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떠 있으니

2006.05.08(월, 맑음)
하계역(09:10)→불암산→수락산→의정부 용현동(18:00)

05.09(화, 맑음)
경복궁역(11:00)→인왕산→자하문→북악산→팔각정→한성대입구역(16:00)


강릉 가는 날부터 보슬비가 내리더니만 영동지방은 일요일까지 짙은 안개로 근처의 산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간성에서 두메산골로 한참 들어가 아들 녀석 만나고 미시령을 빠져 나와 용대리를 지나니 그제서야 파란 하늘이 조금씩 보이고 강렬한 햇쌀도 퍼지기 시작한다.

백담사와 미시령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은 넓은 내를 이루며 힘차게 흘러내리고 12선녀탕 들머리를 찾아보는데 한계령과 진부령 갈림길 지나 내린천을 따라 현리로 들어간다.

설악산은 지금쯤 공룡능선을 중심으로 안개구름이 동해바다 쪽에서 올라와 정상부근에서 사라져 버리고 서쪽 하늘은 강렬한 햇쌀로 눈부실 것 같다.
한계령과 점봉산 가는 길 안내판을 바라만 보고 그냥 스쳐 지나치니....

산하게시판에 올라온 도봉산을 보니 그야말로 환상적인데 오늘도 좋다길래 지난 가을에 갔던 그 길로 수락산을 향한다.

태릉 사격장 지나 불암산 가는 능선 길은 돌 하나 없는 비단길이다.

▼아직도 이런 주택에서 어렵게 살아가시는 분들도 있는데





우람하게 솟은 거대한 암봉을 커다란 거북이도 함께 오른다.





예상대로 시야가 무척 좋아 천마산 용문산 광교산 계양산까지 돌아가며 시선이 바빠진다.
건너편 북한산과 도봉산이 가깝고 수락산은 연록색으로 더욱 화려하다.










▼정상에 오른 청 개구리



의정부까지 가려면 물이 부족할 것 같다.
덕능고개 부근에서 물소리가 들려온다. 반가운 마음에 내려가 보니 맑은 물이 시원하게 흐른다. 세수하고 발도 식히며 과일 먹고...





수락산 기암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턴 앞을 보다가도 가끔 뒤돌아보며 무언가 찾는 것처럼 담아내는 즐거움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꼭대기에 올라 앉은 아기 코끼리와 곧 떨어질 것처럼 매달린 종이 신비롭지요


보면 볼수록 예쁘고 기이하다. 어떤 바위는 곧 굴러 떨어질 것만 같은데 받치고 있는 바위도 무척 나약해 보인다.
바로 밑의 산객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엄청 무거운 돌을 기암이 힘주어 받치고 있는데....



유명한 바위들을 거의 담았으니 철모바위 밑 넓직한 암반에서 발아래 펼쳐지는 기암들을 감상하며 나 홀로 곡주에....




오늘도 여성 산님들은 남성 못지않게 급경사 암릉길을 앞서 내려가시는데 뒤 따라 가던 남성 산님은 자신 없다며 뒤돌아 우회 길로 가고....
나이 들수록 남성은 여성화되어 가고 여성은 남성화되어 간다는데 맞는 것 같다.
젊었을 땐 큰 소리 치지만 늙어지면 별수 없는 모양이다.

양이라고 해서 항상 양이 아니고 음이라고 해서 항상 음도 아니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되는 것처럼 세상만사가 이렇게 변해가고 있으니.....











내일은 비 온다하니 그동안 한 번도 못가 본 인왕산 반나절이면 될 것 같아 경복궁과 서울시가지를 담아오고 싶다.

경복궁역(11:00)에서 사직공원쪽으로 가서 능선들머리를 찾아 가는데 길이 구불구불하고 산으로 오를만한 길은 아니 보인다.



포장도로 따라 사직터널위로 올라가다 곡주 한병 사고 들머리를 물어보니 인왕 스카이웨이 쪽으로 다시 내려가던지 아니면 독립문쪽으로 한참 돌아가야 한단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기는 싫고 해서 무작정 성곽 따라 올라가 보는데 이내 길은 막히고 마을쪽으로 내려간다.


이리저리 올라가보니 무학재 쪽에서 오르는듯한 길과 만나고 드디어 성곽 초소가 보인다.

능선에서 내려다 보이는 시내 빌딩숲과 경복궁 독립문과 옛 서울구치소 ....
이곳 주변에 얽힌 유구한 역사의 발자취를 생각하며 암릉길을 오르다 보니 금세 정상이다.










건너편 독바위에서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문수봉 보현봉 형제봉까지의 산세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제까지 오면서 산행기에서 본 기암들을 찾아보았지만 만나보질 못했는데 능선 길은 벌써 끝나고 인왕 스카이웨이로 빠져 버린다.

자하문을 지나 북악 스카이웨이 따라 팔각정으로 향하는데 도로 옆으로 산책로 조성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관악산 정상에서 관악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수많은 산객들로 인해 사면의 흙이 몽땅 벗겨져 나갔고 간신히 연명하던 소나무도 계속되는 짓밟힘으로 뿌리를 드러낸 체 죽어가고 있건만....

솔직히 산책하려면 조용한 숲속이 좋지 차량들이 빈번히 오가는 이곳을 고집할 필요 있겠는가?
팔각정도 드라이브 나온 분들의 쉼터일 뿐이다.
이제껏 오면서도 산책하는 분은 한사람도 없었는데 팔각정을 중심으로 부암동에서 정능과 성북동까지 고급스런 산책로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정작 필요한 곳은 외면한 채 이처럼 급박하지도 않는 곳에 국민의 혈세가 쓰여 지고,
적정규모 이상의 청사, 사용빈도가 극히 적은 의원건물, 지역개발 운운하며 마구잡이로 펼치는 사업들이 국력을 탕진하고 있음에도 유사한 일은 계속 반복되고.....

힘 있는 저들은 합당치도 않은 일로 자연파괴 해도 무방하고 국고를 자신의 영달을 위해 마음대로 집행해도 괜찮고...

국가의 기강이 무너져 내리고 심각한 범죄가 일어나는 것도 어찌 보면 저들 때문이 아닐까.
허가받은 도둑은 명예와 부를 마음껏 누리고 사는데 하며....

호기심에 인왕산에서 북악스카이웨이 따라 한성대입구역까지 걸어보았는데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차량들의 소음과 내연이 끊이질 않아 다시 오고 싶지 않다. 이왕 내려면 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만들어야지....


제 초막집( http://cafe.daum.net/sorozon )에서 하룻밤 주무시고 가시길.....