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07. 12. 01 (당일)

어디를 : 대구 비슬산(1,083m), 청룡산(794m), 산성산(653m),  앞산(659m)

누가 : 고집통 단독

날씨 : 쾌청하면서 바람 많고 추웠음

산행 거리 : 약 18.3Km

총 산행시간 : 8시간 30

산행 여정 :

거제→소재사→대견사터→비슬산(대견봉)→용연사 삼거리(약수터)→청룡산→산성산→앞산→매지골(상인동)하산

 

오늘도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인터넷을 왔다 갔다 하던 중 우연히 비슬산, 앞산 종주코스가 눈에 잡혔고 그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점심식사로 쓸 김밥 한 줄 배낭에 담고 거제를 출발하여 칠서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하고 비슬산 자연휴양림에 도착(08:00)하니 차가운 겨울 날씨가 을씨년스럽다.

주위를 둘러봐도 소재사나 비슬산을 갈 수 있다는 입간판 하나 보이지 않고 휴양림으로 들어간다는 조그마한 화살표 표식만 보인다.

무작정 들어서니 이내 소재사가 눈에 띄고(08:15) 아담하게 앉아있는 아침 산사의 모습이 아주 정겹다.

소재사 입구에서 사진을 한 장 찍자니 카메라가 배터리 없다고 신호를 보낸다. 이로써 산행 중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다.

시작이 영 개운하지 못해 찜찜하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저녁에는 누군가가 내 차 범프를 작살 내 놓았다. 할 수 없이 소재사 전경을 휴대폰 카메라로 몇 장 찍었다.

소재사 똥개 한 마리가 아침부터 나를 보고 쉼 없이 짖어 대니 스님이 바깥 동정을 한 번 둘러 보고 들어가시고 중년부부 한 쌍이 무엇이 그리 간절한지 이른 아침에 대웅전을 찾는다. 나도 간단하게 대웅전 밖에서 목례로 대신하고 산행을 서둘렀다.

계곡을 따라 비슬산 자연휴양림으로 가꾸어 놓은 시멘트 바닥 길을 한참 동안 재미없는 산행을 하니 한 무리의 등산객이 사진을 찍는다고 모여있다. 배터리가 떨어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 놈의 배터리는 항상 결정적일 때 문제다. 웃음을 참고 인사하고 계속 산행을 재촉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이곳 비슬산에는 커다란 괴암들이 군락을 이루며 산 전체에 쫙 널려져 있는 것이 다른 산들에 비해 조금 특이하다.

잠시 머리를 들어보니 파란 하늘이 보이고 그 하늘에 석탑 하나가 덩그러니 보인다. 산꼭대기에 석탑이라니? 여기가 대견사지이며(09:15) 봄철 그 유명하다는 비슬산 진달래 군락지 평원인 것이다. 힘들여 한 시간을 쌕쌕 거리며 산꼭대기에 올랐는데 바로 귓전에서 자동차 붕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겨울에 차 타고 산에는 무엇 하러 올라왔는지 여러 대의 차가 보인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눈앞의 비슬산 대견봉을 향했다. 걷고 있는 곳이 평원 길이라 이곳 저곳 전화도 돌리고 여유를 찾으니 이내 할티재 길목(09:50)이 나오고 정상에는 높은 바위 위에 대견봉이라는 정상석이 있다. (10:00)

날씨가 추워 몸을 움츠리고 이동할 채비를 하고 있으니 유가사로 하산하신다는 산님 한 분이 다짜고짜 초콜렛 한 개를 눈앞에 내민다. 간단한 인사말과 저는 앞산으로 갑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오늘 남은 7시간 반의 시간을 향해 출발했다.

지금부터는 아주 완만한 산행이다. 가끔씩 현풍의 어떤 단체에서 친절하게 앞산과 비슬산의 이정표를 설치해 놓아 어렵사리 산행을 할 수 있었으나 용연사 삼거리까지는 너무 지루하다.

용연사 삼거리에 도착(11:15)하니 100m 아래 샘터가 있다는 표시가 있으나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대구가 가까워졌는지 나무 사이로 아파트 숲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용문사 삼거리를 지나고 조금 있다가 두 번째 샘터(11:55)가 나왔는데 구정물이다. 샘터로써의 기능을 잃은 것 같다.

바람이 세차고 날씨가 추워 양지바른 곳을 찾아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청룡산을 향했다. 언제 현풍을 벗어나서 대구시로 넘어 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정표라고는 하나 볼 수가 없다. 그냥 길이 있으니까 느낌으로 걸었다.

청룡산(13:30) 오르는 길이 너무 가파르다. 워낙 오랜만의 산행이라 다리가 풀린 것 같다.

청룡산을 지나 달비재(14:30)까지는 길이 넓은 것이 임도 같은 분위기가 나며 여기서부터 등산객들이 보이며 양지바른 곳에서는 삼삼오오 앉아서 야유회 기분을 내는 사람들로 붐빈다.

제법 높아 보이는 두 곳의 산봉우리에는 송신탑으로 숲을 이루고 있다. 한곳은 산성산이고 한곳은 앞산인 모양이다. 능선 꼭대기에 시멘트로 포장된 삼거리 길(14:50)이 나왔으며 운동복차림의 사람들이 많이 오가고 있어 산성산 가는 길을 물었다. 왼쪽으로 가란다. 한번 속았다. 돌아설 수 없어 계속 앞으로 향했다.

앞산 가는 길에는 헬기장이 있으며 정상에는 송신탑(15:20)이 우뚝 솟아 있어 정말 꼴불견이며 일반인을 통제하기 때문에 정상이 어디인지 구분을 할 수가 없다.

송신탑을 돌아 앞산 주 능선을 타고 하산 길을 물색하며 대구 서부주차장이 가장 가까운 코스를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앞으로 계속 가면 된단다. 앞산은 대구 사람들의 뒷동산이면서 휴식처이고 심신수련장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그런 곳이리라 생각이 드는데 이정표 하나 제대로 정리 된 것이 없어 대구시는 있으나 행정은 없는 도시인 것 같다.

한참을 가다 서부주차장 가는 길을 또 물어 보니 제일 마지막 능선을 넘어가면 된단다.

결국 하산을 하고 보니 앞산을 종주하여 매지골 상인동으로 하산(16:30)을 했다. 앞산을 제대로 종주한 것이다. 대구 사람들은 친절하기는 하나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

택시로 서부주차장에 도착하고 시외버스로 현풍에 이동하고 다시 택시로 비슬산 휴양림 주차장까지 가서 내 승용차에 오르니 오늘의 긴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18:00)

비슬산 산행을 시작할 때 만큼은 상큼한 마음으로 임했었는데 청룡산, 산성산, 앞산으로 갈수록 산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졌으며 최종적으로 이 코스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내가 또 다시 이 길을 걸어볼 수도 있을 까 의문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