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살아있다. (삵과의 만남, 멧돼지 천국. 곡성 삼산, 비래산 )

산행일 : 2006. 7. 22(토). 흐림 

같이 간 사람들 : 홀로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도장마을 (10:46)

  ☞ 외딴집, 삼거리 (11:27~11:37)

  ☞ 임도끝 (11:47~11:50)

  ☞ 편백나무숲 (12:14)

  ☞ 주능선 삼거리 (13:10)

  ☞ 오른쪽 헬기장 (13:13)

  ☞ 주능선 삼거리 (13:16)

  ☞ 헬기장 (13:23)

  ☞ 삼산 (13:30~13:54. 765m)

  ☞ 무덤 (14:52~14:54)

  ☞ 비래봉 (15:17~15:22. 691m)

  ☞ 무덤 (16:24~16:26)

  ☞ 구룡마을 (16:44~16:53)

  ☞ 용산단 (16:56~17:06)

  ☞ 도장마을 (17:23)

총 산행시간 : 약 6 시간 37분 (순수산행만 한다면 5시간이면 충분함)

구간별 거리 :

도장마을→(2.9km)→임도끝→(2.0km)→주능선삼거리→(0.2km)→삼산(이후의 거리는 이정표가 없어서 알 수 없음)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석곡나들목→나들목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좌회전하여 1분 정도가면 석곡면소재지→첫 번째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목사동2교를 건너 4번 지방도를 타고 왼쪽에 보성강을 끼고 강변도로를 10분정도 가면 삼거리가 나옴→우회전하여 200여m 정도가면 평리삼거리→좌회전(좌회전하자마자 오른쪽에 산행안내도 입간판이 보임)하여 사당마을 지나 다리건너면 삼거리 나옴→직진하면 용산단, 우회전하여 올라가면 도장마을

산행지도 

 

  점선부분의 비래산 하산코스는 맷돼지 출몰지역이므로 유의해야한다.

 

위 안내도의 수곡2구가 바로 도장마을

 

산행기 

  삼산, 비래산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았으나 속 시원하게 나온 산행기는 찾을 수가 없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아직 가보질 않아서 무척이나 궁금한 산이기에 더욱 가고 싶은 산이다.

축척 5만분의 1 지도를 프린트해서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선다. 낯이 익은 길이라 단숨에 평리삼거리에 도착해 산행안내도를 주의 깊게 살피고 코스를 결정한다.

 

  깊은 산골, 범죄 없는 마을, 도장마을 어귀에 차를 세우고 마을을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끝자락 네거리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난감해하다가, 오랜만에 비가 그쳐 논에서 일을 하는 노부부에게 소리쳐 길을 물어본다.

“아저씨! 삼산가려면 어디로 가야합니까?”

“삼산? 거기 왼쪽 길로 가면돼요.”

“감사합니다.”

대나무에 리본을 하나 매달아놓고 십여 미터를 가다보니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 길에 목포 모산악회의 리본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임도가 끝없이 이어진다.


도장마을의 돌담

 

도장마을끝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삼산에 갈 수 있다.

 

닭의장풀

 

  언덕위에 올라서니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고 맨땅이다. 오른쪽 계곡건너 선주산(572m) 중턱은 중장비들이 산을 사정없이 파헤치고 있었다.

저만치 30여m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한가롭게 걸어가고 있다.

‘이 깊은 산중에 웬 고양이람.’

고양이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순간 흠칫 놀라 자세히 살펴본다.

‘어? 저건 고양이가 아니고 살쾡이잖아!’

야생 삵을 처음 보는지라 얼마나 흥분이 되고 기분이 좋은지 연신 카메라셧터를 눌러댄다. 오른쪽 계곡의 우렁찬 물소리 때문에 내발자국소리와 셔터소리를 못 듣고 녀석은 계속 앞만 보고 걸어간다. 녀석이 잠깐 걸음을 멈추고 오른편 계곡 쪽을 바라보다가 이번엔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친다. 깜짝 놀라서 몸이 뒤로 움츠러들던 녀석은 잽싸게 계곡 숲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녀석과의 달콤한 데이트는 끝이 난다. 그렇게 녀석과 약 30여초가량을 같이 걸었다.

‘아! 정면으로 쳐다볼 때 왜 셔터를 못 눌렀을꼬.’

너무나 순간적으로 일어난 상황이라 미처 셔터를 누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귀 뒤의 흰점과 두껍고 긴 꼬리가 삵이 분명하다.

 

무슨 소리를 들었나보다.

 

  오늘은 오랜만에 비도 안 오고 산행 중에 뱀도 많이 만날 것으로 예상해 카메라를 연사모드에 놓고 올라가던 중이었었다. 산길을 걸을 때 갑자기 나타나는 짐승들을 잽싸게 촬영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산행 내내 뱀은 단 한 마리도 보질 못하였고, 온갖 새와 멧돼지의 흔적만 보게 된다.

 

  제법 근사하게 지은 외딴집을 지나자마자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임도는 계곡을 건너야 되고, 오른쪽 임도는 잡초가 우거지고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거의 없다. 가끔씩 보이던 목포 모산악회의 리본도 보이질 않는다.

