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대덕산)에서 비슬산까지 자연을 벗삼아

2007.08 19(일, 맑음)

서부정류장(06:10)→대덕초교→매자골샘터(06:50)→대덕산능선(07:20)→통신대(07:40)→달비고개(08:30)→청룡산(10:30)→안부갈림길(11:00)→정대천(12:30)→큰바위숲(13:00)→헐티재(13:40)→비슬산초원(16:00~20)→대견봉→초원끝갈림길(16:40)→수도암(18:10)→유가사정류장(18:20)





어딜 갈까 궁리하다 소나무 숲과 암봉이 빼어난 가야산으로 정하고 평소처럼 기상해서 일찍 나선다.

하늘을 보니 안무가 끼어 앞산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서부정류장에 일찍 도착하고 보니 가야산행은 40여분을 기다려야 한다.

과일을 사볼까 살피다 예정을 바꿔 잘 하면 비슬산까지도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앞산(대덕산)을 찾아 간다.
체육공원 지나 샘터에서 실컷 마시고 한병 채운후


비슬산 가는 길에 샘터가 있느냐고 물으니 없다 하신다.


능선에 오르니 대구시내가 안무로 흐릿하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마침 한 아줌마분께 여쭈어 보니 내 예상과는 달리 통신대쪽으로 돌아 건너편 안개속에 희미한 청룡산을 넘어 가야 한단다.


시내를 덮었던 운무가 서서히 산을 넘어 올라온다. 주능선마져 파묻힌다면 어쩌지 하면서도 버려진 패트병이 반갑다.

능선길만 따라 가면 되겠지 하는데 포장 도로를 만나고 청룡산방향 주능선이 보이는 안부로 떨어지니 달비고개 이정목이 반겨준다.


이 근처에 샘터가 있을 것 같아 찾아보지만 아니 보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좀 더 들어가면 있단다.


청룡산 너머에서 찾기로 하고 한적한 숲길 따라 올라가다 김밥 한줄 먹고 곡주 두잔 마시고 커피향도 즐긴다.

무작정 이 길 따라가면 비슬산이 나오리라는 확신으로 가는데 몇 분의 산님들이 쉬고 계신다.


샘터를 물으니 그분들 청룡산까지만 간다며 고맙게도 여분의 물을 따라 주신다.

모처럼 전망 트이는 곳에 이르니 아침에 올랐던 대덕산 능선이 건너편으로 가깝고 계곡 아래로 아파트 단지도 보인다.



낭떠러지 칼바위 암릉 초입에 산악회원을 추모하는 비석이 보인다.




조심조심 오르며 발아래 정경 살피니 바로 맞은편엔 커다란 산줄기가 삼필봉을 이루며 흘러 내리고
도원지와 달서구 시가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암릉에 앉아 전망 감상하며 김밥 한줄 먹고 곡주도 한잔하고... 김밥은 되도록 빨리 먹어야 한다 했으니...

청룡산 정상에 이르니 헬기장이다.



▼저멀리 대덕산에서부터 올라 왔던 산줄기도 바라보고



▼저아래 계곡사이로 정대마을이 보인다.


▼비슬산 신령님은 저멀리 구름속에 숨어 계시겠지...


경산쪽에서 커다란 산줄기(주암산)가 비슬산 방향으로 올라가고 비닐하우스 산간마을(정대리)도 보인다.

안부로 떨어지니 좌우로 계곡이 급하다. 계곡물은 한참 내려가야 할 것 같아 얻은 물도 있어 그냥 오른다.

봉우리에 오르니 능선길은 평퍼짐한 공간 어디론가로 숨어버렸다.
소나무만 있고 어느 길이 비슬산 가는 길인지 구분이 안된다.

이제까지 우측 방향의 길은 주거지에서 올라오는 길이 였기에 가던 길을 멈추고
발 벗고 앉아 쉬고 계신 분에게 물어 그분이 가리켜 준 길로 간다.


확연한 길인데도 종전보다 많이 좁아졌다.
많은 분들이 이곳까지만 오고 비슬산은 적게 가시는 가보다 하며 달려가는데 이상하게도 진행방향이 계속 어긋 나면서 하산이 계속된다.



