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성지맥 맛보기 ]

 

산행일자 : 2007,7,29 (일)

산행구간 : 명성산입구-덕재 전 고개마루-여우봉-여우고개-군부대-사향산-낭유고개

산행인원 : 돌양지,산시조,청산은,에버그린

날     씨 : 흐림,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강한 소나기 후 맑음

 

지난 지리산 둘러보기 산행 중 명성지맥 한 구간 어떠냐는 돌양지님의 얘기가 있었다.

명성지맥이 시작하는 광덕산과 각흘봉 사이에 있는 자등현은 일년에 몇 번은 넘나들기 때문에

평소에 눈에 익고 궁금해 하던 산줄기라 따라 나서기로 했지만 일행들이 1~9를 끝내고

기맥,지맥 종주를 하는 분들이라 유람산행을 즐기는 나로서는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건대입구에서 돌양지님과 청산은님을 만나 돌양지님의 승용차로 예정된 날머리인 도내지고개

태국군 참전비 입구에 도착하니 이미 도착해 기다리는 산시조님의 승용차가 보인다.

산시조님이 옮겨 타고 들머리인 명성산 주차장에 도착해 간단히 산행준비를 마친 후 명성산 입구에 들어선다.

 

 명성산 주차장

 

 통나무 펜션

 

 장승이 있는 지압 길

 

 

날씨는 잔뜩 흐리고 끈적거려 금방이라도 비가 한바탕 퍼부을 것 같이 보인다.

통나무로 예쁘게 지은 펜션을 지나고 우측 가게 뒤에 예전에 있던 그네는 보이지 않고

그네 줄에 빈 막걸리 통만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계곡을 우측에 두고 잠시 오르면 비선폭포가 보이며 이곳에서 좌측으로는

예전에 올랐던 바위 능선길이 멋진 책바위 방향으로 오를 수 있으며

우측으로는 계곡을 건너 여우봉으로 오를 수 있다.

 

계곡물은 비눗물처럼 뿌옇게 보여 예전에 본 맑은 계곡물이 아니다.

군부대 사격장 때문이라는데 예전에도 사격장은 있었으므로

그것이 주된 원인인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예전의 깨끗한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다.

비선폭포를 지나고 조금 더 오르면 장승이 서있고 공원처럼 잘 꾸며진 발바닥 지압 길을 지나게 된다.

 

철 다리를 건넌 후 이 계곡에서 가장 크고 멋진 등룡폭포를 지나면

키 큰 나무들이 없어져 앞이 훤해지는 지점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우측을 살펴보면

사격장이므로 출입을 통제한다는 군부대에서 세워 놓은 경고판이 있지만

산시조님이 미리 군부대의 출입 허가를 받아 놓았으므로 이 경고판 뒤로 들어 선다.

 

 철다리

 등룡폭포

 

 출입통제 간판 있는 곳

 

 출입 통제 안내판

 

 

등로는 숲이 우거진 듯 하지만 잠시 후 길의 흔적이 뚜렷이 보이고

좌측에서 내려오는 맑은 계곡물을 지나 곧 군사도로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서 안덕재와 바깥덕재를 거쳐 여우봉으로 올라야 하지만

안덕재로 향하는 고개마루에서 능선을 향하여 올라선다.

 

거친 잡목을 헤치며 얼마간 오르면 무슨 시설물에 이르게 되고 다시 시설물을 지나면

넓은 헬기장에 올라서게 되지만 뿌연 상태의 시야 속에서 주변 조망은 기대할 수 없다.

좁은 능선길을 헤치며 여우봉 전위봉에 오르는데 2주만의 산행이 부담되는지 온몸이 땀에 젖고

발걸음이 무거워 산행이 힘들게 느껴져 여우봉에서 내려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위봉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조금 걸으면 여우봉에 올라서게 된다.

각흘산악회에서 여우봉이라 쓴 나무판이 나무에 걸려있고 넓지 않은 작은 공터이다.

여우봉이 원래 조망이 없다는데 주위는 온통 안개 속이니 더더욱 조망은 없다.

 

  군사도로를 만남


 시설물

 

 헬기장

 

 여우봉 전위봉

 

 여우봉1

 

 여우봉2

 

아침식사 후 컨디션이 좀 나아진듯하여 계속 산행을 이어간다.

여우봉은 일반 산악회에서도 가끔 오는지 비교적 길이 뚜렷하다.

한길 숲 속에 향이 좋은 흰 꽃들이 무리 지어 피어 있는데 ‘으아리’ 라고 한다.

오래 되어 식별이 잘 안 되는 묘지를 지나치면 여우고개가 눈 아래 나타난다.

 

 으아리

 오래된 묘지

 눈앞에 보이는 여우고개

 

 여우고개1

 

 여우고개2

 

 

고개에는 여우재 상회라는 가게가 하나 있고 콘크리트 길을 사이에 두고

칼국수등을 파는 식당이 있으며 펜션을 알리는 많은 간판이 어지럽게 걸려있다.