  지도를 꺼내 주변 산세를 살펴본다. 왼쪽 길로 가면 비래산과 삼산 중간으로 올라서는 것 같다. 오른쪽 길로 올라가야만 삼산으로 올라서 비래산까지 능선을 탈 수 있을 것 같다.

계곡물로 얼굴을 씻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오른쪽 임도로 접어든다. 산사태로 길 한쪽이 무너져 내린곳을 지나니 가시나무가 온통 앞을 가로 막는다. 가시나무를 헤치고 나오니 임도가 끝을 맺는다. 저 만치에 파란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 오른쪽으로 올라가니 작은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제법 괜찮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왼쪽 계곡 건너에 외딴집이 나온다.

 

외딴집 지나자마자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임도로 올라야한다.

 

임도끝. 왼쪽 이정표 오른쪽에 등로가 있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이번엔 비올 때만 생기는 수로인지, 정상적인 등산로인지 분간이 어려운 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갑자기 T자형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은 탁 트였지만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전혀 없다. 할 수 없이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가시나무(산딸기류)숲에 온몸을 찔리며 통과한다. 그곳을 지나 잠시 후 언덕에 올라서니 어마어마한 편백나무숲이 나타난다. 간벌을 안 해주어 나무들 모두가 세력이 약해져서 가늘기만 하다. 

그런대로 운치 있는 길이다. 편백나무 숲은 굉장한 면적을 이루고 있어서 한참을 지나야만 한다.


 편백나무숲

 

탐라산수국

 

  아주 작은 물길을 몇 번이나 건넜는지 모른다. 이따금씩 보이는 리본과 빨간 페인트 표식 때문에 주의 깊게 올라간다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갑자기 페인트의 화살표 방향이 오른쪽으로 꺾어진다. 아무생각없이 오른쪽 화살표 방향으로 가다보니 계곡을 건너게 된다. 헌데 길이 없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길은 보이질 않는다.

다시 계곡을 건너 삼거리로 되돌아와 왼쪽 길로 직진하여 올라간다. 여기서부터는 이끼 낀 너덜바위길이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도 거의 없다. 여기에서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기가 십상이다. 리본을 많이 가져왔으면 후답자를 위해 가끔씩 매달아두면 좋으련만, 원래 리본매다는 것을 싫어하는지라 올라오면서 표지기 없는 중요갈림길에 서너 개 매달고, 남은 건 두 개 뿐이어서 섣불리 매달 수도 없다.


화살표방향(오른쪽)으로 가지말고 왼쪽길로 직진하여 올라가야한다.

 

                                             

                                                  사람다닌 흔적이 거의 보이질 않는 이끼낀  너덜길

 

  이끼바위길을 벗어나니 이번엔 산죽길이다. 등산로가 전혀 정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약간은 짜증도 난다. 산죽길을 빠져나오니 로프가 매달려 있다. 그다지 오래된 로프는 아니다. 지난겨울 폭설때 매달아 놓은 것으로 보인다. 급경사를 치고 올라가니 갑자기 길이 없어지고 찔레나무가 앞을 가로막는다. 여기서 다시 뒤로 돌아 내려가서 길을 찾아야하는데, 주능선길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그냥 뚫고 지나간다. 큰 오판을 한 것이다. 덕분에 양쪽팔뚝에 생채기로 화려한 문신을 남기고서야 주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주능선 바로 전의 붓꽃

 

  삼산이 오른쪽에 있는지, 왼쪽에 있는지 몰라서 우선은 가깝게 보이는 오른쪽 봉우리로 올라가본다. 헬기장이 나오고 유명한 백0남님의 표지기가 눈에 들어온다. 헬기장이 삼산은 아닌 게 분명하고 그분의 표지기대로라면 주능선에서 왼쪽으로 올라가야하는 봉이 삼산이다.

다시 왔던 길을 내려가니 안부에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엔 삼산은 왼쪽으로 200m에 위치하고 있다. 이정표를 지나자마자 삼거리가 나온다. 이 길로 올라왔어야했는데, 그랬다면 찔레가시에 찔리는 일도 없었을 것을…….


주능선의 하늘말나리 

 

여치

 

  잠시 후 헬기장이 나타나고, 제법 올라가서야 삼산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갑자기 안개가 끼어 조망이 엉망인데다 이정표는 숲 속에 떨어져 쳐박혀있다. 물론 정상석도 없다. 제법 고생을 하고 올라온 삼산인데 너무 허무하다. 동쪽의 점심바위에 앉아 도시락을 꺼낸다. 그 맛이 꿀맛이다.

수풀속에 파묻힌 삼산 정상


기린초

 

바위채송화

 

  비래산까지의 능선길은 조망이 전혀 없다. 비래산 바로 전의 무덤에서만 잠깐 조망을 허락할 뿐이다. 하지만 주먹만한 꽃을 매달고 있는 일월비비추와 아름답기 그지없는 하늘말나리, 이름모를 아름다운 버섯들, 들짐승들의 배설물 등등 전혀 때 묻지 않은 대자연이 엔돌핀을 철철 넘치게 하고 있다.

