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귀환 … 그 후,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봄의 豐美感]


[비슬산 /대구 달성]




2013.   5. 1 2 [일]



평택 JJ  52명




본말리[P] -용고개 -비실산 -관기봉 -삼거리 -전망봉 -비슬산자연휴양림 -유가사 [P] [5시간30분]




해는 구름에 쌓인 채 설핏하게 늙어가는 듯 반쯤 나와 가끔 눈에 띌 정도다. 희뿌연

안개사이로 보여 지는 건 밑천 짧은 봄 풍경이다. 오전의 시각이 반쯤 지난 후 빛이

차가워 보인다. 멀찌감치 비켜간 그늘이 어느새 창창 되어 되돌아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본말리 ~ 용고개 ~ 비실산]


태초에 길은 있었되 그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가 디뎠던 지맥이 끊긴

길이었던가. 소소히 불어대는 철늦은 봄바람에 길은 서서히 열려지고….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또 다른 길을 만들어 내며 우리가 가고자 하는

 태초의 길을 찾아내었다. 님들이 한발 한발 옮기면서 만들어낸 그 흔적이 쌓여 길이

되었다. 



그러니 그 길은 신뢰와 믿음의 길이었던 것이다. 그 길은 안온하게 이끄는 마음의

  길이 되었고, 위안을 주는 마음의 빛의 되었다. 그리고 옅고 흐린 그 흔적을 묵묵히

        뒤따랐던 님들. 서로의 눈짓이 기다림을 맞았고, 그 마음이 초록의 쟁반을 만들어 냈다.

비로소 환한 늦봄의 얼굴이 탄생되었다. 이 또한 기쁨을 감출수가 없었다.   



     긴 고난의 기지개를 펴고 가슴을 활짝 내민다. 그러나 5월의 기운이 어딘가에 속박되어

힘없이 맥못추는 그 무엇이 있었나보다. 툭하면 내렸던, 한없이 낮고 낮았던 자연의

     까탈한 심술에 그러했던 그 뜨악한 모습들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세상 속 너풀거리는

구색이 아니었었나 싶다.



빛의 무게감이 짧다. 긴 시간의 모퉁이에서 벗어나려던 흔적이 아직까지 상존한다.

  그러나 자연이 변주하는 시간은 허공 속으로 흩날리는 공기와도 같은 미세한 티끌의

  입자가 아닌가. 변주와 변주를 거듭하는 사이 자연의 행동은 그 속에서 멈춰져 있다.

또 어디에서 와 어디까지 가는지 섭리의 물음표가 되어버렸다.



산중을 훑으며 도드라지는 풍경과 산정의 기색에 주어진 여분이 맑아진다. 한동안

 움츠려있던 산 능선의 기세도 서서히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단정한 모습을 하며

   산맥의 물결 따라 하늘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연의 웅장함이 또렷이 탄생되기

  직전이다. 하늘 속을 거니는 이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시야에 비치는 빛 속의

위대함이 내 앞에 서려있는 것이다.



                                       「 늦봄의 기운이 산중턱 깊숙이 스며들어 더없이 충만합니다.」

                                       「 튼실한 기운이 있었기에 봄이 살아나지 않았던가요.」

                                       「 맞아요. 지나간 걸쭉한 온기로 인해 모든 만물들이 얼마나 움츠러들었습니까.」

                                       「 다, 자연의 생명력이지요. 순간, 그만큼 자연이주는 생명은 크다고 생각됩니다.」



                                       회장님과 님들의 대화가 무르익으며 서정적인 봄의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봄의 청명함이 눈에 비친다. 가녀린 산목과 줄기에 생동감이 인다. 사면 길 따라 길게

펼쳐져있는 깡마른 숲속은 어느덧 회화된 자연의 환상에 젖어있다. 그 위 능선마다

   아련히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의 숨결이 산중을 타고 깊게도 흐른다. 바로 콧속을 타고

폐부 깊숙이 전신을 적시며 곳곳에 퍼진다.



