니 경상도에선  곽쥐 온다고 하면 우는
아해도 울음을 그친다고 하는데  벽초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전에 보면
꺽정의 부하 중에 한사람인 곽오주가 우는 아이를 무시로 살해해  또
곽쥐로 불리워 지니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겠다.
정상엔 한무리의 산꾼들이 왁자하게 떠들며 즐기다 돌아 갔는데 금방
깎은 과일 껍질을 함부로 버려 과히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지라 눈살이
찌푸려 진다.

  

가야할 건너편의  금성산과  뒤의 허굴산이 차례로 현신을 드려 오는데
문득 우뢰 소리 크게 들리며 일진광풍이 대작 하더니 향골호 깊은 물결
에서 거대한 황룡이  비늘을 털며 날아 오른다.
햇볕에 번쩍이는 어마한 아가리에선 쉴새없이  붉은 빛이 짖쳐 나오고
백발이나 될듯한 싯누런 몸뚱이는 함부로 꾸불텅 거리며 요동을 치더니
그 사품에 금성산의 비석 바위가 용의 초리에 맞아 산산히 부서져 나간다.
공중에서 포효 하던  용이 급작히 객에게 달려 드는데  한출첨배의 땀으로
목욕한 객은 도망 갈곳이 없더라.

  

큰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니  맑은 송풍이 불어와 놀랜 가슴을 진정 시켜
주고 바위는 봄볕에 따뜻이 익어가고 있다.
허적 허적 내려서는 길에 진달래의 망울은 더욱 봄빛을 재촉하고 있다.

  

                          2006년 3월 5일.   난테  진맹익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