조망이 전혀 없어서 비래산을 언제 지나쳤는지도 모른 채 비래봉에 올라선다. 좁은 바위봉우리라 비래봉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비래산 얼마 전의 무덤에서 바라본 삼산(중앙)과 희아산(오른쪽 맨 뒤)

 

어른 손바닥만한 엄청 큰 영지버섯

 

일월비비추

 

비래봉 정상

 

비래봉의 노린재

 

싸리버섯

 

  십여분을 내려간 것 같다. 삼거리가 나오고, 표지기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화살표와 함께 신숭겸장군 출생지라고 적힌 백0남님의 표지기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이 길로 내려가면 될 것 같아 주저 없이 왼쪽 길로 내려선다.

  내려갈수록 길이 희미해진다. 표지기도 전혀 없다. 급기야 길이 사라진다. 다시 올라가보지만 길은 없다. 할 수 없이 짐작으로 오른쪽으로 가로질러 내려가 본다. 작고 물이 없는 마른 계곡이 나온다.


 이름모를 버섯, 좌우지간 직경이 30cm정도 되는 엄청 큰 버섯이다.

 

  계곡을 건너니 제법 넓은 묵은 길이 나타난다. 헌데 방금 전에 땅을 파헤쳐놓은 흔적과 수많은 발자국들. 바로 멧돼지들이 지나간 흔적이다. 눈에 보이는 온 산의 땅바닥을 엄청난 수의 멧돼지들이 빈틈없이 개간해 놓은 것이다. 쑥대밭이요 아수라장이다. 이렇게 넓은 면적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것을 예전엔 본적이 없다. 녀석들의 흔적은 끊이지 않고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녀석들이 숨어서 나의 동태를 살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깊은 산중, 컴컴하고 칙칙하고 음습한 숲 속에서 왜 전혀 겁이 나질 않는 걸까. 멧돼지를 가까운 거리에서 정면으로 맞부딪친 적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멀리서 나를 보고 먼저 도망가는 것은 보았지만…….

  

몽둥이와 지팡이 겸해서 쓸만한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든다.

T자형 삼거리에서 또 다시 길이 없어진다. 왼쪽 희미한 길로 내려가 보지만 얕은 계곡이 나오고 계곡을 건너 내려가 보다가 길이 없어서 다시 되돌아 올라간다. 희미한 삼거리로 돌아와서 오른쪽으로 가본다. 희미하던 이 길도 이내 없어지고 만다.

난감하다. 갑자기 공황상태에 빠져든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시계를 들여다본다. 아직 어두워지려면 멀었다. 용기를 내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올라가니 오래전에 왼쪽으로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 희미하게 보인다.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길을 조심스레 따라간다. 그렇게 5분여를 내려갔을까, 잡초가 덮여있지만 발아래에 뚜렷한 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원추리 몇 송이가 감싸고 있는 잘 가꾸어진 무덤이 나오고 앞이 확 트인다. 저 아래에는 낯선 마을도 보인다. 온몸이 환희와 희열로 전율을 한다.

넓고 질척한 길엔 많은 원추리 꽃이 방긋거리며 지나가는 객을 맞는다. 여러 갈래의 임도가 서로 만나고 합쳐지고,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오면서 마을에 들어선다. 돌담길을 돌아 내려가니 저수지가 나오고 마을 큰길에 내려선다.


무덤에서 바라본 구룡마을(나중에 마을에 내려가서 구룡마을인줄 알았다.)

 

애기원추리?

 

구룡마을엔 오랜만에 개인날씨로 고추말리기가 한창이다.

 

  마을 할머니 두 분이 앉아계시다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안녕하세요. 여기가 무슨 마을이죠?”

“구룡마을이여. 어서 오셨어?”

“순천에서 왔어요. 여차여차해서 남차남차해가지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근데 비래산에서 내려오는 길이 없네요.”

“거기 사람 안다니는 산여. 멧돼지들이 어찌나 많은지……. 밤마다 떼 지어 내려와서 밭을 다 파헤치는 통에 농사지을 것이 없어 큰일이여. 뭘 해먹고 살아야할지 원.”

그분들로부터 비래산의 옛 이름이 “순산”이란 것도 듣게 된다.


 

 

배롱나무(백일홍나무)

 

  차를 회수하러가려면 용산단(고려 개국공신 신숭겸 장군의 사당)을 지나가야한다. 드라마 “태조 왕건”을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보아서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장군이다. 사당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도장마을로 향한다.

들녘에서 일을 하는 농군들의 어깨너머로 평화로운 농촌마을이 들어온다.

고려 개국공신 신숭겸 장군을 모신 용산단. 구룡마을은 신숭겸장군의 출생지이다.

  

  

용산단의 원추리

  

차를 회수하러 도장마을로 걸어가다가...(오른쪽 길로 가면 도장마을, 왼쪽길로 직진하면 용산단)

  

  

도장마을의 코스모스

 

쇳대와 까치 (도장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