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통일의 역사속으로.. 낙동정맥16구간(아화고개-땅고개)  


 

 2010.  2.  21. (일) 영하9도-영상10℃ 

 

꼭지와 둘이서 


 일출 07:08 / 일몰 18:11 / 음력 1.8 

 

 

  
▲부산성(富山城) 고랭지밭에서 바라본 정맥 마루금과 단석산

 

  

 

▲사룡산 가는길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영천방향  


 


 


 

▣ 구간별 산행기록


 

07:00 아화고개(지경재 100m)    -산행시작-

07:40 고속도로 굴다리

08:08-08:18 형제목장고개 (알바 10분)

10:30 전망대바위(640m)

10:45 사룡산 갈림길(656봉) 비슬지맥,밀양기맥 분기점

10:55 사룡산(683m)

11:05 사룡산 갈림길

11:35 숲재(숙재 475m)

12:30-12:50 오봉산(닭버슬산) 분기점

13:10 깃대배기봉(731m) 고랭지 채소밭

13:25 성터(부산성)

14:00 병풍산 헬기장(763m) / 석두봉(774.4m)능선 분기점

14:35-14:45 독고불재(460m) 임도 (채석장)

15:20 651봉 삼각점

16:30 임도

16:55 땅고개(당고개 310m)       -산행종료-


 

총 산행거리 : 17.0 km / 9시간 55분 ( 휴식 포함)

 

▣ 정맥종주거리 : 정맥거리 17.0 km  / 누적거리 258.3 km

             아화고개→1.3←경부고속도로굴다리→5.9←사룡산갈림길→1.3←숲재→3.4←753봉→5.1←땅고개=17.0km

                        

▣ 총 누적거리 : 281.7 km (접근거리 포함)

▣ 주의구간 : 없음 

▣ 교      통 : 북대구I.C-영천I.C-아화고개휴게소 (약 62km  / 50분)

▣ 차량회수 : 땅고개-건천(산내발 350번시내버스) / 건천-아화(경주발 300번) 버스는 1시간 이내 수시로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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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로 향하는 중요한 군사적 관문

 

 

오늘 진행하는 아화고개-땅고개구간

삼국시대 서라벌 최후의 방어벽이었다. 아화고개와 땅고개를

넘지 않고서는 서라벌로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다른곳은 낙동정맥이라는

울타리가 막아서고 있었으니 이 두 고개는 군사들이

이동하는 주요 관문이었던 셈이다.

 

신라 천년을 지켜준 방어벽,

바로 낙동정맥의 한 산줄기라데서 오늘 산행의 의미가 있다.

무열왕 김춘추와 김유신이 전장으로 넘나들던 고개, 적들의 침공에 대비하여 

100만평이라는 산꼭대기 분지에 쌓은 부산성(富山城), 삼국시대 군사들의

함성소리가 메아리쳤던 역사의 현장으로 꼭지와 길을 나선다.

 

오늘 구간 거리는 17km에 불과했지만

북사면에 쌓인 눈 때문에 미끄러워 진행이 더디기만 했다.

부산성(富山城)을 내려서면서 부터는 땅고개까지 오름과 내림이 심했다.

급기야 꼭지가 마지막 봉우리를 넘어서면서 다시는 낙동 안한다며

주저앉을 정도로 힘든 산행이었다.

 

 

 

▲아화고개 휴게소 (경주-영천 간 4번국도 구 도로에 위치)

 

대구의 아침최저 기온은 영하 1도였다.

남부지방인 경주는 더 포근해서 영상의 기온일거라 예상했는데

뽈이 시릴정도로 얼얼하여 온도계를 보니 영하 9도다.

 

온도계가 잘못됐나 싶어 다시 봐도 ㅡ9도, 아화고개가 이렇게

추울 줄 몰랐다. 휴게소에 차를 세워두고 냉동창고가 있는 송전탑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송전철탑이 12개정도 마루금위로 이어진다. 과수원과 밭, 야산이 많아서

표시리본이 없다면 어디가 길인지 구분이 쉽지않다.

 

 

 

 

▲송전 철탑따라 사룡산 방향으로 진행할 난해한 마루금

 

 

 

▲형제목장 고개에서 바라본 영천 효리 방향 (마을 3거리까지 갔다가 뒤돌아온 엉뚱한 알바지점)

 

 

머리는 몸 더러 "니가 알아서 해!"

 

형제목장고개 절개지에서 좌측으로 내려서야 했는데

우측으로 내려서고 말았다. 마루금을 코앞에 둔 채, 멀리 보이는 능선을

마루금으로 착각하고 마을입구 3거리까지 갔다오는 헤프닝을 벌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알바였지만 산에서는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산에만 오면 머리는 게으름을 피운다. 아니, 정신줄을 놓고 아예 쉬고 싶어한다.

그래서 일상의 상념과 삶의 무게에서 오는 고단함도 사라진다.

 

산속에 있는 날은 몸과 마음이 휴식중인 날인가 보다.

