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7일 (목요일)

◈ 산행일정

청량리역
석포역(23:30-04:39)
월암(05:04)
암봉안부(05:55)
달바위봉(06:16)
동봉(06:38)
속세골갈림길(06:44)
무명봉(07:17)
1070.3봉(07:58)
능선삼거리(08:19)
1128.6봉(08:26)
능선갈림봉(09:04)
안부(09:50)
안부(10:30)
비룡산(11:22)
다락재(11:59)
능선갈림길(12:20)
능선갈림길(13:14)
배바위산(14:04)
암봉(14:27)
목장철선(14:46)
무명봉(14:52)
각금터널위(15:24)
승부역(16:15)
영주역(18:13-19:30)
청량리역(19:51-23:39)

◈ 도상거리
약 16km

◈ 산행시간
11시간 11분

◈ 산행기

- 월암
희끄무레하게 산봉들이 모습을 보이는 석포역에 내려 2주전 낙동정맥 석개재를 올라갈 때 이용했던 택시를 타고 육송정을 지나 송정리천 맑은 물이 퀄퀄 흘러 내리는 35번 국도를 올라간다.
도로 맞은 편으로 옛 광부들이 사용했던 아파트들이 흉칙스럽게 남아있는 월암마을에 내리니 사진에서 봤던 우정슈퍼가 앞에 있고 축축한 비안개에 젖은 마을사이로 계곡물이 급류를 이루며 내려온다.
문수사를 지나고 시멘트도로를 한동안 올라가면 오후에만 약간 비를 뿌린다는 예보와는 달리 가느다란 빗줄기가 허공에서 내려오기 시작하고 허연 비구름이 몰려오며 산자락을 감싼다.
놀라 마구 짖어대는 황구를 얼르며 가정집같은 월암사로 들어가 대웅전과 산신각을 구경하고, 표지기따라 간밤 비에 흠뻑 젖은 산죽숲으로 들어가니 금방 몸이 젖어온다.



▲ 석포역



▲ 월암마을



▲ 월암사 대웅전과 산신각



- 달바위봉
산죽사이로 뚜렸한 산길을 따라가면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하고, 이정표를 보며 굵은 밧줄이 걸려있는 된비알을 올라가니 진안 마이산을 닮았다는 두 암봉은 아쉽게도 운무에 가리워있다.
큰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음침한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두꺼비들이 뛰어다니는 미끄러운 바위지대를 지나 두 암봉밑의 안부에 올라서니 시원하게 바람이 불어와 땀을 말려준다.
밧줄을 잡고 바위사이 협곡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등로를 올라가면 철사다리가 나오고 급한 절벽에는 긴 철계단이 설치되어있는데 전에 밧줄만 있었을 때에는 상당히 힘들고 위험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야가 트이는 전망대바위에서 짙은 비구름만 바라보다가 노송들이 서있는 암릉을 올라가니 달바위봉(1073.2m)정상에는 스러져가는 무덤 한기가 누워있는데 비가 내려서인지 더욱 쓸쓸하게 보인다.
조금 위의 암릉으로 올라가면 작은 정상석이 서 있고 운무가 모든 것을 가리우고있지만 까마득한 벼랑너머로 동봉만이 희미하게나마 수려한 암릉미를 보여준다.



▲ 달바위봉 올라가는 협곡의 철계단



▲ 노송들이 서있는 암벽



▲ 달바위봉 정상의 폐무덤



▲ 달바위봉 정상



- 동봉
무덤으로 돌아와 정상을 왼쪽으로 우회하며 까다로운 바위지대를 내려가면 발밑은 천야만야한 절벽이라 식은 땀이 나고, 굵은 황장송들과 고사목들이 서있는 멋진 암릉이 동봉으로 이어진다.
밧줄을 잡고 암벽을 내려가 노송들사이로 암릉을 지나고, 동봉을 왼쪽으로 우회하며 10여미터의 미끄러운 수직침니를 굵은 밧줄을 잡고 내려가면 암릉은 끝이나고 육산이 이어진다.
가느다란 빗줄기가 조용히 내려오는 숲길을 지나니 곧 정법사가 있는 속세골로 등로가 갈라지고 오른쪽 주능선으로 꺽어져 들어가면 표지기들도 간간이 붙어있고 길도 좋은 편이다.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를 고스란히 맞으며 울창한 숲길을 걸어가면 빗소리만 잔잔하게 들리고 비안개속에서도 어디선가 새들은 부지런히 지저귀고 노래한다.
능선이 갈라지는 무명봉에 올라 선채로 아침밥을 먹으려니 모자에서 빗물이 쉴새없이 밥위로 떨어지고 잠깐 사이에 몸이 떨려와 부지런히 식사를 끝내고 배낭을 짊어맨다.



