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추억... - 충북 제천〔비봉산〕 

 


 

2010. 10. 30 (토)


 

건강의 날 행사 25명


 

 


 

봉정암 - 8부능선 - 전망대 - 정상 (원점)


 

 

 

 

 
 
 
 
 
 



 

              가을의 낭만이 깃드는 곳.


 

   가을이 촉촉이 젖어드는 이즈음, 호반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충주호로 가을나들이에 나선다.

   그곳을 따라 25명의 동료들은 정정한 마음을 가지고 가을의 만상에 나섰다. 청풍호를 위시로

 동쪽의 동산, 남쪽은 청풍문화단지, 북쪽과 서쪽은 월악 영봉과 금수산줄기, 충주호가 장대

 하게 열려 있는 곳이 바로 비봉산이다. 사위의 비경이 너무나도 고즈넉하고 넉넉한 곳이다.

 

 


 

 
 
 
 
 

 

  가을이 꽉 들어찬 빛을 받으며 충주호의 물길이 열어준 그 길을 따라 온 마음을 청풍호에

     기댔다. 지난 시절의 그리움이 스친다. 오랫동안 넘나들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 삶

      속에 담긴 추억들이 유유히 흐르는 물결위에 솟아나고, 호반을 감싸도는 산자락에 내려앉아

          있는 그곳... 세상은 유수같이 빠르게 돌아가지만, 물질을 벗 삼아 노닐었던 아련하게 기억되는

      그날들의 시간. 좋았던 그 옛날 그 시절을 회상하며 시간이 멈춰 선 듯한 소박함을 간직한

청풍호와 비봉산정에서 잠시 쉼을 얻고자 한다.

 

 

 

 

 

 
 
 
 
 
 


                 추상적인 짜임새가 가을보다 더 빛나는 가치 - 비봉산을 오르며...


 

   가을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는다. 차디찬 기후가 가을을 막아선다.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들의 측은함에 애련함이 젖어든다. 조용히 가을의 서정을 품고서 산행에 임한다.

  숲속엔 벌써 낙엽이 지곤 한다. 엽록소의 힘이 다한 것 같다. 그 푸른 잎사귀도 어느덧

절기의 변화에 맥을 추지 못하여 생기를 잃은 듯 하다.

 

 

 

 


 
 
 
 
 
 
 
 
 
 

 

   숲 속으로 파고드는 넉넉한 가을의 아침햇살에 이끌려 품속같은 오솔길을 걷는다. 잔잔히 배어든

         심연 같은 가을 길을 따라 한층 낙엽으로 다져진 부드러운 산길로 내딛는다. 한발, 두발 걸음걸이마다

          정깊은 촉감이 묻어난다. 소담한 흙길을 이어간다. 7부능선에 닿자 서서히  드러나는 청풍호의 晩景이

         눈동자에 실린다. 호수 같은 잔잔한 푸른물의 고요함이 사색을 갖게 한다. 산허리를 감고 있는 호수의

푸르름에 어느새 가을빛은 그 속에 가라앉아 있다.

 

 


 

 
 
 
 
 
 
 
 
 
 
 
 
 
 
 

 

     가을의 운기가 강바람을 타고 코끝을 간질인다. 창창한 하늘가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나간다.

안개 덮인 호수 저 너머 아련한 산자락이 물 위에 떠서 아름다운 잔영을 그려낸다. 한 폭의

청풍화이다. 더없이 평화로운 경치에 번잡했던 마음이 수면처럼 잔잔해진다.     


 

 


 
 
 
 
 
 
 
 
 
 
 
 
 
 
 
 
 
 
 
 
 
 
      빛에 그을린 연녹색 잎사귀의 화사함이 산정을 덮는다. 발끝에 닿는 산길의 느낌이 보드랍다.

     청풍호를 바라보며 이어진 산정의 숲길은 소담스럽다. 십자수의 호수 길을 보는 순간 마음이

정온해진다. 고개를 돌리면 호숫가와 인접한 펑화스러운 마을에는 단아한 가을의 여색이

정겹게 담겨 있다.


 

 

 

 

 
 
 
 
 
 
 
 
 
 

 

   태양빛에 반사된 푸른 호수의 색깔이 청초한 달의 색깔로 변해간다. 넓게 번져지며 호수 위

   산자락을 그윽하게 물들인다. 가을을 위하여 탄생되는 그 풍경은 ‘빛’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흐름을 자연스레 스치는 유려함이다. 그 산봉과 이어지는 부드러운 산세의 흐름과 유장한

기운이 가을바람을 타고 가슴속으로 밀려온다.


