룡(龍)이 승천하는 형상, 경북 봉화 비룡산 (飛龍山)

1,129.4m

 

경북 봉화군 석포면 승부리와 소천면 분천리의 분계점

 

넛재-솔개밭목이봉(△1,128.6)-1034-비룡산(△1.129.4)-다락재-승부역

 

칼용담과 산악회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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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도

 

 

 

봉화에 천삼백리길 낙동강 물결이 굽이쳐 흐르고 있었다,    강릉에서 영주로 이어지는 영동선 기차길이 구불구불

강천따라 산을 돌고 돌아 간다,    "산은 강을 넘지 못한다더니"

하얀 눈 내린 산길을 나도 모르는 설레임으로 왔는데 어찌나 구불거리는지 아침 먹은 뱃속까지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넛재에 닿자 구룡산과 태백산사이에서 갈라진 산줄기 청옥산에서 내려온 눈안개 자욱한 산 수풀을 선사하는 햇살이

나를 반긴다,    몇 년 만인가 산악회따라 밟아보는 산길이 낯설지만 점점 눈꽃 무성한 겨울나무를 보면서 걷다 보면

나 혼자가 아닌걸 알게 되겠지 싶다,  

 

이 겨울이 다 지나가도록 설산한 번 찾지 못했던 어렴풋한 그리움으로 천천히 걸어가 보자.   

 

바람이 잠을 자고 해가 하늘을 열고 새하얀 눈이 내린 산이 나를 반긴다.   48년만의 강추위라는 올 해 능선에 서 있

었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눈이 오고 또오고 겨울내내 내린 눈의 깊이를 밟아 가면서 묵직한 발걸음과 몸무게를

어설픈 산꾼을 받아 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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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위봉

 

석포면에 속하는 달바위봉이 가장 가까이 눈길을  끈다.    말끔히 비워져 있는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달바위봉(1,073.2m)은 큰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 것처럼 하고 있다,     달바위봉에 올라 하늘을 날면 훨훨

잘도 날것 같은 느낌으로 날 유혹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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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옥산과 각화산, 왕두산

 

철탑에서 보았던 왕두산과 각화산이 날 두 팔 벌려 주었다,    산이 나를 품고 있는 보석을 발견한 것과도

같은 강열한 날갯짓 그것은 내가 찾았던 춘양의 십승지 때문이었다.   매봉에서 내려온 낙동정맥길이 흐르

는 산줄기가 그러하고 지리산으로 거슬러가는 거대한 산들이 무제속에 있는 듯 하지만 가장 가까이 있는

하얀능선이 소리내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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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밭목이봉뒤로 각화산과 왕두산과 태백산사고지

 

솥개밭목이봉에 서자 태백산 사고지까지 깨알만하게 내 눈에 들어왔고 소백산 천문대가 문경땅으로 이어지

는 백두대간길이 하늘 끝에 큰 선을 그리고 그 안에 작고 작은 산들이 겨울산을 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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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물감이 번지듯 산들이 내 마음을 활짝 열어 주고 있었다,    무겁게 마음속 담겨져 있던 그 무언가가 날

깨우는 듯 은밀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듯 했다.     하얀 능선위에 서 있는 내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산자락

을 넋놓고 쳐다보고 있는 빨간색이 잘 어울리는 여자 내 친구가 여기를 떠나지 않는다.

"하늘금에 백두대간 소백산 비로봉이 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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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죽

 

 

너무 비좁아도 탈, 너무 커도 탈, 무성하게 커 있는 산죽터널이 따듯한 마음으로 하얀 능선을 채워준다.   

눈보라 속에 산죽이 춤추는 소리가 더 컸었다.     나보다 더 커있는 이 터널을 따라 솔바람따라 가다보면

산세가 정말 용이 승천하는 형상처럼 보이는 비룡산을 볼 수 있겠지.