▲ 운무에 가려있는 동봉


- 1128.6봉
방향만 잡고 능선만 가늠하며 숲을 헤쳐가다 빽빽한 산죽지대를 통과하고 구름사이로 나타나는 낮은 봉우리들을 쉴 새없이 넘는다.
오랬만에 바위지대가 나타나는 암봉을 오르고 아쉬운 마음에 뒤돌아봐도 온통 뿌연 비구름 뿐이고 힘들게 지나왔던 달바위봉은 결국 그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두세평 공터가 있는 능선삼거리에 도착을 하고 오른쪽으로 산죽지대를 잠시 따라가니 삼각점(장성312/복구2004)이 있는 1128.6봉이 나오는데 벌목되어있지만 조망은 좋지않아 넛재로 내려가는 능선과 비룡산으로 이어지는 반대쪽 능선 일부만이 슬쩍 구름사이로 드러난다.
삼거리로 돌아와 남동쪽 능선으로 들어가면 지금까지 걸려있던 표지기들은 일제히 모습을 감추고 적적한 잡목숲으로 그저 희미한 족적만 보인다.



▲ 1128.6봉 정상


- 비룡산
길도 없는 잡목숲을 헤치고 암릉들을 이리저리 우회하다 비에 흠뻑 젖은 몸뚱이를 추스리고 있으면 이 봉화땅 오지숲을 왜 헤메고있는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
능선갈림봉에서 왼쪽으로 꺽어져 산죽들과 어우러진 바위지대를 지나고 길도 보이지않는 빽빽한 밀림을 몸으로 밀어붙이며 간신히 안부로 내려서니 서서히 비가 그쳐간다.
억센 칡넝쿨들을 헤치고 산죽과 싸리나무들이 극성을 부리는 숲을 빠져나가니 '부산청맥산악회'의 표지기가 처음으로 나타나 이제 비룡산 일반등로가 가까워졌음을 알게된다.
잡목들로 길이 가리워진 묵은 안부를 지나고는 등로가 편해지고, 뚜렸한 족적따라 물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계곡으로 잘못 내려가다 다시 능선으로 힘겹게 올라온다.
좌우로 길이 갈라지는 안부에 도착하니 양쪽으로 우정산악회의 표지기가 걸려있지만 왼쪽으로 가면 계곡이 나오고 오른쪽도 우회하는 길같아 가파른 사면을 그냥 헤치고 올라서니 비룡산이 왼쪽으로 보인다.
산죽지대를 따라 삼각점(소천21/복구2004)이 있는 비룡산(1129.4m) 정상에 오르면 벌목되어있으나 짙은 구름으로 사방이 모두 가려있고 1500산 김정길님의 비닐코팅판만이 반갑게 후배산객을 맞아준다.



▲ 비룡산 올라가다 바라본 구름에 덮힌 배바위산



▲ 비룡산 정상



- 다락재
이곳 정상에서 비박을 했다는 어느 산님을 떠올리며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쓰러진 나무들을 넘어가니 뚜렸한 등로가 나타난다.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숲길을 잠시 내려가면 왼쪽으로 임도가 내려다보이고 무슨 공사를 벌이는지 망치질소리가 들려오며 제철을 맞은 칡넝쿨들이 마구 덤벼든다.
잡목들을 헤치며 임도를 가르는 다락재로 내려서니 굵은 소나무들이 서있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와 쪼구리고 앉아 남은 밥으로 점심을 먹고 소주 한잔으로 몸을 덥힌다.
이제 배바위산을 넘어 승부역까지는 7km 남짓한 거리밖에 안 남아 시간적으로 여유는 많아도 승부역으로 정확히 내려가는게 웬지 쉽지않을 것 같아 걱정스러워진다.



▲ 다락재 임도


- 능선갈림길
이어지는 뚜렸한 능선을 올라가면 족적은 능선갈림길에서 남쪽으로 넘어가 버리고, 왼쪽으로 꺽어져 동쪽 능선으로 들어가니 희미하게 족적이 이어진다.
발에 감키고 몸을 막는 칡넝쿨들을 헤치며 울창하고 컴컴한 숲길을 따라가면 북쪽 계곡방향으로 능선이 갈라져나가고, 오른쪽 남동방향으로 내려가니 족적이 사라지는데 마주하며 나란히 지나가는 능선이 앞에 보여 혹시 너무 일찍 꺽어진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어 되돌아간다.
능선갈림길에서 남쪽으로 더 직진을 해서 봉우리들을 계속 넘어도 길은 보이지않고 나뭇가지사이로 조금 전망이 트이는데 처음 가던 쪽이 맞는 길이라 다시 돌아온다.
1시간 가까이 시간을 허비하고 길이 사라진 곳에서 방향을 잡고 들어가니 이내 족적이 다시 나타나고 능선이 이어지며 등로가 뚜렸해진다.