다리는 움직이고 있어도 휴면 상태라 제멋데로 가려하고, 머리는 몸 더러

니가 알아서 해라는 식이다. 그래서 엉뚱한 알바를 하는지로 모르겠다.

 

정신줄을 놓게 하는 山

사람이 산에 있으면 신선(仙)이 된다고 했는데

그러면 오늘은 신선을 체험한 하루?

 

 

 

 

첫봉우리에 올라서니 등로에는 눈이 소복히 쌓여 있다.

오늘 구간은 빙판의 암벽도 없고 눈은 대부분 녹았으리라는 예상에

아이젠을 챙겨오지 않았다. 오늘 고생깨나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룡산은 네 마리의 용, 또는 네 개의 봉우리를 뜻한다.

이름에 걸맞게 분기점까지 너댓게의 봉우리가 연달아 진을 뺀다.

눈이 쌓여 미끄러운 길을 1시간여 헉헉거리며 오른다.

하지만 낙동하면서 처음 밟아보는 눈길이라 싫지는 않다.  

 

 

 

 

 

남쪽으로는 오봉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닭벼슬산' 또는 '주사산'이라 불리기도 하는 오봉산,

오봉산능선은 경부고속도로 경주터널위로 이어진다. 예전 고속도로로

다닐적에 저 산줄기를 낙동마루금으로 착각하곤 했었다. 낙동 산줄기는 아화를

지나면서 너무 낮아 시야에서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1봉을 지나 30여분 올라서니 용의 뿔처럼 생긴 돌출바위가

여기저기 도열해 있다. 그 위에 올라서니 북쪽으로는 조망이 트인다. 

영천 북안면과 경부고속철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지난번에 내린 비와 눈 때문인지 크고작은 저수지에는 물이 가득이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넉넉하고 풍요로운 느낌이다. 

 

 

 

 

 

꼭지는 더 이상 못올라가겠다며 퍼질고 앉았다.

명세기 용을 네 마리나 타 넘어야 되는데 쉬울리가 없지..

 

 

 

 

 

좌측으로 비슬지맥에서 뻗어내린 능선들이

영천 북안면 산골마을을 포근하게 감싼다. 구석구석 사람이 살지않는 곳이 없다.

산비탈에 일구어놓은 논과 밭, 옹기종기 모여앉은 시골집들..

산은 예로부터 우리가 기댈 언덕이자 삶의 터전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산비탈에 기대어있는 정겨운 마을풍경과

멀리 영천 시내의 아파트숲은 또 다른 세상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 삭막한 세상에서도 서로 부대끼며 살아간다.

 

그래서 산이 더 그리워지는지도 모르겠다.

 

 

  

 

▲비슬지맥(밀양기맥) 분기점

 

 656봉은 비슬지맥 분기점으로 사룡산 전위봉인 셈이다.

이곳에서 정맥은 좌측이고 비슬지맥은 직진이다.

사룡산은 정맥에서 비켜나 있지만 10분거리다. 특별한 조망은 없지만

 배낭을 내려놓고 다녀오기로 한다.

 

 

 

 

 

사룡산 정상 가는길은 눈이 더 깊다.

 

 

 

 

▲사룡산(683m)

 

 

 

▲고도 500m 지점의 우라생식마을

 

 

 

▲뒤돌아본 사룡산(좌)과 분기점

 

 

 

▲숲재(숙재), 우라리에서 아화로 넘어가는 지방도

 

석두암, 석두산 2km이정표가 보인다.

이곳 주민들은 지도상 '금강암'이라 표기한 곳을 석두암으로,

774.4봉을 석두산으로 부르는 것 같다. 석두산은 헬기장인 763봉(병풍산)에서

서쪽으로 뻗어내린 능선으로 장사마을을 병풍처럼 감싸며 지난다.

장사마을이 무릉도원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도에는 '숲재'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이곳 주민들은 고개가 아화쪽으로 급하게 숙진다하여 '숙재'라고 부른다고 한다.

절개지위에서 아화쪽으로 내려다보니 길이 급하게 곤두박질 친다.

숙재?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숙재에서 시작된 임도길은 '부산성' 안으로 연결되어 있다.

 

 

 

 

멀리 우측으로 지난번에 걸었던 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고도가 100m인 아화고개에서 송전철탑따라 겨우 맥을 유지하는 낙동마루금..

분수령이 맞나 할정도로 땅바닥에 바싹 업드렸다. 우측은 오봉산 능선.. 

 

 

 

 

 

북사면에는 무릎이 빠질정도로 눈이 쌓였다.

청송 주왕산이후 처음 따라나선 꼭지가 고생이 말이 아니다.

오늘 정맥의 쓴 맛을 톡톡히 본 하루였다.

 

 

 

 

▲부산성 북쪽 울타리를 이루는 오봉산 줄기

 

 

 

삼국통일의 정신이 깃든 부산성(富山城)

 

사적 제25호로 지정된 부산성(富山城)

백제가 멸망한 3년후인 663년 정월에 착공하여 3년뒤에 완공하였다. 