 

 

도솔암, 백년암, 홍제사가 이 산골짜기에 있으나 이 능선에선 보이지 않았다.    비룡산으로 가는 하얀능

선이 쉽지도 않았다.   허리에 무리가 갈까 염려돼 아이젠도 하지 않았고 될 수 있는 한 가벼운 베낭을 가

지고 가지 싶어 물도 먹을꺼리도 달달거리게 등에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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룡이 승천하는 형상, 비룡산

 

비룡산은 산세가 용이 승천하는 형상으로서 조선군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비룡산의

웅대함을 보고 비룡대라고도 부른다 했다,    명헐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얘기가 구전되는 곳이기도

하다는 산,  

 

"아, 저거다, 비룡산!"    머리에 털이 유난히 많이 나고 목이 길고 등이 산꼭대기 정상이며 남쪽으로

꼬리가 긴 마치 북으로 용오름할 듯 나도 모르게 "정말 그렇구나" 신기하리 만큼 내 의문증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안테나가 가늘게 보이고 비룡산이 보이자 자연의 신비함을 느낄수 있었다.  

 

앞서간 회원들이 용의 머리와 목쯤에서 소리가 나고 있다.      눈이 많이 쌓여 가파른 비룡산을 오를

수 없어 우측사면을 타고 오르는 줄 알았는데 용의 머리쯤이 정상인줄 알았는가 보다.    산에서 잘못

된 산길을 가거나 헤매는 일명 알바였던 거,    맨 뒤에 서 있던 내가 그들보다 앞서 있는 거 이럴때

좋은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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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상나무 숲

 

비룡산을 내려오는 하얀 능선엔 석포면과 소천면의 경계는 지형으로 구분되지만 나무도 또렷한 경계를 한다.

작고 푸른 구상나무가 있는 곳은 소천면이며 앙상한 참나무 숲이 석포면,  하늘금 아래 남으로 내려가는 낙동

정맥 진조산, 칠보산쯤 되어 보인다,

 

 

비룡산에서 1키로쯤 남으로 내려와 구불구불 임도로 산을 내렸왔다.    임도에도 겨울내내 내린 눈이 쌓여있다,

이 겨울산 아래 밭이 보이고 집이 몇 채 보이는 굴뚝에 연기가 피어 오른다.   눈보라가 날리는 겨울산의 빛깔을

덧칠하고픈 깊은 산골이야기 노랫가락 소리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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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역

 

 

하늘 세 평, 땅 세 평을 이어주는 승부역  경상북도 최북단, 산간 오지중 오지로 유명한 기차역이다.  

넛재에 내려 준 버스가 승부역에 들어올 수 없어 영주까지 기차를 타고 가 환승한다고 했다.    

버스 한 대도 들어 올 수 없는 아주 작은 역 승부역에 어둠이벌써 와 있었다.   

한 평짜리 대합실엔 낙동강따라 트레킹한 회원들이 옹기종기 서있고 직원들이 있는 사무실에도 먼저

온 회원들이 가득 추운 오지의 역전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빨간우체통이 정겨운 사연을 담아 어데론가 날아갈 것 같은 추억어린 곳,   열쇠를 달아 자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장식과

한그루의 큰 나무도 승부역의 척박했던 땅이라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로 정감이 묻어난다.

출렁다리와 왕관바위도 보고 싶었는데,,,    다락재에서 트럭을 타고 오지 않았다면 아마 6시 15분 기차는 타지 못했을 것,

또한 5분 연착한 강릉에서 오는 기차에 오르지 못했을 것,  

 

승부역에서 분천역-영주까지 기차를 타고 오면서 먹었던 씨래기와 깻잎에 밥먹은 다락재의 저녁밥은 꿀맛이었다,

춘양과 영주는 낯익은 기차역 나에겐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 놓았다.      비룡산이 내게 준 선물은 하얀능선이었다,

 

한동안 산을 올 수 있을 기대란 하지 않았다.     두아이 밥하고 빨래하고 시중들랴 한겨울 내내 그렇게 살았듯 한동안 아마

도 그렇게 또 살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