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리는 어디쯤 오는지...【비슬산 - 대구 달성】


 

 


 

유가사 (P) -도통바위 -비슬산(대견봉) -1005봉 -대견사지 -수성골 -유가사 (P)


 


 



 

2010. 4. 18 (일)


 

꽃뫼 46명


 



 

 

 

 

 

 


 

 춘삼월의 정취에 푹 빠져 있었기에 세월의 도를 넘어서는 줄도 몰랐다. 봄의 중순을

 넘어서는 4월의 시기는 무릇 절정의 초기단계이다. 이 즈음에는 꽃망울에서 벗어나

나래를 펼 단꿈에 젖어있는 파릇한 잎새가 바람에 뒹굴며 꽃길을 뒤흔드는 것이다.


 


 

 

 


 

 

 

 

 

 

 

 

 

 

 

 


 

   반도의 곳곳에서 봄날의 여명이 선명하게 비쳐진다. 싱그런 춘화의 첫 소식을

알리기도 하는 때다. 촉촉한 기운과 샘솟는 봄의 정기는 자연속에 안착하여

모두에게 파란꿈을 가져다주었다. 충만한 봄이기에...


 

 

 

 


 

 

 

 

 

 

 

 

 


 

 이 세태속의 고뇌와 영화가 남긴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공간속의

 우리만의 현실 속으로 안주하기로 했다. 절기의 변화상 충만하면서 당당하게

    봄을 내세울 수 있는 여기만의 공간으로, 핑크빛 사랑을 가슴에 지닌 채 빼어난

풍경을 품은 고즈넉한 비슬의 산품으로.


 

 


 

 

 

 

 

 

 

 

 

 


 

회색빛 창공이 봄안개로 가득 차 있다. 비슬 산정의 구도가 희미하지만 봄의

       길목에 들어섰음은 뚜렷하다. 초록 물결을 몰아치게 하는 4월의 바람은 머리마저

맑게 한다. 시원한 머릿속에 연분홍 꽃비 한마당이 그려진다.


 


 

 


 

 

 

 

 

 

 

 

 

 

 

 


 

     조용히 움터있던 봄바람이 살랑이기 시작한다. 숲속과 산목에도 봄기운이 아롱아롱

넘실댄다. 그 길을 따라나선다. 산 속에는 푸른 물이 고요하게 담겨있다. 싱싱한

나무들 사이로 깔린 영롱한 햇살이 봄바람에 해맑게 일렁인다.


 

 

 

 


 

 

 

 


 

          봄빛 완연한 산로를 따라 이어지는 잘 가꾸어진 산목들의 길목에 나슬나슬하게

초록빛 잎새들이 움츠렸던 얼굴을 내민다. 미감적인 봄의 시절이 열리기

시작했다. 초연한 마음가짐을 하고 배낭을 내려놓는다.


 


 

 


 

 

 

 

 

 

       나무사이로 비쳐지는 능선의 情緣한 풍경은 파란 꽃을 수놓은 듯 만춘의 부드러운

촉감을 일으킨다. 눈까풀에 미미한 경련이 일어나며 사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조용히 나무에 기대며 그 무언가를 생각해낸다.


 


 

 

 

 

 

 

 


 

       마치 고운 꽃단장을 한 채, 세상위에 맑고 비단 같은 아름다운 춘수를 심어 놓은 듯

 비슬산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파랗게 질펀한 산굽이는 하늘 길을 열려놓았다.

구부러진 이 마음도 열려 놓아 그 길로 들어섰다.


 

 

 

 


 

 

 

 

 

 

 

 

 

 

 

 

 

 

 

 


 

        정숙한 봄을 맞으며 아늑한 봄바람이 휩쓰는 산중을 거쳐 너울대는 억새밭을 지나니

   고즈넉한 재색빛 참꽃지대가 내 눈을 사로잡는다. 여기서는 봄을 찾을 길이 없다.

   그저 광활한 풍경만이 펼쳐질 뿐이다. 그곳에서 깊은 고립감을 느낀다. 대체 봄은

어디쯤 오는지...


 


 

 

 

 

 


 

     비슬의 산자락에 젖어드는 감성이 더없이 이는 듯 유채색 풍경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봄기운에 감싸있는 무림도 봄의 광채를 띠면서 부드러운 색조로

   치장을 한다. 시간의 축적이 더디지만 그 내공의 힘이 우리에게 전달되는

느낌은 이미 봄은 세월의 선을 넘나들고 있음이다.


 


 


 

 

 

 

 

 

 

 

 


 

이 깊은 산정이 높고 낮은 산들을 휘감으며 봄의 물결을 흐르게 한다. 그 풍경은

  유장한 세월과 더불어 긴 터널을 거친 고전미를 생동감 있게 전하고 있다. 비슬의

향기가 은은히 묻어난다.


 

 


 


  

 

 

 
 
 
 
 
 
 
 
 
 
 
 
 

       쓸쓸히 전해오는 허망감.....   3년전의 화사한 모습이 머릿속을 스친다.

 

" 의연히 안개속에 젖어있는 상봉의 주변에는 참꽃들이 자연스럽게 피어 있어 숲 속 같은

   정원이라 아름답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군락지를 이루고 봄의 향연에 짚불을 집히며,

              광활한 평원에 활활 타오르는 연분홍불꽃이 봄빛의 광채를 안고 있었다. 어서 불꽃놀이 가자... "

 

그때의 미경을 회상해 보았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뻗어있는 산등의 얼굴이 봄빛을 받아 색감을 높힌다.