          [전망대 ~ 관기봉 ~ 전망봉]


7부능선의 중후함이 상봉과 연결되어 幽靜한 산중의 청기가 있음을 알린다.

 또 변색되어가는 산림의 그윽한 형상이 처절했던 세상의 세태를 서서히 잊게

  하여줌이다. 마음에 풍요를 느낀다. 능선을 감싸 도는 바람결에 싱싱한 기운이

 묻어나며 생기가 솟는다. 포근히 다가오는 여름의 전원곡을 합창할 때가 멀지

않은 것 같다.




                                            상봉을 머리에 이고 청신한 숲길을 오른다. 봄기운에 밀려 하늘 가까이 퇴각해버린

                                            지난 시간의 그림자가 턱 앞에 와있다.



                                              「 그 놈 참 높이도 와있다.」

                                              「 어느새 능선을 타고 넘어왔지?」

                                              「 이 산중 말이야 너무 너그러워서 탈이야?」

                                              「 그렇지 않으면 그놈은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법이지.」

                                              「 하하하. 맞아요, 맞아.」



이구동성의 상기된 목소리가 메아리 되어 산정 깊숙이 넓고 곱게 퍼져간다. 자연의

    눈높이가 우리들에게 각인되어버린 것이다. 성역이 없는 자연의 무쌍함이 되새겨지는

짧은 시간이었다.



                    [전망봉에서 비슬산 상봉 ~ 대견사지 ~ 조화봉의 능선을 바라보며]


건너편 풍광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봄기운이 넉넉하게 서려있는 안개가 걷히면서

그동안 감싸왔던 이물질을 벗어내려는 순간이다. 너울너울 빛에 타들어간다. 붉은

봄빛이 그 속을 안는다. 서정적인 순후한 美景이 펼쳐진다. 모두들 천천히 낮은

목소리로 탄성만을 읊조린다.



갑자기 머리를 스친다. 자연은 관용을 생각하게 한다. 굳어버린 마음을 부드러움으로

변화시키며 질곡에 빠진 현실에 닫혔던 생각을 바르게 일깨워주는 역설의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그 힘은 크고 넓어서 그 속에 기대는 우리에게 안위하도록

마음의 끈을 풀어놓아 또 다른 휴식처처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흰 구름에 가려있는 청명한 천공의 무게가 더없이 버겁게 보인다. 전망봉에서

먼 하늘가를 보면서 이 시대의 심각성을 느껴본다. 시대의 결핍으로 인한 존재론적

욕망에 어쩔 수 없는 시한이 되어버렸다. 과연 그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옳은 것인지

반문에 반문으로 이어지지만 도대체 성이 차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

 


   이 산정 속 봄의 흐름이 제법 번듯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자욱한 봄 안개의 역술에도

물 흐르듯 번져가는 그 기운이 청천에도 깊게 솟아있다. 질펀하게 뿜어져 내리는

  분내와도 같은 봄꽃의 향내가 산봉을 이어 타며 긴 숨결을 보내고 있다. 몇 일후면

진동으로 진을 칠 그 향기가 더없이 안온하게 느껴진다.



                     [비슬산 자연휴양림]


비슬산 상봉에서 시작되어진 꽃바람이 계곡을 적시고 사람들을 어루만진다. 연푸른

      나뭇잎들 사이로 스며드는 찬란한 몇 줌의 햇살이 안온한 위안이 되어 덤으로 얹혀준다.

봄의 끝자락에서 빚어내는 그 풍경은 실로 수정보다 투명한 초록의 봄빛깔이다.

그러니 이곳은 언제나 포근한 봄인 것이다.


                      [그 후]


 앞서갔던 시간과 차곡차곡 다져놓은 그 여정을 조용히 回想하는 시간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걸으며 느꼈던 지난 시간은 양지의 화사한 光陰과도 같은 것이다. 긴 등허리를

넘어오며 점차 희미해지던 그 시간은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잊혀지지 않는, 마음의

부메랑이 되어 또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움의 回憶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