- 배바위산
완만해진 능선을 바삐 따라가면 왼쪽으로 승부리의 농가들이 몇채 보이고, 비가 그치더니만 옷에 쓸린 사타구니와 겨드랑이가 따가워오기 시작한다.
구름이 빠르게 넘나드는 비룡산쪽을 바라보며 가파른 능선을 올라가면 앞에 봉우리가 나타나고 빽빽한 잡목들을 헤치며 힘겹게 올라가면 다른 봉우리가 앞에 버티고 서있다.
봉우리를 몇개 넘어 삼각점(소천408/2004재설)이 있는 배바위산(967.8m) 정상에 오르니 벌목도 되어있지만 운무에 가려있어 역시 조망이 좋지않고 가느다란 햇살만이 따뜻하게 내려온다.
날만 좋았으면 배바위산은 백병산에서 면산을 지나 통고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장쾌한 흐름을 한눈에 볼 수있는 전망처일 것이고 또 그런 목적으로 온 산행인데 그저 아쉬운 일로만 남게되었다.
승부역이 있는 구름가린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어둠침침한 숲으로 들어가니 잡목들만 빽빽하고 흐릿한 족적은 있지만 그리 좋은 길은 아니다.



▲ 배바위산 정상


- 각금터널
능선만 가늠하며 복동쪽으로 내려가면 미끄러운 암릉들이 자주 나타나고 잡목들이 울창하며 시종 시야가 트이지않아 애를 먹는다.
암봉을 휘어돌고 길 흔적도 없는 급사면을 무심코 내려가다 각금마을쪽이라 허겁지겁 올라와 보니 산짐승도 안 다닐 험한 길이라 쓴웃음이 나온다.
북동쪽 능선으로 들어가 잡목들을 헤치고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철교가 걸려있는 낙동강이 발밑에 보이고 왼쪽에 있을 승부역은 아직 보이지않는다.
목장철선이 나타나고 잔솔지대를 지나니 낮은 봉우리에 소주병 두개가 뒹굴고있어 퍼뜩 반가운 마음이 들며, 잠시 후 입신금지라 쓰인 비닐코팅판이 걸려있는 능선갈림길에서 등로는 승부역방향인 왼쪽의 철선있는 쪽으로 꺽어진다.
양쪽으로 낙동강을 내려다보고 우렁찬 물소리를 들으며 잡목들을 뚫고 내려가면 이윽고 각금터널 바로 위에 서게되며 승부역과 철교가 발밑으로 굽어보인다.



▲ 나뭇가지사이로 보이는 낙동강



▲ 목장철선과 입산금지 코팅판



- 승부역
승부역이 있는 왼쪽으로 급하게 떨어지는 사면을 천천히 내려가면 낙엽속에 묻힌 너덜지대에 발이 푹푹 빠지고 돌멩이들이 마구 굴러내린다.
진땀을 떨어트리며 빽빽한 덤불들을 어렵게 통과하고 굵은 칡넝쿨들을 이리저리 헤치며 밀림을 내려가면 앞에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볽은색 철교가 가깝게 나타난다.
나무들을 잡고 바위에 의지하며 벼랑을 내려가다 강으로 바로 떨어지는 절벽도 위험해 보이지만 막상 강가에 내려선 후 강물사이에 고립될 것 같아 다시 힘들게 올라간다.
간신히 통과한 밀림지대는 다시 오를 수 없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지능선 암릉으로 올라가 반대쪽의 계곡을 겨냥하고 내려간다.
덤불과 칡넝쿨이 없어 한결 편해진 급사면을 내려가면 우렁찬 물소리가 들려와 잔뜩 긴장하지만 곧 맑은 물이 쏱아져 내려오는 계곡이 나오고 바로 앞에 천막집이 보인다.



▲ 내려온 계곡의 간이주점과 정자


- 낙동강
'오솔길'이라 쓰인 간이 천막주점들 사이로 내려가면 정자 앞으로 낙동강이 소리를 내며 여울지어 흐르고있고 처음 내려올려고 했던 곳은 정말 주위가 강물로 고립된 바위지대라 올바른 판단을 했지만 가슴이 섬뜻해진다.
잠수교를 건너서 승부교 구름다리와 붉은 철교사이에 위치한 승부역으로 올라가니 간이역사에는 직원이 한명이고 대합실도 없으며 매표도 하지않는다.
화장실에서 대강 딱고 젖은 옷을 갈아입은 후 맥주라도 한잔 마실려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농가만 몇채 있을 뿐 가게도 없고 기차말고는 교통편도 없다고 한다.
철로변의 나무평상에 앉아 가져간 소주를 홀짝이며 2시간 후에나 있을 영주가는 기차를 기다리고있으면 낙동강 급류는 힘차게 흘러가고있고 역사너머로 오미산의 정상부가 잿빛 하늘아래 울퉁불퉁한 모습을 보인다.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골바람을 맞으며 깜빡 잠결에 빠져들었다가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화물열차의 굉음에 놀라 일어나니 어언 영주가는 기차시간이 다가온다.



▲ 승부역으로 올라가는 구름다리와 잠수교



▲ 각금터널로 이어지는 철교



▲ 전설속의 용관바위



▲ 승부역



▲ 승부역의 평상



▲ 역사뒤로 보이는 오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