▼비슬산 신령님은 여전히 저멀리 구름속에 계실 것 같은데 주능선을 이탈해서 내려가고 있나봐


좌우 확인이 불가한데 차량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원점으로 되돌아갈까 하다가 숲 사이로 비닐촌이 가까우니 계곡으로 떨어졌다가 도로 따라 가면 어디엔가 비슬산 들머리가 있을 것 같다.

급경사지로 미끄러지듯이 내려가니 반가운 물소리가 들리는데 3분의 산님이 족탕을 즐기고 계신다.
이분들도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만나는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기꾼을 만나든지 또는 편견과 아집으로 밀어붙이는 상사를 만나면 이 또한 큰 불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확실히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지 적당히 아는 것처럼 해서 따라 오라 하면 모두가 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쩐지 그분의 태도가 의심적었지만 확실하냐고 되묻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믿었는데....

믿는 자에게 복이 온다는 말도 아무 때나 성립되는 것이 아니리라
특히 오후시간대에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밀어부치는 것보다는 뻔히 보이는 징검다리도 두둘려 가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이니 중도 포기하기엔 이른 것 같다.

정대리는 풍족한 계곡물로 미나리 재배를 주로 하는 한적한 산골마을인데 차도 따라 예쁜 꽃들이 연이어 환영해 주고 계곡물도 구경할 수 있어 참 좋다.








짓푸른 가문비나무 숲 지나 구비구비 돌다 실계곡수 만나 세수하고 마셔도 보니 시원하고 물맛이 좋다.

고갯마루에 이르니 청도 넘어가는 헐티재다.


울산 있을 때 들러보았던 용암온천도 가깝게 있는가 보다.


비슬산 정상 들머리 찾아 올라가는데 속도가 나질 않는다.
평편한 바위에 누워 20여분 발 벗고 드러 누어 있는데 반가운 사람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온다.

필요한 물만 남기고 여분의 물로 다시 시동을 걸어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곧 나타날 것 같은 정상은 어디쯤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한참을 떨어지기도 하는데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려온다.



▼정대마을이 저아래 보이고 잘 못 하산한 산줄기도 보인다.


▼청도방향으로 용암온천 흰색 건물도 보이고


쉬어가며 오름을 지속하니 진달래 터널 숲이 끝나고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빗방울은 하나씩 떨어지기도 하지만 다행이도 시계는 좋은 편이다.



드넓은 초원과 주변 산세를 감상하며 천천히 오르니 대견봉(1,084m)이 정경 좋은 이곳에서 쉬어 가라 하신다.






▼저아래로 주차장이 버스(600번, 대곡 전철역까지 운행) 종점이다.


현풍들녘 끝으로 낙동강이 반짝이며 휘돌아 유유히 흐르고 대구시 화현 방향으론 커다란 저수지도 물안개속에 어렴풋이 보인다.




엉뚱한 길로 빠져버린 봉우리를 보면서 이정목이 있을 텐데 보지 못한 것인지?
아무튼 새로운 경험을 해서 좋았지만....






주 능선의 아쉬움은 가을로 미루고 도성암으로 하산하는데 급경사지에 계속되는 너덜이라 늦은 밤엔 매우 위험할 것 같다.



이대로 승차하면 곤란한데 포장도로에 이르기까지 물소리가 전혀 없다.


지름길 같은 너덜길로 조금 내려가니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움푹 들어간 곳에 수량은 적지만 반갑게도 물이 흐른다.
살필 것도 없이.... 어찌나 시원한지 근육 피로가 순간에 사라지고 짚티도 담갔다 털어 입으니 기분이 새롭다.

수도암 지나 유가사를 빠져나오니 현풍행 버스(600번, 대곡 전철역이 종점)가 기다리고 있다.


▼수도암이라는데 제법 웅장한 편이다


기다리는 동안 캔맥주와 식혜, 쥬스로 응급조치 하고....

현풍들녘 지나는데 처서를 앞둔 논밭에서 불어오는 벼이삭 바람은 상긋한 시골 내음으로 반갑고
햇님은 빨간 얼굴 잠깐 보여주더니만 이내 구름 속으로 숨어 버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