군부대로 향하는 콘크리트길을 따라 가다 우측의 장발장 펜션을 지나면 좌측으로 지맥길이 이어지지만

산시조님만 그 길을 따르고 나머지 일행은 콘크리트 길을 따라 군부대 정문 앞까지 오른다.

 

군부대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 사향산이라 하는데 지맥길은 군부대 정문에서 우측 철조망

옆으로 보이는 등로를 따라 이어진다.

정문 앞에 도착한지 50여분이 지나 산시조님이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는데 산길을 올라

군 철조망이 있는 곳에서 좌측으로는 길이 없고 우측 방향의 군부대 정문까지도 흔적이

희미하여 30여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장발장 펜션

 

 사향산 군부대 정문

 

 정문 우측 철망 옆길

 

 

산시조님이 도착하여 잠시 휴식 후 정문 우측의 철조망을 따라 이동한다.

산시조님을 기다리는 동안 멀리서 간헐적으로 들리던 천둥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더니

후두둑 거리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급히 우의를 입고 배낭 커버를 씌운 후 능선에 올라 우측으로 방향을 틀고 잠시 걸으면 

제법 넓은 공터 가운데에는 누군가 작은 돌에 사향산 이라고 써 놓았으며 옆에는 2007년

재설 갈말 458 삼각점이 있다.

 

 사향산

 사향산 삼각점

 

 

번개치는 모습이 마치 싸이키델릭 조명같이 보인다.

머리 바로 위에서는 따발총 소리인지 콩 볶는 소린지 천둥소린지 분간이 안될 만큼

요란하고 빗줄기는 아예 양동이로 퍼부어대니 순식간에 등산화 안에서는 개골거리는

개구리 소리가 들리며 등로는 논에 물 대는 수로처럼 바뀌어 버린다.

 

일행 모두 평소에 무슨 많은 죄를 지었는지 머리 푹 수구리고 엔진을 최대한 풀 가동하여

내빼는데 뒤에서 보니 민첩하기가 중국 영화에 나오는 무사들 뺨치더라.

4명중에 3명이 첨단 장비인 지피에스로 중무장 되었고 나만 혼자 재래식 장비인 나침반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잔챙이 갈래능선이 여러 곳 있었지만 역시 첨단장비로 무장된 지맥꾼들은

한치의 오차 없이 ‘빗 사이로 막가’고 있다.

 

그 와중에 수로로 바뀐 등로 사진을 한방 찍는다고 빗속에서 조심스럽게 디카를 들이댄 후

디카를 잘 수습하고 나니 퍼붓는 빗속에 앞선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허둥대며 긴 콤파스를 최대한 이용해 엔진출력을 더 높이니 비로소 저 앞 숲과 나무들이 흔들리며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수로로 변한 등로

 

몇 초 간격으로 이어지는 번개와 천둥소릴 들으며 앞에 선 3사람의 스틱이 걱정되지만

그래도 이젠 많이 내려왔고 주위엔 큰 나무들이 있으니 비교적 안심된다.

그렇게 얼마를 내려 왔는지 모른다.

 

눈앞에 아스팔트가 보이며 낭유고개에 내려선다.

낭유’ 란 ‘이리’ 라는 뜻이라 하니 옛날에는 이곳에 이리가 많이 나타난 모양이다.

이렇게 퍼붓는 빗속에서 산행을 계속한다는 것은 무리라 판단하고 이곳에서 산행을

끝내기로 하지만 주차한 곳까지 이동이 문제다.

 

 낭유고개

 

 

차는 제법 다니지만 이런 모습의 우리를 누가 태워 줄리도 없고 우리도 히치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명성산 주차장까지 걷기로 한다.

다행이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아 고개를 내려간 후 작은 고개 하나만 더 넘으면 된다.

 

낭유고개를 내려가는 사이 빗줄기는 조금씩 가늘어 지더니 주차장에 와서는 거의 그쳤다.


 

 낭유고개를 내려가며 본 명성산

 

 낭유고개를 내려가며 본 여우봉

 

  명성산 책바위능선

 

 

식당을 찾아 사정 이야기를 하고 세면장을 빌려 들어가니 더운 물도 나오고 목욕탕이 따로 없다.

게다가 세탁기까지 있어 여벌의 바지가 없는 사람은 세탁기로 탈수하여 입으니 감쪽같다.

소나기 덕분에 빨리 산행이 종료되고 산행메뉴에 없던 메기 매운탕과 막걸리로 점심식사를 겸한

뒤풀이를 마치고 나니 언제 그렇게 폭우가 쏟아졌냐는 듯이 파란 하늘에 흰 뭉게구름이 보기 좋다.

 

도내지 고개에서 산시조님과 헤어지는 인사를 나누고 다시 건대 입구에 도착하여

돌양지님, 청산은님과 다음을 기약하며 오늘의 명성지맥 맛보기 산행을 마감한다.

 

에버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