 


 

 
 
 
 
 
 
 
 
 
 
 
 
 
 
 
 
 
 
 
 
 
 
 
 
 
 
 
 
 
 
 
 
 
 
 
 
 
 
 
 
 
 
 
 
 
 
 
 
 
 
 
 
 
 
 
 
 
 
 
 
 
 
 
 
 
 
 
 
 
 
 
 
 
 
 
 
 
 
 
 
 
 
 
 
 
 
 
 
 

 

  어느덧 9부능선이다. 흰 구름을 이고 있는 산자락에 추색의 아련함이 아스라이 비쳐진다.

      愁色으로 변해버린 무림은 강바람에 조용히 기대며 하늘하늘 번들거리고 있다. 그사이 구름

사이를 빠져나온 가을 햇살이 호수 위로 은빛 비늘을 튕겨내고, 유유히 가르는 유람선이

물결에 흔들리고 있다. 아주 정겨운 풍경이다.


 

 

 

 

 
 
 
 
 
 
 
 
 
 
 
 
 
 
 
 
 
 
 
 
 


                  아련한 추억이 머무는 곳 - 정상에서..


 

 정상이다. 가을빛을 안고 펼쳐지는 풍경이 그야말로 기가 막히다. 운곡리 들판이 마치

  바다처럼 활짝 열린다. 가을 기운으로 충만한 너른 들판은 추색 빛으로 짙어가고 있다.

저 멀리 월악의 영봉들이 하늘아래 마치 장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고고하게 세월을

아우르고 있는 듯 유정하게 솟아있다. 

 

 

 

 


 
 
 
 
 
 
 
 
 
 

 

 이 가을의 바다 너머로 금수산 줄기가 마치 섬처럼 떠있다. 그 위로 높고 긴 능선들이 하늘과

 구름사이에 머리를 맞대며 장대한 호수에 몸을 기대고 있다. 이에 찬란하게 피어나는 호수의

햇살이 산자락 윗도리를 감싸며 가을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황홀하게 피어나는 비경이다.

 

 

 

 


 
 
 
 
 
 
 
 
 
 

 

  충주호와 청풍호를 잇는 뱃길 따라 굴곡 많은 우리네 인생사도 눈물과 한숨과 애환 속에

        흐르고 흘렀을까? 이 호수위에 몸을 실어 보노라면 저 산 너머로 보이는 작은 희망의 물결이

 우리 가슴 속에도 넘실거리게 된다. 어찌보면 현실의 세태를 안고 사는, 모든 이의 삶의

여정이 한층 깊어지는, 긴 세월속에 흘러만 왔던 애수가, 마음속 깊이 깃들어지는 곳이

여기가 아닌가 싶다.

 

 

 

 

 
 
 
 
 
 
 
 
 
 
 
 
 
 
 
 
 
 
 
 
 
 
 
 
 
 
 
 
 
 
 
 
 
 
 

 

        새하얀 파도를 쳐가며 가을의 물보라를 일으키는 객선의 자적함에 눈길이 머문다. 호수위에

    잔잔히 퍼져가는 물결 속에 멈춰 서지 않는 바람만이 뱃고동소리와 함께 청풍호를 유유히

가른다. 하루에 몇 차례 지날 뿐, 찾는 이 없어 더 외로움이 든다. 그 이유는, 강만이 알

것이다.  덩그러니 남겨진 船上모양의 전망대만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호수를

  바라본다. 훠이 훠이 굽어져 도는 저 뱃길 너머로 추상 같은  그림이 몰려온다.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시간까지 붙잡고픈 미련 많은 아쉬운 마음이 있으리라.

    

 

 

 

 
 
 
 
 
 
 
 
 
 
 
 
 
 
 
 
 

 

              【에필로그】


 

     은은한 호수의 물결을 따라 움직이는 비봉산은 가을의 미소처럼 넉넉하고 소담하다. 지평선을

 그리는 내륙의 평야만큼 광활하지는 않지만 가을의 청정한 기운을 받으며 심원하게 펼쳐진

  청풍의 평야는 수려한 호수와 어우러지며 옥답의 장을 연출해낸다. 유장한 산자락과 장대한

청풍대교, 하늘아래 굽이쳐 흐르는 청풍호, 황금 들녘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을 끝의

      온기, 자연속에 머물며 애잔하게 풀어놓는 이야기속의 수런거림, 역시, 가을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관조의 미학이다. 자연의 흐름에 이리저리 쓸릴 때도 소탈한 웃음을 잃지 않는다.


 

      25명, 가을빛이 따스한 날에 포근한 마음과 평온한 휴식을 찾아 비봉산을 찾았다. 부담 없이

      찾아든 산이라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마음으로 소중한 추억거리의 이야기를 고이 간직

 하도록 그들에게 나지막이 소원하였다. 시간이 흐른 후에야 한 사람 한 사람 그 소중했던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놓을 수 있도록... 침묵하는 생각속에 반전되는 그날을 위해서 다들

안녕과 영화가 있기를...


 


 

         가을의 추억을 만든 날  다음인  2010. 10. 31 오후 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