꾸미지 않은 듯한 소박한 산정과 운치 있는 봄의 물결이 일시에 피어나는

            연분홍 꽃구름을 연상케 한다. 멀리서 보면 옅지 않은 미감적 실타래 같기도 하다.


 


 


 

 

 

 

 

 

 

 

 

 

 

 

 

 

 

 

 


 

    내 안에 환하게 들어오는 봄빛 산로을 따라 한 발짝 한 발짝 걸음을 옮긴다.

한참을 걷다 고개를 드니 푸른 바다처럼 드넓은 산야가 은은한 풍경처럼

   펼쳐진다. 청산의 충만한 공간을 바라보며 마음을 비우니 때마침 봄바람도

불어온다. 


 


 



 


 

 

 

 

 

 

 

 

 

 

 

 

 

 

 

 

 

 

 

 

 

 

 

 

 


 

 능선의 웅장한 깊이가 산굽이 따라 소리 없이 펼쳐진다. 오랜 시간을 버텨온

바위에 서면 봄의 상념이 바람처럼 머리를 헝클고 지나간다. 걸터앉은 바위

주위로는 해맑은 비슬의 천의 소리만 봄바람에 씻겨와 그득히 담긴다.


 


 


 


 

 

 

 

 

 

 

 

 

 

 

 

 

 

 

 

 


 

         어느새 봄안개가 한데 모여 세차게 일렁이며 산등을 훑고 산허리의 넓은 사면을

뒤덮어간다. 눈에 거의 띄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조금씩 각도가 낮아진다.

     희미한 안개가 낮게 깔려 선을 따라 잠잠히 흘러가는 봄의 계곡은 고요하면서

차분하다.


 

 


 


 

 

 

 

 

 

 

 

 

 

 

산줄기 사이로 흩어지는 바람소리와 잔잔한 산정 위로 쏟아지는 봄의 광대함이

 유화 특유의 질감과 만나면서 정조함을 배가한다. 산중에 스며드는 봄의 감정이

이니 그 情感이 차곡차곡 쌓인다.


 


 


 


 

 

 

 

 

 

 

 

 

 

 

 

 


 

       길섶의 잎들이 서서히 푸르름으로 물들어 간다. 싱그런 봄의 기운에 마음껏 취한

상태가 확연하다. 손으로 만져 보니 봄의 색깔로 변하여 감촉이 좋고 촉촉한

   물기를 담고 있다. 이제 이 옅은 이파리는 봄에 물들어 짙게 퍼져 나갈 것이다.


 

 



 

 

 

 

 

 

 

 

 

 

 

 

 


 

  황량한 참꽃단지가 아름다운 꽃망울을 머금은 채 비슬의 위를 가로지르고 있다.

봄안개가 그 사이를 떠다니며 몸을 걸고 허공에 매달린다. 청람빛 산정을 향해

     미끄러져 내달리어 군락지를 스치며 지나가는 짜릿한 상쾌함에 그만 눈이 저절로

감겨진다.


 

 



 

 

 

 

 

 

 

 

 

 

 

 

 

 

 

 

 

 

 

 

 

 

 

 

 

 

 

 

 

 

 

 

 

 

 

 

 

 

 

 

 

 

 

 

 

 

 

 

 


 

     대견사지 전망대 끝에서 만난 산정의 장대함. 스님 5명이 모여 봄의 힘찬 기운을

    받아 찬연하게 드러내는 우람한 연봉들의 장엄함에 탄성이 술술 나오고 있었다.

     때마침 안개가 걷히며 짙게 드리운 산봉 너머로 대구 시내가 아득히 넓게 열리기

시작한다. 


 


 


 

 

 

 

 

 

 

 

 

 

 

 

 

 

 

 

 

 

 

 

 

 

 

 

 

 

 

 

 

 

 

 

 

 

 

 흙빛 산길을 따라 우측 상봉의 장쾌함 모습을 올려보며 경탄하듯 말없이 서 있었다.

        높고 낮은 산들을 휘감고 유연하게 흐르는 강 물결처럼 아우르는 그 산형은, 정말 빼어나

마음까지 행복하게 해줌이다.


 

 

 

 

 


 

 

 

 

 

 

 

 

 

 

 

 

 


 

   뒤로 병풍처럼 두른 대견봉 줄기아래 자리한 유가사가 조용히 세월을 이고 있다.

          시간의 깊이가 내 안으로 스며든다. 세상의 그물에 벗어나 모두 잊고 철저한 격리감을

누리고 싶다. 노송사이로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다. 


 

 

 

 

 


 

광활한 참꽃 군락지와 수많은 기암, 수많은 산군무가 곁을 스쳤고, 산정의 끝자락에

 아롱아롱 맴도는 봄의 자리도 지났다. 푸르름, 부드러움, 상쾌함이 한번에 퍼져 오른

장엄한 산정에 감동도 깊게 울렸다.


 

 


 

     정답고 소박한 꽃뫼의 모습이 우리가 살아가며 느끼는 정에 대해 사유하는 여유를 전해주었다.

     또한 부담스럽지 않고 평온하게 사색하는 기분을 들게 해 주었다. 이는 유한 마음씨와 정감어린

   어감으로 회원들에게 '안온한 기다림'을 선사해주신 회장님이하 임원분들의 심도가 큰 결과라

생각된다.

 

 


 

                        꽃뫼산악회의 榮華스런 날들이 계속되기를 기원하며,

                        모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2010.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