신라는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도성을 더욱 굳건히 지키기 위해 이곳에 城을 쌓았다.

그러한 정신이 어쩌면 삼국통일을 이루게 한 신라의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른다.

 

성의 둘레는 7.5km에 이르고 넓이는 100만평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부자산성이다. 

부산성 축조당시 의상대사가 예언하기를, 성 안에다 '주사암'을 두면

신라는 영원히 망하지 않을 것이라 하였으나 주사암을 밖에 두고 산성을 쌓았다.

결국 대사의 예언대로 신라는 망하고 말았다.

  

 

 

 

오봉산 '주암'아래에는 '주사암'이 위치해있고

그 중간의 바위가 마당바위로 얼마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선덕여왕이 숨을 거두는 장면을 촬영하였다고 한다.

마당바위는 100명정도 쉴 수 있는 너럭바위로 김유신이 술을 빚어

병사들과 함깨 나누어 마셨다는 전설이 전하는 곳이다.

 

 

 

 

 

 부산성은 동그란 원형으로 멀리 계곡이 끝나는 지점이

동문이 있는 부산성 입구로 천혜의 요새처럼 생겼다. 마주 보이는 '소산'뒤쪽이

유명한 여근곡이다. 선덕여왕때 백제가 이곳으로 침공하자 여근곡으로

유인하여 격퇴시켰다고 한다. 여근의 힘? 

 

 

 

 

▲부산성 고랭지밭에서 바라본 단석산

  

예전에는 성내에 20여호 되는 마을과 초등학교 분교가 있었다.

1970년대 목장조성을 하면서 모두 철거되고 지금은 고랭지밭으로 변해있다.

까만 점들이 움직여서 사람인가 했는데 아이만한 덩치가 큰 매다.

족히 10마리는 될 듯한데 이곳이 매들의 집단 서식지 같다. 

 

 

 

 

 

한 마리는 하늘을 선회하며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모두 떼지어 달려들면 사람도 잡아먹힐판이다. 스틱에 힘을 준다.

내려오기만 해봐라~~! 

겁많은 꼭지는 커다란 매가 무서운지 빨리가자고 한다.

 

한 마리 잡아가자는 말 안하니 다행이다.

 

 

 

 

 

 

 

▲허물어진 산성터에서 바라본 단석산

 

 

 

 

병풍산 오름길.. 꼭지는 여전히 힘든 걸음걸이다.

처음 산에 다닐적에는 하루 대여섯 시간도 겨우 걷던 꼭지가 평균 20km를

걸어야하는 백두대간을 종주하게될 줄 몰랐다. 산길을 꾸준히

걷는 것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는가 보다.

 

 

 

 

 ▲763봉인 헬기장에서 바라본 석두봉 능선

 

 

 

병풍산(763m) 헬기장 산불초소에서 바라본 단석산과 가야할 정맥 마루금,

 

 

 

 

멀리 청도방향으로 산너울이 춤을 춘다.

저 어디쯤에 솟아있을 옹강산, 문복산, 가지산.. 영남알프스의

산군들이 어서 오라며 손짓한다.

 

 

 

 

▲채석장으로 이어지는 독고불재 임도

 

 

 

▲독고불재에서 힘들게 올랐던 삼각점이 있는 651봉

 

 

 

 

 좌로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병풍산(763m)으로 불리는 헬기장과

우측으로 멀리 부산성 고랭지밭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래 독고불재에서 우측 651봉 오름길이 오늘 가장 힘들었던것 같다.

경사도 급하고 눈길이라 수없이 미끄러지며 올랐다.

 

 

 

 

 

하산길은 남쪽이라 포근한 낙엽길이다. 

 

 

 

 

 

이제 다왔나 싶었는데 임도가 가로막는다.

작은 봉우리를 또 치고 올라야하는데 꼭지는 더 이상 못가겠다고 버틴다.

하지만 집에 가려면 안갈 수도 없고.. 

 

꼭지 왈,

 

"다시는 낙동 하나 봐라!"

 

 

 

 

▲땅고개(당고개) 휴게소

 

 

 

▲다음구간인 국립공원 단석산 들머리

 

 

 

▲아화고개-땅고개 산행지도 / 출처 : 사람과 산  

 

 

산내와 건천을 이어주는 20번 국도인 땅고개,

산내쪽에 당집이 있었다 하여 당고개라고도 부른다.

고개위의 표지석에는 땅고개라 되어있고, 국립공원 이정목은 당고개다.

당인지 땅인지 오늘은 여러가지 헷갈리게 만든다.   

 

20여분 기다리니 건천행 시내버스가 도착한다.

건천정류소에서 다시 아화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아화휴게소에

내려달라고 기사님께 부탁을 한다. 아화휴게소는

경주 시내버스의 회차구간이라 이용하기가 편리한 것 같다.

 

 

ㅡ 끝 ㅡ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